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의 시간 183편 - 거절. 그리고 다시 한 ... (1)
오러 마스터라 알려진 모헤로 공작이다. 공작이기 이전에 검호로서도 그 명성이 드높은 자. 왕의 곁을 지키느라 오크로드를 만나지 못했음이지, 오크로드도 모헤로 공작을 만났다면 즐거워 했을지도 모른다. 로우드가 전투를 하며 겪어 본 오크로드는 순수하게 다른 이와의 대결을 투쟁으로서 좋아하는 오크이니까.
검에 대한 경지는 로우드 그리고 자신의 스승인 첼로스보다 높다.
그런 그가 검사로서 충고를 그리고 나중을 위해 자신에게 빚을 지워주겠다 한다. 빚이기에 나중에 짐이 될 수도 있는 일이나, 강함을 추구하는 로우드로서는 꽤나 달콤한 과일로 보인다.
기름칠 한 달콤한 혀보다도, 어떤 여인의 아름다운 알몸보다도 더 큰 유혹이다. 오러 마스터의 충고는 검사로서 거절하기에는 너무도 큰 유혹.
"너무 유혹적인 달콤한 충고를 제안하시는군요. 검사로서 도무지 거절할 수가 없습니다. 저에게 조언 하나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하핫. 이럴 때 보면 천상 검사군. 보아하니 검사로서는 오러 익스퍼트 최상급. 마나에 대한 참오는 끊임 없이 하겠지? 마검사라 들었네."
"그렇습니다. 스승님이 마나와 오러 그 자체에 대해 화두를 던져 주셔서 최상급에 이를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끊임 없이 명상의 화두로 삼고 있지요."
"아주 좋네. 자네의 스승에 대한 소문은 슈모덴 남작과의 일전에서 크게 소문이 났지. 정확히는 왕께서 정보조직을 통해 아셨달까? 휠튼 남작이 그를 알아보지 못한 것이 웃긴 일이었지. 그런 인재를 평기사로만 부리다니 말이야. 잡설은 여기까지 하고 말하겠네. 마나와 오러에 대한 화두도 좋네. 헌데 말일세. 조화에 대해 생각해보았나?"
조화라. 이번 수련에 처음으로 화두로 삼고 마법과 검술을 조합하여, 경지를 떠난 새로운 강함을 이끌어 냈다.
"어떤 조화를 말씀하시는 건지요?"
"마검사로서 검과 마법을 조화시키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닐세."
바위로 보이는 든든함을 가진 모헤로 허나 검술에 있어서는 예리한 공작이다.
"보통은 자신이 가진 오러에 대한 이해를 함으로서 오러 익스퍼트 최상급에 이르지. 거기까지 한 것도 꽤나 대단한 일이야. 나도 나이 30대에 들어서야 알게 된 것이니까. 세습귀족으로서 가문에서 쌓아놓은 검술의 경지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면 나도 생각해내지 못할 것들이지. 그런데 거기서 나아가 이런 생각을 해보았나? 왜 오러를 자신에 대한 것으로 한정 짓는가. 마나는 어디에서 왔지? 자연에서 오지 않았나? 그렇다면 왜 자연에 있는 마나와 자신의 오러에 대한 합일은 생각지 않는 것인가."
"아!"
스승은 자신이 쓰는 마법과 검의 조합에서 조화라는 것의 개념을 찾았을 것이다. 허나 체득하지 못했기에 설명을 주저했던 것.
오러 마스터에 이른 모헤로 공작은 이미 조화에 대한 이해가 남다르기에 저리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새로운 것을 얻었다 생각한 자신은 닫혀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스승 첼로스가 얻은 요체가 무언지 깨달았다.
그것은 '조화'.
자신은 생각이 닫혀있고, 세상과 자신을 연결하지 못했다.
자신의 몸에 있는 오러에 대한 이해만으로 벅차했었다. 허나, 강해지기 위해서는 나 자신의 몸. 나의 안에서만 틀에 갇혀 있어서는 안 됐다. 자연과의 연결을 생각해야 했다.
왜 자연에서 굴러들어와 자신에 맞춰진 변환된 마나, 오러만을 연구하고 깨달으려 한 것인가. 지류인 오러에 대해서 깨달았다면, 그에 벗어나 원류인 자연의 마나에 대해 연결해야 함이 당연한 것 아닌가.
"오러."
나의 마나. 내가 쌓아 온 모든 것.
"그리고 자연의 마나."
내가 쌓아 온 것은, 그저 자연에서 가져 온 한 줌의 마나일 뿐이다.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는 마나 중에서도 극히 일부.
"아아."
깨달았다.
환희에 찬 로우드의 정신. 그리고 깊어지는 마나.
깨달음이 정신을 일깨우고, 일깨워진 정신이 몸에 변화를 일으킨다.
끝없는 그릇인양, 몸 주위를 떠돌고 있는 자연에 있는 마나를 흡수하고 있는 로우드.
빨아들이고 또 빨아들인다. 급한 급류를 만들어 내듯 빨아들이는 마나들.
그의 몸이 공중에 떠오른다. 그리고 조금씩 뒤틀리는 로우드의 몸.
그는 조화라는 깨달음을 받아들여 오러 마스터로 나아가고 있었다.
*****
'허, 이미 준비가 되어있었던 것인가.'
모헤로 공작 자신이 화두를 던져준 것이나. 이렇게 빨리, 깨달음으로 흡수해 낼 줄은 몰랐다. 순식간에 오러 마스터의 경지에 올라가고 있는 로우드.
'막고 싶으나...'
공작으로서는 왕국의 핵으로 떠오른 로우드의 경지가 올라감을 막고 싶으나, 한명의 검사로서 이 사내가 어디까지 갈 것인지 욕심이 난다.
'처음부터 빚이라 했으니.'
귀족으로서 빚을 쥐어주고자 주었던 화두. 로우드가 자신이 던져 준 화두를 자신의 것으로 소화한 것은 어디까지나 평상시 로우드가 노력을 했기 때문이다. 평상시 준비하지 않았다면 깨달음을 주었다 해도 소화해 내지 못했을 테니까.
가만 서있는 자신의 곁으로 한사람 한사람이 다가왔다.
로우드의 호위무사로 알려진 여인. 자신을 처음 마중나왔던 스피든. 그리고 그의 스승이라하는 첼로스까지.
그의 사람들이 있음이 부러우며, 늙어가는 노인으로서 대견해 보인다. 조금은 모순된 마음들.
'빚을 지워주는 것으로 만족해야겠지.'
빚이라는 것을 약속으로 확답을 듣지는 못했으나, 그가 바라 본 로우드는 자신이 던져준 깨달음에 대한 빚을 분명 갚을 것이다.
로우드란 사내는 신의가 있어 보이는 인물. 만약 자신이 건네 준 깨달음에 대한 빚을 로우드가 잊어버린 다면 그것은 자신이 사람을 잘못 보았기 때문이다.
'가야겠지.'
이곳은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이 아니다.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은 국왕 스웨드가 있는 곳이다. 로우드 자작은 이대로 둔다고 하더라도 아무런 일이 없을 것이다. 곁을 지키는 이런 든든한 사람들이 있는데 무슨 일이 있겠는가.
작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네고는 모헤로 공작은 로우드의 성 밖을 향했다.
'가자.'
그리고 자신의 힘으로 국왕 스웨드를 보좌하리라.
애당초, 로우드의 힘을 빌리려 했던 것이 자신답지 않았다. 젊을 적 세상을 자신의 것이라 여기며, 공작가의 공자임에도 불구하고 사방팔방 떠돌던 자신이 아니던가. 패기 하나 만으로 살아 온 자신이다. 그리고 자신의 강함은 결코 로우드보다 못하지 않다 생각한다.
'하면된다.'
로우드의 자신감 넘친 모습을 보며, 젊을 적 자신을 떠올린 모헤로 공작. 거기서 힘을 얻고 다시 국왕 스웨드를 향해간다.
모헤로 공작과 로우드의 짧았던 만남.
공작은 젊은 로우드로부터 새로운 도약을 위한 자신감을 얻었다. 그리고 로우드는 공작에 대한 빚과 함께 오러 마스터라는, 새로운 경지에 들어설 수 있었다.
챕터 10 몸을 일으키다.
검, 그 자체에 목숨을 걸진 않았다. 그러나 강함이라는 것 자체에는 목숨을 걸었다 해도 좋을 것이다.
'전생엔 단지 하루 하루가 치열했다.'
전생에는 먹고 살기위해 든 것이 처음으로 검이었다. 단지, 굶지 않기 위해서라는 생각하나로 시작한 것이 검이었고, 그 끝이 마법이었다.
'인연이 닿아 새로운 것을 얻었으나, 임시방편으로 사용했을 뿐. 세상의 진리보다는 하루 하루 먹고사는 것이 중요했지..'
마법도 기회가 닿아서 살기 위해 익힌 것일 뿐, 바로 앞에 있는 하루, 하루를 생각했지 먼 미래를 그리고 익힌 것이 아니었다. 세상에 대한 진리의 탐구? 그런 것은 돈 많은 마법사들이나 할 수 있는 그런 것이었다. 치열하게 살아왔고, 그 덕에 하급마법이나마 익혀서 살아온 전생.
'그리고는 새로운 삶.'
군주의 시간 184편 - 몸을 일으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