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주의 시간-130화 (13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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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13. 남작의 준비.

둘째인 스피든이 슈모덴 남작에게 오고 영지전이 진행된지 벌써 한달.

로우드와 그의 군대는 종횡무진 슈모덴 남작령을 마치 제집인 것처럼 휘젓고 있었다.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막을 방법도 없다.

보통 이렇게 앞뒤를 가리지 않고 상대측 병력이 돌아다니는 경우는 없다. 바로 보급 때문이다.

보급은 따로 보급대라는 것을 둘 정도로 중요한 것. 그렇게 중요한 보급이라는 것을 로우드는 보급대도 없이 전쟁을 진행하고 있다.

바로 슈모덴 군의 보급대나 혹은 성을 털어서 말이다.

에어안성을 떠나서 파인즈와 에딘 성이 털렸다. 로우드의 군대에 말이다.

성의 크기야 로우드가 전쟁을 제대로 진행하며 상대했던 에어안 성에 비해서 파인즈와 에딘은 작다. 크람스와 휴모뎀 급 정도의 성이다.

그렇다지만 이건 너무하지 않은가?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자신의 병사들이 죽어나가고 있으니 슈모덴 남작의 속은 열불이 나는 듯 했다.

"도대체 방법이 없느냐! 이 밥버러지들아!"

평상시 자신의 부하들에게 이렇게까지 말을 하지는 않는 슈모덴이다. 그가 어째서 서부의 늙은 여우 취급을 받았겠는가. 당연히 여우처럼 행동했기에 그런 별명을 들은 것이다.

그는 적이든 자신의 부하든 언제나 능글맞은 웃는 낯으로 상대했으며, 자신의 페이스대로 대화를 조절하는 것을 특기로 삼았다.

그런 그가 이렇게 소리를 지르고 저런 말투를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 얼마나 열이 받았는지 예상이 되지 않는가.

소리치는 슈모덴 남작에게 참모진 중 하나가 손을 들고는 조심스레 말한다.

"저.. 그것이."

"뭐냐!"

답답한 마음의 슈모덴 남작.

"방법이 있기야 있습니다. 그런데 그 방법이라는 것도 여전히 끌려 다니는 방법인지라.."

조심스럽고 또 조심스럽다.

참모진인 그로서도 이 방법이 제대로 먹힐는지 걱정이 되는 것이다.

사실 계속 끌려다닐 바에야 확산되는 피해라도 막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의견을 내는 것이다. 제대로 이 방법이 먹힐지는 의견을 내는 참모진으로서도 확신을 가지지 못한다.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 의견일 뿐 참모진 전체의 의견은.. 아닙니다."

사실 참모진 전체의 의견이다. 그렇지만 이 젊은 참모는 총대를 둘러맨 것이다.

혹여나 작전이 잘못됐을 경우 자신 혼자 선에서 끝내겠다는 총대를 말이다.

"됐고, 어서 말을 해. 답답하군."

조금은 자신의 감정을 추스린 슈모덴 남작. 작전을 말하길 주저하는 참모에게 어서 말하길 명했다.

"..."

"어서 말을 하래도. 책임 소재 명확히 해주지. 그래 원하는 데로 해주겠어."

슈모덴 남작도 바보는 아니다. 바보였다면 세습귀족 중의 하나인 슈모덴 남작가를 이어받지 못했을 테니까.

"저희 쪽에서 영지를 휘젓고 다니는 로우드의 군대는 모두가 적어도 마나 유저라고 판단이 됩니다."

"근거는?"

"성을 휘저으면서 다님에도 불구하고 부상병 외에는 전력 손실이 없습니다. 그 마저도 포션을 사용해서 다음 전투에서는 치료를 해서 나오는 것 같다는 의견이 나왔었습니다."

"포션을 무슨 물쓰듯 쓰는 것인가."

실제로 로우드는 자신의 기사단을 위해서 포션을 물쓰듯 쓰고 있었다.

이제는 돈이 적지도 않은 자신의 영지 리세트이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방법이야 어찌됐든 항상 같은 수인 300명 정도를 유지하는 것을 보면 그렇게 판단이 됩니다. 실력이 마나유저라면 최소가 정예병사급 아니겠습니까? 그렇기에 병사들이 부상을 당하면 잠시 후방으로 두었다가 치료 후 전투를 진행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참모진이 괜히 참모진이겠는가.

자신의 윗사람이 잘못 내릴 판단이나 혹은 앞으로 내릴 판단에 대해서 충고하는 것이 참모진이다.

그런 이들이 열심히 머리를 싸매고 내린 결론.

그런만큼 사실에 근접해 있었다.

로우드는 실제로 자신의 기사단 인원을 위해서 포션도 아낌없이 사용했으며, 최우선은 전투에 대한 승리가 아니라 자신의 목숨을 지키는 것으로 잡았다.

다른 영지의 영주들이 자신의 병사들을 소모품으로 사용하는 모습과는 완전히 대조적인 모습.

전투를 진행하다가 작은 부상이라도 입으면 기사단 인원은 후방으로 빠져서 포션으로 치료 후에 다시 전투를 속행한다. 기사단 인원 모두가 같은 전쟁의 전우 출신이기에 최선을 다한다는 믿음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다른 병사들이었다면 일부러 부상을 핑계로 안전한 후방으로 빠지는 것에만 정신을 쏟아 부을테니 말이다.

거기다가 자신의 기사들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는 로우드가 제일 전방에서 검을 휘두르며 활약하니, 레인저 기사단 인원들도 로우드를 위해서 열심히 검을 휘둘렀다.

지장은 아니더라도 맹장이 로우드인 것이다. 그게 로우드의 병사들이 열심히 싸울 수 있으며, 사상자도 없이 전쟁을 이겨내는 비법이다.

몇 번의 전투 끝에 참모진은 로우드와 그의 기사단을 파악할 수 있었다.

"꿈에서나 나올 수 있는 전술이군."

"그렇습니다."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고 싸우는 병사들이라. 거기다가 단합까지 잘 되어있어야 가능한 전술이다.

실력자들이 있다고 되는 전술이 아닌 것이다.

"..."

아무말 없는 슈모덴 남작을 보며 보좌관은 말을 이어갔다.

"저들은 적어도 기사단 급의 전력으로 봐야한다고 판단됩니다."

"영주가 된지 5년도 되지 않은 녀석이 기사단 전력을 갖췄다라.."

슈모덴 남작도 기사단이 있긴 하다. 자신의 영지의 성주들을 모두 모으면 기사단이 나오고 그들이 제자 혹은 종자로 부리는 이들도 마나유저가 많다. 자신의 영지 직할지에서 준남작으로서 활동하는 기사들도 많이 있다.

그러나 그 수는 로우드보다 얼마 많지 않다. 그동안 정보유출을 꺼려해서 통계치에서 빼놓은 이들을 다 더한다고 하더라도 500의 인원이 나온다.

이마저도 빈란드 왕국 초기에서부터 인재를 포섭하고 대를 이어가며 모아온 인원이다.

그런데 약 300정도의 인원을 로우드는 벌써 갖췄다고 한다. 슈모덴 남작으로서는 놀랄일이다.

그러나 참모진의 판단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인정하지 않으면 지금까지의 상황이 전혀 설명이 되지 않으니까.

'부럽군.'

어떤 방법을 썼는지는 모른다. 로우드가 자신의 연공법을 공개한 것을 알면 대번에 미치놈이라고 하리라. 무엇을 믿고 남에게 연공법을 건네주었냐고 말이다.

그게 로우드와 남작의 그릇의 차이.

어찌됐든 슈모덴 남작으로선 인재들을 얻은 로우드에게서 순간 부러움을 느꼈다.

"계속해봐."

"저희가 판단하기에 기사단급은 기사단으로 상대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지."

"저희가 그들보다 나은 점이 한 가지 있습니다."

"호오? 그런가?"

부러움을 느낌과 동시에 답답함이 계속되던 슈모덴 남작으로선 자신의 부대에 장점이 있다는 것에 궁금함을 느꼈다.

"바로 기동력입니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기동력이 우리가 뛰어났다면 이렇게 저쪽이 휘젓고 다니지도 못했어. 병사들을 지원하기도 전에 성이 함락당하니 이 꼴이 난 게 아닌가!"

실제로 로우드는 슈모덴 남작의 병사들이 전투가 일어나는 곳에 도착하기도 전에 떠나버렸다. 기껏 모은 병사들이 로우드 군의 얼굴을 보지도 못했으니 이 얼마나 넌센스인가.

로우드의 병사들과 부딪친 인원들은 전부 성이나 주요거점의 방어를 맡은 최소한의 방어군이나 보급을 위한 보급대뿐이다.

로우드는 절대 본대와 부딪치지 않았다.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기만 한 것이다.

그의 병사들은 철저히 슈모덴 군을 농락해 왔다.

군주의 시간 128편 - 남작의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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