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주의 시간-114화 (114/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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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마나도 수련을 위해서 조금씩 흘러나가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검을 본 로우드는 큰 충격을 느꼈다.

"자유롭게 발산하는 것."

"..."

첼로스는 로우드의 말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자신이 조언을 해버린다면 로우드의 깨달음와 자신만의 오러에 대한 해석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상급 오러 익스퍼터인 자신을 뛰어넘어서 오러 마스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로우드다. 그렇기에 기사 첼로스는 갑작스런 깨달음을 얻는 로우드를 그냥 지켜만 보았다. 속으로는 잘 되는 것일까 마음을 졸이면서 말이다.

그리고는 눈짓으로 아직도 호위 기사 역할을 하고 있는 이랄리안에게 주변의 보안을 철저히 하라 말했다.

기사인 이렐리안은 전과 같이 자신이 해야할 역할을 알고 조용히 행동했다. 로우드의 깨달음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

지금은 로우드에게 중요한 때다. 방해 받는다면 언제 이런 기회가 또 찾아올지 모르는 것이다. 깨달음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니까.

'오러는 마나의 발산.'

열심히 수련한다. 마나가 몸에 쌓인다.

그리곤 깨달음을 얻는다. 검을 익히면 검에, 활을 익히면 화살에 오러가 씌어진다.

간단한 것이지만 그것은 많은 사람들이 도전하면서도 도달하지 못하는 많은 수련이 필요한 경지.

로우드는 검으로도 활로도 오러를 사용할 수 있다. 그만큼이나 오러에 대한 이해가 높다는 것.

로우드의 생각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발산을 위해 나는 의지를 사용하고 오러를 사용했다.'

그동안 오러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깨달음과 함께 의지를 필요로 했다. 마나를 사용해서 오러를 발산하겠다는 의지가 말이다.

그런데 첼로스와 검을 나눈 지금은 달랐다. 자신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오러를 사용했다.

얇디 얇은 오러였지만, 그것은 무엇도 자를 수 있다는 오러였다.

아니 오히려 얇았지만 그동안 효율적으로 마나를 다루지 못하던 자신의 오러와는 전혀 달랐다.

좀 더 완벽하고 다듬어졌다. 마치 검의 모양처럼 말이다.

'자유롭게 두는 것.'

"오러의 자유로움."

생각하는 바를 입으로 표현한 로우드.

"내 의지가 깃들었을 때."

한마디의 말이 더해질 때 한번의 행동이 이어진다.

물 흐르듯 자유롭게 이어지는 로우드의 검.

그런 그를 긴장한 눈으로 쳐다보는 기사 첼로스만 있을 뿐. 다른 이는 없다.

고요 속에 이어지는 로우드의 행동.

"오러는 움직인다."

계속되는 검의 흐름. 자연스럽다. 검술의 틀에 박힌 것이 아닌 자유로운 검이었다.

"의지가 구지 묶지 않더라도 오러는 움직인다."

말의 끝맺음과 함께 갑작스럽게 굵어지는 로우드의 오러!

선명했다! 그리고 완성형에 가까운 오러의 형태!

"자유로움!"

자유롭게 흐르던 검의 움직임을 버리고 이제는 광인이 된듯한 미친듯한 움직임.

그런 그의 움직임은 계속 되었다.

기사 첼로스가 연무장에서 내려올때까지도 말이다.

"한번에 두 단계를 뛰어넘어버린다라? 천재군. 천재를 키우고 있어..."

시샘일까? 아니면 자신을 스승으로 모시는 제자 로우드의 경지에 대한 칭찬일까.

약간의 쓴웃음을 입에 머금은 기사 첼로스는 조용히 연무장 바깥으로 물러났다.

이제는 로우드의 여인이 된 이렐리안이 조용히 첼로스에게 묻는다.

"영주님은요?"

"최상급이 되버렸어. 오러익스퍼터 최상급."

"그, 그럴수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신보다 낮았던 경지에 있던 로우드다. 이것은 빨라도 너무 빠르다.

"영주가 마법사인 것. 알고 있겠지?"

"그, 그렇습니다."

감탄인지, 아니면 자신의 남자가 올라간 것에 대한 감격인지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첼로스가 진지하게 이야기한다. 로우드의 여인인 이렐리안이니 첼로스도 그녀를 어여삐 생각하고 챙긴다.

로우드에게 전해졌던 깨달음을 흘려주는 기사 첼로스.

"그게 도움이 된 것 같으이. 오러에 대한 이해는 곧 마나에 대한 이해. 그의 옆에서 항상 같이하고 싶다면 자네도 기억해두게. 그렇지 않으면 자네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영주는 멀리 가버릴 사람이니까 말야. 내가 별다른 검술서를 익히지 못했음에도 강한 이유. 그것은 오러 그 자체에 대해 생각을 해서일세."

첼로스의 말이 끝나자 이렐리안은 깊게 고개를 숙인다.

기사 첼로스로서는 자신이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주었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검술가인 그가 검술의 비의를 알려주는 것은 그런 의미다.

그런 의미를 잘 아는 이렐리안. 타국의 기사였던 자신을 단지 영주이자 자신의 제자의 여인이 되었다는 것 하나로 믿고 자신의 모든 것을 건내준다.

그것은 경지를 떠나 첼로스가 그릇이 큰 인물이라는 것.

이런 인물이 로우드의 곁에 있는 것은 로우드의 복이고 진의를 받은 자신의 복이다.

"감사합니다."

"됐네. 언제고 검이나 나누세."

쑥쓰러운 것인지 기사 첼로스는 황급히 자리를 떠난다.

"감사합니다."

그런 그를 보며 이렐리안이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고 감사를 표한다. 뒤돌아선 첼로스가 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기사 첼로스가 사라지고도 한참 로우드는 검을 미친 듯이 휘드르고 있었다.

검의 광인같은 그.

"휴. 정말 내게서 멀어질까?"

이렐리안의 쓸데없는 고민이 깊어지고 있었다.

같은 검사로서의 질투는 하지 않는다.

자신의 남자니까, 그렇지만 자신의 곁에서 멀어지는 너무도 높은 사람이 되버린다면. 그건 그것데로 슬픈 일일 것이다.

이렐리안의 걱정과 그리고 응원 속에서 로우드는 새로운 검의 경지를 익히고 있었다.

오러익스퍼트 최상급의 경지를 말이다.

**

지난 영지전에서 로우드에게 호되게 당한 휴모뎀성 안. 로우드의 뒷끝이 발휘된 성의 뒷공작 때문에 한참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로우드가 무엇하나 제대로 남겨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성의 성주민들까지 빼앗아갔으니 더 말해서 무엇하랴.

슈모덴 남작에게 심각하게 쪼이고는, 남작령에서 내려오는 지원물품으로 간신히 성을 보수하고 있었다.

슈모덴 남작도 휴모뎀이나 크람스 성주가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어쩌겠는가. 당장에 새로운 성주들을 뽑아서 교체할 수도 없는데다가, 당장에 로우드가 보통인물로는 모이지 않으니 대비를 시킬 수 밖에 없었다.

자원이 계속적으로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한참 공사를 진행하느라 분주한 휴모뎀 성에서 성주의 갈라지는 목소리가 크게 들려온다.

"뭐야 이번엔 또!"

무언가에 분노한 것이 보이는 성주. 그런 휴모뎀 성주 앞에서 쩔쩔매고있는 보좌관이다.

고개를 숙이고는 큰 죄를 진 듯 겨우 겨우 보고하는 보좌관.

"그, 저기 이번에도 보급이 차질이 일어났습니다."

"아니, 대체 왜 성자제들이 도착을 못하느냐 말야!"

휴모뎀 성의 성주는 로우드에게 호되게 맛을 보았다. 뭐하나 제대로 전공도 세우지 못한채로 당했었기 때문이다.

아 전공이라면 하나 세우긴 했다. 적에게 대패한 전공을 말이다. 역사상에서 그렇게 멍청하게 당하는 영지전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렇게 호되게 당한 성주인만큼 이번에 하고있는 공사는 제대로 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당장에 로우드의 영지가 옆에있으니 방비를 철저히 하려고 하는 것이다.

물론 방비를 철저히 한다고 해도, 로우드의 전력에 당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앉아서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

자기 나름대로 살아남으려고 노력하는 휴모뎀 성주다.

그러나 문제가 계속생겼다. 며칠 사이로 계속해서 보급이 도착하지 못하는 것이다.

"왜 말이 없는 것이냐!"

답답한 마음에 자신의 앞에 있는 보좌관을 닦달하는 성주다.

군주의 시간 112편 - 뒷 공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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