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주의 시간-158화 (158/228)

(1)

"저, 저 놈!"

위협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살기위해서인지 그들이 자신들의 날붙이를 가지고 나에게 휘둘러 댄다. 허접한 것들. 너희들의 무기는 그 이상한 빛이 없는 한 나를 상하게 하지 못해.

모든 오크들의 앞에서 인간들을 상대하는 오크로드.

그의 지루함을 그나마 달랠 수 있는 것은 인간들의 피 뿐.

자신의 도끼에 인간들은 쉽게 으깨지고 쪼개진다.

흩날리는 피들.

"좋군."

이런 약한 이들을 잡아도 자신이 조금씩 강해지는 것이 느껴진다.

후아.

강해지는 것이라는 것은 좋구나.

자, 나의 적이라 느껴지는 인간이여. 너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느냐.

나의 이 도끼를 받아 낼 자신이 있느냐. 열심히 사람을 모으고 있느냐.

아님 나처럼 힘을 기르고 있느냐.

인간인 네가 선택한 방법은 무엇이지.

시시한 것이 싫어 너에게 시간을 주었다.

우리 둘이 만났을 때.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말아라.

제발 강해라. 강하길 기원한다.

인간이여, 금방 만날 수 있을 것이다.

**

남진을 하다가 갑작스레 서쪽으로 방향을 튼 오크 무리.

왕정파는 한시름 놓았지만 블라디 후작령 서쪽에 있는 귀족파인 나르그 백작령은 난리가 났다.

대체 저 괴물을 어떻게 막아야 하는가?

그 물음에 답할 이가 아직은 없었다. 아직은.

챕터 11. 썩을 귀족들.

로우드가 잠시 군에 몸을 담았을 때 있었던 곳.

나르그 백작령. 그곳은 오크들의 침공 소식으로 난리가 났다.

계속해서 남쪽으로 향해 가기에 당연히 남쪽으로 갈것이라 여긴 귀족파.

그래서 아무런 인원도 보내지 않고 그저, 시간만 떼우고 있으면 되겠다 싶었다. 나중에 왕정파 인원들이 약해지면 그들의 빈자리를 자신들 귀족파가 나서서 가져가면 되겠다 생각하던 그들. 마음놓고 있던 찰나에 오크들이 서쪽에 일부남은 블라디 후작령의 땅을 마저 점령했다.

거기까지로 끝났으면 좋았으련만, 오크들의 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자신의 영지에까지 쳐들어왔으니까.

로우드의 공을 가로채서 자신의 공으로 돌리려 했던 백작. 나르그 백작.

그는 급히 자신의 동지들이나 다름없는 귀족파 인원들에게 통신을 돌렸다.

자신의 옆에 있는 도헤로 공작이 자신을 도울리는 없기 때문이다. 그는 국왕 스웨드의 장인으로서 완전한 국왕파이니까.

왕의 회의 요청에 불참한 자신들인 만큼 가능성이 낮은 것이다. 그러기에 귀족파는 귀족파 나름대로 살길을 찾아야했다. 이미 쿠테타만 일어나지 않았을 뿐. 나라는 이등분 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무렌 수석 마법사. 당장에 모든 귀족파 인원들에게 통신을 연결해주게."

"알겠습니다."

슈모덴 남작령에서 바로 나르그 백작령으로 갈아탄 무렌 수석마법사는 속으로는 궁시렁거리면서 통신을 연결했다.

'올해에 마가 끼었나. 로우드 자작을 피해서 멀리 나르그 백작령까지 왔다 생각했는데, 이번엔 오크라니. 하아. 말년에 인생이 꼬이는구나.'

속으로는 궁시렁거리면서도 마법을 통한 통신의 연결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었다.

나르그 백작령으로 넘어오자마자 무렌이 바로 수석마법사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하나. 바로 5서클의 높은 클래스를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고작 통신 마법에서 실수를 하면 5클래스가 아깝다.

10분이란 시간도 지나지 않아, 귀족파의 모든 인원들이 통신이 연결되었다.

공작, 후작, 백작 한명. 자작 3명, 남작 4명으로 이루어진 총 10명의 집합체 귀족파. 그런 그들이 멀리서나마 통신 마법을 통해 모였다.

"도움이 필요한 것이겠지? 나는 오크들이 서쪽으로 무리를 틀자마자 내 병력을 출동시켰네. 일단 나의 병력이 지나가는 것에 대해서는 다들 협조를 부탁하네. 사령관은 하번 백작이네."

귀족파의 수장이나 다름없는 카오딘 공작. 그는 이미 나르그 백작이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자기만의 정보조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하번백작이라니. 정말 감사합니다."

빈란드 왕국에서 가장 최고의 정예 병력을 가지고 있다고 일컬어지는 이가 카오딘 공작이다. 그가 병사를 보냈다니 한시름 놨다. 거기다가 사령관으로 하번 백작을 보낸다니.

빈란드 왕국에 몇이 안 되는 오러 마스터 중 1인이 하번 백작이다. 그라면 믿을 만 하다.

오러 마스터는 어린애 땅따먹기 하듯이 올라가는 경지가 아니니까.

"자 이제부터는 다른 귀족분들도 병사를 보내는 것에 합의를 해야겠지. 그렇지 않나, 나르그 백작?"

지금 가장 상황이 급한 이는 나르그 백작. 그렇기에 카오딘 공작은 나르그 백작을 지적해서 자신의 말을 이어가는 것이다. 마음이 급한 나르그로서는 자신의 말에 동조를 할 수밖에 없으니까.

휠튼 남작이 떨떠름한 얼굴로 카오딘에게 묻는다.

"얼마나 병력을 보내면 좋겠습니까?"

귀족파의 단합을 위해서라도 병력을 최소한이라도 보내야한다는 것을 휠튼 남작도 알고 있다. 아무리 이득을 위해서 모인 이들이 귀족파 자신들이라지만, 일단은 서로 보호를 해야 했다. 자신들끼리 자멸해봐야 아무것도 이루어지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거기다 왕정파가 자기들끼리 뭉쳐있는 이상, 귀족파도 서로를 도우며 뭉쳐있어야만 한다. 의리가 아니라 필요에 의해서 서로 뭉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말 그대로 의리가 아닌 필요에 의해서 뭉친 이들. 이득 앞에서 도의라는 것이 없는 이들이기에 병력을 보내는 것 그 자체에 대해서는 동의하면서도 자신의 병력을 최소로 보내고 싶은 이들이다.

'안 그래도 강하다는데.'

정말 꺼려지는 이유는 또 하나 있다. 바로 오크들이 강하다는 것. 북쪽의 중립파로서 자신의 이득을 도모하기위해 동분서주(東奔西走)하던 인물이 블라디 후작이다.

그런 블라디 후작이 자신의 기사단도 남기지 못하고 생각보다 쉽게 죽어버렸다. 만약을 위해서 자신들도 병사들을 아낄 필요가 있다.

"나르그 백작령이 무너지면 우리들도 위험해져. 그것은 당연한 사실이지. 그런 이유로 이번에 확실히 막아내야 해."

"그렇다면 많은 병사를 보내야 겠군요."

"당연하네."

"생각하시는 병력은?"

"병력 그 자체는 나르그 백작령도 많다고 봐. 어차피 요새를 병사들로 꽉 꽉 채워봤자 아니겠나. 그 오러같은 것을 사용하는 오크들에게는 말야. 이왕이면 고급화가 필요 해."

지금 침공을 하는 오크들은 보통의 오크들과 강함을 차원을 달리한다. 최소가 족장급 오크인데다가 오러 익스퍼트 같은 오러들도 즐비하다.

병사들의 수가 중요한 것이 질이 중요한 것이 지금 상황이다.

"그리고 오크들에게 쓴 맛을 보여주긴 해야지. 지금 상대하는 것이 시기상조이긴 하지만, 막긴 막아야하지 않겠나. 왕정파만 좋은 일 해주게 생겼군."

"하아."

왕의 부름을 무시했던 자신들. 그런데 하필 오크들이 자신들 쪽으로 방향을 틀 줄이야.

제대로 똥 밟았다.

"다들 오러 익스퍼트급 인원을 못해도 400은 가지고 있지 않나?"

"그렇지요."

사실이긴 하다. 다들 오러 익스퍼트'급'을 숨기려고 애쓰고 있으나 400정도는 가지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정확히는 마나 유저 상급도 잠시나마 오러를 쓸 수 있기에 오러 익스퍼트 급이라고 칭해서 못해도 400이라는 숫자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정확한 오러 익스퍼트를 치면 그 수는 400보다 낮다. 어쨌든 마나 유저 상급이라고 하더라도 일반 병사에 비하면 정예 병력이긴 하다.

"200씩은 보내는게 어떤가. 마법 병력들도 3분의 2는 데려가도록 해."

군주의 시간 155편 - 썩을 귀족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