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주의 시간-153화 (153/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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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기사들은 뭐하나! 당장에 저들을 기마로 쓸어버려!"

블라디 후작이 흥분해 외친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해야하지 않는가.

마법으로 오크들을 대량 학살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자신에게는 기사가 있다.

그들의 훈련받은 기마와 오러를 사용하는 기사의 힘이라면 저들의 진격을 막아 낼 수 있으리라.

"전진! 전진하라!"

기사단장이 기세를 타고 달려간다. 오크들의 목을 따버리기 위해서.

"죽어라!"

크게 외치며 오러를 실은 검을 오크의 목을 향해 휘두른다.

반으로 갈라버리려 내지른 검.

그런데 생각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지이이잉'하는 오러들의 공명음

"오러?"

오크가 오러를 써? 아니 뭔가 이상하긴 한데.

이게 말이 되나! 대체 뭐냐? 넌 뭐기에 이런 것을 사용하는 거지.

다이어 울프까지?

대체 이 오크들은 어디서 튀어나온 것이냐.

어디서 뭘 한 것이야. 이게 오크들이 맞긴 하나?

기사는 전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존재들을 본 것 같았다.

"이게 무슨 오크야!"

그러나 무의미하다. 자신의 눈앞에 있는 것들은 오크들.

그리고 자신의 종족을 죽여 강해진 하이오크들이다.

"꾸에에에에!"

자신의 도끼를 막았다는 것에 열이 받은 것인지 오크가 괴성을 지른다.

인간의 오러와는 다른 이상한 것을 도끼에 덧씌우고 휘두르는 다이어 울프에 탄 전사 오크!

"꾸엑!"

죽어라 라는 의미일까.

으직.

오크의 도끼가 기사의 머리를 쪼개버린다.

대체 저것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가.

저게 말로만 듣던 오크의 준동인가.

혼란에 찬 블라디 후작의 머릿속.

일단은 물러나야 한다.

"후, 후퇴하라! 후퇴 해."

기세등등하게 출동했던 블라디 후작군은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북에서 남쪽으로. 또 남쪽으로.

오크 준동의 소식은 왕국 전역에 울려 퍼졌다.

챕터 9. 슈모덴 남작가의 굴욕.

오크의 침공 소식은 수도에까지 들어갔다.

"오크들이 난리를 치고있데."

"겨우 오크가?"

"겨우 오크가 아닐세! 듣기로는 오러같은 것도 사용한다고 하는 구먼!"

"에이! 택도 없는 말 그만하시게. 이 사람 취했구만."

주점의 한편에서도 온통 오크에 관한 이야기만 하고 있다.

평민들 중에서는 아직도 믿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기는 하다. 허나 평민들에 비해서 소식통이 빠른 귀족들은 이미 상황을 깨닫고 비상 대책회의를 준비하고 있었다.

******************

국왕 스웨드. 빈란드 왕국의 국왕. 몇 백년간 유지해 온 빈란드 왕국을 다스리고 있는 자.

그런 그가 무거운 표정으로 왕좌에 앉아있다.

그의 앞에 있는 자는 그의 장인. 도헤로 공작.

충성스런 신하이자 그 자신이 아는 한 가장 강한 자.

"도헤로 공작."

"예. 국왕 전하."

"우리 빈란드 왕국의 성립을 알고 있겠지?"

"그렇습니다. 오크들의 준동 때에 사람을 동원하여 작은 피해로 막아내셨던 것이 역사에 기록 된 첫 등장이시지요. 그리고 그 후에."

공작의 말을 끊고 스웨드가 잇는다.

"그 후, 뛰어난 지도력으로 오크들을 물리치는데 성공. 힘을 규합해서 빈란드 왕국을 세우다. 그때 함께 한 동료 18명이 지금의 세습귀족이며. 그들은 마법사, 지략가, 탐험가, 상인, 기사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위치에서 정점에 가까운 인물들의 노력으로 오크의 침략을 막아 낼 수 있었다. 가진바 능력이 뛰어났기에 정작 나라를 세우는 것은 쉬웠을 정도."

지금의 세습귀족들이 있을 수 있는 이유와 빈란드 왕국의 성립시기에 기록된 역사다. 평민들은 잘 모르고 있는 역사다.

"그렇습니다."

"수백년 만의 오크준동인가? 빈란드 왕국 전에 난립했던 국가들과 같이, 우리 빈란드 왕국도 막아 내지 못할 것인가."

"약한 소리는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빈란드 왕국의 시조이신 빈란드 선왕께서는 지금의 왕국보다 낮은 전력을 가지고 오크들로부터 왕국을 지켜내셨습니다."

막아 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굳은 의지를 보이는 도헤로 공작.

"그때는 모두가 힘을 합쳐 막아 낼 수 있었다. 허나.. 지금의 우리는 나뉘어져 있지."

각자의 영역에서 정점을 찍었다는 인간들.

그들의 후손인 국왕과 세습귀족들은 서로의 이권에 모두가 나뉘어져 있다.

국왕 자신은 자신대로 강력한 왕권을 형성하겠다 하여, 세습귀족들의 권력을 줄이느라 안달이 나있었다.

세습귀족들은 국왕이 제한하려 하는 것에 맞서 사사건건 국왕에게 방해를 넣는 상황.

이런 상황을 생각할수록 암담하다.

'우리는 내분이 있지만.'

오크들은 내분이 없다.

'우리는 이권을 위해 싸우지만.'

오크들은 오크로드를 위해서 싸운다.

'우리는 서로가 믿지 못하지만.'

그들은 단합했다. 그리고,

"더욱 강해졌어. 역사속의 기록보다도 2배 이상으로. 암담하군."

그렇다 빈란드 왕국의 역사서에서 보더라도 오러같은 것을 쓰는 오크는 없었다. 정보조직에 의해 파악하기로 그것은 오러는 아니다. 허나 오러와 같은 능력은 낸다.

그리고 그런 오러를 부릴 수 있는 오크들의 존재는 1천여 마리.

다이어 울프를 부릴 수 있는 오크들이 2만.

오크 주술사로 보이는 이들이 500마리.

그리고 나머지 오크들의 전투력도 최소가 오크족의 족장급 능력을 갖춘 오크들.

"저희가 더욱 강합니다."

믿음직한 자신의 장인이지만, 이럴때보면 답답하다.

그는 너무 올곧다.

"물론 우리가 더 많은 기사를 가지고 있고 더 많은 병사들을 가지고 있지. 허나, 세습귀족들이 내어줄까?"

답은 알고 있다. 절대 내어줄 리가 없다. 차라리 왕의 모든 병력들이 죽어버리길 바랄지도.

"요새의 병력을 뺄 수 있을까?"

아크란 제국의 마수로부터 왕국을 지켜야 하는데?

"아크란 제국도 오크들이 날뛰도 있다 들었습니다."

모헤로 공작의 말도 맞다. 빈란드 왕국이 아닌 아크란 제국에서도 오크들이 날뛰고 있긴하다. 아마 오크로드의 부름에 북부인 아크란 제국에 있는 오크들이 남쪽인 마의숲으로 이동을 하느라 생기는 소동일 것이다.

그러나 자신들이 상대해야하는 오크들처럼 강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크로드는 빈란드 왕국에 있는 것으로 판단되니까.

"작전을 짜보세. 이것은 이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왕권이 강화되는 것도 아니지만 방법을 생각해 내야 해. 귀족들을 부르게. 왕권이 낮아진다 해도 어쩔 수 없어. 그들의 도움을 받아야 해. 꼭! 그들이 회의에 참여하게끔 만들어야만 해."

자신이 평생 해오던 일. 왕권강화. 이 일을 포기할 정도로 애타게 세습 귀족들을 찾았으나 그들은 오지 않았다.

수 백년전. 빈란드 왕국의 건립 때.

자신들의 신념을 위해서 각 분야에 정점에 달한 이들이 모였었다.

이권도, 권력도 필요 없었다. 그들에게 필요로하는 건 자신의 신념을 지킬 행동뿐.

그들은 순수했기에 서로를 믿었고, 믿음으로 오크들을 물리쳤다.

허나 수백년이 지난 지금.

서로의 순수는 너무 세상에 물들어 버렸다.

믿음은 불신으로.

신념은 탐욕으로 물들었고.

그 누구도 서로를 믿을 수 없기에, 서로는 나뉘어져 버렸다.

"이 왕국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

국왕 스웨드의 독백만이 허전한 회의장을 가득 채운다.

**

국왕 스웨드의 부름에도 모이지 않던 그들. 귀족파의 한자리 씩을 차지하고있는 세습귀족들은 모두가 카오딘 공작령에 모여 있었다. 국왕의 부름에도 가지 않고 말이다.

"국왕 스웨드는... 결코 이번 일을 버텨내지 못할 것이오."

세습귀족들 자신들이 나선다면 그리 크지 않은 피해로 오크들을 막아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허나 자신들이 가지 않는다면 이야기가 어떻게 될까?

자신들은 동부에 몰려있기에 오크들이 오려면 멀었다.

군주의 시간 150편 - 슈모덴 남작가의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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