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주의 시간-166화 (166/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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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인 내가 있음으로서, 오크들은 투쟁의 의미를 깨닫는다. 그리고 삶을 투쟁으로 승화시켜 강해지지. 자신은 그런 오크들 중에서 가장 강한 자이자 로드.

어쩌면 오크의 신 크룩투가 그의 화신인 자신을 만들어 낸 이유는 앞에 있는 인물 때문 일지도 모른다.

이곳에 오는 마지막까지도 무언가 이상한 감이 오고 있으니까.

오크의 말로도, 새롭게 배우게 된 인간의 말로도 설명이 안 되는 이상한 느낌이 자신을 죄고 있다.

자신의 충실한 수하인 쓰랄은 알까?

"이상하다."

"무엇이 말입니까?"

"난 강해졌다."

"그렇습니다. 인간으로 치면 오러 마스터의 경지라고도 하지요."

인간에 대해서는 나보다 훨씬 잘 아는 쓰랄. 별것을 다 아는군.

"그런데 저들도 나에 맞춰 강해졌나?"

목숨을 걸고 투쟁을 해온 나보다 강해진 것인가.

내가 만족을 할 만큼?

과연 내 마음에 들 만큼? 나의 시시함을 사라지게 할 만큼?

알 수 가 없다. 지금까지 내 옆에서 있어준 쓰랄이라면 알지 않을까.

"시험을 원하시는 겁니까."

변하셨군. 마치 인간처럼.

쓰랄은 그리 생각했다. 투쟁만을 알던 로드가 여유를 알기 시작하고부터 변하기 시작했다. 역대의 오크로드 중 가장 강하다 칭해질만한 지금의 오크. 그러기에 변한 것일까.

알 수 없다.

그저 자신은 로드가 원하는 바를 시행할 뿐.

"시험? 시험인가.. 맞는 것 같다. 저들이 얼마나 준비를 했고 얼마나 강해졌는지 알고 싶다."

로드조차도 자기 자신에 대해서 정리가 되지 않은 것 같다.

'그것은 그것대로 좋겠지.'

오크이자, 오크의 주술사. 그리고 죽음을 보고 강해진 나로서는 로드의 이런 모습도 신선하다.

"원하시는 대로 준비하겠습니다."

로드가 시험을 원한다면 시험을 치러야겠지.

그것이 주술사인 자신이 해야 할 일.

누가 적당할 것인가.

* * * * * * * * * * * * * * * * * * * * *

오크의 군대들이 보이자마자, 이곳 영지의 로드(Lord)인 로우드는 성벽위에 올라 오크들을 위에 올라섰다. 지금은 빈란드 왕국의 세습귀족이자 대영주로서 자신의 준비가 되어있는 곳. 고이튼 성의 한편에 서서 오크들을 바라보는 것이다.

"많고 강해보이는 군."

1만도 되지 않는 수를 가진 자신의 병사들에 비해서 정말 많은 수를 자랑하고 있다. 그리고 그 수를 떠나 멀리서 희미하게 느껴지는 녀석들의 기세가 매우 강하다. 인간으로 치면 군대다운 군대다. 잘벼려진 검같지는 않으나, 투박하게 적을 으깨버리는 도끼와도 같이 느껴지는 녀석들의 기세. 강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하기야 약했다면 이미 자신의 영지에 도달하기 이전에 전멸했으리라.

자신은 아직 도달하지도 못한 경지 오러 마스터를 깨부쉈다고 소문이 난 것이 현재의 오크로드다. 약할 리가 있겠는가.

성 앞에 도착하고는 한참을 분주하게 움직이던 오크들이 어느새 적당히 진형을 갖추고 있다. 아직 인간 군대의 움직임에 비해서는 한참 부족하긴 하다.

'보통의 오크 이상이다.'

잘 짜여진 정규군 같은 움직임은 보이지 못하지만, 징집된 농노병들 보다는 움직임이 훨씬 낫다. 많은 전투 경험을 통해서 군대의 움직임에 대해서 깨달아 버린 오크들 인 것 같다.

"음?'

오크들의 움직임이 멎고, 소강상태에 머무른 그 때.

수없이 많은 오크들의 틈에서 왠 덩치 큰 오크 한 마리가 홀로 성을 향해 온다. 자신의 덩치보다도 큰 다이어 울프를 이끌고 말이다.

'뭐하자는 거지.'

정말 일반적인 오크의 상식을 깨버리는 오크들이다. 전령이라도 보내려는 건가. 뭐지?

해석이 안 되는 녀석들.

일단은 지켜볼 참이다. 오크하나가 왔다고 해서 이 성이 넘어갈 만큼 허술하지 않으니까.

오크들이 이곳 빈란드 왕국을 휘젓고 다니는 지난 시간동안 자신이 준비한 것은 결코 허술한 것이 아니다.

단순히 전력의 강화뿐만 아니라 오크들에 대한 대응전략도 고심에 고심을 더해 짜 놓았다.

그런데 저건 뭔가. 도무지가 오크에 대한 상식대로 활동하는 것이 전혀 없다.

하기야 오크가 오러같은 것도 사용한다 해서 하이오크라 부르는 판에, 이런 거 가지고 놀라면 안 될 것이다. 원래 전쟁이라는 것은 변수가 많은 법이니까.

"저 녀석들, 신기하군."

"예. 오크들 주제에 저렇게 할 줄은.."

첼로스의 말대로 신기한 오크들이긴 하다. 다이어 울프를 타곤 온 것은 보통이라 치더라도, 이것저것 달고 있는 것이 많다.

인간 기사한테서 전투 중에 뺏어온 것인지, 갑옷 같은 것도 부분 부분이지만 착용하고 있다. 거기다가 자신이 타고 있는 다이어 울프에도, 기사의 군마에나 사용하는 여러 장비들을 착용시키고 있다.

빈약하긴 하지만, 오크라는 놈들이 무장을 한 것이다. 인간을 약탈하고, 약탈한 인간들의 무기를 사용하는 것이야 많았다. 헌데, 무장까지 따라하다니, 안 그래도 인간보다 근육량이 많아 강한 힘을 가진 것이 오크다.

인간이 오크에 비해서 우월한 것은 오러를 사용하는 것과 장비인데 그 이점을 오크가 모두 취했다.

오러는 아니어도 오러의 위력을 내는 것을 사용할 줄 알고, 동시에 빈약하다 하더라도 무장도 갖췄으니까.

빈약하다 하는 것도 인간 기사의 기준에서나 빈약한 것이다. 보통의 병사들보다는 많이 걸치고 있고, 인간보다 가죽이 원채 두꺼운 오크로서는 저렇게 중요부위만 가리는 것으로도 큰 방어력 상승을 꽤 할 수 있다.

한참을 성벽 위에서 살펴보고 있으니, 성벽에 다가선 오크가 크게 소리친다.

"크룩투!"

그래, 너의 신의 이름은 크룩투. 알고 있다. 그걸 왜 여기와서 말하는 것일까.

"기도라도 하는 것일까요? 거창하군요."

"..."

반쯤 농담섞인 말에도 첼로스는 묵묵부답이다. 무어가 문제일까.

"저 녀석들 이것으로 확실해졌네."

"무엇이 말이지요?"

"가까이서 보니 알겠어. 마나를 사용하는게 아냐. 뭐랄까. 마나는 마나인데, 좀 광폭하군. 그래.. 살기랑은 좀 다르고."

오크가 크게 외칠 때 사용한 마나를 보고 첼로스가 진지해진 것이다. 마나는 마나인데 일반적으로 사람이 사용하는 것과 다른 마나. 오러로는 비슷한 경지에 있는 로우드도 그것을 느꼈다.

자신이 사용하는 것보다 좀 더 움직임이 활발하고 광폭하다.

"투기(鬪技)군요."

보통의 고요한 마나보다 움직임이 빠르다. 광폭하다 할 정도로 미쳐 보이는 마나. 그럼에도 살기가 아니면 뭐겠는가. 인간이 전투를 할 때나 가끔 나오는 투기밖에 없다.

"투기라.. 그래 투기가 맞군. 가까이서 봐서야 알겠어. 전장에서 굴러먹던 기사가 아니면 모를 정도군. 일반적인 병사나 실전의 경험이 없는 기사들은 투기라기 보다는 살기로 느껴졌을 것이네."

전쟁이 많은 요새에서 한참을 굴러먹던 첼로스. 그리고 용병생활로 많은 전투를 치르고 지금에 와서도 영지전을 수없이 하며 전투를 겪은 로우드.

그 둘이나 되니까 투기와 살기를 구분하는 것이다. 보통의 인간들은 이런 미세한 차이를 구분하지 못한다.

"그리고 살기로 느껴지는 것 때문에 전쟁 자체에서 두려움이 커졌을 태지요. 진정 하이오크라 칭할만 하군요."

로우드와 첼로스가 오크에 대해서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며 분석하고 있는 때에 오크가 다시 부르짖는다.

"나 오크 헤토르! 위대하신 오크로드의 명령을 받아, 결투를 신청한다."

일기토인가. 거기다 인간만큼이나 유창한 언어 사용.

'진정 오크가 맞는 것인가.'

재미있군. 부르짖는 오크의 투기가 자신을 자극 시킨다. 내부에 있는 마나를 움직이게 한다. 빠르게 한다. 몸 안에서 쏟아져 나오게 한다!

군주의 시간 163편 - 오크 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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