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좋아. 누가 더 뒤끝이 강한지 보자. 누가 이길지를 말야.
안 그래도 열심히 준비했지만, 지금부터는 총력을 다해주마.
오랜만에 승부욕이 불타오르는구나.
'지쳐있던 내가 부끄럽군.'
상대가 뒤끝을 발휘하는데 내가 발휘하지 못하다니! 누가 뒤끝이 강한지 겨뤄보자.
"우른! 우른을 불러와! 영지의 모든 돈을 다 써서라도 오크에게 보여주겠어!"
누가 뒤끝이 강한지를 말야!
이상한데서 불타오르는 로우드다.
"영주님..."
그런 그를 보며 스피든은 당황스럽다.
뒤 끝에 불타오르고 있는 로우드. 전에 있던 피곤함은 보이지도 않는다.
내가 이런 이를 나보다 그릇이 크다 인정 한건가.
이제는 충성을 맹세했으니 되돌릴 수도 없다지만.
'잘한 것... 이겠지?'
새삼스레 후회감이 든다.
***********
스피든의 후회 속. 국왕 스웨드는 오랜만에 크게 웃고 있었다.
"하하하. 오크들이 제대로 한방 먹였군."
"그렇습니다."
자신의 왕국 빈란드에게 오크들이 휘젓고 다니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왕이기에 그것은 당연하다.
허나, 이미 벌어진 일.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상황이 돌아가면 기분 좋은 것 아니겠나.
오크들이 방향을 틀었다.
귀족파가 있는 서쪽으로 말이다.
아주 오묘하게 자신의 장인의 영지는 건드리지 않고 진행하고 있다.
전쟁을 수행하면서 병력을 여러 곳에 투입하는 인간들과 다르게 오크들은 오직 본대만을 가지고 전진하기에 일어나는 상황이다. 진격로가 여러 개가 아니라 하나라는 말이다.
"상황이 아주 재밌있군. 재밌어."
한참을 큭큭대며 웃는 국왕 스웨드. 왕이되고 오랜만에 호쾌하게 웃었다.
"자아. 이제 남의 불행을 가지고 웃는 것은 여기까지 하지. 앞으로의 상황은 어떻게 될 것이라 보는가?"
"오크들의 이동 패턴이 휴식, 공격의 반복으로 이루어집니다. 그 기간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에는 휴식 공격이라하더라도 휴식이 짧았다. 허나 지금은 성하나를 차지하고는 그것을 즐기는냥 오래 휴식을 취하다가 전진을 한다.
"재미있군. 오크들도 생각이라는 것을 하는 것이란 말이지."
"일반인들에게 알려진 역사로는 오크들을 쉽게 물리치고 이 왕국 빈란드를 세웠다고 기록이 되어있습니다만... 실제로는 어렵게 오크들을 물리친 것이니까요."
"그렇지."
왕국의 시조인 국왕 빈란드의 업적을 칭송하고자 하는 것은 왕가로서 당연하다. 그러기에 빈란드 왕국의 왕가는 역사를 왜곡시켰다.
어렵사리 승리한 것을 쉽게 승리한 것으로 바꾼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찌 잡은 것인가?"
"병사들은 한곳에 집결. 국왕파의 기사들도 만반의 준비를 합니다. 아직 모이지는 않되, 언제든 모일 수 있도록 준비를 해두는 것이지요."
"좋아. 그게 최선이겠군."
"그렇습니다."
자신의 왕권을 신장시키고자 노력하는 국왕 스웨드.
지금의 상황을 이용해보고자 그도 나름의 준비를 하고있었다.
**********
"어서 병력을 더 끌어모아!"
나르그 백작을 위시하여 귀족파는 오크들을 쳐부수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크큭. 귀족파여. 아껴두었던 힘을 소진해보라."
국왕은 음침하게 웃으며 자신만의 준비를 하고 있었고.
"크륵! 시시하다!"
오크로드는 자신만의 투쟁의 세계에서 시시함만을 느끼고 있었다. 인간이 자신에게 뭔가 보여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로우드는,
"우오오오오! 오크 새끼들! 누가 뒤끝이 강한지 보자!"
쓸데없는데 불타오르고 있었다.
오크로드가 원하는데로 이루어져 가고 있었다.
인간은 오크라는 새로운 위기에 맞서기 시작했다.
나름의 이유로 모이고, 준비하고, 불타오른다.
오크의 침공이 본격적으로 '변화'를 주고 있다.
챕터 12. 나르그 백작령
"꾸에에. 간다!"
"꾸에에엑!"
여기 저기서 울려퍼지는 오크들의 소리. 단순하게 코를 통해 돼지소리를 내는 것을 떠나, 곧잘 인간의 말을 하는 오크들도 있다.
그만큼이나 오크들이 발전해 가고 있다는 뜻.
오크들의 수는 여전히 25만 마리. 전에비해서 5만마리 정도가 줄었다.
블라디 후작령의 병사들이 애써서 죽인 것이 5만마리인 것이다. 허나 오크들의 전력은 더욱 강해졌다.
강한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 라는 말에 딱 들어맞는 오크들. 오크들은 로드가 함께하는 전쟁에서 싸울수록 강해졌다.
전쟁을 한다. 살아남는다. 강해진다.
단순한 메커니즘. 설사 인간이라 할지라도 적용되는 것.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누구라도 전쟁에서 살아남으면 강해진다. 육체는 피폐해진다 할지라도 정신이나마 성장하는 것이다.
헌데 오크들은 자신들의 신의 사도 오크로드가 있기에 눈에 보일만큼 성장해간다.
아군이든 적군이든 전쟁이라는 죽음의 밭에서 살아남으면 성장하는 것이다.
오크 로드는 그런 오크들을 바라본다.
'시시하지만..'
아직 강한 것을 보지 못했을 뿐이다.
인간들이 그리 약할 리 없다. 약했다면 이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자신이 태어나기 이전부터 이미 오크들이었을 것이다.
"시간은 충분했다."
로드의 짧은 말에 오크 주술사 쓰랄이 와 답한다.
"그렇습니다. 일곱 번의 해가 지고 떳습니다. 인간들은 이것을 일주일이라 하지요."
"넌 인간 같다."
생각이 많아. 보통의 오크들과 다르지.
"죽음을 보고 정신으로 강해졌으니까요."
너의 강함은 정신적 강함인가. 어쨌든 오크답게 강해졌군.
"간다. 해가뜨는 방향으로."
"원하시는데로."
오크들의 재 출병이 결정 됐다.
*********
오크들이 멈춰 있어 한시름 놨던 나르그 백작.
허나 그 시간을 길지 못했다. 회의가 끝난지 고작 4일이 지났을 뿐인데, 오크들의 움직임이 시작된 것이다.
정찰병을 보내놓았기에 오크들이 움직이자 마자 알 수 있었다.
허나 지금 당장에 오크들을 잡을 수는 없었다. 아직 자신을 지원하기 위해 오는 병력들이 모두 도착하지 않았으니까.
아무리 빠르게 온다 하더라도 3주의 시간을 필요로 했다. 이만큼의 속도도 대부분의 지원병력이 고급병력이기에 말을 타고 올 수 있어 빠른 것이다.
"최대한 시간을 끌라고 해! 3주. 3주를 버텨야 한다. 이사란성 사련관에게 가서 전해라 이를 전해라."
자신의 명령에 보좌관들은 급히 움직이고, 전령은 자신의 서신을 받아간다.
서신의 안에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3주간의 시간을 벌라는 명령이 들어가 있었다.
* * * * * * * * *
나르그 백작의 서신을 받은 이사란 성의 성주. 백작령의 가장 동쪽에 있는 영지.
오크들이 움직이는데 달랑 온 것이라고는 서신뿐이다.
지원군도 지원 물품도 없었다.
"하.."
지원도 없는가.
블라디 후작령을 가지고 놀 듯이 몰락시켜버린 저들을 일개 성 하나로 어찌 막으란 말인가.
달랑 시간만 끌라는 명령을 가진 전령을 보내면 끝이란 말인가.
'가족들이라도 보내야 겠군.'
성의 지휘관으로서는 자격박탈일 만한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어쩌겠는가. 자기 가족이라도 살려야지. 자신이 도망가면 시간을 끄는 것 조차 되지 않을 것이다.
허나 가족만은 살려야 하지 않겠는가.
"오크들이 온다. 성이 도달하기 전에 뭐라도 설치해."
얼마 안 있으면 뒤지겠군.
군주의 시간 157편 - 나르그 백작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