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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이유로 몬스터의 숲을 유지했던 슈모덴 남작. 영지민 통치를 위해서나, 부가수익을 위해서나 여러모로 몬스터 숲 나름대로 존재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로우드와 전쟁을 수행한 지금은 없애버려야겠다는 생각만 든다. 로우드 녀석이 저리 이용하다니! 골칫거리다.
전쟁이 끝나면 꼭 몬스터의 숲을 처리하리라.
"추격!"
"추격하라!"
로우드를 향해 달려가는 슈모덴 남작의 기사단. 처음으로 로우드를 밀어붙이고 있다.
기사들은 신이나서 추격해 나갔다.
**
오러 익스퍼트 정도되면 잠시지만 말과 같은 속도로 달릴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잠시.
계속해서 말처럼 달릴 수 는 없다. 몸에 있는 마나라는 것이 무한한 것은 아니니까.
'아아.'
오랜만에 미친 짓을 해야 하는가.
로우드는 그런 직감을 느꼈다. 익스퍼트의 경지에 이르러 했던 미친 짓.
지금은 많은 부하들이 오러 익스퍼트 경지에 올랐지만, 저들도 익스퍼트들일 것이다.
기사단이니까.
'단단히 준비해 왔군.'
아직까지 마나에 여유가 있는 로우드는 뒤를 돌아 보았다.
"잡아! 저놈들!"
"죽여버려!"
괴성을 지르며 쫓아오고 있는 적의 기사단. 점잖게 갖춘 무장과는 달리 거친 말을 쏟아 붓고 있었다. 하기야 지멘에서부터 시작해서 많은 사람들이 로우드의 손에 죽었다.
저렇게 눈에 불을켜고 달려올 만 한다.
자신의 부하들을 앞세우고 자신은 후미에서 달리기에 말을 타고 쫓아오는 적군이 보였다.
"젠장."
이쯤되면 어쩔 수 없다. 기사단을 죽이는 것 자체도 적들의 목표겠지만, 가장 큰 목적은 하나. 바로 로우드 자신이다.
목표인 몬스터의 숲까지는 약 1km! 거기까지만 가면 안전하다 판단된다.
가야한다. 몬스터의 숲까지.
가게 해야 한다. 몬스터의 숲으로. 무슨 일을 해서든!
"다리운! 나는 따로 가겠다."
"어찌!"
"시끄럽다. 모두가 살려면 방법이 없어!"
나도 하기 싫다. 이런 미친 짓. 그렇지만 내 사람들을 살려야 하지 않는가.
내 마음 먹은대로 살겠다고 결심한 자신이다. 그 결심에 포함된 것 중 하나는 나의 사람들을 지키겠다는 것. 나의 돈, 영지, 사람 모두를 지킬 것이다.
'해야 돼.'
자신이 아니면 안 된다. 전에도 미친 짓 한번 제대로 했지 않나.
"어서 가!"
이쯤되면 다리운도 어쩔 수 없다. 가야한다. 자신의 주군의 명령이 아닌가.
지금까지 잘해 온 주군이다. 분명 살아오실 것이다.
"크윽. 알겠습니다."
"몬스터의 숲 안에서 보자!"
표식이야 알아서 남길 터. 로우드는 오른편으로 자신의 몸을 이동시켰다.
적을 유인하려면 따로 떨어져야 하니까.
그 때!
"영주님! 아니 로드(Lord)!"
"저희도 함께 하겠습니다!"
왼쪽으로 가는 기사단과 다르게 오르편으로 가고 있는 로우드. 그의 뒤로 4명의 기사가 더 따라왔다. 자신과 매복전을 처음 펼쳤던 린케와 포민. 그리고 함께 해온 전우 히넨, 키드런.
처음 미친짓을 했을 때, 같이했던 녀석들. 모두가 소중한 부하.
'아아.'
사지로 자신을 따라오다니, 감동이긴 하지만! 명령을 내리지 않았던가.
미친 놈들. 왜 여기를 따라오냔 말이다. 너희들 살리자고 내가 이리 미친 짓을 하는데!
"미친 놈들아! 여길 왜 따라와!"
로우드는 욕을 내질렀다.
"크큭. 미쳤으면 어떠합니까."
"로드(Lord)의 새로 만들어진 가보가 알아서 해결해주겠지요!"
생각난다. 린케와 포민이 처음 자신과 작전을 수행하고 병사들에게 자랑하던 때가.
그때 나는 고작해야 200의 병사를 이끌던 지휘관.
"그럼. 포민 말이 맞아. 그 뭐냐 파이어 뭐시기.."
파이어 볼이 뭔지도 모르던 녀석이 신이나서 자신의 동료들에게 설명을 하고 있었지.
"파이어볼! 파이어볼 말야, 이 놈아!"
둘이 장단을 맞추며 가보의 위력을 설명하던 때.
"어. 어. 그거, 파이어 볼. 그 불덩이가 대대장님이 사용할 때마다 두 방씩 이따시 만하게 나타나는데 말여."
... 바보 같은 녀석들이다. 언제나 자신에게 속아주는 녀석들.
자신이 무엇을 하든 따르는 녀석들.
이런 녀석들을 지키려고 내가 미친짓을 하는 것이 아니던가.
이미 기사단과는 멀리 떨어진 녀석들이다.
결국은 자신이 데려가야 하지 않나.
"이 미친 놈들아! 정신 똑바로 챙기고 따라와라!"
그래 같이 미쳐보자. 잘 따라와라.
"두고 갈지도 모른다! 따라와!"
다소 냉정하게 들릴지 모르는 말에도 이들은 웃는다.
"크큭. 언제 저희가 로드(Lord)를 놓친 적 있습니까."
"맞아. 맞아. 걱정 마십쇼. 대륙 끝까지라도 따라갈테니까."
미련한 놈들.
로우드는 마음을 다잡고 달렸다.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자신을 따른 이들을 지켜야하니까.
그래도 좋다. 이런 이들이 있기에 자신은 나아가는 거니까. 이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다.
미친 짓. 두 번이고 세 번이고 해주 마.
**
적들도 로우드가 기사단과 따로 나뉘는 것을 봤다.
"저들이 갈라졌습니다!"
300여명의 기사단과 따로 떨어진 다섯. 본디 중요도는 나머지 300의 기사단을 처리하는 것이 중요한 법.
"오른편으로 간 이는 로우드 자작으로 추정!"
로우드라고? 그렇담 말이 달라진다.
로우드는 이들의 수뇌. 저 녀석을 잡아야 전투에 승리할 수 있다. 잡아야한다.
"급히 기수를 오른편으로 튼다!"
슈모덴 남작령의 명성을 떨어트린 로우드! 저 녀석을 처리해야만 다시 회복할 수 있다.
나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저녀석 하나! 하나만 잡으면 승리할 수 있다.
"알겠습니다."
모두가 기사단장의 말을 듣고 기수를 돌린다. 기사단장이 아니더라도 의미를 알고 있는 것이다.
**
역시나.
"쫓아오고 있다!"
로우드는 자신을 쫓아오는 이들을 봤다.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차라리 나 혼자였으면.'
검에 걸린 '헤이스트'를 사용해서 도망칠 수 있었을 지도.
아니 이들 4명이 안왔으면 나에게 오지 않았을 거라 생각하자. 속편히 생각하자고.
지금은 불평을 하기보다 행동을 해야 할 때다.
로우드는 급히 생각을 수정하고 앞으로 어찌 행동해야 할 지 생각했다.
로우드가 현재 향하고 있는 곳은 앞으로 있은 몬스터 숲의 오른편. 자신의 기사단이 간 곳은 왼편이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상대는 자신을 쫓아오기 시작했다. 자신 하나만 잡으면 끝이라 생각했겠지.
그게 사실이기도 하다. 자신의 영지는 로우드 자신이 없다면 더 발전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누가 뭐래도 리세트 영지의 중심은 자신이니까.
'어찌한다. 되도록 살게 해야 할텐데.'
자신과 같이온 4명. 분명 이들은 도움이 되려 온 것인데.
로우드가 이들과 어떻게 살아남으려 고민하는 때. 같이 따라온 린케, 포민, 히넨, 키드런 총 4명의 기사.
이들은 서로 눈짓으로 생각을 교환하고 있었다.
'이번은 영주님도 힘들어.'
저들도 오러 익스퍼트의 경지일 테니까. 거기다 기마병.
'죽자.'
어차피 로우드가 없었다면 자신들은 아크란 제국과의 전쟁에서 죽었을 것이다.
목숨에 미련이 없는 것은 아니다. 허나, 언제까지 자신들의 군주 로우드 혼자서 모든 짐을 짊어지게 할 참인가.
로우드 자신은 별 것 아니라 하지만 이들은 안다. 로우드와 함께 전쟁을 겪어 본 이들이니까. 지금도 심장이 뛴다. 달려서 힘들어 심장이 뛰는 것이 아니라, 뒤에서 쫓아오는 이들을 보면 심장이 미치도록 뛴다. 두렵다. 도망가고 싶다. 살아남고 싶다.
'허나, 로드(Lord)도 이런 일을 겪었겠지.'
자신들과 비슷한 경지. 그 때에 적군을 상대로 이런 짓을 했었다. 이번은 정말 위험하다.
기사들이니까. 거기다 저들은 자신들보다 1.5배는 넘어보이는 400이상의 인원.
기사들 상대로 로우드가 미친 짓을 벌이기엔 그 뒷감당이 상상이 안 간다.
군주의 시간 131편 - 오랜만의 미친 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