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파이어 볼!"
사실 파이어 볼 하나가 먹힌다고 하기보다는 수십 수백의 오러가 계속해서 작렬하고 있기에 로드가 타격을 입고있는 것이리라.
마법 무구를 발동시킨지 3분.
처음에 기세등등하던 오크로드의 힘이 약간이나마 줄어들었다.
다시 시간이 지나 5분.
"크아아아아!"
오크 로드가 다시 투기의 외침을 부르짖는다. 오러를 입히느라 마나의 대부분을 소모한 기사단들이 오크 로드의 외침에 피를 내뿜는다.
단 한번의 외침으로도 상대에게 타격을 주는 오크로드.
허나 힘을 잃은 인원보다 아직 건재한 인원들이 많다.
8분. 이제 마법 무구를 활용해서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2분.
가능한 한 수없이 오러를 날리고 마법을 날린다.
"스피든!"
준비를 했느냐. 우리가 믿는 것은 너다.
다른 마법사들을 다 물렸으면서도 그 하나를 남긴 이유. 그만의 공격을 시전하게 하기 위함!
"펜타클 익스플로어!"
하나, 둘, 셋 그리고 다섯. 단번에 5개의 익스플로어를 소환 오망성을 그리는 대마법.
단 한번에 5서클마스터의 경지에 이른 스피든의 마나를 넘어서는 마나를 소비하는 마법. 로우드가 지원한 마나석이 없었다면 사용할 시도조차도 못했을 마법이다.
순식간에 오망성을 그리는 펜타클 익스플로어가 오크로드의 몸에 작렬한다.
* * * * * * * *
"크아아아악!"
피를 뿜으며 쓰러져가는 오크로드를 바라보며 쓰랄이 외친다.
"로드시여!"
그리고 그와 함께 주문도 없이 순식간에 빛을 형성시키는 쓰랄. 그리고 그 빛으로 로드의 전신을 감싼다. 보호의 주문.
대결에 개입하지 않겠다 말한 오크 주술사 쓰랄이지만 자신의 눈 앞에서 오크로드가 죽어가는 것을 바라 볼 수 없었다. 일종의 거짓말을 한 것.
허나 자신의 로드를 지키는 것이 그에게는 중요했다.
여유를 알아가고, 강함을 알고, 기다릴 줄 알게 된 자신의 오크로드.
그를 보좌하며, 로드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제자인 것처럼 느껴졌다. 하나 하나 성장해 나가고 배워가는 것이 보람되고 뿌듯했다.
'구해야 한다.'
대결에 끼어들어 더럽다 하여도, 오크 로드가 자신의 명예가 더럽혀 졌다 자신을 죽일지 몰라도 그를 보호해야 했다.
오크 로드에 작렬하는 오러들을 막아낸다. 주술사로서의 전력을 다한 보호막은 능히 해냈다. 비록 로드만은 못할지언정 오크로드 다음으로 강한 쓰랄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슈메라 미라토."
인간의 마법사처럼 주문을 외우는 쓰랄.
빛에 둘러싸인 오크로드의 몸이 두둥실 떠오른다.
"마, 막앗!"
인간의 로드로 보이는 이가 외치지만, 방법이 있겠는가. 오러로 날린 검이고 화살이고 모두가 막히는데 이를 막을 방법은 없다.
자신이 전력을 다해서 하는 주술이다. 쉽게 막히기엔 그동안 바라 본 동족들의 죽음이 나를 강하게 만들어주었다.
"오크들이여!"
오크들은 강자를 따르는 것이 본능. 보통의 오크들보다 강해졌다고 하더라도 아직 본능은 남아있다. 로드가 쓰러진 이상 이인자인 자신이 가장 강한 것은 당연.
그러기에 오크들이 자신의 말에 집중한다.
"물러난다! 그리고 로드를 보호하라!"
자신도 급히 몸을 날리며 오크로드와 함께, 달려가는 오크주술사 쓰랄.
빠른 진격 속도만큼이나 물러나는 오크들의 걸음이 굉장히 재빠르다.
"젠장할!"
아직도 수만의 오크들이 남았었다. 고작 천도 되지 않는 병력으로 저들을 따라가기엔 무모하다. 쫓아갈 수 없는 상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욕밖에 없었다.
오크와 로우드측의 공방전.
너무도 어이가 없게 끝이 나버렸다.
* * * * * * * * *
그 다음날. 힘을 추스른 로우드가 급히 추격전을 시작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레인저가 아무리 인간중에서는 숲에서 많은 생활을 했다 하더라도, 오크는 숲에서 태어나고 자라 생활한다. 인간보다 숲에대해서 잘 아는 것은 당연하다.
거기다가 많은 전투를 통해서 강해져서 오크가 아닌 하이오크라 불리는 존재들이 아닌가. 하나 하나가 강한 오크이기에 인간들에 비해서 빠른 진격속도를 보여주고 있었다.
물론, 자신의 병사들을 두고 레인저 기사단만으로 오크들을 쫓으면 어찌 어찌 추격이 가능할 지도 모른다. 허나, 병사들을 두고 레인저 기사단만 오크들을 맞이한다면 기사단의 필패다.
병사들도 함께 데리고 가는 것 밖에는 로우드로서도 답이 없었다.
살아남은 약 4만이 넘는 오크들. 그들을 죽여 버려야 만 후환이 없을 텐데, 오크들과의 거리는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 * * * * * *
로드를 데리고 가는 오크들은 자신들이 처음 진격을 시작한 북쪽으로 계속해서 진격하고 있었다. 목적지는 전 블라디 후작령.
"로드시여.."
수십의 오크들이 오크로드를 들어 움직이고 있었다. 이제 막 정신을 차렸을 뿐, 강한 회복력을 가진 오크로드임에도 아직도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진건가.."
오크 신의 화신. 자신이 진 것인가.
"그렇습니다."
"어찌 목숨을 살렸지."
인간들이 자신을 살려줄 리가 없다. 자신이 인간이라 할지라도, 대결에서 이겼다고 해서 오크 로드를 살려주지 않을 것이다. 살려두었다가는 그 후환이 두려우니까.
"죄송합니다."
쓰랄의 말. 아아, 알겠군.
"쓰랄이 마지막에 끼어든 것인가."
마지막에 자신에게 작렬한 마법. 그것은 적이 이상한 마법무기에서 날린 것보다 강한 파괴력을 선보였다. 단번에 수만의 오크들을 죽일 수 있는 파괴력을 가진 마법이 자신에게 작렬했을 때. 그때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그 때. 자신은 죽음을 느꼈다. 그것을 주술사 쓰랄이 살려낸 것인가.
어쩌면 힘으로만 모든 것을 해결하려 드는 자신보다 대단해 보이는 주술사다.
"죄송합니다."
로드를 죽게 할 수 없었습니다. 로드는 저의 모든 것이니까요. 뒷말은 궂이 하지 않아도 오크로드도 자신의 뜻을 알 것이다.
"하아."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한숨을 쉬었다. 처음 느껴보는 패배다.
일대 일의 대결은 아닐지라도. 자신은 졌다.
인간들은 준비했고 강해졌다. 자신은 거기에 나서서 졌다. 다시 정리해 봐도 진한 패배감만 몰려들 뿐, 다른 느낌이 들지 않는다.
자신은 진 것이다.
"우리도 준비를 하면 강해질 수 있을 것인가."
투쟁을 통한 같은 오크의 죽음. 죽어가는 오크들을 통해서 힘을 얻는다. 그것을 통해서 자신들은 강해졌다. 그 방법으로 여기까지 왔지. 그게 오크들의 방식.
"모르겠습니다."
언제나 자신에게 명답을 주던 쓰랄도 모르겠다는 말을 한다.
투쟁하는 우리의 방식보다 인간의 방식이 더 나은 방법인 것인가.
'모르겠다.'
지금으로서는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는다.
처음 태어나면서부터 투쟁을 했고, 투쟁에서 선택되어 신의 화신 오크로드가 됐다.
언제나 싸움, 전투, 투쟁, 전쟁. 계속되는 폭력의 반복.
그리고 패배한 자신.
"정말 모르겠다."
오크의 방식이 잘못 된 것인지. 아니면 인간의 방법이 나은 것인지를.
일단 지금은 쉬고싶다.
너무 많이 달려왔다. 물론 이렇게 가만히 물러서기만 할 생각은 없다.
허나, 잠시라도 아주 잠시라도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 오크의 방식이 제대로 된 것인지 아니면 인간이 맞는 것인지를 알아야했다.
"처음의 곳으로 간다."
우리가 가장 많이 모여 있었을 때.
인간들의 영지에서 처음 차지한 곳. 그곳으로 간다.
그리곤 생각을 정리하고 다시 힘을 모은다.
오크들을 모은다. 인간들의 방식을 배운다.
군주의 시간 170편 - 어중간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