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로드가 있다.
동료들의 죽음이 있다.
날아오는 날붙이를 통해 죽음이 가까워진다.
죽음을 느낀다. 그리고 강해진다.
그러나 인간들은 이것을 모른다. 오크들은 죽더라도 그냥 죽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죽음을 통해 살아남은 동료 오크들에게 강함을 건네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을 모른다.
오러를 사용하는 오크들. 카오딘 공작이 하이오크라 칭한 오크들이 20마리가 탄생했을 때.
"꾸에엑!"
오크들은 이사란 성의 성문을 부숴버렸다.
"꾸에! 꾸에엑!"
동료들의 죽음을 통해 강해진 자신이 좋다는 것일까.
아니면 성문을 부숴버리니 등장한 인간들이 반갑다는 것일까.
오크들이 괴성을 지른다.
"마, 막아! 성벽에서는 뭐하나! 화살을 쏘고, 기름을 부어! 뭐든지 하란 말야!"
성주는 그리 명령을 내리면 자신은 성문을 향해 간다.
오러를 쓰는 오크들이다.
아직은 미약하지만 지금까지의 패턴대로라면 더욱 강해질 것이다.
허나 자신은 가야했다. 막아야한다.
시간을 끌어야 한다.
아직 나의 가족들도 빠져나가지 못했단 말이다.
고작 하루도 버티지 못한다니! 이 성을 가지고!
앞으로의 일을 직감하며 이사란 성의 성주는 부숴진 성문을 향해 달려갔다.
그가 성문에 도달 했을 때.
그곳은 이미 아비규환(阿鼻叫喚)이었다.
병사들은 나무조각마냥 쪼개진다. 저들 하이오크에 의해서!
어느새 녀석들의 수는 20이 넘어보인다. 5마리에서 시작된 놈들이 저리 많아진 것이다.
물론 오크들도 줄어들었다. 수천은 달려오던 놈들이 이제 수백밖에 남지 않았으니까.
허나 그만큼 저녀석들도 강해졌다.
'오러 익스퍼트'
이 성에서 오러 익스퍼트는 달랑 6명. 성주인 자신 하나.
그리고 요새랍시고 투입되어있는 오러 익스퍼트들. 그나마 이 것도 성의 규모에 비해서는 많은 것이다.
"가자!"
막아야 한다. 시간을 끌어야 해. 적어도 내 가족이 빠져나갈 시간만이라도.
'이기적이라도.'
나의 사람들을 위해서!
이사란 성의 성주는 가장 앞장서 검을 휘둘렀다.
한번의 검이 자신의 병사를 공격하는 오크의 목을 꿰뚫는다.
'아직은 적응하지 못한 것인가.'
자신의 힘에? 갑작스러운 힘에? 혹은 방심?
"상관없지."
두 번의 검을 옆에 있던 오크가 자신의 무기로 가로 막는다.
그 무기에 덧 씌워진 것은 오크들만의 오러.
'역시 오러군.'
그래. 저 빛은 오러의 표식. 장식이 아니군.
자신의 검을 막는 것으로, 오크는 자신의 오러의 성능을 보여줬다.
"죽자!"
죽어서라도 막으리라. 어떻게든 시간을 벌자.
이사란 성의 성주와 기사 그리고 병사들은 죽어라 분전했다.
성주는 말했다.
"내 가족들을 피난 보낸다. 그리고 너의 가족들도 피난을 가도록 해. 우린 죽는다. 허나, 가족들은 살려야하지 않겠는가."
피난민들은 지금도 성을 통해 빠져나가고 있다.
병사들을 제외 한 모두가 살기위해 도망간다. 자신들이 막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들의 가족이 죽는다.
나라를 위한 충성? 그딴 거에 목숨을 거는 게 아니다. 내 가족을 위해서 거는 것이다.
병사들 하나, 하나가 오크처럼 악바리로 검을 휘둘렀다.
자신의 창을 내질렀다.
죽는다. 이렇게 무기를 휘둘러도 나는 죽는다. 허나 가족은 산다. 나의 자손이 살아남는다.
"이 망할 오크 새끼들아!"
"죽어! 죽어버리란 말야!"
오크들도 이에지지 않는다는 듯 소리친다.
"꾸에에에엑!"
언어는 다르더라도 뜻은 같지 않을까?
서로를 죽인다. 필사의 항전.
초기에 하이 오크가 된 오크들이 이사란 성의 성주와 기사의 검에 몸을 눕힌다.
"크어어억."
성주의 목을 대가로!
오크들도 그냥 죽지는 않는다. 그들은 투쟁한다. 적을 죽인다!
하이 오크들의 수가 총 30이 되었을 때.
아사란 성에 살아남은 병사들은 없었다.
오크의 승리.
목숨을 내어놓고 강해지는 오크.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성을 지키는 인간.
치열했던 전쟁.
오크로드는 자신의 예정대로 1주일간 진군을 멈췄다.
인간들이 모이기를 기다리는 것.
그리고 3주가 되기 전. 나르그 백작령에 지원군이 모였다.
그들의 수는 총 2300. 익스퍼트급 2000명. 하급을 포함한 마법사 전력 300명.
강한 전력. 허나 시간이 너무 오래걸렸다.
지원군을 정리하고 백작이 출발을 했을 때는 이미 3개의 성이 넘어가 있었다.
공격 후 휴식 오크들의 간단한 전략이었지만, 오크들의 압도적 병력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오크 로드가 시간을 주지 않았다면, 나르그 백작령의 3분의 1이상이 넘어갔을지도 모르리라.
다시 한 달의 시간이 되었을 때. 오크들과 반쪽이나마 힘을 합친 인간들의 병력이 만났다.
* * * * * * * * * * * * *
"저들은 강한가?"
사실 쓰랄에게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느껴진다.
저들의 강함이.
"그렇습니다."
기다린 보람이 있다. 피가 끓는다. 이러려고 기다린 것이 아닌가.
"좋다."
정말 좋다. 이제 자신이 나설만한 인간들이 생겼다.
특히 인간들의 한 가운데! 자신만큼 강한 녀석이 보인다. 느껴진다. 아주 멀지만, 느껴진다. 마치 본능처럼.
"소문이.. 사실이었군."
카오딘 공작의 밑에서 활약하는 오러마스터 하번 백작.
오크로드와 같이 그도 느꼈다.
소문은 사실이었다. 오크는 강해졌다.
이유는 모른다. 허나 지금 눈에 보이지 않은가.
오러 마스터인 자신은 느낀다. 저 오크들이 얼마나 강한지를 말이다.
'쉽지 않을 수도.'
오러 마스터인 자신이 전장에 오는 것이 전력 낭비라 여겨졌다.
무술을 얼마 익히지 못한 카오딘 공작이 조심성이 많아 자신을 투입하는 것이라 여겼다.
'그런데 아니군.'
눈 앞에 있는 오크들이 보인다.
자신의 기사들 만큼이나 강한 눈빛을 가지고 있다. 아니 눈빛에 보이는 투쟁심만큼은 자신 이상이다. 오크들은 자신의 기사들처럼 목숨을 아깝게 여기지 않으니까!
"모두 준비!"
허나 인간들도 약하지 않다.
기사의 수 총 2300명! 나르그 백작령은 200만을 투입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익스퍼트급 모두를 투입했다.
그리고 마법사의 수는 320여명. 모두가 세습귀족들의 지원을 받아 마법무구 하나라도 하나 더 걸친 이들이다. 오크들을 압도적으로 밀어붙이기 위해 세습귀족들이 마법사들을 위한 물품을 풀어 준 것이다.
'부딪친다.'
종족이 다른 이들이 서로가 부딪친다.
살아남기 위해서! 혹은 투쟁하기 위해서!
"전진한다!"
가장 앞장서서 달리는 하번 백작!
이건 몬스터 토벌 따위가 아니다. 더 이상 오크들을 우습게 보면 안된다.
저들이 블라디 백작령을 점령한 것은 운이 아니다.
블라디 백작령이 약해서도 아니다. 오크들이 강해서다!
'깨부순다.'
전대의 오크로드를 물리치고 빈란드 왕국을 세운 빈란드 왕처럼!
인간과 오크의 본격적인 부딪침이 시작됐다.
챕터 13. 공평한 오크.
"하아. 하아."
나뿐인가.
2천이 넘는 기사. 300이 넘는 마법사.
모두가 소용없었다. 아니 소용은 있었지.
다만 오크들의 병력을 30만에서 20만정도로 줄였을 뿐. 3분의 1정도나 겨우 죽였다.
앞. 뒤. 옆. 느껴지는 기척들. 오러 마스터가 되고 검처럼 벼려진 기감이 말해준다.
적어도 내 주변엔 인간이 없다. 모두가 오크다.
군주의 시간 159편 - 공평한 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