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주의 시간-184화 (184/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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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퀴한 냄새를 자랑하는 로우드의 연공실. 환기 시설이 되어있다 하더라도 몇 달이나 계속 같은 공기가 머무르면 당연히 이런 냄새가 날 수밖에 없다.

허나, 수련을 위해 내부는 밝게 만들어져 있어 분위기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조용하고 적당한 조명으로 수련하기에 딱 좋은 환경.

'열심히군.'

홀로 수련을 하고 있는 로우드가 대견하면서도, 스승으로서 괜찮을 것인가에 대해서 걱정이 된다. 보통 이렇게 갇혀서 수련을 하다보면 실력 자체는 올라간다 하더라도 어린 나이인 경우에는 성격이 삐뚫어지거나 하기 때문이다. 물론 로우드가 어린 나이는 아니지만 스승인 첼로스가 보기에는 그는 언제까지나 애다.

첼로스에게 로우드는 제자로서 언제나 보살펴주고 위해줘야 할 자식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계단을 성큼 성큼내려와 보니 첼로스의 눈에 오랜 시간 보지 못한 로우드가 시야에 들어온다. 깊게 닫힌 눈, 가부좌를 틀고 있는 몸.

한창 명상에 빠져있다는 뜻이다.

'영주..'

방해가 될까 싶어 첼로스는 한동안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서있었다. 로우드 같이 높은 경지에 이르면 명상도중에 깨달음을 얻는 경우가 대다수이기에 혹시나 방해가 되면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가 조금만 경지가 더 높았어도..'

오러 익스퍼트 최상급의 경지가 결코 낮은 경지가 아니지만, 자신의 경지는 이미 자신과 같은 오러의 경지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스승으로서 자신이 해줄만한 것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같은 경지인데 무엇을 설명하겠는가.

그저 자신의 제자가 잘 하겠지 하고, 믿고 곁에 있어 줄 뿐이다.

이십분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다른 이가 왔다는 것을 느꼈을지 혹은 정해졌던 명상의 시간이 끝나서 인지는 모르나 로우드는 명상을 끝내고 눈을 떴다.

"스승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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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보는 존재인 자신의 스승 첼로스다. 게다가 자신 홀로 수련을 하고 있는 연공실에 스승이 아니라 할지라도 누군가 다른 존재가 찾아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자신이 수련에 집중을 하겠다고 연공실에 들어왔음에도 방해를 할만한 인물은 영지내에 없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 있는 것인가.'

자신의 수련을 방해할 만큼의 일이 났기에 스승이 찾아 온 것일 터. 로우드는 첼로스의 등장에 큰 궁금증을 느꼈다.

"영지에 무슨 일이 났습니까?"

"아니네. 영지는 아주 잘 성장하고 있어, 비록 영주가 있을 때보다는 못하지만 말야."

"하핫. 스승님께서 제 얼굴에 금칠을 하시는군요. 그렇다 함은 무슨 일이 있기에 손수 이렇게 연공실까지 찾아오신 겁니까?"

"내 영주가 얼마나 강해졌나 해서 이렇게 찾아왔네."

괜한 농을 거는 스승 첼로스. 이렇게 하는 것을 보면 그리 급한 일은 아니다.

'스승님께서야 농담이시겠지만...'

어차피 영지 내부에 아무런 일도 없다면, 스승 첼로스와 오랜만에 검을 한번 교환해 보고 싶었다. 자신이 이곳에서 생활하며 얻은 마법과 새로운 전투방식의 결합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를 알고 싶은 것이다.

자신을 제외하면 영지에서 가장 강하다 싶은 이가 스승인 첼로스이니, 한명의 전사로서 호승심이 일어난다. 자신의 스승도 검을 교환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 결코 거절하지 않으리라.

'허허. 하나도 변하지 않았군..'

스승인 자신에게도 호승심을 느끼는 것. 그러면서도 예를 잃지 않은 제자. 어린 나이는 아니나, 홀로 수련을 하는 것이 때때로는 심성에 좋지 못한 일이 일어나기에 염려를 했었던 자신이다. 허나 지금 눈을 빛내고 있는 제자 로우드를 보면 자신의 걱정이 헛되게 여겨진다.

제자는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으며, 나아가는 길은 제대로 된 올바른 길이었다.

항상 자신의 기대 이상으로 행동해주는 제자.

'내 말년의 복이지.'

기분 좋은 생각을 하며 첼로스는 검을 툭툭하고 쳤다.

검을 한번 겨눠보자는 뜻이다.

**

영지내의 인물들은 첼로스를 보낸 이유가 로우드에게 윗사람은 첼로스 밖에 없기에 보낸 것이다. 허나 한가지 계산을 잘못한 것이 있다.

첼로스나 로우드나 천상 검사이자 전투를 좋아하는 전사라는 것. 둘이 오랜만에 만나면 검을 겨루는 것을 잊어버린 것이다.

모헤로 공작이 급하게 찾는 것도 잊고 첼로스는 로우드와의 대결에 빠져들었다. 둘답다.

"하핫. 스승님 급한 일은 아니군요."

사실 급한 일이다.

"그렇네."

그러나 첼로스도 검을 겨루는 것 앞에서는 그 침착함이 사라지는 것이 문제다.

"이번에 스승님께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뭔가?"

"제가 이번에 수련에 집중하게 된 이유는, 강해지기 위해서이지 않습니까? 스승님께는 죄송하지만 검에만 집중하기 위해 수련을 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

"알겠군."

검에만 집중하지 않는 다는 것. 마법도 사용하겠다는 소리다.

"좋지."

강한 이와 싸우는 것은 대결하는 자가 제자라고 해도 좋은 법이다. 검에 더해 마법을 쓰면 어찌하랴. 상관없었다. 오히려 로우드가 이리 걱정하는 것이 자신을 배려하는 것이기에 기분 좋을 뿐이다.

시원시원한 첼로스의 대답에 로우드는 안심하고 검을 뽑아들었다.

"먼저 가겠습니다."

어찌 스승에게 먼저 오라 하겠는가. 자신이 오러 마스터가 된다 하더라도, 언제나 선공을 하는 것은 자신이다.

"오게!"

신난 둘.

"실례하겠습니다. 윈드 업! 헤이스트! 스트렝스!"

1-3서클 사이의 낮은 서클들이기에 5서클 마법사인 로우드는 금세 강화 마법 3단 세트를 사용했다. 동시에 뒤이어서 마법을 사용한다.

"익스텐션(Extension)!"

보통은 이런 것을 기다려 주지 않으나, 그저 실력을 가늠하고자 하는 대결이기에 강화 마법을 사용하는 것도 지켜봐 주고 있는 것이다.

"대인 마법은 너무 위험해서 사용하지 못하나, 기본적인 부분들은 하도록 하지요.

인비저빌리티(Invisibility)!"

사실 말은 다 사용하지 않는다 했으나, 할 수 있는 마법은 죄다 사용하고 있다.

투명마법으로 첼로스의 시야에서 순간 사라지는 로우드.

'어딘가.'

오감으로 느끼는 것이 아닌 육감으로 로우드가 어디쯤 있나를 가늠하는 첼로스. 수 많은 실전을 겪었기에 잠시간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에도 당황하지 않는다. 침착함이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최고의 장점 중 하나!

"재밌군."

첼로스의 말이 끝나자마자 로우드가 오른편에서 부딪쳐 온다.

차앙.

하며 부딪치는 둘의 검. 첼로스는 투명하게 몸을 숨겨 온 로우드를 간파하고 검을 막아낸 것이다.

'이거 참, 이래서야 오크 로드에게도 먹힐는지.'

자신의 스승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나 인비저빌리티가 먹히지 않은 것은 뼈아프다. 스승도 반응해 내는데, 스승보다 더 강하다 여겨지는 오크로드는 당연히 간파하지 않겠는가.

'그렇지만!'

로우드가 준비한 마법들은 이것들 만이 아니다.

"블링크(blink)!"

순간이동으로 순식간에 첼로스의 뒤를 점하는 로우드.

"허어!"

급히 허리를 숙이며 회피하는 첼로스다. 이번의 공격은 첼로스로서도 꽤나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블링크(blink)!"

연속해서 블링크를 사용하여 로우드는 첼로스와의 거리를 벌렸다. 새로운 마법을 사용할 여유를 얻기 위함!

"셰도우 몬스터(Shadow Mon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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