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주의 시간-102화 (102/228)

(1)

"영주님!"

기척도 없이 문을 벌컥열고 뛰어 들어오는 것은 말이다.

"무슨 일인가!"

로우드는 뭔가 급한 일이 있는가 싶어서 급히 물었다.

"드디어.. 드디어.."

"드디어?"

"해냈습니다!! 제가 말입니다!"

"차분히 말해보게."

평상시의 차분한 모습은 어디가고 뭔가 복받쳐 올라있는 부관 다리운이다.

로우드는 일단 진정을 시킬 필요를 느끼고 찬찬히 설명을 하길 요청했다.

"제가 드디어! 오러익스퍼터에 올라갔습니다! 하하하."

그리고는 다리운은 대뜸 검을 뽑아든다. 본디 영주 앞에서 검을 뽑아드는 것은 불경이지만 그런 것을 생각할 여유 조차 없는 것이다.

'지이이잉'

오러가 부관 다리운의 검에 맺힌다.

기사의 상징! 오러블레이드를 부관 다리운이 사용한 것이다.

"하하. 다리운. 고생했네. 수고했어!"

다리운의 오러를 보자마자 로우드가 부관 다리운에게 가,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칭찬을 한다.

다리운이 기쁜 것 만큼이나 로우드도 기쁜 것이다.

다리운이 누군가. 자신이 처음 대대장을 맡았을 때부터, 자신을 따라온 이다.

자신의 명령에 대해서는 토하나 달지 않고 제대로 수행을 해낸 사람이었다. 그런 다리운이 그동안에 풀이 죽어있었다.

이유는 바로 이렐리안 때문이다. 로우드가 준 '발튼 검술서'로 꾸준히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러익스퍼터 하급에 들지 못하는 것이다.

그에 반해 자신보다 어려보이는 이렐리안은 오러익스퍼터 중급의 경지다.

남자고 여자를 떠나서 자존심이 상하는 것이다.

언제나 주군인 로우드의 부하로서는 자신이 제 1부하라는 나름의 자존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째서 난.'

근면성실함을 무기로 꾸준히 수련해온 다리운으로서는 죽을 맛이었다. 존경하는 영주 로우드에게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걸 드디어 해냈다!

꾸준히 발튼 검술서를 익히고 수련을 하다가 어느덧 떠오른 깨달음.

그것이 경지의 상승으로 이어져 오러익스퍼터 하급이 된 것이다.

하급이라고 무시하면 안 된다.

비록 불완전하지만 오러는 어마어마한 힘을 가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오러를 익히고 이제 정식으로 기사가 될 다리운이니 얼마나 기쁘겠는가!

그는 오러를 사용할 수 있자마자 자신의 주군 로우드에게 왔다.

그리고 벌어진 상황이 지금의 이 상황이다.

자신의 오러를 보고 크게 웃으며 칭찬을 하는 주군.

'영주님..'

역시 주군인 로우드도 자신을 걱정하고 신경써주었던 것이다. 그러기에 이렇게 축하를 해주는 것이고 말이다.

감격에 젖어있는 다리운에게 로우드가 말한다.

"축하 파티를 하세! 기사 승작 기념 파티 말이야."

파티.

로우드가 영주가 되고 리세트 영지에서 파티가 있었던 적은 별로 없었다.

기껏해야 우른과 첼로스가 왔을 때에 벌어졌던 파티가 다였던 것이다. 그나마도 영지의 궁핍함에 성대하게 치르지 못했었다.

로우드로서도 그런 것이 마음에 걸렸었다. 친구인 우른과 스승이라 생각하는 첼로스를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마침 다리운이 익스퍼터도 되었다. 영지도 확장을 한 것도 있겠다 이런 저런 핑계로 파티를 열기를 계획한 로우드다.

"여, 영주님.. 파티까지야."

"괜찮네. 괜찮아. 우리가 힘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함께 행복하기 위해서 이지 않나. 자네는 말야. 나의 사람일세. 이 정도 대우를 받을 자격이있어."

로우드가 진심을 담아서 하는 말에 감동하는 다리운이다. 이런저런 일에 감동받는 것을 보면 영지에 꽤나 감성적인 인물이 많다.

"다리운 그럼 그리 알도록 하고. 혹 가는 길에 세렌을 보게 된다면 내가 보자고 전해주게."

"아, 넵. 알겠습니다!"

"다음부터는 내 앞에서 검 뽑지 말게. 암습당하는 줄 알았다네. 하하."

"아.. 그게 저기."

그때서야 자신이 저지른 실례에 당황하는 다리운. 그만큼 정신이 없었던 것이다.

어찌됐든 로우드는 그런 다리운에게 축객령을 다시해서 보냈다. 그리곤 금방 시간이 지나 메이드로 완전히 적응을 마친 세렌이 들어왔다.

자신의 몸이 아름다운 것을 아는 것인지, 메이드 복임에도 불구하고 펑퍼짐한 옷이 아닌 딱 붙는 옷을 선호하는 세렌이다.

오늘은 그게 특히 심했다. 물론 메이드 복은 맞다.

그렇지만 영지관 내의 다른 메이드들과는 다르게 딱 붙은 옷을 입었다는 것이다. 레이스와 같은 화려한 양식은 붙어있지 않지만, 딱 붙는 옷에 짧은 치마.

그리고 살짝 트인 가슴 앞트임까지. 자신의 섹시함을 한껏 강조한 옷이다.

평상시에는 세렌도 이런 옷을 입지 않는데, 오랜만에 불러서 그런지 아니면 그동안 소홀한 로우드 때문인지 나름의 파격적인 의상을 입고 온 것이다.

이건 메이드 복이라고 해야할 지, 승부(?) 의상이라고 해야 할지 모를 정도다.

"왓군."

"네. 영주님. 아주 오랜만이와요."

그동안 영지전을 치루고 그 뒤처리를 하는 데다가, 이렐리안을 자신의 편으로 전향시키고는 이것저것 챙겨주느라 로우드는 세렌을 잘 챙겨주지 못했었다.

그것에 삐진 것인지 살짝 비꼬는 듯한 세렌이었다. 일반적인 메이드라면 비꼬지 못하겠지만, 로우드의 여자에게는 약한 성격을 아는 세렌이니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이다

"하, 하핫."

로우드야 어쩌겠는가. 자신이 지은 죄가 있으니 어색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말이야 바른말이지 왕이 하사했다고 해도, 자신과 밤을 수차례 같이한 여인이 세렌 아닌가.

레나타도 있고, 이렐리안도 있지만 사이가 가장 깊은 여인은 세렌이다. 비록 결혼은 하지 않았어도 말이다.

"흐흥. 영주님이 무슨 잘못이겠사와요. 새로 들어온 호위무사 고것이 문제지."

"사이 좋게 지내게."

무력으로야 상대도 되지 않는 세렌이지만, 어떤 강적보다도 강하게 느껴지는 로우드다.

어쩌겠는가 다 자신들의 여인이나 마찬가지 인 것을, 자신이 잘 중재해야 했다. 어찌됐든 자신만 보고 사는 여인이기 때문이다.

일단은 분위기를 전환해야할 필요가 있었다.

"세렌, 부탁이있어."

"무엇인지요?"

"일주일 내로 파티를 준비해줘. 파티 내용은 승작파티로 해두지. 그동안 내 사람들에게 소홀한 것도 있고 여러 가지 축하할 일도 많았으니 공적에대해서 보상도 해야하니까 말야. 낮에는 기사 첼로스부터 시작해서 승작에 관한 것을 하도록 하고, 밤에 그에 대한 파티를 할거야. 자세한 것은 이 종이에 있는데로 진행해줘."

로우드는 미리 작성해 놓은 계획서를 건넸다. 처음 작성해서인지 허접한 로우드의 계획서임에도 불구하고 세렌은 마치 아이가 된 것처럼 폴짝 폴짝 뛰며 좋아한다.

"와아. 처음으로 메이드 다운 일을 맡은 거군요!"

"하하. 그렇게 되나."

아까까지만 해도 한기가 풀풀 날리더니, 이런 종이 한 장에 기뻐하다니. 여자의 마음을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좋나.'

메이드 일이 그렇게 보람되나 생각이 드는 로우드였다.

"당장 나가서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급하게 나서려는 세렌.

"응 얼마든지. 아 그리고 세렌."

"네?"

"밤에, 와줬으면 해."

"얼마든지요. 주인님. 호홋."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웃으며 나가는 세렌이었다. 매력적이라고 해야 할 지, 자기 페이스를 가지고 있다고 해야 할 지. 어쨌든 아름다운 그녀다.

**

일주일 후, 세렌의 감독하에 성대한 행사가 열렸다.

군주의 시간 100편 - 어느 날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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