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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에 있는 요새에서 생활하며 숯한 전쟁을 겪었던 자신. 지친 몸을 이끌고 고향으로 돌아가 수십년의 기간동안 휠튼 남작의 평기사로서 세월을 죽이며 보냈다.
무언가를 하기에는 자신이 너무 지쳤다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요즘에 들어서는 그런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사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 젊은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좋고,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이 너무 좋은 요즘이다.
다시 젊은 시기의 자신이 된 듯이, 활동적으로 생활하고 있는 첼로스였다.
"이번엔 가로 베기 500회를 실시한다!"
"옙!"
어디선가 한숨소리가 들려오는 듯도 하지만, 오늘도 이 어린 기사 후보생들을 위해 함께 검을 휘두르는 첼로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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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와중에서도 행복에 겨워 있는 이들은 또 있다. 바로 스피든과 파르넨 그리고 영지에 있는 마법사들이다.
마법사에게 가장 행복할 때를 물어보면 하나같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연구를 할 때가 가장 좋지!"
"마법 연구를 해서 경지가 오른다면야! 다 돈이 없어서 못하는 것 아니겠어?"
그렇다. 바로 마법연구와 마법사는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로우드는 세상과 부딪쳐가며 세상에 대한 진리를 탐구해서 마법사로서의 경지를 높인다면 보통 마법사들은 연구를 통해서 세상을 알아가는 자들.
로우드가 마법사로서 이상한 것이지, 보통의 마법사들은 연구를 하며 살아간다.
연구에 미쳐서 굶주리고 있는 마법사들에게 로우드가 명령을 내렸다.
"새로운 무기를 만들고, 군비를 확충하기 위해 준비하라."
마법사들에게는 그 말이 이렇게 들렸다.
"연구를 해라! 마법을 위한 연구를!"
본래 듣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서 뜻이 왜곡되어 전해지는 법. 연구에 미쳐있는 마법사들은 군비를 확충하기 위해서 '쓸만한' 무기를 만들어 내라는 뜻을 그들은 '마법 발전을 위해 연구를 하라'라는 말로 알아들었다.
사실 이것에는 스피든의 잘못도 있다. 아니 불을 부친 것도 있다.
회의를 끝내고 온 스피든. 오자마자 마법사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영주님꼐서 연구를 하라고 하셨다! 새로운 마법 연구를 하라고 말이지!"
중요한 요점은 싹다 뺀 스피든. 사실 속으로야 로우드가 마법무구 쪽에 연구를 하라고 한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마법사의 탑에서 살아 온 스피든으로서는 무기만 만들어 내는 것 보다는 새로운 연구가 더 좋았다. 덕분에 자기만의 사심을 가지고 로우드의 말을 '재해석'해서 영지의 마법사들에게 잘못된 말을 전한 것이다.
"우오오오!"
"역시 영주님이 최고입니다!"
잘못 전해진 말 덕분에 불타오르기 시작한 마법사들!
그들은 밤세기를 밥먹듯 하며 새로운 연구에 혼을 불어넣고 있었다.
'괜찮을까...'
영지의 마법사를 보고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리기 시작한 스피든.
'에이 뭐, 몇 개 일단 연구하고, 그때부터 무구를 만들면 되겠지.'
무책임하게 생각하기를 접어버렸다. 그래. 그래야 마법사 다운 것이다.
돈 먹는 기계들인 마법사들은 신이나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고, 연구의 방향은 점차 이상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허나, 그들에게 제동을 걸 인물인 로우드가 수련에 집중하고 있기에 그들을 막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로우드의 수련에 신이 난 인물들 중 하나인 마법사들은 그렇게 마법 연구를 위해 열심히 뛰고 있었다. 로우드의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가고있는 마법사들의 연구. 그 결과물이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가 없는 일이다.
* * * * * * *
물론 마법사들이나 첼로스와 달리 불만에 찬 인물드도 꽤나 많았다.
"에힝! 역시 인간은 믿을바가 못돼!"
영지전이 끝나면 자신과 함께 '예술활동'을 하겠다고 약속한 로우드다. 새로운 군비 확충에만 매달리기 보다는 분명히 예.
술.
활.
동을 하겠다 했는데 자기 혼자서 수련을 하겠다고 잠수를 타버린 로우드.
영지에 있는 드워프들을 통솔하고 있는 프레핸드로서는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그냥 둘 수도 없고...'
오크의 준동 때문에 마의 숲의 언저리에서 생활하던 자신의 부족들은 난리가 났었다. 오크들이 미칠 듯이 들이 닥치니 드워프들로서도 버틸 재간이 없었던 것이다.
덕분에 그나마 안전한 편인 프레핸드가 있는 곳으로 부족에 있던 드워프들이 죄다 이민해 왔다.
자신의 부족원들이 죄다 이곳에 왔다는 것을 로우드에게 보고를 해야 하는 프레핸드였지만 아직도 하지 않고 있었다. 로우드는 믿는다고 하더라도 로우드의 밑에있는 우른에게 한번 잡힌 전력이 있는지라, 새로 들어온 자신의 부족원들에게 나쁜 일이 생기지 않을까 염려해서 그런 것이었다.
그래도 로우드의 허락없이 로우드의 영역인 영지에서 자신의 부족원들이 살아가고 있는 것은 찔리는 터라, 로우드가 원하는 대로 무기는 만들어 주고 있었다.
'에힝.. 천하의 내가 이게 무슨 꼴인지.'
그러면서도 인간들의 입맛에 맞춰, 무기를 만든다는 게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 그. 한숨이 나오면서도 같이 있는 부족원들을 봐서라도 무기를 만드느라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그였다.
"내 언젠가 담판을 지어야지 원!"
그래도 불평만큼은 빼놓지 않는 그. 그 답다.
영지에 있는 로우드의 여성들도 불만에 가득 차 있었다.
"칫. 로우드는 말야. 대체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엉뚱함이 매력인 매의눈의 단장 레나타. 그녀는 로우드의 말에 따라서 매의눈을 재정비하고 정예화하는데에 열심히 이면서도 불만에 가득 차 있었다.
도무지가 지금의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당장을 위협하는 전쟁이 끝이 났다. 슈모덴 남작령도 이기고 블라디 후작령도 병합하지 않았는가.
그러면 자신과 시간을 내야하지 않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우드는 수련을 하겠답시고 성안에 있는 자신만의 연공실로 들어가 버렸다.
그뒤로는 몇 달이 지나도 눈에 보이지를 않으니 연인인 그녀로서는 화가 날 수 밖에 없었다.
완전히 엘프는 아니라 할지라도 엘프의 피가 섞여있는 자신이기에 영지의 어딜 나가도 자신을 따라다니는 남자들이 줄을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우드 하나만 보고 사는 자신을 로우드는 너무 챙기지 않는다.
"매의눈 정예화고 뭐고 확 내빼버릴까.."
수련중인 로우드가 들으면 놀랄만한 소리를 하면서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레나타다.
"에휴.."
정작 실행은 하지 못하지만 로우드에 대한 불만은 하나, 하나 쌓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불만을 쌓아가는 여인은 여기 또 하나 있었다.
평상시에는 로우드에게 굉장히 순종적인 여인. 리세트 영지 내부에 있는 성을 관리하는 여인이자 메이드장인 세렌도 불만에 가득 가득 생기고 있는 것이다.
"로우드님은 정말..."
이제는 사치를 좀 부려도 되지 않은가! 자신이 과한 사치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세습귀족의 영지를 2개나 더 차지했으면, 성도 좀 확충을 하고 꾸미고 살아야하지 않겠는가.
이제는 빈란드 왕국에서도 알아주는 영지 중 하나가 리세트영지인데, 도무지 성은 달라진 것이 없다. 이마저도 자신이 신경을 쓰지 않았으면 여전히 탁막힌 인테리어에 우중충한 분위기를 자랑하고 있었을 것이다.
'도무지 남자들이란 이런 것을 모른다니까...'
인테리어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야 넘어가자 치자. 성이라도 확장을 해야하지 않겠는가! 여러 영지를 다스리는 대영주의 성인데 말이다!
자신에게 맡기고 들어가면 될 것을 그에 따른 것은 하나도 맡기지 않고 사라져 버린 자신의 낭군 로우드다.
군주의 시간 178편 - 격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