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며칠 후. 로우드가 왕성에 있는 동안 모든 세습 귀족들이 왕궁에 하나, 하나 도착하기 시작했다. 중도파로 유명한 블라디 후작에서부터 시작. 로우드의 공을 자신의 공으로 돌리던, 나르그 백작. 귀족파의 수장으로 유명한 카오딘 공작까지.
빈란드 왕국 권력의 핵심들이 모두 모였다. 모두가 나름 긴장한 얼굴로 자리에 앉는다.
원하는 바가 있기에 제대로 얻을 수 있을까 싶어 긴장하는 것 일테지.
"회의를 시작하도록 한다."
국왕 스웨드의 짧은 말을 시작으로 회의가 시작 되었다.
"소신 카오딘. 국왕 전하께 아뢸 말이 있사옵니다."
"말하게."
"여기에 평상시처럼 대리인을 보내지 않고 회의를 참여한 이들은 모두 한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이 왕국에 분란을 일으키는 존재. 로우드 리세트 자작 때문이죠."
분란이라. 크큭. 본인을 앞에 두고 할 말은 아니군.
로우드는 그리 생각하며 가만 지켜봤다. 지금은 지나가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그래서 원하는 바가 뭔가?"
국왕은 로우드의 표정을 살피며 회의를 진행해 갔다. 어찌됐든 이번 회의의 주인공은 로우드이니 신경이 쓰이는 것이다.
"당장에!"
말에 힘을 준뒤 잠시 숨을 고르는 카오딘 공작. 좌중을 휘어잡는 말을 할 줄 안다.
"슈모덴 남작에게 땅을 돌려주어야 한다 생각합니다!"
슈모덴의 말이 끝나자 마자 바로 반박을 하는 이가 있었다. 아니 말을 잘하는 카오딘 공작이라면 뒤에 말을 이어갔을 수도.
"택도 없는 소리입니다."
존대를 하는 것은, 로우드가 갖춘 최소한의 예의.
"택도 없다?"
로우드 본인을 앞에 두고도 욕을 하는 카오딘 공작을 보고 로우드가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거기다가 자신의 영지가 마의 숲 언저리에 던져진 것은 저 공작 녀석의 주장 때문이 아닌가! 이 일이 아니어도 어차피 악연이다.
"제가 먼저 쳐들어 간 적 없습니다. 슈모덴 남작측이 먼저 쳐들어 왔지요. 저는 방어를 위한 최선의 방법을 취한 것 뿐. 먼저 공격한 바가 없습니다."
로우드의 말대로 로우드가 먼저 쳐들어 간 적은 없었다. 뒷 공작이든 뭐든, 공식적으로 먼저 쳐들어 온 쪽은 슈모덴 남작 쪽이다.
"저는 제게 공격하는 이를 가만 둔적이 없습니다."
그가 카오딘을 째려보며 말한다. 자신을 공격하는 이를 가만두지 않는다는 말은 카오딘 공작에게 하는 협박.
"어허! 어린 사람이!"
내가 전생 나이까지 합치면 너랑 나이가 같을 게다.
"어리기 이전에 같은 세. 습. 귀. 족 이지요."
"이익!"
카오딘 공작이 언제 이런 대우를 바로 앞에서 받았겠는가. 누구도 자신의 면전에 대고 이렇게 자신을 화나게 하는 이는 없었다. 감히 자신과 같은 대우를 하려 하다니.
이제 귀족이 된 녀석이! 뼈대도 없는 평민 출신이!
수 백년 간 이 왕국에서 뿌리를 박은 자신의 가문을 능멸하려 하는가.
"후훗."
그에 비해 여유로운 로우드. 어차피 자신이 꿀릴 것도 없다. 반역을 하지 않는 한 어찌 자신에게 쳐들어 올 것인가. 카오딘 공작이 자신에게 쳐들어 오려면 왕도파나 혹은 국왕 스웨드가 다스리고 있는 국왕 직할령을 건너야 한다. 그들이 허락할 리가 없다.
그때 제 3의 인물이 끼어들었다.
"슈모덴 남작은 나와 가까운 사이였네! 그런데 어찌 그렇게 험하게 몰아붙인 겐가."
그러면 쳐들어오는데 가만 있나. 먼저 건드린 것은 로우드가 아니라 슈모덴 측이다.
"가까운 사람이시라. 블라디 후작님 진정 가까우셨습니까?"
처음 보는 얼굴이지만 미리 얼굴을 파악했기 때문에, 보자마자 누군지 알았다. 자신의 북쪽에 있는 영지의 주인. 블라디 후작이다.
가깝긴 개뿔. 이제야 영지전이 마무리 됐다. 가까운 사이였다면 영지전이 진행될 때 슈모덴 남작을 도왔어야지.
로우드가 잘 자리가 잡혀가니 질투를 하거나, 혹은 자신에게 뭐 떨어지는 것 없나 찔러 보는 것이겠지.
"진정 가까우셨다면 전쟁이 진행될 때에 오시지 그랬습니까."
예전처럼 멍하니 당하는 자신이 아니다. 건드리면 얄짤 없다.
"전쟁을 원하시는 겁니까? 슈모덴 남작령을 건너서? 가깝다는 슈모덴 남작령을 군대로 점령하실 생각입니까?"
로우드가 일부러 슈모덴 남작령을 남겨놓은 이유. 왕도파는 그렇다치고 중도파인 블라디 후작이 무슨 핑계를 대서 자신에게 쳐들어 올까 싶어 슈모덴 측의 영지를 일부나마 남겨둔 것이다.
지금 블라디 하는 꼴을 보라. 역시나 그렇게 행동하길 잘했다.
"지금 로우드 자작은 나와 다투자는 건가!"
설전은 계속 되었다. 블라디 후작은 뭐가 그리 억울 한것인지 카오딘 공작과 합세하여 로우드를 공격했다.
로우드는 로우드 나름 준비한 것이 있기에 국왕 스웨드의 보조를 받아 반작을 했고, 넷의 설전이 희외의 내용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버릇 없는 놈!"
"내, 내 이녀석을 기회만 있으면!"
회의가 끝이 나고, 블라디 후작과 카오딘 공작은 씩씩대면서 나왔다.
비록 다른 세습귀족들과 사이가 틀어진 로우드지만 상관없었다. 저들이 당장에 자신을 건드릴 일도 없는데다가, 자신은 계속 준비할 것이다.
감히 자신을 우습게 보고 쳐들어오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그리 결심했고 지금도 행동하고 있다.
'적을 얻어버렸군.'
새롭게 얻은 영토를 어렵사리 인정받긴 했지만 귀족파에 속한 다른 세습귀족들을 확실히 적으로 돌려버렸다.
자신이 숙이고 들어갔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졌을지도 모르나 그것은 자신의 방식에 맞지 않다. 로우드는 이번 회의에서 만족감을 느꼈다.
다음날 국왕 스웨드와 한담 정도나 나누고서는 가려했던 로우드는 3주의 시간동안 왕도에 잡혀있을 수 밖에 없었다.
국왕 스웨드가 로우드가 옆에 못있는 것이 뭐가 그리 아쉬운 것인지, 계속해서 잡아 두었기 떄문이다.
혼처는 알아봤나?
마음에 드는 사람은 있는가?
혹은 영지는 어떻게 발전시켰냐 등등. 자신의 정보조직을 통해서 이미 알고 있을 것이 분명한데도 국왕 스웨드는 별별이야기로 로우드를 잡아 둔 것이다.
덕분에 예정보다 오랜 시간이 걸려 로우드는 자신의 영지에 돌아갈 수 있었다.
**
"로, 로드가 꾸륵. 모이라. 했다! 꾸륵."
오크의 족장 쿠루트는 얼마전 하이오크에게서 전달받은 것을 자신의 부족원들에게 전했다.
"크륵. 진, 크르, 짜냐?"
"쿠룩트. 거지,꾸륵짓말 안한다. 꾸륵."
"꾸륵. 가자!"
한 마리의 오크가 족장의 말에 호응하고 모든 오크가 그에 화답한다.
짐을 꾸리는 것도 없이 자신들 만의 투박한 무기를 들고 오크들은 이동을 시작했다. 식량따위 가면서 구하면 된다. 오크 로드의 명령에 광기에 취하기 시작한 오크들.
로드의 명령은 오크들에게 있어 절대적이다. 그것은 오크들의 신이 오크들의 영혼에 새겨넣은 하나의 규칙!
좀 더 북쪽으로! 더 더! 로드! 자신의 로드가!
자신의 로드가 있는 곳으로!
오크들의 대 이동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사실은 아직 인간들 누구도 몰랐다.
챕터 6. 사방이 적? 준비해야지.
'블라디 후작.'
마의 숲과 인접한 빈란드 왕국의 북서쪽에 있는 세습 귀족. 아래로는 국왕파 오른쪽으로는 귀족파와 인접하고 있는 영지를 가지고 있으면서 둘 중 한 곳도 선택하지 않았다.
덕분에 빈란드 왕국에서 얼마 안 되는 중도파라고 불리는 자다. 중도파로서 이권에 가장 민감 한 자.
50대가 되기 전인 그는 그 자신 또한 마법사로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세습귀족 치고는 희귀한 마법사. 그의 집안이 본디 빈란드 왕국을 일으킬 때에 선조는 마법사인 상태였다. 덕분에 마나에 대한 재능이 이어져서 블라디 후작이 마법사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