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주의 시간-110화 (110/228)

(1)

"하핫. 매력적이라니까."

"..."

"지금은 같이 있지 못해 미안해. 일단은 나도 영주로서 할 일이 있으니까 말야. 있다 볼게."

그리곤 이렐리안을 그대로 두고는 자신의 집무실로 향하는 로우드.

그도 내심 배려를 한 것이다.

로우드가 생각하기에 그녀도 부끄러움을 수습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두고 온 것이다. 집무실로 온 로우드.

그 뒤로는 그녀와 첫날밤을 보내고 이렇게 눈을 뜬 것이다.

어제의 일로 노곤한 것인지 여전히 잠을 자고 있는 그녀다.

"가볼까?"

가만 보던 로우드는 자신이 가야할 때를 느꼈다.

그녀와 함께 있는 것도 좋지만 하루 일과를 시작해야하는 것이다.

자신은 영주다. 할 일이 많다.

문을 열고 나오니, 로우드의 메이드를 자처하고 있는 세렌이 가만 서있다.

"일어 나셨나요? 호홋. 좋은 하루 보내셨는지.."

"하핫. 세렌 왜그러는 거야."

어제 이렐리안의 마음을 헤아려 로우드를 보낸 것은 자신임에도 불구하고 비꼬는 말투의 세렌.

그녀도 여성이니 이런 것이겠지. 마음을 도무지 알 수 가없다.

'쪽.'

삐진듯한 그녀의 볼에 살짝 입맞춤을 하는 로우드.

"이제 일과를 시작해야겠어. 세안물은?"

"준비되었습니다. 호홋. 저 세렌은 검만 휘두르는 바.

보와 다르거든요."

"하핫. 세안 후에 아침도 부탁해."

"그러믄요."

로우드의 하루 일과가 시작됐다.

**

조금 늦었지만 로우드에게 하루의 시작은 검술!

로우드는 그날도 검을 수련하기 위해 연무장에 나간다. 언제나와 같이 먼저 나와 있는 기사 첼로스.

"오늘은 조금 늦었군."

"죄송합니다. 스승님."

로우드도 이제는 슈모덴 남작과의 공식석상 이후에는 첼로스를 스승이라고 부른다. 첼로스도 이런 호칭해하는 내심 흐뭇해 하고 있다.

"오늘은 할 말이 있네."

"무엇인가요?"

"오러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기사의 상징이지요."

"아니. 오러 그 자체 말이야."

"성취? 저 자신에 대한 상? 깨달음의 보상. 음. 뭐라고 하나 결론을 내리기가 어렵네요. 평상시 생각해 본 적이 없거든요. 죄송합니다."

"허허. 자네가 죄송할게 뭐있나. 보통 그럴 것이네. 다들 오러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거든. 난 말이세 평생을 그거만 생각했어."

"..."

로우드는 가만히 첼로스의 말을 경청했다. 무언가 뜻이있는 말을 하려고 저런 말을 하는 것일 게다.

평상시에 검에 대해서 이것저것 알려주기는 하지만, 이렇게 화두를 꺼낸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자네가 말한 것도 맞네. 깨달음의 보상 말일세. 나도 뭐라고 하나로 정의를 내릴 수는 없네. 아직 나도 생각중이기 때문이지. 하지만 로우드 자네보다는 많이 알걸세. 난 평생을 그걸 생각하고 연구해서 이정도 경지에 온 것이거든. 내 검의 경지가 어떻게 된다고 생각하나?"

첼로스의 질문에 로우드는 자신이 생각한 바를 말했다.

"오러 익스퍼터 상급 아니십니까?"

"아니, 정확히는 최상급이네."

"헉."

로우드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오러 익스퍼터 최상급. 오러 마스터가 이 빈란드 왕국에 채 5명이 되지 않는다.

숨은 강자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열명이 안 될 것이다.

그럼 그 다음의 경지는 오러 익스퍼터 최상급이다. 그런 경지에 첼로스가 들어 있다는 것이다.

오러 마스터보다는 못하지만 오러를 거의 완벽하게 구성할 수 있는 이.

완전에 가까운 오러를 만들 수 있다는 뜻.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계기가 한번만 있다면 오러 마스터가 될 수 있는 이.

오러 마스터 보다는 못하지만 여러 수식어를 가지고 있는게 오러 익스퍼터 최상급이다.

홀로 전장을 휩쓸 수 있는 이가 자신의 눈 앞에 있는 기사 첼로스 인 것이다.

단순히 검에 오러를 입힌다는 것을 떠나, 전쟁을 지배하는 자라고 불릴만한 경지인 것이다.

전의 슈모덴 남작의 기사 지멘을 한 수에 죽여 버린 것을 봤듯이, 잠시지만 기사단의 30명 정도를 홀로 막을 수 있는 경지. 물론 오러 마스터보다는 못하다.

그렇지만 잠시라도 적의 기사단을 막을 수 있는 것이 어디인가. 그 시간만큼 적군은 어마어마한 전력의 누수를 뜻한다.

최상급 기사가 적군의 기사단을 막고 있는 그 시간동안은 아군의 기사가 마음껏 전장을 휘저을 수 있다는 뜻.

그런 의미로 최상급 경지의 익스퍼터부터는 전장을 지배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다.

로우드가 괜히 놀란 것이 아니다.

"대단 하시군요."

놀람을 잊고도 로우드는 이렇게 밖에 말할 수 밖에 없었다.

자신도 중급의 경지이긴 하지만, 오러 익스퍼트 최급은 아직도 생각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러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라고 보기에 내 생각을 말해 줄 수는 없을 것 같네. 자네의 경지 상승에 오히려 방해를 할 수 있거든."

"그렇군요."

아쉬움은 들긴 하지만 첼로스가 하는 말이 맞을 것이다. 상위로 갈수록 깨달음이란 것은 말로서 전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언어로 표현하기엔 이미 그 뜻이 달라진다. 깨달음이란 그런 것이다.

다만 화두를 던져줄 뿐이다.

"오러. 오러 그 자체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나의 젊은 시절보다 경지가 높은 자네라면, 충분히 오러 마스터도 가능할 것이네. 평민 출신의 기사인 내가 최상급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 오러에 대한 생각이네. 한번 생각해보게."

"감사합니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암, 자네는 잘 할 것이겠지."

깨달음을 위한 화두를 첼로스가 던져주었다. 감사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 감사함에 보답할 수 있는 바는 단 하나.

첼로스가 던져준 화두를 통한 성장. 그것 하나뿐이다.

로우드에게 새로운 과제가 생겼다.

**

기사 첼로스의 화재를 뒤로 하고 하루의 일과를 마친 로우드.

우른의 보고에서부터, 기사가 될 새로운 익스퍼터가 생겨나고 있다는 다리운의 보고까지 여러 가지 일로 바빴던 로우드다.

발튼 검술서의 대단함도 있다지만 중급의 검술서다.

상급이라기에는 약간 모자라달까. 중급에서는 수위의 검술서인듯 하지만 말이다.

기사 후보들이 오러 익스퍼터가 이렇게 빨리 될 수 있는 이유는 기사 첼로스 덕일 것이다.

최상급 오러 익스퍼터인 그가 성심 성의껏 기사 후보들을 지도하고 있기에 점차적으로 기사후보들이 오러 익스퍼터가 되는 것이다.

덕분에 로우드는 하루 하루가 바빴다.

기사 서임식도 하나 하나 챙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거기다 우른의 보고도 어디 간단하겠는가? 특산물이 비록 크게는 3가지라지만 꼼꼼히 영주로서 보고를 듣고 챙겨야 한다. 혹 잘못된 것이 없는가 신경써야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레나타, 세렌, 이렐리안까지 여인들을 챙기다 보면 어느새인가 하루가 다 가있다.

이제 모든 것을 다 마치고 마지막 일과는 단 하나.

마법수련이다.

잠들기 전에도 빼먹지 않고 마법 수련을 하는 로우드다.

연애질을 하느라 바쁜 듯 해도 할 것은 다하는 것이다.

조용히 명상에 들어서는 로우드.

평상시와 다른 화두를 가지고 명상에 들어선다.

오러와 마나라.

바로 오러. 그리고 마나.

마법사이자 익스퍼터인 로우드가 평상시에 마나에 대해서만 생각한 것을 떠나, 첼로스가 던져 준 화두 오러에게까지 명상의 범위가 확장 된 것이다.

명상을 시작한 로우드의 생각이 이어진다.

같은 것인가? 마법은 마나의 법칙을 비트는 것. 오러는 마나의 형상화.

둘 모두 마나를 사용한다.

차이점은 법칙에 순응하느냐, 아니면 하지 못하느냐.

군주의 시간 108편 - 무서운 성장.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