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주의 시간-126화 (126/228)

(1)

"적의 정예들. 언제고 부딪치긴 하겠지만, 일단은 그리 진행하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로우드의 말을 이해한 다리운. 크람스 성의 모든 것들을 정리한다. 어차피 이곳 성의 영지민들은 대부분 로우드의 성으로 왔다.

세금도 높은데다가 성을 복구하는데 노동력까지 사용해야 하니 영지민들이 어떻게 버티겠는가.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농노들을 제외한 영지민 들 대부분이 왔다.

그 나머지 인원들도 오갈대가 없으니 자연스럽게 로우드의 영지로 편입이 될 것이다. 혹은 슈모덴 영지로 갈 확률도 있다지만, 그 정도는 염려하지 않는다. 세금이든 영지민에 대한 대우든 로우드의 영지가 월등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슈모덴 남작쪽의 영지로 간다면, 남작에게 충성한다는 뜻. 슈모덴 남작에게 그 정도로 충성하는 사람들을 억지로 데려올 만큼 영지민들이 궁하지는 않다.

**

체시드, 이자즈, 에딘, 파인즈 그리고 에어안. 이 5개 성을 지나야만 슈미렌성에 도달 할 수 있다.

로우드와 기사들은 이들을 무시하고 지나가기로 결정했기에 최대한 조용히 지나가야했다.

체시드에서부터 시작해서 4번째 성인 파인즈 성을 지나갈 때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마지막 성인 에어안에서 문제가 생겼다.

"적이다!"

에어안 성의 특징은 농업이 중심인 성이자, 몬스터의 숲이 매우작은 것이 특징이다. 농업이경제의 중심인 것이야 다른 성들과 별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몬스터의 숲이 작은 것은 조용히 지나가야 할 필요가 있는 로우드군에게 큰 단점으로 다가 왔다.

기껏해야 301명의 인원이라지만 아주 적은 인원은 아닌 법. 들켜버린 것이다.

"영주님. 어떻게 할까요?"

다리운이 상황을 파악하고 명령을 기다린다.

"아쉽게 됐군."

원래의 작전은 적의 중심부나 다름없는 슈미렌 성을 쳐버리는 것. 로우드는 그것이 잘 되지 않았음을 느꼈다.

이미 들켜버렸으니까.

4개의 성을 아무에게도 발각되지 않고 건넌 것에 방심을 했다. 슈모덴 남작 쪽이 자신에 대해 방심을 하게 만들지언정 자신은 방심하면 안 되었다.

누가보아도 전력적 열세이니까.

'꿩 대신 닭이라 해야 하나.'

여기까지 왔는데 아무런 수확도 얻지 못하면 안 된다. 자신의 스승 첼로스와 잡아 놓은 작전에서 문제가 생기니 말이다.

아직은 적인 남작의 시선을 모두 자신에게 끌어들일 때이다. 자신의 영지는 준비가 되지 않았다.

"적들도 준비가 되어있을 것이다. 최전방인 체시드보다는 못하겠지만 병사들이 있긴 하겠지."

"그렇습니다."

크람스성이나 슈모뎀 성에 비해서 배는 큰 성이 이곳 에어안이다. 슈모덴 남작가의 중심지와 가깝기 때문이다.

"작전 변경. 이미 걸려버렸으니 어쩔 수 없지. 에어안 성을 친다."

"알겠습니다."

아쉽지만 어떻게 하겠는가. 사람마음이 가는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니 어쩔 수 없다.

차선책이라도 가야하는 것이다.

질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 고작 이런 성 하나에 질 것이었으면 전쟁을 시작하지도 않았다.

"가세."

"알겠습니다!"

기합이 팍 들어간 다리운.

로우드는 자신의 새로운 가보를 꺼내든다.

"파이어 볼!"

로우드의 몸에 있는 마나를 뽑아가며 생성되는 파이어 볼.

마법무구라고 하지만 무구 자체에서 마법을 생성하지는 못하는 반쪽짜리 무구. 다른식으로보면 마법사들이 쓰는 스태프의 변형이다.

단지 마법이 내장된 곳이 검이아닌 스태프 인 것이 이점인 로우드만의 무기.

파이어볼이 적의 성문에 직격한다.

"젠장."

그러나 예상된 폭음은 들리지 않는다.

다만 성문에서 빛이 어리며 로우드의 마법을 막아내 버린다.

'마법 방어진.'

로우드가 전투를 벌이면서 처음 겪는 방어 마법이다. 슈미렌 성이나 되어야 걸려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마법방어진이 이곳 에어안 성의 성문에도 걸려있었다.

말 그대로 마법을 방어하는 마법진. 보통 크기가 큰 성에 걸려있는 것이 정석이다.

'세월의 힘인가.'

고작 크람스나 휴모뎀 성의 2배밖에 되지 않은 이 곳 에어안 성에도 마법 방어진이 걸려있다는 것은 슈모덴 남작 쪽이 지난 세월 간 쌓아온 것이 녹록하지 않다는 뜻이다.

중심지에 가깝다지만 큰 성은 아님에도 커다란 비용이 들어가는 마법방어진이 설치되어 있는 것이 그 근거다.

'그래봤자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본 마법 방어진. 그러나 로우드에게는 아직은 괜찮다.

로우드가 원래 치려고 했던 곳이 어디인가.

바로 슈미렌 성이다.

슈미렌 성에 마법 방어진이 있는 것은 로우드도 예상했다. 슈모덴 남작령 직할지에 가까운 곳이기 때문.

이곳에서 마법방어진을 본 것이 당황스럽긴 하지만 로우드 쪽도 마법방어진을 뚫기 위한 준비가 되어있다. 비록 성문 정도만 뚫을 준비가 되어있지만 말이다.

마법의 위력이 꼭 마법진의 크기에 종속되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영향을 받는다.

여러겹의 마법방어진이라면 로우드 쪽도 뚫기 어렵겠지만, 저 성에 있는 마법 방어진이 그리 강할 것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것은 자원의 낭비니까.

사실 이곳 작은 에어안 성에 마법방어진이 있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앞으로가 쉽지는 않겠군."

비록 자원낭비라지만 에어안 같은 성에도 마법방어진이 있는 것을 보면, 최소 에어안 성의 규모에는 마법방어진이 있다는 뜻.

승승장구(乘勝長驅) 해온 로우드로서는 난감함을 느꼈다.

"작전대로 가지."

"알겠습니다."

마법 방어진을 뚫기 위한 준비는 되어있다. 비록 하루에 몇 번 할 수 없다고는 하더라도 말이다.

"파이어 볼!"

로우드가 다시한번 마법검의 시전어를 외운다.

그가 생성한 파이어볼이 성문에 직격할 때마다, 성문에서 환한 빛이 생겨난다.

"와아아아!"

"최고다!"

마법방어진이 제대로 작동한다는 뜻. 에어안성에 있는 병사들이 환한 빛이 일때마다 마법이 막히는 것을 보며 환호한다.

이게 쌓이면 어떻게 될까?

마법 방어진은 일종의 실드 마법같은 방어막. 한번 설치하면 수십년 간 유지가 된다지만, 공격이 들어왔을 때 한번에 방어할 수 있는 총량은 정해져 있다.

10이면 10, 100이면 100처럼 말이다.

과연 이곳의 마법 방어진이 어디까지 방어해 낼 수 있을까?

시간 문제다.

슈모덴 쪽의 증원군이 오기 전까지 전투를 끝내야하는 로우드 쪽도 시간이 없다는 것이 문제긴 하지만 말이다.

"파이어 볼!"

"파이어 볼!"

"파이어 볼!"

로우드가 자신의 마나로 쓸 수 있는 파이어 볼은 50여 발이 약간 넘는다.

뭐 그리 많냐고?

누가 뭐래도 그는 5서클 마법사. 마나량이 3서클 마법 파이어 볼을 쓰는데 모자랄 리 없다.

거기다 여타 마법사들보다 빠른 마법회복 능력을 가진 자가 로우드가 아니겠는가.

이런 곳에서 막히기엔 지금까지 노력한 것이 아깝다.

"상황이 어떻게 됐나!"

에어안성의 성주가 나와 자신의 병사들에게 상황을 묻는다.

"저, 그것이 보이자 마자 저렇게 마법을 계속 날립니다."

로우드의 파이어 볼은 보고를 하는 그 순간에도 계속 작렬하고 있었다.

"젠장. 저 자식 마법무구가 대체 뭐야! 어떻게 저렇게 날려 댈 수 있는 거냐고! 평민 출신 맞아!"

길게 말을 하는 성주.

그도 당황스러운 것이다. 이곳에 있는 마법 방어진은 슈모덴 남작이 자신의 가문이 받치는 충성에 대한 대가로 남겨놓은 것.

그러기에 별로 크지않은 에어안 성이라고 할지라도 마법방어진이 있는 것이다.

군주의 시간 124편 -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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