(1)
"맞다."
"말은 이 정도면 되지 않았나? 한판 붙자. 날 이기면 너희 오크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마."
도발인가? 오크가 인간에게 무얼 원한다고!
"나 또한 내가 지면,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
절대 나를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그 당시에는 수백의 인원이 있었기에 내가 진 것일뿐. 일대 일의 대결이라면 로드인 자신이 승리한다.
"가자!"
그래, 가봐야지. 이 이상한 인간을 벌해야겠지.
오랜만의 싸움에 가슴이 뛰면서도, 이상한 인간을 이해할 수 없다.
앞서가는 인간, 그리고 그 뒤를 따라가는 오크로드.
인간과 오크의 대결의 마지막은 오크의 로드와 인간들만의 군주의 대결로 그 막을 내리려 하고 있었다.
챕터 11. 하이 오크.
커다란 공터. 주변에는 단 한명만을 제외하고는 오크들이다. 시끌벅적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오히려 생각 외로 고요한 분위기였다. 오크로드가 있다는 이유도 있지만, 이곳에 있는 오크들은 전부가 인간들에게서 하이 오크라 불리는 오크들이다.
반 수 정도의 하이 오크는 빈란드 왕국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는지라 지금 남은 하이 오크라 불리는 오크들은 250마리 정도. 그리고 오크 주술사 150이 조금 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새롭게 강해지는 방법을 만들겠다는 오크로드의 명령이 있었기에 새로운 하이오크들은 탄생하고 있지 않다. 하이오크가 되는 방법은 같은 동족인 오크들의 죽음을 봐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단하군."
"뭘 말인가."
"오크들이 이렇게 질서정연하게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단 소리다. 다른 오크들을 보아라. 아니 멀리 갈 필요도 없지. 하이오크라 불리는 오크들을 제외하고는 이런 모습을 찾아 볼 수 있는가?"
"음..."
로우드의 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에 오크로드는 로우드의 말에 반박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아까부터 로우드의 어조가 자신들이 오크라는 것을 부정하는 듯 해서, 자꾸 마음에 걸리는 로드였다.
"그대는.. 우리 하이오크라 불리는 오크들이 오크가 아니라 말하는 것인가?"
"적어도 인간인 내 눈에는?"
"설명을 바란다."
자신에게 첫 패배를 안겨준 인간이다. 인간 중에 오러 마스터라 불리는 인간도 자신의 검에 몸을 뉘였다. 헌데 눈앞의 인간은 오러 마스터의 경지도 아닌 주제에 자신을 패퇴시켰다. 비록 홀로 싸워 승리한 것은 아니지만, 사람을 모으는 능력도 강해지는 방법 중에 하나다.
"설명까지야.. 저기 당신의 옆에 있는 쓰랄도 잘 알걸? 너희는 이미 오크라 하기에 너무 변했어. 어쩌면 너희의 신이 바라는 것은 오크들의 단순한 준동이 아니라 발전이었을지도 몰라.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오크의 발전이라... 그래."
"허나 그게 중요한게 아니잖아?"
스르릉.
그의 허리춤에서 쇠와 쇠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
검 집에서 검을 빼는 것은 곧 공격을 하겠다는 의미다. 피차가 목숨을 건 결투를 하러 만난 사이이다. 오크로드와 로우드 두 명이서, 무언가 홀린 듯 대화를 했을 뿐 이렇게 오래 말을 한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다.
검을 빼들고 나서야 긴장감이 몸을 휘감는다. 홀로 오크로드를 찾아 온 자신.
남들이 들으면 미친짓이라 해도 할 말이 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자신도 정말 미쳐서 온 것은 아니다.
홀로 수백의 인간과의 대결에 나섰던 오크로드다. 인간 하나가 찾아 온 대결을 회피할 리 없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일대일의 대결에서도.
'승산은...'
없지 않다. 분명 높은 확률은 아니나, 로우드 자신이 이길 확률은 충분하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수백의 오러 익스퍼트의 오러가 소용이 없었던 것은 오크 로드가 자신의 몸을 투기로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로우드가 판단하기에 오크로드의 몸을 둘러 싼 투기는 일정량의 데미지까지는 타격을 전혀 입지 않는다. 일정량의 데미지라는 것은 오러 익스퍼트 급의 오러의 데미지다.
이것만해도 드래곤 스케일에 비견될 반한 방어력이긴 하나, 로우드가 보기엔 한 가지 약점이 있다. 투기가 방어할 수 있는 데미지를 받을 경우에, 오크 로드의 투기는 무용지물(無用之物)에 가까울 것이다.
로우드의 생각을 증명해주는 증거는 바로 오크로드의 배에 길게 그어져 있는 긴 흉터 때문이다. 카오딘 공작의 밑에 있었던 오러 마스터 하번 백작이 새겼다는 흉터.
그 흉터를 바탕으로 로우드는 판단을 내렸다.
'오크 로드를 공략하려면 많은 인원이 필요하다기 보다는 확실한 데미지를 갖춘 소수의 인물이 필요하다.'
* * * * * * * * * * * *
인간과도 같은 투명한 눈. 아니 인간보다도 투명한 눈. 어리석은 오크라 하기에는 눈에 깃든 현기가 예사롭지 않다.
여전히 거대한 채구. 일반적인 오크보다도 압도적인 근육량. 거기서 나오는 위압감.
"쿠어어어어!"
언제 대화를 나눴냐는 듯, 오크로드는 포효를 내지름으로서 자신의 몸을 투기로 감싸 안는다. 오크로드의 몸에 붉은 빛이 살짝 지나간다.
눈으로 보이지 않으나 오러 마스터의 경지에 이른 로우드는 느껴진다. 오크로드의 몸은 투기로 둘러싸여 있다.
'속전 속결.'
로우드는 빠르게 대결을 끝내야겠다 마음을 먹었다.
어설픈 공격은 어차피 오크로드의 털끝하나도 건드리지 못 한다. 오러 익스퍼트의 공격도 막아내는 몸임을 이미 알고 있는데, 괜한 신경전은 필요가 없다. 심력만 소모할 뿐 얻는 이득이 없기 때문이다. 검에 오러를 발동시킨 그. 선명하고 완벽한 빛, 오러 마스터의 상징과도 같은 완전한 오러였다.
"차앗."
짙은 호흡과 함께 로우드는 몸을 놀려 오크로드에게로 미끄러지듯 빠르게 다가갔다.
전의 대결과 같이 하체부터 노리기 시작한 로우드.
인간에 비해서 거대한 몸집을 가진 몬스터를 상대하는 방법은 하체를 공격하는 방법이 가장 잘 통하기 때문이다.
"쿠어!"
오크로드도 이미 한번 당해 보았기에, 미리 대비를 했다. 로우드의 검이 자신의 신체에 닿기도 이전에 재빨리 몸을 뺀 것이다. 육중한 몸임에도 불구하고 몸에 가진 속도는 로우드 못지 않았다.
허나, 로우드는 검사로서도 오러마스터지만 마법사로도 경지를 이룬 자!
곧바로 마법을 활용해 몸에 속도를 더했다.
"헤이스트!"
마법이 어린 팔찌에 빛이 지나가며 로우드의 몸이 더욱 빨라졌다.
'마법무구라 했던가.'
오크로드는 속으로 마법무구에 대한 짜증을 곱씹으며 몸에 투기를 더해, 속도를 붙여갔다. 그 덕분에 몸을 둘러싸서 오러에 대한 보호를 하고 있던 투기가 조금이나마 줄어들었다. 오크로드의 방어력이 약간이나마 낮아졌다는 뜻이다.
로우드는 그에 맞춰 대응을 계속해 나갔다.
"인비저빌리티!"
투명마법으로 잠시나마 몸을 숨기고,
"라이트!"
눈을 가려보려 애쓴다.
경지에 이른 이들의 싸움이기에 잠깐의 방심으로 생사가 엇갈릴 수 있다. 그렇기에 잠깐이나마 틈을 만들려 노력하고 있다.
오크로드도 가만있는 것은 아니었다.
"쿠어! 크룩투시여!"
오크 신의 화신인 오크로드. 그의 짧은 외침에 투기와 다른 빛이 어린다.
강해지기 위해서 그가 잠시 심취했던 방법! 인간과 다른 세상의 진리를 탐하는 방법, 오크들만이 주술이다.
오크로드는 짧은 시간 만에 하급 주술이나마 익혀낸 것이다. 인간으로 치면 능히 마검사라 할 수 있는 존재. 역시나 신의 화신이라 할 만한 존재다.
'이런.'
상대를 약화시키거나 저주를 거는 것이 주술의 특기다. 헤이스트 덕분에 몸이 빨라졌던 로우드의 몸이 오크로드의 약화 주술로 헤이스트 이전으로 돌아갔다.
'존재 자체가 사기다. 정말.'
군주의 시간 187편 - 하이 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