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호?"
로우드의 눈이 잠시 이채를 띈다.
"마법사가 있군요."
마나를 느꼈기 때문이다. 자신이 마법사인 것을 알리지 않았다. 단지 아티펙트를 사용한다고 한 것이다. 그런 아티펙트를 막기 위해서, 마법사를 데려온 것 같았다.
"4서클이군."
로우드는 자신보다 경지가 낮은 파르넨의 마나를 느꼈다.
'장난 좀 쳐볼까.'
이번엔 자신의 가보(?) 파이어 볼을 사용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로우드다. 자신이 적들의 함정에 걸려들었다고 장난을 치고 싶은 것이다.
"비아노. 저쪽에 로브를 입은 인물. 내가 신호를 보내면 바로 전투불능으로 만들게. 죽이지는 마."
"알겠습니다!"
로우드는 일부러 파르넨을 죽이지 말라 명령을 내렸다. 다 생각이 있어서다.
로우드의 생각을 모르는 크라튼 쪽은 신이 났다.
"아티펙트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파르넨 준남작. 정말 제대로 했군!"
자기 나름 마나를 동결시키느라 집중하고 있는 파르넨은 집중을 계속 이어가야 하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전진! 기사들이 근접하면 다 끝난다! 전진하라!"
병사들이 힘을 내서 전진에 힘을 더한다. 병사들도 빨리 전쟁을 끝내고 싶은 것이리라.
"일단 오러는 사용하지 않고 화살을 날립니다. 제가 신호를 내리면 오러를 사용하도록 하세요."
"넵!"
로우드는 침착하게 기사단에게 명령을 내렸다. 병사들의 뒤로 기사들이 달려온다. 병사들을 앞에 놓아 화살받이로 쓰고 자신들의 몸을 보중하려는 것이다.
"기본 화살 발사!"
로우드의 명령에 50의 기사들이 화살을 일제히 날린다.
'쉬쉬식'
오랜만에 나아가는 화살들.
"살려줘!"
"막앗! 방패!"
이번에는 슈모덴 남작쪽도 정예의 병사들을 데려온 지라 예전과 같은 효과는 내지 못했다. 들고 온 방패를 앞세워 화살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것이다.
'타다당' 소리를 내며 방패가 화살을 막는다.
"좋았어!"
뒤에서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는 크라튼이 방패로 화살을 막아내는 것을 보며, 기뻐한다. 자신의 작전대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크라튼의 오판은 곧 비틀린다.
"흠. 준비를 이번엔 철저히 했군. 제가 신호하면 오러 화살을 날립니다."
"넵!"
적들의 준비이상으로 전력을 강화한 로우드.
'거리가 가까워지면.'
사신이 기다리는 지도 모르고, 방패를 앞세워 신나게 뛰어오는 크라튼의 부하들.
로우드는 적을 완전히 방심시키기 위해서 참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 자신의 기사단이 날리는 화살을 보고는 도망을 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승리에 대한 걱정은 애시당초 하지 않는다. 도망자를 없게 하기위해서 고심할 뿐.
한걸음. 두걸음. 점점 가까워지는 발걸음!
'지금!'
때가 왔다.
"화살 발사!"
오러를 입혔기에 소리보다도 빠른 화살들이 나간다. 음속 이상의 속도를 내는 것이다.
"아악!"
"뭐, 뭐야!"
영문도 모르는 채 적들이 쓰러진다.
'쉬쉬식.'
적들을 꿰뚫고 나서야 들리는 화살 소리.
로우드 기사단의 무서운 위력을 대변해준다.
"이, 이게!"
"오러입니다! 오러!"
기사들은 완벽한 무장을 갖춘데다가, 순간적으로 화살을 피하거나 막았기에 살아남아 있었다.
그러나 그 수는 고작 4명. 8명의 기사 중 4명이 허무하게 오러 화살에 목숨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들은 놀라서 정신을 놓았다. 순간 아차하는 사이에 동료들이 목숨을 잃었다.
"나머지는 제가 처리하도록 하지요. 비아노는 아까 명령한데로 마법사를 전투불능으로 만들고, 저기 얼빠진 녀석을 생포하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로우드는 침착하게 자신이 할 것을 찾았다. 그 일은 4명의 남은 기사들을 처리하는 것.
'좋은 실전이 되겠어.'
최상급 오러 익스퍼트가 되고서 실전을 겪어보지 못한 로우드다. 첼로스와 대련을 한다지만 대련은 어디까지나 대련.
몸이 근질 근질했었다. 자신이 전력을 다하면 어떤 위력을 낼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차앗!"
말에서 뛰어내린 로우드가 몸에 마나를 불어넣고 당황한 적의 기사들에게 뛰어간다.
"막아!"
"적의 수장이다! 저놈만 처리하면 돼!"
4명만 남은 기사에게 마지막 희망은 로우드를 처리하는 것. 수장인 로우드를 죽이거나 사로잡으면 자신들은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가능하다면."
짧게 응수한 로우드는 자신의 검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눈으로 보이는 오러의 경지는 오러 익스퍼트 중급.
처음 시작은 자신의 오러의 위력보다는 검술을 시험해 보고 싶은 것이다.
'시작은 하나. 언제나 선공!'
로우드의 전투의 법칙대로 전투는 시작된다.
기사의 상징. 오러가 부딪친다.
귀를 울리는 오러의 공명음. 그들의 기파.
"희망이 있다!"
로우드의 경지를 오러 중급이라 여긴 기사들이 희망을 찾는다.
'거기까지.'
자신의 스승 첼로스에 비하면 모든 것이 쉬웠다.
검술의 격이 다른 것이다.
"끝내자."
"어림없는 소리! 죽어랏!"
로우드의 말에 대꾸하며 전력을 다하는 4인의 기사. 전후좌우에서 로우드를 압박하려한다.
대형을 갖추기도 전.
"끝."
로우드는 순식간에 자신의 검에 오러를 불어넣는다.
순식간에 완성되어가는 로우드의 오러!
"최, 최상급!"
놀라는 그들의 눈에 로우드의 검이 얹혀진다.
고통에 찬 비명은 없었다.
순식간에 갈라버렸으니까. 한명의 기사가 갈려진다.
"도망쳐!"
최상급엔 안된다. 도망만이 살길. 기사들이 흩어져 도망가려 한다.
로우드에게 끝까지 맞붙었다면 조금이라도 더 살수 있지 않았을까?
"아악!"
가장 먼저 등을 돌린 기사의 등이 갈라진다.
다음은 자신의 뒤를 노렸던 기사.
"도망은."
검 하나가 도다시 기사의 목숨을 앗아간다.
마지막 남은 기사하나.
"거기까지."
단 10걸음도 가지 못하고 단 한명의 기사만이 남았다. 이대로는 안된다 느낀 기사.
뒤돌아서 로우드에게 미친척 검을 내지른다.
"오지 마! 젠자아아아앙 할!"
"용기는 가상하군."
마지막 피보라를 일으키며 기사가 몸을 대지에 눕힌다.
최상급으로서 첫 실전은 끝이 났다.
"좋군."
만족스러웠다. 오러 익스퍼트 4명을 상대로 손쉽게 끝나다니. 비록 중급의 오러 익스퍼트 하나에 하급 3명이었지만 충분히 좋았다.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확인한 것이니까.
"내가 누군지 알고! 제대로 하지 못해!"
"시끄러."
비아노가 내지른 발길질에 치이는 크라튼.
"아악! 네, 네놈! 아버지에게!"
"미친놈."
기사단이 크라튼과 파르넨을 제대로 잡아온 것이다.
"왔나."
"네, 네녀석! 어서 나를 풀어줘! 이게 무슨 짓이냐!"
로우드의 목숨을 뺏으러 온 주제에 자신을 풀어달라 말하는 크라튼이다. 상황 파악이 안되는 녀석이다.
'바보군.'
로우드는 다시 한번 한심함을 느꼈다.
"죽여."
"사, 살려줘! 제발! 제발!"
로우드의 명령이 떨어지고 나서야 상황파악을 한 크라튼. 이미 늦었다.
"아아아아악!"
크라튼의 길고 긴 비명이 들린다. 죽어버리는 크라튼을 보면서 파르넨은 아무런 말도 못하고 두려운 눈으로 로우드를 쳐다보고 있다.
자신을 어찌할지 두렵기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영지전은 피할 수 없겠군."
이유야 어찌됐든 슈모덴 남작의 첫째아들을 죽였다.
전에 영지전에서도 정치적인 이유를 들어 성 2개를 되돌려 받은 슈모덴 남작이다. 무슨 수를 내서든 명분을 만들어서 올 터.
로우드의 응수할 준비는 철저하다.
곧 다가올 영지전.
슈모덴 대 로우드. 로우드 대 슈모덴.
이제는 전력전이다.
둘 중 하나만 살아 남는 것이다.
군주의 시간 120편 - 영지전 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