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좋군."
"그런데 이게 일회용인지라.."
"뜸들이지 말고 그냥 말하게. 아니 견본이 만들어진게 있다면 봤으면 좋겠군."
"아 그건 제가 직접 만들어 가지고 다니기에 항상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입니다."
작은 철판에 오밀조밀한 마법진이 세겨져있다. 1서클 마법 블라인드가 새겨진 것이기에 크기도 크지 않았고 마력도 많이 느껴지지 않았다. 쉽게 양산할 수 있는 것으로 느껴지는 아이템.
"이거 어떻게 쓰나?"
"투척!
이라 외치고 던지시면 됩니다."
"그래?"
오랜만에 장난끼가 발동하는 그.
"투척!"
하고는 파르넨에게 던져 버린다.
"아악. 영주님! 대체가!"
한참을 블라인드에 걸려 바둥거리는 파르넨. 그도 4서클 마법사이기에 마법 방어력이 있을 터인데도 생각보다 쉽게 당한다.
전투는 많이 겪어보지 못하고 연구에만 매진한 마법사여서 그러리라. 실전이 적어서 저러는 것이다.
몇분뒤에 겨우 겨우 시력을 되찾은 그가 한숨을 쉬며 말한다.
"휴우. 일회용인데다가 자주 쓰일까 몰라서 보고를 드릴까 말까 하고 있습니다."
역시 마법 연구에만 집중하는 마법사는 실전을 모른다.
이렇게 좋은 무구를 만들어 놓고는 그것을 사장시켜 버리려고 하다니. 전에 만들었던 자동 야영기구보다 훨씬 좋지 않은가.
'자동야영기구' 시전어만 말하면 자동으로 텐트가 펴지는 마법아이템이었다. 공간을 활용하기에 많은 마나가 필요한 것은 당연지사.
병사 보급용이라고 만들어 놓고는 쉽게 몇백 골드를 잡아먹는 물품을 만들어내서 화가 났었던 그다.
그런데 이건 어떤가! 1서클이라 많은 마나를 소모하지 않을테니 많은 수를 대량으로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많이 만들어낸 마법아이템을 대량으로 적에게 투척한다고 생각해보라.
일시적으로 시야를 막아버린다는 것은 전쟁에 있어서 큰 메리트.
'이런 것을 사장시키려고 하다니.'
역시 마법 실험실에서 이론에만 매달리는 마법사들은 이런 부분에 약하다.
도무지 실전에 활용하는 방법을 생각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연구실안에서 외골수처럼 지내기만 하다보니 시야가 닫힌 것인지, 아니면 생각이 연구 그 자체에만 가서인지는 모른다.
결과적으로 야영도구같이 바보같은 것만 만들기도 하는가하면, 이렇게 유용한 아이템을 만들어놓고는 사장시키기도 한다.
"이거 당장에 대량 생산으로 들어가게."
"그, 그래도 되겠습니까?"
자신의 것이 채택되었다 생각한 것인지 기쁜 표정으로 변하는 파르넨이다.
"아, 그리고 그동안 연구 결과 가진거 있으면 전부 내놓게."
내가 지켜봐야겠어. 잘하면 새로운 마법아이템들을 건질수도 있겠군. 이라고 생각하며 로우드는 그에게서 서류를 요구했다.
연구실 정리는 싫어해도 마법 연구에 대한 기록은 좋아한느 족속들인 마법사들인지라 연구 내용이 기록된 서류는 금방 파르넨이 건네줬다.
"가보겠네. 수고하도록 해."
로우드는 마법사들을 상대하는 것은 역시 피곤해. 라고 느끼며 영지의 마법 연구소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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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우드, 괜찮아?"
로우드의 호위무사로서 항상 옆에 위치한 이렐리안이 조심스레 로우드를 부른다.
연구소를 나서면서 불안한 표정을 짓는 로우드가 내심 걱정스러울 뿐이다.
적으로 만나서 지금은 자신의 남자가 된 그.
언제나 남들은 미친짓이라 할 만한 일들을 벌이고, 자신의 목숨을 걸고 사람들을 지킨다.
뭐든 열심히인 자신의 남자. 이렇게 불안한 표정을 지을때면 이렐리안 자신조차도 불안해질 때가 있다. 자신의 사람이 많아진 만큼 적도 많아진 그. 모두가 그만을 바라보고 있다.
이 위태위태하게 앞을 나아가는 그가 계속 잘 해나갈 수 있을지, 아니 지금까지 잘해왔지만 힘을 내서 살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쓸데없는 걱정일 수도 있지만 여자마음이란게 원래 그런 것 아닌가.
모성의 발동인지 자신의 남자는 한없이 애같이 보이기도 하고, 힘든 일을 할때면 안쓰럽기만 하다.
'사랑해서겠지.'
로우드 앞에서는 부끄러움에 사랑한다 말하지 못하지만 속으로는 인정했다. 로우드를 사랑한다는 것을.
"힘내. 로우드. 응?"
자기 나름대로 귀엽게 말하는 그녀의 표정에 로우드가 작게 웃음 짓는다.
"고마워. 이렐리안."
잘 해나갈 수 있겠지. 이렐리안의 응원에 조금이나마 힘을 얻는다.
'그래 해봐야지.'
다시 힘을 내서 해내야 겠다 생각하며 로우드는 성으로 발걸음을 옮겨 갔다.
나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나의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그 누구도 자신의 사람들을 건드리지 못하게 하기 위해.
나는 계속해서 발전할 것이다.
오늘도 평안한 하루를 누린 것에 감사하며,
불행했던 전생(前生)을 잃지 않고, 나는 나아가리라.
세상을 살아가는 자신만의 다짐을 다시한번 되뇌이며 로우드는 앞으로 나아갔다.
챕터 8. 오크의 뒤끝?
슈모덴 남작과 전쟁을 벌인 해가 지나갔다.
자신은 영지전에 승리했고 슈모덴 남작은 패배했다.
승리해서 얻은 영지들의 안정화를 위해 시간을 보내다보니 어느새 한 해가 지나간 것이다.
그래도 아무런 소득없이 시간을 죽인 것은 아닌지라, 로우드의 영지는 무럭 무럭 자라나고 있었다.
변화의 첫 번째. 무력부분에서는 자신의 병사들의 마법무구 무장이 한가지라도 완료됐다. 물론 아직은 스트렝스가 걸린 기본적인 마법무구만 장착한 것이지만, 어느 나라의 병사들이 마법무구로 무장을 했겠는가.
로우드가 알기로 자신의 영지를 제외하고는 마법무구로 무장한 영지는 없다. 덕분에 병사들의 사기와 함께 전력도 증가한 것은 당연.
병사들을 대우해주니, 내가 로우드 리세트 자작의 병사라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땀을 흘리며 훈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기사들의 수도 점차 늘어나 지금은 대부분의 레인저 출신이 기사가 되었다. 홀로 수련을 하는 것보다 자신의 것을 공유하면 얼마나 크게 발전을 이룰 수 있는지 보여주는 부분이다.
레인저 출신의 병사들이 자신 혼자서 깨달음을 숨기고 있었다면 결코 이렇게 많은 기사들이 탄생하지 않았으리라.
로우드로부터 시작해서 자신의 것을 나누는 것이 당연시 되는 분위기의 영지이기에 기사들이 서로 깨달음을 공유했고 이는 전력 상승으로 이어졌다.
기사들의 무장도 강화가 되어서 전에 파르넨이 개발한 블라인드 폭탄도 가지고 있다. 보통의 기사단들은 명예를 중시해서 이런 아이템을 사용하지 않는다. 허나 레인저에다가 전부가 평민 출신으로 이루어진 로우드의 기사들이 그러겠는가.
"오오오! 이거 장난 아니군요!"
"에잇! 투척!"
이것을 이용한 자신들만의 함정도 만들어 냈다. 블라인드 함정이라고 말하는데 정규전에도 사용할 만큼 효율이 높은 것을 마법아이템을 응용해서 만들어낸 것이다.
거기다 서로간의 대련에까지 사용하는 것도 모자라 장난으로까지 사용을 해서 전투 외에는 사용하지 말라고 규칙까지 만들었을 정도다.
로우드를 닮아서인지 새로운 것에 대한 적응이 매우 빠르다.
상업부분에 있어서는 규모는 커졌지만, 약간의 발전만 있었다. 로우드가 주력으로 삼는 것은 두 가지다. 마법을 이용해서 키운 딸기와 포도 등을 이용한 술들과 오크 가죽을 이용한 몬스터 가죽갑옷이다.
첫 번째 올해에는 술과 과일들을 이용한 부분에서 문제가 좀 났다.
"나도 한번 마법을 사용해서 해야겠군."
"마법이라.."
하면서 다른 세습귀족들도 자신의 영지에 속한 마법사들에게 돌아가면서 마법을 쓰며 특산물을 키우게끔 한 것이다.
물론 고위 마법사들에게 이런 것을 시킬 수는 없었지만, 용병 마법사들이 있지 않은가.
특산물 자체가 귀족들이나 혹은 부자들만 이용하는 높은 가격을 자랑하는 물건인지라 마법사들을 활용해서 농사를 지어도 충분히 이득을 냈다.
군주의 시간 147편 - 오크의 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