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주의 시간-127화 (127/228)

(1)

그러나 마법방어진이라고해서 무적은 아닌 법.

버틸 수 있는 한계가 있다. 저렇게 마법을 날려대면 마법방어진도 무용지물이 되버리는 것이다.

충성의 대가로 설치해 준 마법방어진일 지언정, 최대 4서클 마법이 한계이고 3서클 마법 수십번 맞으면 결국엔,

무.

너.

진.

다.

"젠장할! 막아! 막으라고!"

성주도 열이받아 소리치지만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자신의 주력은 전면전이 예상되는 체시드 성에 차출되어가거나 혹은 슈모덴 남작령에 가 있다.

슈모덴 남작이 생각하기에 병사들이 모일수록 전력이 강해지기에 내린 조치.

당연한 것이다. 로우드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바로 중심지에 가까운 에어안 성에 들어올 줄은 성주는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다.

마법 방어진 외에는 마법을 막을 방법은 전무!

성주인 자신도 다음 날이면 슈모덴 남작 직할지로 갈 참이었는데 마침 이렇게 쳐들어와 버린 것이다.

"젠장할!!!!!!!!!!!!!"

우지끈 소리가 나버리면서 마법방어진이 걸린 성문이 깨진다.

"숫자 빨에 당할 것은 없다니까."

로우드가 비릿하게 웃으며 말한다.

결국엔 저렇게 성문도 깨져버린 것이다.

5서클 마법사가 돼서 아직까지 5서클 마법을 쓰지 못하는 것도 아쉬운데 마법방어진도 깨지 못한다면 자존심에 상처가 갔을 것이다.

"무, 무식.. 아니 역시 정공법이 대단하군요."

다리운이 급히 말을 바꾸며 말한다. 그러나 로우드는 무식한 것 신경도 쓰지 않는다.

무식하면 어떻고 치사하면 어떠한가. 이기면 장땡이다.

"무식한거 맞지. 가세!"

"네, 넵! 전진한다!"

"살자!"

300의 레인저 기사단 인원들이 자신들만의 구호를 외치며 달린다.

처음 전투에서부터 내려온 구호를 외치며.

달려오는 로우드를 보며 에어안 성의 성주가 결의를 다진다.

"전군 전투 준비!"

이길 것은 사실 생각도 하지 못한다.

성주도 바보는 아니다. 그동안 크람스, 휴모뎀 등 3개의 성이 당한 이야기는 자신도 들어 알고 있다.

특히나 레작성의 성주는 자신보다 검술은 약할 지언정 바보가 아니었다. 그리 쉽게 당할 인물이 아니라 생각하는데, 그가 당했다는 것은 그만큼 로우드가 강하다는 뜻.

자신은 죽을 것이다.

이곳 성에서 방어를 하다 죽어나갈 자신. 에어안의 성주는 그것을 느꼈다.

"샤드안!"

"네. 아버지!"

후사는 도모해야 한다.

"신파극을 찍을 생각도 없다. 미리 말하지만 울고 불고 짜지마라. 같이 뒤지겠단 소리도 하지마!"

"..."

성주의 아들 샤드안도 아버지인 성주가 무엇을 말할지 예상한다.

"당장 가족을 챙기고, 아니 너라도 가라. 이곳 성을 빠져나가. 난 죽는다. 그러나 에어안이라는 이름을 버릴 수는 없다. 슈모덴 남작을 찾아가. 보는 눈이 없으니 널 버리지는 않을 게다."

"알겠습니다!"

아버지의 마음을 알고 있는 샤드안이다.

자신 아니 가문의 핏줄이라도 이으려 하는 아버지의 마음이다.

비록 대대로 슈모덴 남작의 밑에서 있을 지라도 가문을 사랑했고 이곳 에어안을 사랑하는 아버지다. 자신도 그러하고.

"짜식. 한번쯤은 같이 죽겠다 해야지. 크큭."

마지막까지 농을 건내는 에어안성의 성주.

"전 아버지의 아들이니까요."

그것으로 대답은 되었다.

지금 이 순간도 로우드군은 성을 향해 달려 오고 있다.

달려오는 그 순간에도 활에 화살을 장착하고 있는 적군.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성주가 읖조린다.

"에어안을 잊지 마라! 단, 너의 목숨을 지켜. 혹여 아비가 저 자식에게 죽더라도 복수한다고 설치지 마라. 닭살스럽지만 저 로우드는 새로운 시대가 낳은 인물 같으니까."

"..."

"자존심 상해마라. 에어안이란 성을 이을 수 있다면 밑으로라도 들어가. 가라."

입술을 꼭 깨문채로 샤드안이 성 아래로 내려간다. 아버지인 성주의 말을 따라 식솔들을 챙기고 성을 빠져나가려는 것이다.

"짜식."

고개를 끄덕이며 빠져나가는 아들을 본다. 아들로서 아버지를 두고 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일 텐데도, 떼 한번 쓰지 않고 자신을 배려하는 아들이 대견한 것이다.

"죽어보자. 에어안의 병사들이여!"

마나를 담아 크게 소리치는 에어안의 성주.

"우린 여기서 죽.

는.

다!"

전쟁이 일어나기도 전 자신의 병사들의 사기를 떨어트리는 말을 한다.

미친 것일까?

"에어안이 누구의 것인가!"

병사들 중 하나가 목이 터져라 답한다.

선한 성주는 아닐지언정 최선을 다해 대를 이어 성을 이끌어 온 에어안.

그 세월의 깊이는 힘은 로우드에 미치지 못할 지언정, 그 정신은 뿌리 깊게 박혀있다.

"성주님의 것입니다! 에어안의 수호자시여."

"크큭. 그래! 막아라! 적을 단 한명이라도 죽여! 에어안의 터전은 남아있을 것이고, 에어안은 계속 될 것이다. 죽음으로 기억되더라도!"

아무런 답도 들리지 않는다. 폭풍전야의 고요함.

"목숨이 아까우면 가라! 난 이곳에서 죽어버릴 테니까! 저 침략군을 막아!"

크게 소리치면서 에어안의 성주는 이미 뚫려버린 성문 아래에 자리를 잡는다.

죽음이 다가올 그 때까지, 성주로서 성을 끝까지 사수하겠다는 것을 보이는 그.

로우드도 그를 느꼈다.

자신은 저들에게는 평화를 해치는 침략군의 수장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겠지.

"인물이 있군. 안타깝지만. 기사단 발사!"

"발사하라!"

전쟁은 계속 된다.

그 어느 한쪽이 고꾸러 질 때까지.

로우드의 검. 그리고 에어안 성주의 검.

둘 모두의 검에 맺히는 오러.

둘의 부딪침.

지키는 자와 침략하는 자.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거는게 맞는 것일까?

아니면 자신의 것을 지키겠다 하며 침략을 시작한 자가 옳은 것일까.

"내가 이 곳 에어안의 성주다!"

자신의 신념, 기백을 담아 외치는 이.

".."

아무런 말도 없이 검을 가져다 대는 로우드.

누군가가 옳다는 정답은 없다.

그저 자신의 신념대로 검을 마주할 뿐.

전쟁은 계속된다.

피를 제물로 삼고서.

챕터 12 정신차린 적.

"쉽지 않군."

비록 슈모덴 남작 쪽이 전력이 우수하다고 평가가 될 지언정 하나 하나의 전투 자체는 쉽게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 로우드다.

지금까지의 전투들이 그러했고 자신의 기사단인 레인저 기사단을 믿기 때문.

그런데 이곳 에어안 성에서 생각지도 못한 충격을 받았다.

'자만했어.'

자신에게 신념이 있다면 적들에게도 신념이 있다.

그들도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니까.

비록 이번 전투에서 쉽게 이겼을 지언정 정신적 피로도는 생각보다 높았다.

'에어안 성의 성주.'

그는 새로운 적이었다.

목숨을 잃을 것을 알면서도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지금까지 만난 적군들 중에서 가장 강한 이는 아니었을 지언정 그 신념은 자신 못지 않았다.

에어안 성을 지키기 위해서 끝까지 검을 휘두르던 그.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막아내기 위해서, 에어안 성의 성주는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지휘했고, 끝까지 검을 휘둘렀다.

로우드 자신이 아니었다면 꽤나 큰 피해를 줬을 것이다.

성주의 경지는 오러 익스퍼트 상급. 자신이 최상급이 아니었다면 오히려 밀렸을 터.

이곳 성에 성주로만 머물러 있기에는 그 경지가 높은 이였다.

정신은 경지 이상으로 지고했고.

휴모뎀, 크람스, 레작의 성주들과는 그 궤를 달리하는 적.

"재미있군. 그렇지 않나?"

"그렇습니다. 언제 저희가 뭣 하나 유리했겠습니까."

군주의 시간 125편 -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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