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다만 성을 함락해야 한다는 것이 다를 뿐.
모든 준비는 완료 되었다. 이제는 진격을 해야할 때.
시작은 가까운 휴모뎀 성부터.
"아직 보수도 제대로 되지 않았군."
"성을 새로 만들기엔 시간이 빠듯했지요."
"그렇지."
휴모뎀 성은 아직도 건설이 한참인 곳.
그러나 이제는 성을 지을 필요가 없다. 로우드가 완전히 짓밟아 줄 테니 말이다.
"시작해볼까?"
"언제든지요. 마이 로드(Lord)!"
"로드라. 그거 오랜만에 듣는 말이군."
어릴 적 자신의 별명 로드(Lord). 자신의 소꿉친구가 불러줬던 별명.
이제는 너무나도 아득하게만 생각이 드는 어릴 적.
그 어릴 적 동심을 버리고 자신은 나아가야한다. 정말 로드(Lord)가 되어서 전쟁에 서야하는 자신.
별명인 로드(Lord)가 아닌 자신은 진정한 군주.
언제나 가장 선봉에서 적의 피를 뒤집어쓰며,
자신의 마음이 행하는 데로,
한 점의 후회 없이,
앞으로 나아간다.
"전진!"
전진이란 그의 말에 자신의 전우들이 따른다.
레인저 기사단의 힘찬 전진!
"저, 적이다!"
휴모뎀 성의 적들이 알았을 때는 이미 늦은 때.
자신들은 철저히 준비를 했다. 너희는 과연 어떻게 했지?
우리를 상대할 준비가 되었는가? 또 다시 방심하겠는가?
그렇다면 너희의 목을 따주지.
아니면 제대로 할 생각이 있는 것인가. 이 끓어오르는 피를 잠재워 줄 수 있느냐?
너희는 제대로 준비가 된 것이냐!
전쟁의 열기로 흥분한 로우드가 선봉에서 적의 성벽에 검을 내지른다.
제대로 완성도 되지 않은 성문은 무용지물(無用之物)!
카지직 하고 갈라지는 소리를 내는 성문.
"나는 로드(Lord)! 너희들의 군주가 될 자!"
광란의 정신으로 자신을 외친다.
"마이 로드(Lord)!"
그에 따르는 자신의 부하.
이제 적을 핏빛으로 물들이 때가 왔다.
진정한 전쟁은 이제 시작이다.
챕터 11. 정의?
사람의 시간은 한정되어있다. 그건 누구나 알지만, 아는 것을 제대로 활용 할 줄 모른다.
사람이기에 그런 것이겠지. 그렇기에 다른 이들보다 시간을 활용 할 줄 아는 사람이 성공한다.
로우드도 그런 케이스. 자신이 잘하는 것을 보고, 갈고 닦는다.
자신이 못하는 것을 하지 마라. 왜 자신이 가진 재능을 활용할 줄 모르는가. 자신이 못하는 것은 자신이 못하는 것을 잘하는 남과 함께하면 되는 것이다.
사람은 모든 것을 잘 할 필요가 없다. 자신이 할 줄 아는 것만 해도 되는 것이다.
로우드는 그런 기본적인 것을 따르고 실행한다.
'선공이 최선.'
지난 번 영지전에서 자신의 사람이 당하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정보가 없었으니까.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자신은 돌려주었다. 자신의 사람을 건드린 인물들에게 확실히 보복을 했다.
휴모뎀 성을 쳐부수고 남은 크람스 성을 쳐부수기까지 로우드가 걸린 시간은 단 일주일이었다. 그 마저도 전쟁을 진행한 시간보다 이동하는 시간이 더 걸렸다.
레인저 기사단을 통한 압도적인 화력. 그리고 로우드의 빠른 행동력.
마지막으로 아직도 제대로 보수를 마치지 못한 성들의 성벽은 이런 결과를 만들어 주었다.
압도적인 전투라는 결과를 말이다.
'그래도 아직은 전력의 열세.'
로우드가 판단하기에 아무리 자신이 순식간에 성 2개를 차지했다고 하더라도, 작은 성이다. 슈모덴 남작의 가진 힘은 마의숲 인근 성의 부대들과 중앙의 부대. 아직은 슈모덴 남작에 비해서 전력의 열세다.
슈모덴 남작가는 이 빈란드 왕국이 탄생할 때부터 세습귀족으로서 부를 향유하고 권력을 휘두른 자들. 그 격이 있고 전통이 있는 귀족가다.
비록 시간이 흐르는 세월의 타락에 따라 부패를 했을지라도. 그들의 힘은 강하다.
세월의 힘이 주는 힘의 축적이라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이 사람들이 전통을 따지는 이유.
감히 신생 귀족인 로우드가 넘보기엔 무리인 것은 사실.
그러나 로우드는 자신의 사람들과 함께 맹세하지 않았는가.
마음가는대로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귀속되지 않은 삶을 살겠다고 말이다.
크라튼을 죽인 것은 양측의 어느 쪽도 양보가 없는 싸움을 하겠다는 뜻. 전쟁은 시작되었고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크람스 성주의 목을 베며 무감각한 목소리로 로우드가 말한다.
"다음 전투는 슈미렌 성이다."
슈미렌성.
슈모덴 남작가의 서편으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성. 빈란드 왕국 생성 이후에 단 한번도 전쟁을 하지 않았던 곳. 그렇지만 가진 힘은 결코 약하지 않은 성이다.
슈모덴 남작가의 친인척들이 대대로 영주를 맡고 있으며 그 힘은 두텁다.
그 들이 가진 정예 병사들과 기사들. 슈모덴 남작의 밑이기에 지닌바 작위는 낮을지 몰라도, 약하지 않은 자들.
지금까지 싸워온 크람스나 휴모뎀같은 잔챙이들과는 다른 곳이다.
"슈미렌 성 말씀이십니까?"
부관 다리운이 놀라서 묻는다. 지금까지 해온 로우드의 전투 방식은 히트엔런.
말그대로 치고 빠지기다.
언제나 적의 주력은 기습으로서 무력화 시키고 나서 아군은 최소한의 피해를 아니 피해도 없이 끝을 내면서 빠지는 전술.
그것이 지금까지 로우드가 해온 전술의 뼈대.
지금은 로우드 측에서 슈모덴 남작에게 공격을 가하는 상황.
슈미렌 성으로 가자는 말은, 성을 공격하자는 말이다. 로우드 군이 했던 공성전은 크람스나 휴모뎀처럼 이런 작은 성들과 했던 공성전들.
크람스 성같은 것은 잔챙이이기에 성이라고 할 것도 없다. 마의 숲 인근이라고 할지라도 말그대로 접경지가 아니고 인근이기에, 위험도가 낮은 성이었다.
그렇기에 성벽도 두껍지 않았고, 병사들도 성에있는 주민들을 통제할 만큼만 유지할 정도로 훈련도가 낮았다.
이런 공성전 같지도 않은 공성전을 제외하면 로우드 군이 겪은 공성전은 단 하나.
바로 이렐리안과 공방을 나눴던 요새전 하나뿐이다. 그러나 그 마저도, 로우드가 이렐리안에게 도발을 거는 꼼수덕분에 별 피해없이 이루어졌다. 제대로 된 정석의 공성전을 수행한 것이 아니라는 뜻.
그런 상황에서 로우드가 슈미렌 성을 가자고 한다. 공성전을 하자는 소리인데, 지금까지의 로우드가 진행하는 전투와는 그 성격이 전혀 달랐기에 다리운이 놀라서 물은 것이다.
"슈미렌 성까지 있는 5개의 성은 어떻게 합니까?"
이곳 크람스 성에서 슈미렌 성까지. 있는 성은 체시드, 이자즈, 에딘, 파인즈, 에어안 성까지 총 5개다. 성의 규모는 크람스 성만한 것부터 해서 그 2배가 되는 것까지 다양하다. 그것들을 어떻게 처리하고 갈 것이냐고 다리운은 묻는 것이다.
"무시한다."
"뒤로 협공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영지전이나 국가 간 전쟁에서 전쟁을 시작하자마자 바로 적의 중심부를 공격하지 않고, 주요 성부터 공략하는 이유는 하나다.
주요 성들을 공략하지 않고 중심부로 가버리게 되면 앞뒤로 협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로우드는 이것을 무시하자고 하는 것이다.
그 점을 염려하는 다리운.
"적은 어차피 우리의 기동력을 따라오지 못하지. 거기다가 체시드부터 시작해서 강성의 방비도 철저할 것이 뻔해. 그것이 상식이니까."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준비한 적에게 뭐하러 가나. 물론, 슈미렌 성의 방비도 철저하겠지. 그러나 그 주력들은 모두 나가있을 것이 뻔하지. 이 사이에 있는 5개의 성으로 말야. 어차피 우리가 크람스와 휴모뎀 성을 금새 차지할 것은 적들도 예상했을 것이네. 이 곳의 성주 놈들처럼 완전 바보가 아니니까."
로우드는 적의 주력은 로우드의 군을 방어하기 위해서 다 빠져나갔을 테니 빈집털이를 하겠다는 소리다.
군주의 시간 123편 - 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