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네가? 무슨 힘으로말이냐? 5서클 마법사는 아버지에게도 있다."
이들 부자는 그만큼 틀어진 것이다.
"크큭. 그게 다겠습니까? 제가 있던 마탑을 잊은 것입니까? 알터레이션(Alteration) 학파. 물질변화를 자랑으로 삼는 마탑.
스피든이 속한 마탑은 알터레이션(Alteration) 학파.
달리는 물질 변환계라고 불리는 학파다. 이미 존재하는 사물이나 환경, 그리고 생명체들을 바꾸는 것을 장기로 삼는다.
감이 잘 오지 않는다고? 이들이 대표적으로 자신들의 힘으로 삼고있는 것은 키메라다. 여러 가지 생물들의 장점을 합쳐서 만들어낸 생물.
이런 것들을 보면 알터레이션(Alteration)학파가 무엇인지 감이 올 것이다.
또한 보호계열과도 많은 교류를 나누고 있어서 변환 다음으로 보호에도 특출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을 자랑으로 삼는 학파.
그곳이 스피든이 속한 마탑이다.
이번에 로우드라는 사람의 영지에서 재미난 짓을 벌이더군요."
"뭐라고?"
"그 쪽이 너무 선을 넘었습니다. 마법 무구 제작을 하려고 하더군요."
세계의 권력 중에서 한 축을 담당하는 마탑. 그 중에서도 변환 계열로 유명한 알터레이션(Alteration)학파는 벌써 로우드의 일들을 눈치 챘던 것이다.
마법 무구를 제작해서 판매를 하겠다는 계획을 말이다.
그러기에 그런 로우드를 제약하기 위해서 스피든을 보낸 것이다.
마법 무구 제작이라는 것은 마탑들에게 큰 수익을 가져다주는 독점적인 사업 중에 하나. 그것을 침범하는 로우드가 그들에게는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수백년 간 계속 되어 온 독점을 깨버리는 것이기 때문.
그렇기에 로우드의 적인 슈모덴 남작의 아들인 스피든을 동원해서 로우드를 막으려고 하는 것이다.
마법서는 마법서대로 고가로 팔아치워 버리고는 로우드의 일까지 망치려고 하는 마탑이다.
"마법무구제작!"
슈모덴 남작은 아들의 말을 듣자마자 놀라버렸다.
마법무구 제작이라니 그것은 그동안 마탑만 해왔던 것이다. 귀족들이야 한 두 개는 자신의 세를 자랑하기 위해서 제작해 왔다지만, 많은 수를 만들어 오지는 않았다.
마법사의 탑의 눈치가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신의 아들이 왔다는 것은 많은 수를 만들려고 한다는 뜻. 슈모덴 남작으로서는 아들의 말을 이해하자마자 놀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당장에 마법무구가 로우드 군에 모두 보급되어버리면 자신과 로우드쪽에 전력차가 반대로 기울어 버린다.
슈모덴 남작가가 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버리는 것이다.
"걱정마십쇼. 아버지. 제가 여기 괜히 왔겠습니까."
"그렇다는 말은.."
"제재를 가해야겠지요. 일단은 저만 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버지도 아시잖습니까. 마탑은 전면에 드러날 수 없다는 것을."
스피든의 말대로다.
마법사의 탑은 권력의 한 축을 담당하지만 전체 전력이 영지전에 끼어 들 수 없다.
세상을 탐구하는 마법사들의 모임을 표방하고 있는 것이 마법사의 탑이다.
마법사의 탑에 직접적으로 쳐들어 오지 않는 한 세상을 탐구하다고 모인 이들이 온갖 이권들로 전쟁을 하는 영지전에 끼어들 수는 없는 것이다.
국가 간의 전쟁에서도 그런 이유로 고서클 마법사들이 자주 참여하지 않는다. 고서클 마법사라고하면 대부분 마법사의 탑 소속인데 명분이 도무지 서지 않는 것이다.
이 점은 귀족들이 자신들의 권익에 마법사들이 도전하는 것이 두려워, 만들어낸 명문이다. 마법사의 탑에 권력을 주긴 주되, 전투에서 활약을 잘 하게 하지 못하게 만듦으로서 권력을 제한하는 것이다.
이런 복잡한 이유로 마법사들이 영지전에 끼어들지 못한다는 것이 상식아닌 상식이 된 현재의 상황 상.
스피든만을 로우드에 대적할 인물로 보낸 것이다. 슈모덴 남작의 아들이라는 명분이 있기 때문이다.
"저에게 영지의 마법사들과 함께, 대장장이들을 건네주시지요."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마법무구야 아직까지 개발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들이 마법서를 구입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제작했겠습니까. 기껏해야 몇 개정도 만들었겠지요. 지금까지 만든 것도 100개도 되지 못할 것입니다."
로우드의 영지에 드워프가 있다는 것을 잘 모르기에 하는 말이다. 거기다가 로우드의 마법의 경지가 5서클 이라는 것도 아직 알려지지 않았고.
마법사의 탑으로서도 사실 마법사들을 모집하는 것을 보고 높은 확률로 마법무구를 제작하겠다는 것을 예상하고 의심하는 것이지 확증은 없다.
"그래서?"
"일단 질서를 헤치는 미꾸라지부터 처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로우드인가 뭔가 하는 중심인물을 없애버리면 로우드의 영지는 알아서 자멸할 것입니다."
아직은 100년도 되지 않은 로우드의 영지.
그렇기에 스피든은 판단했다. 로우드만 죽여 버리면 모든 것이 끝나버릴 것이라고.
중심인물인 로우드를 죽이면 나머지 주변 인물들이야 아무런 대처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좋다. 네가 원하는데로 해주지. 그렇다고 아버지도 가만 있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나는 나대로 병사들을 모집할 것이다. 그리고 마법사 전력은 반만 주도록 하지. 대장장이들도 물론 마찬가지야. 나는 나대로 해야할 것이 있는 것이다. 이곳 슈모덴 남작가의 가주니까!"
"크라튼의 아버지이기도 하겠지요."
작게 자조하는 스피든.
"네놈! 그래도 너의 형이다!"
"알아요. 후훗. 알고있습니다. 아버지의 사랑스러운 하나뿐인 자식이라는 것을.."
"네 녀석도 나의 아들인 것을! 크라튼도.."
'짝.'
하는 손바닥 부딪치는 소리가 난다.
손을 탁치며 슈모덴 남작의 말을 막는 스피든.
"투정은 여기까지 하지요. 어쨌든 준비하겠습니다. 아주 재미있습니다. 이 왕국에 영지전이라니요. 신생 영지의 영주라. 거기다가 전쟁 영웅. 그는 말입니다. 아주 흥미로운 인물입니다."
"흥. 투정을 두 번하면 집안이 뒤집어지겠구나. 네가 나에게 아들로서 해준 것이 부족하다 해도 좋다. 죽은 크라튼에게 미움을 가지고 있어도 좋다. 그 모든 것을 제대로 포용하지 못한 것은 가주인 나의 책임이니까."
"..."
아까까지만 해도 말을 잘 하던 스피든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한다.
"어떻게 됐든 넌 이곳 슈모덴 남작가의 아들. 아니 그것을 떠나서 나에게 많은 것을 받지 않았느냐. 비록 능력때문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은 사실이다."
"그렇습니다."
"많은 것을 바라지 않으마. 그 녀석. 그 로우드란 녀석을 고꾸러 트릴 만한 것을 나에게 보여! 그리고 그 놈의 목을 가져와! 크라튼에게 행한 것데로 만들어 버리란 말야! 아니 아니지, 생포해 와라. 내가 그 녀석을 살아도 살아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만들어 버리겠다."
광기에 젖어있는 슈모덴 남작의 눈.
"욕심이 과하시군요."
"그 무엇이든 좋다! 크라튼의 원한을 갚을 수 있다면! 지금도 꿈속에서 매일같이 찾아와. 피눈물을 흘리면서 네 녀석의 형 크라튼이 원수를 갚아달라 찾아온단 말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슬픔에 젖어있는 아버지의 눈을 가지고 있다.
아들을 잃는 것은 그 누구라도 지위를 막론하고 슬픈 것이다.
"후훗. 제가 죽어도 그렇게 해주실는지. 원하는데로 해드리지요. 로우드 그 녀석을 꼭 데려오도록 하겠습니다. 아버지의 앞으로 말입니다."
새로운 인물. 계속되는 전쟁.
시간은 지나가고 전쟁의 국면은 새롭게 변화하고 있다.
군주의 시간 127편 - 남작의 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