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헹! 말이라도 못하면."
끝까지 못마땅한 프레핸드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로우드가 영지전 발발을 위해서 슈모덴 남작에게 보낸 선물이 도착할 때가 됐다.
마법 아이템들로 하는 무장은 자신의 병력까지. 아직은 판매할 때가 아니다.
전쟁이 다가오고 있었다.
처음으로 로우드가 먼저 시비를 거는 전쟁이 말이다.
**
"저, 저기. 로우드 영주가 이것을 주면서 절 보냈습니다."
로우드가 자신의 영지에 들어온 병사들 중 납치해놓았던 병사 하나. 크라튼은 그 병사를 신경도 쓰지 않고 로우드와 일전을 벌였었다.
"어째서! 내 아들 크라튼은 오지 않고 너만 온 것이야! 그건 또 무어냐!"
불안한 기분에 괜히 병사에게 성질을 내는 슈모덴 남작이다.
"죄, 죄송합니다."
"이리 가져와!"
병사가 조심스럽게 자신이 가져온 상자를 슈모덴 남작에게 건낸다. 위에는 편지가 동봉되어있다. 안에는 무엇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져오는 내내 썩은 내가 진동을 했다.
조심스래 편지를 살펴보는 슈모덴 남작. 혹여나 독이 있을까 하기엔 상자를 가져온 병사가 잘만 살아있다. 그래서 안심하고 열어보는 것이다.
편지 안에는 로우드의 필체로 글이 쓰여 있었다. 그리 길진 않은 문구들.
'슈모덴 남작 오랜만이오?'
남작은 이 말을 보고 참으로 어린 것이 건방지다 생각했다.
'내 이번에 선물을 하나 보냅니다. 아주 만족할 것이라 보오.'
건방짐의 종지부를 찍는 로우드.
선물이라. 이 냄새나는 것이 무얼까 긴장을 하는 슈모덴 남작. 아까부터 예감이 좋지 못하다.
'크라튼이라고 압니까?'
아들인 크라튼을 아버지인 자신이 모를 리가 있겠는가.
'밑에 상자. 크라튼입니다.'
"뭐 뭣! 뭐라고!"
슈모덴 남작은 크라튼이라는 말을 보자마자 떨리는 손을 주체할 수 없었다. 자신의 아들이 연락이 없는 것이 이상하긴 했다. 그렇지만 설마 자신의 아들이 무슨 일이 생길 것이냐 하고 방심하고 있었다.
설사 크라튼이 로우드 자작을 건드렸다고 하더라도 로우드가 미치지 않는 한 크라튼은 죽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슈모덴 남작이 생각하기에 로우드의 전력은 자신보다 약하다. 그러기에 자신에게 전면적을 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내린 결론이었다.
떨리는 손으로 슈모덴 남작은 썩은 내가 진동하는 상자를 열었다.
"아아."
능구렁이같은 속내를 가진 그의 눈이 시뻘겋게 충혈된다.
"아, 아들아!"
자신의 아들. 오만한 성격이지만 그것조차도 세습귀족으로서 당연히 가져야할 성격이라 생각하며 사랑했던 아들.
비록 모자랄지 몰라도, 둘째의 보필과 더불어서 영지를 잘 이끌어 나갈 것이라 생각한 아들.
몇 달 전까지만해도 자신의 복수를 하겠노라하며 나갔던 아들이 돌아왔다.
썩은 내가 진동하는 목만을 가지고 말이다.
"크흑."
그제서야 슈모덴 남작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한방울. 한방울. 크라튼의 머리위로 떨어지는 남작의 눈물.
"네, 네놈은 무엇을 했느냐!"
자신의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는 남작은 허리춤에 찼던 검을 뽑아들고는 살아서 돌아온 병사에게 따져물었다.
그도 안다. 이렇게 한다고해서 죽은 아들이 살아 돌아오지 않을 것임을.
그도 알고 있다. 아들은 이미 죽었음을.
자신이 눈물을 흘린다 해서 1초라도 살아 돌아오지 않음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어떻게 하랴.
자신의 아들인 것을.
못난 아들이든 잘난 아들이든 자신의 자식인 것을.
핏줄이 이어진 하나의 자식이거늘.
"크흑. 죽어버려!"
핏발선 눈으로 칼을 휘두르는 남작. 자신의 찢어지는 아픔을 검으로서 궤적을 그리는 것이리라.
"아악."
크라튼의 부하로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병사가 슈모덴 남작의 검에 목숨이 사라진다.
"죽어! 죽으라고!"
죽은 병사에게 계속해서 칼질을 하는 슈모덴.
그는 이미 병사에게 칼질을 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눈의 가시! 한 하늘에서 살지 못할 이! 로우드!
그에게 자신의 비참한 심정을 담아 칼질을 하는 것이다!
"로우드!"
"로우드!"
"로우드으으으으으! 빌어먹을 새끼이이이이!"
악마라도 좋다.
선한 천사라도 좋다.
그 누구라도 자신의 자식을 잃는다면 이런 비통한 심정이리라.
협상은 없다.
모두가 공멸해도 좋다. 내 원한만 갚을 수 있다면.
시작은 아무래도 좋다. 너이냐 나이냐. 누가 살아남을 것이냐.
이 전쟁으로 끝을 보자.
"레너자 단장!"
"네!"
늘 슈모덴 남작의 옆에서 남작을 보필하던 레너자 단장. 슈모덴 남작의 하나뿐인 기사단의 단장이다. 40명의 기사로 이루어진 슈모덴 기사단의 단장.
아니 이제는 31명의 기사단이다. 지멘에 이어서 8명의 기사를 또 잃었으니 말이다.
그 또한 아들을 잃은 슈모덴만큼은 못할지언정 분노에 불타고 있었다. 크라튼이 죽었다면 나머지 기사들은 어떻게 됐겠는가.
모두죽었다. 적의 칼날에.
'내 원수를 갚아주지.'
시작은 누가 했든 좋았다. 이제는 서로 한 하늘아래에 없을 원수가 되었다.
슈모덴 남작이 쩌렁 쩌렁하게 외친다.
"당장 군대를 일으켜! 영지 내에 모든 군대를 일으키란 말이야!"
평상시라면 레너자 단장도 슈모덴 남작의 결정을 반대했을 것이다.
로우드 영지를 얻는다 하더라도 희생이 크니까.
얻어도 가질 것이 없으니까. 그리고 슈모덴 남작령 중 마의 숲에 인접한 영지들을 지키기 위해선 병력을 함부로 차출하면 안되니까.
그러나 지금 이 두명에게는 그런 것 따위 아무런 장애물도 되지 않는다.
자신의 자식을 잃고, 부하를 잃었는데 무엇이 보이랴.
"당장 데려와! 데려오라고!"
미친 듯이 외치는 슈모덴 남작. 피끓는 부정인가.
전쟁은 시작되고 있었다.
**
"남작 측의 병력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새롭게 얻은 검을 손질하고 있던 로우드. 그가 검의 손질을 멈추고 보고를 하러 온 다리운을 본다.
"드디어인가."
기다리던 전쟁이다. 자신을 먼저 건드린 것은 슈모덴 남작.
로우드 그도 왜 모르겠는가. 선인이든 악인이든 자신의 자식은 소중히 한다는 것을.
자신의 부모를 그토록 생각하고 효도하던 로우드가 부정(父情)이란 것을 왜 모르겠는가.
자신이 그토록 지키려고 했던 부모의 마음, 아버지의 마음이다. 그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전쟁은 비정한 것. 자신은 그것마저도 이용할 것이다.
피끓는 부정을 분노로 바꾸고 그 분노로 상대의 눈을 멀게하리라.
자신의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 무엇이라도 하려고 마음먹은 자. 그가 로우드다.
전쟁을 위한 것은 준비.
"마법 무구 제작은?"
"현재 병사들 위주로 보급률을 올리고 있습니다.
도구는 잘 준비되었는가.
"병력의 움직임은?"
"인접한 휴모뎀과 크람스 성은 자중을, 나머지 영지는 분주하게 병력을 이끌고 슈모덴 남작령으로 속속들이 모이려 하고 있습니다."
정보는 잘 찾았나?
"준비됐나?"
"아군 모두 준비 완료입니다!"
이젠 출발이다.
"당장 출진 준비를 하라. 스승님에게는 병사들과 함께 영지의 방비를. 레인저 기사단은 후보를 포함해서 모두 출진 준비를 한다."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을 하는 것. 그것이 로우드의 전투 방식.
"그렇담 이번에도?"
"지겨워도 어쩌겠나.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이 그것인 것을."
"알겠습니다!"
로우드에게 경례를 붙이는 다리우스.
선공은 로우드 자신이.
선봉에는 언제나 영주인 자신이.
그리고 가장 잘하는 것은 기습!
다만 성을 함락해야 한다는 거이 다를 뿐.
군주의 시간 122편 - 영지전 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