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주의 시간-101화 (10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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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하는 자신도 영지를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줄일 수 없었다.

특산물들로 돈이 많이 늘긴 했지만, 돈은 많은 수록 좋았다. 비축할 수 있을 때 비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새롭게 얻은 영지인 레작 성에 대해서도 방비를 철저히 해야 했다.

레작 성의 인구는 2천명. 작은 성이지만 기존의 로우드의 영지민의 3분의 1이나 되는 수다.

인구 6천을 겨우 넘기던 로우드의 영지로서는 많은 수가 늘어난 것이다.

그런 성이기에 신경을 써줘야 했다. 로우드는 자신의 영지 병사들 중에 500명을 레작성으로 보냈다.

전쟁에 의한 전후 처리도 할 겸, 관리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관리 인원은 아직 핵심인물들이 많기 때문에, 우른의 상단 인원 중에 행정관을 준비하던 이를 보냈다. 경험이 미숙해 실수는 있을지라도 믿을 만한 인물이기에 보낸 것이다.

어차피 가까운 영지인지라 다른 마음을 먹을 수도 없었다.

거기다 로우드가 얻은 새로운 인물이 있다!

바로 그동안 속만 썩이며 버텨대던 이렐리안이다!

성으로 돌아오자마자 로우드에게 감옥의 경비를 맡은 경비병이 찾아왔었다.

"영주님. 포로가 할 말이 있다고 요청했습니다."

바로 이렐리안의 감옥 감시를 맡은 병사가 말이다.

'요청이라..'

로우드는 그 날의 일을 처리하고, 밤이 되어서 이렐리안을 찾아갔다.

"왔어?"

풀이 죽은 이렐리안의 목소리.

그녀도 그동안 감옥에서 있으면서 몸은 편했을지 몰라도 마음의 고생이 심했던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들이란 무기력감만 심어줄 뿐이다.

"그래. 전투를 끝내고 왔지."

"전투라.."

여성이지만 기사인 이렐리안에게 전투는 잔인한 것이 아니다.

기사로서 할 수 있는 숭고한 일.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일인 것이다.

부러운 듯한 말투로 이렐리안이 로우드의 말을 되 뇌인다.

"너도 할 수 있다."

로우드가 평상시의 이렐리안에 대한 장난기 어린 태도를 버리고 진지하게 답해준다.

"너에게 전향하면 말이지?"

"그래."

"날 어떻게 믿지?"

"너의 실력을 비웃었을 때 보여주었던 투지. 그리고 열정을 믿는다. 여성이지만 넌 기사니까."

솔직하게 말하는 로우드.

"핏. 언제는 집에서 애나 보라더니."

"그거야 전쟁에서 언제나 있을 수 있는 도발이다."

"그래. 난 그것에 당한 것이지.."

"그래. 경험 부족이야."

많이 수그러든 이렐리안이었다.

"다시 전장에 설 수 있을까?"

"내게 온다면."

"아크란 제국으론 돌려 보내지 않겠지?"

"넌 이미 제국에서 버림 받은 몸이다. 충성의 맹세이전에 충성의 대상에게 버림받지 않았나. 네게 남은 자리라곤 여기뿐이다."

국가에도 버림받은 그녀가 갈 곳은 없다. 로우드는 현실을 냉정하게 말해주었다.

버림 받은 것에 그런 것인지 아니면 갇혀있던 것에 감정이 솟구친 것인지 이렐리안 그녀가 울면서 말을 시작한다.

"나, 난! 그래! 혼자다. 부모님은 내가 기사가 되고 돌아가셨고 남은 이 하나 없지. 충성을 맹세한 제국도 나를 버렸어. 흑. 그런데.. 그런데.. 내가 널 어떻게 믿지? 응? 내가 내가.. 무얼 믿.. 헙."

그런 그녀의 입에 로우드의 입술이 순식간에 다가가 맞닿는다.

이젠 익숙 해졌거나 포기했는지 반항하지 않는 이렐리안.

몇분 여의 시간 동안 서로의 교감이 지나간다.

한참을 리드하던 로우드.

"날 믿어. 네가 배신하지 않는 한 나도 널 버리지 않는다."

로우드의 말에 그녀가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너. 너. 배신하면 죽여 버릴꺼야!"

"내가 널 배신한다면. 얼마든지."

그렇게 로우드에게 한참을 애타게 하던 여기사 이렐리안이 그의 편이 됐다.

몸이 아닌 마음까지 함께 말이다.

**

로우드는 성의 회의에서 자신이 협상에서 느꼈던, 아니 그동안 느꼈던 울분을 꺼내며 말했다. 우른, 다리운, 레온, 첼로스에 이렐리안까지 주요 인사들이 모두 모여 있는 곳에서 말이다.

"짜증나는군요."

"힘이 없으니 어쩔 수 없지 않나."

"그렇지요. 힘. 그 놈의 힘이 문제지요."

휠튼 남작에게 시달렸던 것, 국경에 배정받아 전쟁을 해야 했던 것, 이렇게까지 바보같은 협상을 해야 하는 것도 모두 자신이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금력도 힘이며, 무력도 힘이다. 영지의 힘도 영주인 자신의 힘이다.

모든 것이 자신이 힘이 없기에 무시당하고 이런 수모를 당한 것이다.

더 이상 당하지 않기 위해서 귀족 위를 받은 로우드 였다.

'더! 더 위로!'

베일리프 직을 맡았을 때보다야 낫다. 그렇지만 아직 모자라다.

로우드는 더더욱 세상의 힘으로부터 얽매이는 자신을 원하지 않았다.

자신의 힘으로 세상을 휘두르고 싶은 것이다.

전생(前生)에서의 트라우마? 알아서 디그로 극복했다! 마나 탈진에 시달리면서 까지 말이다.

베일리프직에서 느낀 평민으로서의 억하심정? 귀족이 되면서 해결했다.

정치를 몰라 국경에 배정받고 전투를 한 것? 공으로서 세습귀족이 됐다.

남들이 보기에 나름 승승장구한 삶이지만 자신은 아직 부족했다.

중급 오러 익스퍼터가 되면서 얻은 깨달음으로 자신의 감정이 이끄는 데로 하기로 마음 먹은 로우드다.

정말 더 이상은 끌려 다니기 싫었다.

이제는 을(乙)이 아닌 갑(甲)이 되고 싶었다!

그렇게 느끼는 감정을 로우드는 첼로스에게 말했다.

"강해질 것입니다."

"강해진다?"

"예. 세상 모든 것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무력? 재력? 권력? 그 모든 것에 말입니다! 더 이상 휠튼 남작에게 시달렸던 것처럼, 이런 협상에서 이렇게 물러터지게 물러서는 것처럼! 당하고 싶지 않습니다."

"허허. 영주 전과는 다르군. 변했어."

"네. 변했습니다. 더 이상 당하지 않기 위해서요. 패도(覇道)든 패악(悖惡)이든 신경쓰지 않겠습니다. 제 감정이 이끄는 대로 살아보겠습니다. 힘을 얻겠습니다. 여러분 따라와 주시겠습니까?"

"기꺼이. 난 영주의 스승 아닌가?"

"하하. 그렇지요. 스승님! 해봅시다!"

스승이란 말이 마음에 들었던 것인 듯 했다. 기꺼이 로우드의 말에 따르는 기사 첼로스다.

"나 우른도 빼지 말라고!"

"저 다리운! 이미 충성을 맹세한 몸입니다."

"저 레온 여기 아님 어딜 가겠습니까. 허허."

"핏. 너밖에 없잖아. 바보."

우른, 다리운, 레온까지 영지의 핵심인 인물들이 모두 따른다. 튕기기는 하지만 이렐리안 까지도 말이다.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정해졌다.

패도(覇道)이든 패악(悖惡)이든 상관이 없다.

자신이 원하는 바. 자신의 마음이 가는 바를 할 수 있기 위해 힘을 길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막는 것들을 다 치워버릴 것이다. 돈이든 무력이든 그 무엇이든 말이다.

더 위로 올라갈 때가 온 것이다!

로우드의 마음의 확고한 결심 뒤에 새로운 변화가 다가오고 있다.

챕터 1. 어느 날 하루.

이제는 그 어느 것에도 결심을 한 로우드.

전에는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타인에 의한 약간의 흔들림이라도 감수했다면, 지금부터는 아니다.

아니 앞으로는 힘을 길러 그런 흔들림에 미동조차 하지 않기위한 준비에 들어간 로우드와 로우드의 영지다.

'이제 어떻게 하나.'

한참을 영지의 집무실에서 로우드가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고 있을 무렵.

누군가 문을 벌컥열고 들어온다. 부관 다리운이었다.

"영주님!"

평상시에 로우드에 대한 존경의 표현으로 로우드를 깎듯하게 대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상상도 하지 못할 다리운의 행동이다.

군주의 시간 99편 - 어느 날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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