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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기사단도 이런 기사단이 없었다. 자신의 깨달음을 서로 공유하는 기사단같은 것 말이다. 그러나 로우드가 검술서를 공유해서 같은 검술을 익힌데다가, 전우로서 맺어진 레인저 기사단은 여타 기사단에 비해서 그 끈끈함이 다르다.
힘이 없을 때부터, 지금까지 같이 해온 이들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힘을 합쳐 강해지고 있었다.
그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기사단. 레인저 기사단으로 말이다.
"오러 익스퍼트 50명이라. 겉보기엔 그저 레인저일 뿐이지."
"그렇습니다."
레인저 기사단은 기사가 되고도 사용하는 장비가 같다. 드워프제 무구를 쓰기 때문에 기사가 되었다고 따로 무구를 바꿀 필요가 없다. 이미 어떤 것 보다도 뛰어난 무구이기 때문.
그렇기에 그들은 여전히 병사들과 비슷한 모양의 장비를 사용하고 있고, 활을 들고 있다. 활을 들고 있는 기사단이 대륙 어디에 있겠는가?
다른 이들이 보면 레인저 기사단은 기사가아니라 그냥 레인저로 보일 뿐이다.
"충분히 먹잇감으로 보이겠군."
50명의 레인저가 아무리 특수부대여서 일반병사들보다 강하다고 할지라도, 수백의 병사를 동원한다면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
"내일 출발하겠습니다."
"다녀오게나."
가까운 곳에 산책이라도 가듯이 다녀오라 말하는 첼로스. 오러만큼은 자신과 같은 경지의 제자 로우드.
물고기 한 마리 잡는데 걱정시킬 제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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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로우드는 50의 레인저 기사단을 이끌고 나갔다. 레인저 기사단은 아직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부대다. 활약한 바가 몬스터 토벌 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로우드가 영지의 밖으로 나가면서 핑계를 댄 이유는 몬스터 토벌이다.
마의 숲에 인접한 로우드의 영지이니만큼 몬스터 토벌만큼 자연스러운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출발한다."
"예!"
기사들은 이미 로우드에게 무슨일이 벌어질 것인지 미리들어 알고 있다. 처음에 전쟁을 수행할 때부터 로우드는 병사들에게도 작전을 알려주는 인물.
자신의 심복과도 같은 기사단 들에게 상황을 알려주지 않을 리가 없다.
로우드가 토벌을 핑계로 50의 기사들과 영지를 떠나는 그 때 바삐 움직이는 이들이 있었다.
바로 크라튼이 로우드를 감시하기 위해서 보내놓은 병사들이다.
"먹잇감이 출발했습니다."
"당장 가서 보고하도록하자."
이미 로우드가 파악했는지도 모르고 로우드의 영지를 떠나는 병사들.
"일이 제대로 진행됐다."
로우드는 자신에게 메시지 마법으로 전해진 메시지를 보고 크라튼이 미끼를 물었음을 알았다.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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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를 먹여야겠지?"
상대편을 고생시키는 것은 로우드 군의 특징이다. 기사이되 기사가아닌 자들 그들이 레인저 기사단이다.
다른 기사단의 기사들이라면 치사하거나 비열하다 여겨서 하지 않을 짓을 즐기면서 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가장 큰 특기는 바로 함정설치!
"당장에 함정을 설치하지."
"넵!"
로우드는 그것을 기사단에게 지시했다. 크라튼은 이 곳이 함정의 밭인지도 모르고 달려올 것이다.
'함정은 몬스터들을 토벌하기 위해서 설치한 것이라 여기겠지.'
로우드는 영주이면서도 온힘을 다해 함정설치에 열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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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잇감이 출발했습니다."
서로를 먹잇감으로 보는 크라튼과 로우드. 크라튼은 로우드가 영지를 떠났음을 자신이 심어놓은 병사들을 통해서 알았다.
"얼마나 되나?"
"정확히 50명의 병사들을 데리고 출발했습니다."
"크큭. 그렇단 말이지."
비릿한 웃음을 짓는 크라튼.
"파르넨 준남작. 준비는 되었지요?"
파르넨 준남작. 슈모덴 남작가에 봉사하는 몇 안되는 마법사들 중 하나다. 그의 마법의 경지는 4서클. 슈모덴 남작이 세습귀족이기에 남작이면서 이런 마법사를 소유할 수 있는 것이다.
준남작 작위라고 할지라도 세습영지를 운영하면서 얻은 막대한 재화를 통해서 마법실험을 지원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예. 그 파이어볼이 나간다는 아티펙트는 제가 막도록 하겠습니다. 4서클인 저이니 약간만 무리하면 가능합니다. 대신 아시겠지요?"
"염려 마시오. 크큭."
크라튼의 부탁을 받아서 이곳 휴모뎀 성에 오면서 마법사 파르넨은 크라튼에게 조건을 걸었다. 마법을 막아줄테니 로우드가 쓰는 마법 아티펙트를 자신에게 달라고 한 것이다. 평상시라면 욕심을 냈을 아티펙트지만 복수심에 불타는 크라튼에게는 그런 것이 눈에 들지 않았다.
슈모덴 남작에게 기사들까지 8명을 지원받은 크라튼. 그 나름대로 준비가 철저했다.
모든 준비를 다 했다 여긴 크라튼은 병사 150을 포함해서 총 160명의 인원을 데리고 출발했다. 자신만의 먹잇감 로우드를 처리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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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우드를 잡기 위해 나선 크라튼은 한참 고생중이었다. 도무지 행군의 진도가 나가지 않는 것이다.
"크악!"
"뭐냐 또!"
짜증을 내는 크라튼. 벌써 여러번째다. 이런일로 행군을 멈추는 것은 말이다.
"하, 함정입니다."
"젠장. 해체 해. 레인저를 이끌고 간거 같다더니 함정으로 몬스터 토벌을 하나? 뭐이리 함정이 많아. 젠장, 몬스터들 따위."
로우드가 자신을 위해서 선물하는 함정인지도모르고 몬스터를 욕하는 크라튼.
"파르넨 준남작. 아직도 못찾았습니까?"
"그것이. 이상하게 디텍트 마법으로도 흔적이 발견되지 않습니다. 설치된 함정을 뒤따라 가는 것 밖에는.."
파르넨 준남작은 마법사로서 열심히 마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로우드 군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로우드가 생각보다 깊이 숲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디텍트 마법은 숨은 적을 찾는데 유용한 마법이긴 하더라도 만능은 아니다. 거리가 그리 멀리까지는 적을 발견하지 못하는 것이다.
"벌써 30이 넘는 병사들이 당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제대로 할는지."
"저희 기사가 8명 아니겠습니까? 믿어주시지요 크라튼님."
슈모덴 남작의 명령으로 크라튼을 따라온 기사가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큰소리를 탕탕친다. 나중에 남작을 이어받을 크라튼에게 잘 보이려는 것이다.
"그나단 믿네. 지멘의 복수를 로우드 녀석으로 제대로 해주게."
"염려 마시지요. 지멘은 저의 절친한 친우. 제가 제대로 보내버릴 것입니다!"
"믿네."
자기들만의 한바탕 희극을 벌이며 전진하는 그들.
"찾았습니다!"
기다리던 소식을 파르넨이 전한다. 드디어 디텍트 마법으로 적을 찾았다는 말!
로우드가 가까이에 있다.
"전진하라!"
기습의 ㄱ자도 모르는 크라튼. 냅다 전진을 명령한다.
자신이 훨씬 수가 많고 전력도 강하다 생각해서 이러는 것이다. 신중한 성격이라면 혹여나, 도망자라도 생길까 싶어 신중히 움직일 것이다. 그러나 오만한 성격인 크라튼은 그런 것도 없다.
"우와아아아!"
기세좋게 나가는 크라튼 군. 여기까지 와서 로우드의 함정이 없겠는가.
"크아아악!"
또 걸린다. 학습을 모른다, 도무지.
로우드는 그런 그들을 가만 쳐다본다. 로우드에게 다가서기도 전에 이미 40의 인원은 죽어있는 크라튼 군.
데려온 전력을 믿는 것인지 아직까지 기세등등하다.
"오는군요."
"그렇습니다."
로우드의 곁을 지키고 이는 평상시 함께하는 다리운이 아니라 다른 기사다. 기사의 이름은 비아노. 레인저 기사단 출신으로 다리운 다음으로 기사가 된 인물이다.
레인저 기사단 이기에 활로 오러를 사용할 줄 아는 것은 당연.
군주의 시간 119편 - 첫 활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