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주의 시간-161화 (16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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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오크들을 막겠는가. 고작 이 병력을 가지고?

나르그 백작령에 있는 모든 병사들과 요새에 있는 국왕 휘하의 병사들이 모두 동원되어야 겨우 막을지도 모른다. 아니 다 모여도 못 막을 수도.

"나라 꼴 잘 돌아가는 군."

전이라면 속으로 삼킬만한 말도 그냥 내뱉는다. 죽게 생겼는데 그게 뭔 소용인가.

자신이 도망가버리면 자신의 가족조차 받아주지 않을지 모르기에 성에 남아 방어를 하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자신도 도망갔으리라.

그리고 인간들의 준비가 끝나기도 전, 오크들이 들이닥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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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오크입니다!"

놀라서 들어오는 병사. 갑작스런 침공이라면 모를까 이미 예상하고 있던 일.

놀랄 것도 없다.

"왔군."

담담하군. 이미 죽을 것을 알기에 그러는 것인가.

"가자."

내 할 일을 해야했다. 성주로서 이곳에서 병사들과 함께 오크들을 막아야 한다.

'돼지머리 새끼들.'

그놈들이 내 삶의 마지막을 결정할 것 같은 날이 올 줄이야.

세상사는 역시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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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해 보인다."

성이란 것 전쟁을 하다 보니 많이 보게 된 오크로드다. 나무로 만들어진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돌까지. 때로는 삐뚤삐뚤 오크가 보아도 허름한 성들도 있었고, 지금 눈 앞에 있는 것처럼 반듯한 성도 있다.

아니 약간 휘었지만, 오크인 자신이 보기에도 단단함이 느껴지는 성이다.

"요새라고 하더군요."

"요새라. 그럼 처음에 전쟁을 했던 곳도 요새군."

"그렇습니다."

"이번에도 시시할 것 같나?"

"잠시 기다려주시지요."

"알았다."

로드의 말이 끝나자 주술사 쓰랄이 무언가를 중얼거린다.

로드인 자신도 알아듣기 힘든 언어.

5분 정도를 지속하던 쓰랄의 중얼거림이 멈췄다. 단 5분이었는데도 하루종일 도끼질을 한 것 마냥 땀을 흘리는 쓰랄.

"약합니다."

약하다라. 이번에도 강한 인간들은 없다는 것인가. 해가 뜨는 쪽으로 진격의 방향을 바꾸고 나서부터 강한 자를 만나보기가 힘들다.

"... 그런가?"

"아직도 인간들은 모이지 못했나 봅니다."

느리다. 너무 느려. 이렇게 느릴 줄이야.

"기다리기 힘들다. 인간들 너무 느리군."

"저희 오크와 다르게 지도자가 많으니까요. 저희는 로드 하나만 따르면 되지 않습니까. 허나 저들은 로드가 많습니다."

다스리는 자가 많다니. 정말 엉망이다. 대체 인간은 어떻게 이 땅을 다스려온 것인지 모르겠다.

"엉망이군. 시시하다. 나 투쟁을 좋아하는 오크 로드. 허나 도끼질 한번에 끝장나는 놈들을 상대하는 것은 이제 질렸다."

"그렇습니까?"

"그렇다. 그러니 새로 온 오크들을 보내라."

어차피 약하다. 저들을 잡는다고 해서 내 투쟁심이 달아 오를 것 같지 않다.

오히려 입맛만 버리겠지. 그렇다면 차라리 새로온 오크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좋으리라.

"살아남는 다면 강해지겠지."

로드인 내가 있으니까 그럴 것이다.

"여유가 생기셨군요."

여유? 여유라.

"여유가 뭐지?"

"넉넉하다라는 것입니다. 이미 강해지셨기에 넉넉함이 생기신 것이겠지요."

여유. 본디 투쟁을 좋아하는 오크에게는 없는 것.

탐욕을 부리고 투쟁만을 좋아하는 오크. 그리고 그런 오크의 화신 오크로드.

많은 전쟁을 겪고 성장해서 강해진 그는 계속해서 강해짐으로서 자신의 종에는 없는 여유라는 것을 배운 것이다.

'여유라..'

여유를 가지면 강해지는 것인가?

"여유, 아직은 모르겠다. 쓰랄은 가끔 이상한 얘기를 해. 보내겠다, 오크들을."

"로드의 뜻대로 하시길."

가끔은 인간같은 쓰랄이다. 주술사들은 다 저렇게 변하는 것일까.

"크아아아아!"

오크로드의 부름. 모든 오크들의 귀에 박혀 들어가는 그의 목소리.

거리를 떠나 육체를 관통해 그들의 영혼에 울려퍼진다.

"새로 온 자."

나의 부름에 따라 새로 온 오크들.

"저 앞에 거대한 것을 부숴라!"

가서 살아남아라. 부수라. 강해지라.

"꾸에에에엑!"

로드의 울림이 오크들에게 틀어와 박힌다.

인간들의 전쟁처럼 진형도 전술도 필요 없었다.

무조건적인 돌진. 그것이 오크들의 전투 방식.

전쟁이 다시 시작 되었다.

"옵니다!"

그래. 나도 알고 있다. 돼지 머리 새끼들. 미친 듯이 달려 오는 군.

그런데 가만.

"저놈들 왜 다 쳐들어 오지 않는 것이야?"

오크들은 무조건 적인 전진만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런 오크들이 병력을 나눠서 오다니. 반반을 나눈 것도 아니다. 마치 정찰병을 보내듯 오크들의 일부만을 보냈다.

"병력을 나눈 것 아니겠습니까."

"오크가? 허..."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일. 오크가 본대(本隊)를 두고 분대(分隊)를 만들 줄이야.

'나눠서 온다면 더 좋은 것이겠지.'

시간을 더 끌수 있을 테니까.

"꾸에에에엑!"

점점 가까워 지는 오크들의 괴성소리. 구경만 할 때가 아니다.

"궁수대! 준비!"

요새로 쓰이는 성이다. 궁수병들이 있는 것은 당연.

차자작 소리가 들리는 듯, 궁수들은 훈련받은 대로 재빨리 활에 화살을 메겼다.

온다. 오크들이 미친 듯이 괴성을 지르며 오고 있다.

'저것만 보면 보통의 오크들인데..'

그의 말대로 지금의 오크들은 인간들과 전쟁을 겪어보지 못한 오크들.

본대의 오크들에 비하면 아직 약하다. 아직은.

허나 전쟁을 겪을수록 강해질 것이리라.

생각을 하는 사이에도 오크들은 다가오고 있다.

"발사!"

당겨진 줄만큼이나 바삐 날아가는 화살들.

"꾸어어어억!"

달려오던 오크들이 화살에 맞나 나자빠진다. 비록 일부라 할지라도 이게 어딘가.

"생각보다 약하잖아?"

지금까지 블라디 후작령을 밀어부친 오크들 맞나? 고작 이런 화살에도 당하다니.

이야기를 들은것과 다르잖아. 소문이 과장됐던 것인가.

아니면 블라디 후작령이 생각보다 약했던 거였을지도.

'블라디 후작이 무능했군.'

성주는 쉽게 생각하기로 했다. 세습귀족이랍시고 거들먹거리는 블라디 후작이 약한 것이리라.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쉬운 오크들을 상대로 이기지 못 하겠는가.

조금은 쉽게 생각해도 좋겠다고 여기는 성주.

한 발. 두 발. 세 발.

성 밑으로 다가올때까지도 오크들은 용맹하게 달려왔다.

죽음은 무섭지 않다는 듯.

그리고 성벽에 오크들이 다가왔을 때. 성주의 생각은 깨져버렸다.

"저, 저게 대체!"

분명 화살 한방에 나가떨어지기 시작하던 오크들이다.

자신의 눈으로 본 것이기에 분명하다. 오크들은 약했다.

그런데 성 밑에 도달한 오크들. 화살비에도 살아남은 오크들.

그 오크들은 다르다! 아까의 오크들이 아니다!

저것을 보라! 비록 5마리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소문과 일치하는 것을 뿜어낸다.

오러와 같은 것을 뿜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수는 한 마리씩 한 마리씩 늘어났다.

그들의 투박한 무기를 들고 오크들이 성문을 향해 휘두른다.

처음엔 다섯. 그리고 여섯.

한 마리, 한 마리가 오러같은 것을 뿜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성문을 부수는 것이다.

"말도 안돼!"

화살비만 피했다고, 오러를 사용하다니! 너무 쉽지 않은가!

화살비 몇 번만 피하면 오러를 쓸 수 있게된다고 한다면, 기사 후보생들은 죽어라 화살 밭을 달릴 것이다. 오러익스퍼트가 되기 위해서!

그만큼 어려운 것이 오러 익스퍼트가 되는 것이다. 훈련을 열심히 해도 안 된다. 깨달음이 필요한 것이 오러니까.

그런 오러를 비슷하게나마 오크들이 사용한다. 고작 화살 밭을 피해왔다고!

군주의 시간 158편 - 나르그 백작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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