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의 시간 132편 - 발악(1)
챕터 2. 발악.
그 뒤로 로우드는 미쳐 지냈다.
전략이야 어차피 필요 없었다. 자신이 하던 것을 계속하면 되니까. 하지만 작전은 더욱 치밀하고 잔인하게 이루어졌다.
전에는 한치나마 인정을 두었다. 로우드 자신이 평민 출신이기에 성에 살고 있는 평민들을 염려하여, 정말 잔인한 짓은 하지 않았던 것이다.
군사적으로 사용되는 곳이 아닌 한 하지 않던, 짓들을 죽어라 했다. 모두가 사용하는 길에 함정을 풀기는 예사고, 우물에 독도 뿌렸다.
전에는 배탈, 복통, 설사같이 약한 독을 풀어서, 상대의 전투력 하락에만 초점을 맞췄었다. 허나 지금은 아니다. 한방이면 즉사하는 독을 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로우드의 광기에 슈모덴 남작도 전혀 물러서지 않았다.
"죽여! 다 죽여버리라고!"
광기에 찬 슈모덴 남작의 눈. 애송이라 생각하던 녀석이 생각보다 뛰어나다. 아니 인정하기 싫지만 자신보다 뛰어날지도. 허나, 자신의 아들을 죽인 놈이 아닌가. 물러 서기엔 둘 모두가 너무 많이 와버렸다.
모두가 광기에 차 있었다.
**
"크아아아악!"
또냐.
오늘도 울려퍼지는 슈모덴 남작 측 병사들의 비명소리.
로우드는 그 날 부로 어디로 숨었는지 알지도 못하는 곳에 숨어서는 소수의 인원을 데리고 미친 듯이 슈모덴 남작측을 밀어붙인다.
병사들이 가는 길목 길목. 아니 원래 가던 길이 아닌 곳에도 함정이 깔려있기는 예사다.
병사들은 물 한모금 먹기도 조심해야 했고, 언제 죽을지 모를 공포에 떨었다.
로우드의 레인저 기사단이 암살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병사들로서는 대항 할 수 가 없었다. 병사들이 오러 익스퍼트 이겠는가? 아니다. 오러를 다룰 줄 알면 기사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한마디로 병사들은 기사들에 비하면 실력이 굉장히 부족하다는 뜻. 그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런 이들을 상대로 로우드가 암살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니 암살이라기 보다는 기습이 맞겠지. 이곳 저곳에서 오늘도 병사들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전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다. 아크란 제국을 상대할 때와는 달리 같은 빈란드 왕국의 국민이어서 그런 것인지 손속에 사정이 있었던 것이다. 공성전이 아니고서야 보통은 보급품을 털어가고 부수는 정도였지 이 정도는 아니었다.
로우드군은 슈모덴 남작에 맞춰 광기를 일으켰다.
하나. 둘. 열. 백. 그리고 사백.
"꾸륵."
병사의 목을 꿰뚫은 화살. 단번에 목을 꿰뚫었기에 비명소리조차 지르지 못했다.
병사들 사백을 끝으로 로우드측은 암살을 멈췄다. 그리고 화살대에 달려있는 편지 하나.
'리세트 영지의 병사 하나가 죽는다면 너희 100을 죽이리라.'
말로만 떠들었다면 미친놈 하고 넘어갔을 것이다.
허나 로우드군은 실제로 해냈다. 4명의 기사들이 죽은 것을 400의 병사들의 목숨으로 갚은 것이다.
"로우드 쪽을 죽이면 안돼."
"그들이 사신이 되어 돌아왔다."
너무 빨라 보이지도 않는 화살. 때로는 화살이 나무를 뚫고 들어와 병사들을 꿰뚫는다.
자신들 네명의 목숨을 사백의 목숨으로 복수한 자들.
슈모덴 남작측은 광기에 차있으나 병사들은 그게 아니었다. 그들은 단지 살고싶은 마음만이 들 뿐.
남작의 수뇌부가 화살에 쓰여진 편지에 대해서 비밀로 함구시켰으나, 병사들 사이에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로우드에 대한 두려움이 점차 점차 번져나간 것이다.
하기야 슈모덴 남작이 죽은 것에 병사들이 왜 분노를 느끼겠는가. 그냥 귀족하나가 죽은 것이고, 자신들은 그것 때문에 괜히 끌려온 것이나 마찬가지다.
안 그래도 집을 두고 끌려 온 것도 불안한데, 어제 같이 함께 생활한 자신의 전우들이 죽어나간다. 아무런 것도 한 것 없이 보초를 서다 죽은 병사만 400.
그리고 이것은 많은 효과를 일으켰다. 병사들은 공포에 질려 움츠리고 모두가 겁에질려 있는 것이다.
로우드는 첫 번째 복수를 끝을 냈으나 병사들의 공포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나, 나는 초번으로."
보초를 설 당시 초번에 선 병사들은 죽지 않았기에 모두가 근무의 초번을 선호했다. 그 뒤의 보초들은 겁에 질려 보초를 서기 일수.
근무를 나가지 않고자 자신의 몸에 부상까지 입히는 병사들도 더러 있었다. 의무대에 실려가거나 혹은 버려짐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
"병사들의 사기가 말이 아닙니다."
레너자 남작이 침음성을 삼키며 말했다. 탈영은 사형을 함에도 불구하고 밤새 도망치는 병사들도 있으니 더 말을 해서 무엇하랴.
그렇다고 기사들에게 보초를 서라 할 수도 없다. 한 둘이야 어찌 시키겠지만 전부는 무리다.
단 사백의 인원이 죽었을 뿐이다. 그런데 그 파급효과가 너무 크다.
병사들은 싸우기도 전에 공포에 질렸다. 이대로 가다가는 패배만 할 뿐이다.
본지 전쟁은 숫자보다 사기가 중요할 때가 있다. 그 때가 지금이다.
"후우. 어렵군."
슈모덴 남작도 이를 알고 있다. 그는 바보가 아니다. 크라튼이야 서자인 스피든을 제외하고는 딸 외에 형제들도 없었다.
많은 형제들을 처리하고 어렵사리 남작 위를 물려받은 자신 슈모덴. 자신의 대에서 만큼은 혈육 간의 골육상쟁(骨肉相爭)은 없게 하기 위해서 많은 자식들을 낳지 않았었다.
'아들아. 보고 싶구나.'
그런 아들이, 자신보다 먼저 죽어버린 아들이 생각난다.
복수를 위해 나섰건만, 도무지 성과가 없다. 저들의 기사 4명을 죽인 것?
자신은 더한 것을 잃었다. 이미 성들만 여럿을 잃었고 병사들의 사기는 말이 아니다. 답답했다.
그때 병사들 중 하나라 자신을 찾아왔다. 전령이었다.
"슈모덴 남작님. 스피든님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스피든이? 무언가 성과가 있었던가.
"줘봐라."
전령이 가져왔을 밀서를 달라는 신호로 남작은 손짓했다.
'아버님. 많이 어렵다 들었습니다.'
그렇지. 이대로 가다가는 기사들 마저도 제대로 전투를 수행할지.
아직은 공포가 병사들에게만 전염되었다지만, 이대로면 기사들도 위기감을 느낄지 모른다.
단 하나의 기사라도 암살당한다면, 그러지 않겠는가.
'그래서 이번에 완성된 신 병기를 급히 끌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비록 시간이 없어 3개 밖에 만들지 못했습니다만..'
신병기라. 마탑에서 수학을 한 자신의 아들이 가져온 것은 무엇일까?
병사들의 사기라도 올려줄 수 있으면 좋겠군. 이라고 생각하며 남작은 다시 한번 한숨을 쉬었다.
'곧 찾아뵙겠습니다.'
편지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나도 늙었는가. 스피든이 오겠다는 말이 많이 반겨진다. 크라튼이 죽고 전쟁을 수행하며 많이 지친 것 같았다.
죽은 크라튼을 생각하면 여전히 광기가 밀려오고 울분에 차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 것이다.
'비록 서자이지만..'
크라튼에게 자신의 남작위를 넘겨주고 쉬는 것이 좋을지도 모를 일이다. 우선은 로우드 그 놈을 죽여버리고.
**
"스승님!"
로우드가 자신의 스승 첼로스를 향해 다가선다.
"많이 초췌해졌군."
비록 기사 4명을 잃은 것이나, 로우드는 자신과 처음부터 함께 한 전우이기에 충격이 컸다.
전생에 용병 출신이던 당시 동료들을 안 잃어본 것도 아니지만, 현생에 들어서 자신의 사람을 잃은 것은 처음이나 다름 없어 충격이 왔으리라.
거기다 자신의 성격과 맞지 않는 잔인한 작전들까지 진행을 해서 초췌해 보였나 보다.
'스승님 뿐이군.'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은 역시 스승뿐이다. 자신이 염려가 돼서 직접 오셨을 것이리라.
이렐리안, 세렌, 레나타들이 들으면 단번에 삐질 생각을 하며 로우드는 자신의 스승 첼로스를 바라봤다.
"준비해 왔네."
"아아. 드디어 됐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