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주의 시간-137화 (137/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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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우드의 뒤를 잡은 적은 단 한번. 그것도 미리 예상을 해서 였지만, 로우드가 또 한번 뒤를 잡힐 것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상대는 더욱 잔인해졌고 강해졌다.

"안 그래도 리세트 영지와 저희는 가깝습니다. 현재 우리의 위치는 체시드. 이자즈 성에서부터 고작 성하나 옮겨 오는 동안 많은 희생이 있지 않았습니까."

그렇다. 병사 400이 암살에 죽고 독과 함정에 부상당하거나 죽은 병사들을 합하면 500에 가깝다.

"더 이상 주도권을 잃으면 안 됩니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입니다."

로우드와 같은 방식. 젊어서일까?

"폐허가 되다시피 한 휴모뎀만 거치면 바로 로우드 녀석의 리세트 영지입니다. 바로 진격하도록 해야합니다!"

스피든의 말을 듣고 고민에 빠진 슈모덴 남작.

'내가 너무 늙어서 일지도.'

젊었을 적 자신만만하던 자신은 어디갔는가. 물러터져서 로우드란 녀석에게 이리저리 휘둘린 자신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사실이 그렇다.

"좋다! 가자. 그 녀석의 영지 리세트로!"

방어만을 하던 슈모덴 남작. 드디어 공격으로 자신들의 전략 방향을 전환했다.

**

"로우드 영주님! 적들이 이동을 시작했습니다."

"어딘가?"

항상 주의 깊게 적들을 살피고 있는 로우드. 당연히 슈모덴 남작이 이동을하자마자 바로 알아차렸다.

"그것이.. 리세트 영지 쪽입니다."

적들도 바보는 아니군. 하기야 바보가 아니기에 자신에게 그런 피해를 줬겠지.

"그 이상한 물체에 대해서는 파악했나?"

로우드는 항상 적진을 살펴보고 있었다. 며칠 전 왔던 이상한 물건들.

'적들의 새로운 무기일 것이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것이 생각보다 빠르게 움직이는데, 로우드측은 도무지 그 물건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없었다. 생전 처음보는 물건인 것이다.

전생을 겪은 로우드로서도 알지 못하는 무기.

'어디서부터 변화했는가.'

특산물이라는 것을 생각보다 일찍 만든 것이 문제인가? 아크란 제국의 침략부터 시작해서 무엇하나 자신의 기억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없다.

하기야, 자신이 세습귀족이 된 것도 전생(前生)의 기억에는 없는 일이지 않은가.

미래에 대한 정보를 무기로 생각했던 자신. 이제는 수정을 해야겠다.

천재지변이나 흉년 같은 자연에 관련된 것은 맞을 수 있어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은 자신이 알아서 해나가야 한다. 기억에 의존해선 죽도 밥도 안 될 수가 있다.

원래의 역사는 로우드에 의해 점점 달라지고 있었다.

"적들보다 먼저 간다."

적보다는 먼저 가야한다. 적의 신무기가 뭔지 몰라도 준비를 하지 않는 것보다는 하는 것이 나을테니까.

많은 수와 거대한 무기를 들고 가는 슈모덴 남작측보다는 자신들이 훨씬 빠르다. 궂이 헤이스트 마법을 남용하지 않더라도 기동력에서는 원래 로우드측이 앞섰다.

로우드와 기사들은 급히 자신의 영지 리세트를 향해 갔다.

전쟁의 막바지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

"영주. 영주는 그것이 무어라 생각하나?"

공적인 회의의 자리이기에 로우드에게 반 존대를 하며 말을 하는 첼로스. 슈모덴 남작과 일전을 벌이고 있는 로우드의 위상은 영지내에서도 점차 올라가고 있었다.

"신무기겠지요. 앞부분에 화살이 박혀있는 것으로 보아. 화살이 날아가는 거고. 그 외에 것은..."

"전혀 예상이 가지 않는 것이군. 그렇담 어떻게 해야하겠는가?"

"처음 보는 것이기에 그 무기의 강함, 혹은 용도 자체를 모릅니다. 알 수 가 없지요."

"당연하네."

로우드는 신이 아니기에 처음 보는 것을 알수 가 없다. 당연한 일. 첼로스도 그에 동의한다.

"처음으로 수비전을 해야겠습니다."

자신의 영지 리세트에서는 되도록 전쟁을 수행하려 하지 않은 로우드다. 어찌됐든 전쟁을 벌이면 자신의 영지가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사들을 끌고 어렵사리 전쟁을 수행해 왔다. 마법 무구를 입힌 병사들이라도 동원했다면 어쩌면 전쟁이 더 수월했을지도 모른다. 마법 무구를 꼈다고해서 바로 기사급 전력을 내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 병사보다는 강하니까.

"결국에는 수비전을 하게 되었군."

첼로스도 영지를 아끼는 로우드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수비라.'

처음으로 해보는 것이다. 거기다 지금은 대규모 공방전이.

전생에 용병으로 활동할 때도 제대로 겪어보지 못한 것이다.

'원래 이쯤이면 특산물도 나올 때이고.. 사회도 변화했겠지.'

그러나 지금은 너무 많은게 달라졌다. 다시 한번 자신의 기억과 달리 변화한 미래 때문에 아쉬움이 느껴진다.

힘내야 겠지.

"수비를 준비합니다. 모든 병사들 장비를 재정비하도록 해주시고, 레인저 기사단인원은 나와 함께 적을 정찰하도록 합니다. 모두 수고해주세요."

**

"네 말대로 행동하길 잘했구나."

스피든의 말을 듣고 진군을 시작한 슈모덴 남작의 군대. 그 뒤로 아무런 타격을 받지 않았다. 자신들을 공격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이동하는 자신들을 보고 방어를 위해 돌아간 것으로 예상 된다.

"저들은 유격전을 하기도 애매했을 겁니다. 가디언이 무엇인지 파악이 되지 않으니까요."

"옳다. 모르는 것은 항상 두려운 것이지."

슈모덴 남작은 스피든의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평민들이 마법에 대해 두려워하는 이유가 무언가. 그것은 모르기 때문이다.

세상을 탐구하는 마법에 대해서 모르기 때문에, 그저 무서워하고 두려워할 뿐 다가갈 생각을 하지 못한다.

무지에서 나오는 공포. 그것에 질려 로우드 쪽이 자신들에게 헤코지를 안 한 것이리라.

아무런 방해 없이 시작 된 며칠간의 슈모덴 측의 진격.

원래 그리 멀리 있었던 것은 아닌지라 서로가 만나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드디어 주력과 주력이 만나게 된 것이다.

**

"많군."

첼로스의 말대로다. 적의 수는 정말 많았다. 족히 만에 가까운 병력.

슈모덴 쪽으로서도 자신이 동원 할 수 있는 모두를 동원할 것일 게다.

"이번 전투 한번으로 끝이 날 것입니다."

그동안의 것은 예고편이나 다름없다. 슈모덴 측의 주력 병력을 깎고 또 깎아내려 했으나 결론적으론 실패다.

어찌됐든 슈모덴 쪽이 자신들에게 쳐들어오지 않았나. 다만 아쉬운 것은.

'장점을 발휘하지 못했어.'

저쪽의 진군에 당황해서 너무 빨리 성에 돌아왔다. 다리우스라도 남겨서 적이 오는 길에 함정을 설치하고 독이라도 풀었어야 했다. 그것이 아니면 기습이라도 하던가.

그랬었다면 저들이 가져온 거대한 무기의 정체라도 알 수 있었으리라.

너무 내뺐다. 기사들의 희생이 두려워서, 주저한 것이 잘못이다.

슈모덴 측 병사들은 오자마자 진지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3개의 거대한 무기를 각 각 오른쪽 중앙 왼쪽으로 배치시키고 그에 맞춰서 진지를 구축하는 그들.

"도대체 저게 어떤 것인지 의문이군요."

"나도 그렇네."

난생 처음보는 무기. 어떤 위력을 발휘할지 모를 일이다.

"공성병기가 아닐는지.."

기사 첼로스가 조심스럽게 말한다. 하기야 저쪽은 이곳에 오고나서 공성무기를 조립하거나 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대체 저것의 정체는 뭘까?

**

"스피든. 공성 무기가 정말 필요 없느냐."

"그렇습니다! 저들도 어차피 파이어볼을 활용해 저희의 성을 부쉈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다만.."

"저희들도 파이어 볼을 활용하면 됩니다."

괜찮은 것일까? 슈모덴 남작은 걱정이 간다.

"저들의 영지에 마법사의 수가 많다한 것은 네가 아니냐."

아들이 자신에게 돌아오며 알려준 정보. 로우드 측에는 비록 하급이지만 많은 수의 마법사들이 있다. 마법사의 탑이 출처이기에 정확하리라.

"아아. 파이어 볼로 공격하는 것은 일종의 눈속임입니다. 저희의 마법을 막으며 마력을 쏟아 부으라는 의미지요."

군주의 시간 135편 - 영지전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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