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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들을 통한 성주민들이 로우드의 영지로 오게 하기 위한 일종의 호객행위다.
영지민의 수는 곧 힘이다. 안 그래도 자신의 영지는 마의 숲에 접견해 있어서 그런지 영지민의 수가 적다. 조금씩 발전을 하며 늘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이 참에 한 번에 늘릴 겸, 자신의 영지의 좋은 점을 설파하면서 이주민을 군대를 동원해 받아 들이고 있었다.
슈모덴 남작측은 모르지만 성의 서쪽 편으로는 로우드의 영지로 향한 계속 행렬이 이어지고 있었다.
성주민들이야 옆에 있는 영지로서 로우드의 영지가 좋은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동안 성주와 성의 병사들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에 이주를 해오지 못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 참에 기회가 생겨서 다들 이주를 하고 있었다. 첼로스가 떠나올 때에 크람스 성에도 그런 공지문을 띄우고 왔으니 상황을 파악하고, 용기 있는 자들이라면 오고 있을 것이다.
"다 태워! 지난번처럼!"
말은 이렇게 했지만 황폐화 작업은 전에 아크란 제국의 요새를 망가트릴 때보다는 덜하다.
일단은 미우나 고우나 같은 빈란드 왕국인들 아니겠는가. 잔인하게 모든 것을 태우고 부숴버릴 수는 없었다.
로우드가 하는 황폐화 작업은 별게 아니었다.
일단 성벽에 있는 주요 시설들을 부쉈다.
거기다가 슈모덴 남작이 보낸 성의 병사들이 사용하는 건물들은 완전 페허로 만들어 버렸다. 자신들이야 며칠 막사에서 지내다가 돌아가 버리면 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관공서부터 시작해서 영지민들한테 피해는 덜 주면서 부숴버릴 수 있는 것은 모두 부숴버렸다.
이는 두가지 이점을 노리기 위해서다.
첫번째는 수리라도 해서 슈모덴 남작의 주머니에서 돈이 빠져나가게 하기 위함이다.
사실 이정도야 300년간 세습귀족으로 보낸 슈모덴 남작이 그렇게까지 피해는 보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자신에게 쳐들어온 미운 놈 아닌가. 조금이라도 손해를 보게 해야 하는 것이다.
두 번째 노리는 점은 바로 성주민들로부터 슈모덴 남작에 대해 조금이라도 남은 충성심을 낮추기 위해서다.
이렇게 다 황폐화 시키면 누가 수리를 하고 인력에 동원되겠는가?
슈모덴 남작의 병력? 물론 동원될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으론 부족하다.
성의 시설이나 군사 시설을 짓는 것은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남아있는 성주민들을 동원할 것이다.
안 그래도 성을 만들려면 많은 돈이 필요하겠는데 제대로 된 임금을 슈모덴 남작이 주겠는가?
로우드가 휠튼 남작 밑에서 베일리프 직으로 일을 할 때도 그런 것처럼 귀족 놈들은 노동에 대한 대가를 제대로 주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세금을 더 벌어들일까 고민하는 존재들인 것이다.
로우드는 그것을 뼈아프게 겪어서 자신의 영지민들에게서 높은 세율을 받지 않지만 몇몇을 빼고는 대부분의 귀족들이 그렇다.
슈모덴 남작도 당연히 성주민들에게 시설 보수를 위한 많은 노동을 시키면서도 제대로 임금을 주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레 성주민들도 사람이다 보니 슈모덴 남작에게 많은 불만이 쌓일 것이다.
나름 조용히 왔다간 로우드의 군대와 비교가 되면서 말이다.
알고보면 원인을 로우드가 제공한 것은 작업하다 보면 잊을 것이다.
조삼모사(朝三暮四)긴 하지만, 원래 눈에 보이고 자기가 당하면 더 미운 법이다.
성에 대한 노역으로 쌓일 불만 이것이 로우드가 노린 성 황폐화의 두 번째 이점이다.
협상 때문에 성 두 개를 내줄 것을 예상하면서도, 얻을 것은 다 얻어내는 로우드였다.
미운 놈은 떡 하나 더 주기보단 하나라도 더 뺏어야한다는 것이 로우드의 철칙이다.
"으쌰!"
자신의 몸의 마나까지 써가면서 황폐화 작업에 동참하는 로우드다.
로우드에게 체면이고 뭐고 없다.
오크들의 씨를 말리면서 봤듯이 은근 뒷끝이 강한 로우드다.
거기다가 중급의 경지에 이르면서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기까지 했으니 오죽하겠는가!
전보다 더 독하고 뒷끝 강한 인물이 된 것이다!
로우드의 뒷끝 속에 점차 황폐화 되어가는 휴모뎀 성이었다.
내일의 협상을 위한 로우드군의 마지막 휴모뎀 성에서의 날이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챕터 13. 새로운 길.
로우드가 열심히 뒷끝을 발휘하는 동안에 시간은 금세 지나갔다.
이제는 협상을 해야 할 시간이 온 것이다. 싫든 좋든 말이다.
로우드와 함께 협상 테이블에 동석할 이는 당연히 첼로스다.
그동안 보여준 만큼 여러 가지로 조언을 받기도 좋은 인물이다. 경지만 높은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거기다 오러 익스퍼트 상급이상이라는 것은 어지간한 암습에는 안전하다는 것과 다름 없기 때문에 호위로서도 딱 적당한 인물이 기사 첼로스다.
"제 2연대장 다녀오겠네. 내가 신호를 보낼 경우엔 공격하도록 하게."
"넵!"
성벽의 병사들에게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하는 것을 명령하고, 나서는 로우드였다.
귀족의 채면 때문에라도 협상에서 허튼짓은 하지 않겠지만, 준비를 한다고해서 손해볼 것은 없기 때문이다.
"가지요. 최대한 뜯어 낼 것입니다."
"허허. 그러세."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갖춘 로우드는 첼로스와 함께 협상테이블로 갔다.
정오라는 시간을 딱 맞춰갔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측 슈모덴 남작은 미리 와있었다. 약속된 대로 한명의 인물을 동석시키고 말이다.
갑옷을 보아하니 기사다. 슈모덴 남작의 호위무사나 되는 듯 싶었다.
로우드에게 말려서 이틀간이나 협상이 밀린 것에 대해서 몸이 달아 올라 있는 듯 했다.
상대적으로 마음의 여유를 가진 로우드가 먼저 가서 말을 걸었다.
"하하. 안녕하십니까?"
속으로 독을 품고 있다지만 일단은 웃어야했다.
"안녕이라.. 그래 안녕했네."
반존대를 하는 슈모덴 남작. 자신이 자작인 로우드에 비해서 작위는 낮지만 오래 된 세습귀족으로서의 아집에 완전한 존대는 하지 않는 것이다.
"다행이군요. 이제 시작해볼까요?"
"허. 저 사람이 내 기사 지멘을 죽인 이로군. 첼로스라고 했던가? 어떤가 나에게 넘어오는 것이?"
로우드의 성격을 건드리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흥분을 시키기 위해서 로우드의 말은 무시하고 대뜸 첼로스에게 말을 거는 슈모덴이다.
그것도 스카웃 제의를 말이다.
그런 슈모덴의 무시에 로우드가 화를 내겠는가?
전생(前生)의 나이까지 치면 로우드가 더 나이가 많다. 여유롭게 웃으며 로우드가 슈모덴 남작의 주의를 건넨다.
"하하. 제 스승님되시는 기사 첼로스님입니다. 같은 고향출신에 제가 귀족이 되니 와 주셨지요."
"흠흠."
첼로스는 자신의 스승이니 무슨말을 해도 슈모덴 남작에게 넘어갈 일이 없다는 소리다. 로우드는 그러니 알았으면, 닥치고 협상이나 하라는 말을 돌려서 말한 것이다.
'영주. 스승이라..'
기사 첼로스는 속으로 감동을 하고 있었고 말이다. 자신도 제자라고 내심 생각은하고 있었다지만, 그것을 공식석상에서 말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전혀 예상치 못한 로우드의 말에 감동을 한 것이다. 때로는 감정적인 그다.
기사 첼로스의 감동도 모른채 둘은 협상을 시작했다.
'어린 주제에 제법이군..'
로우드의 반응을 보니 어린 나이라고 할지라도 수작이 먹히지 않는 것을 보아 만만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은 슈모덴 남작이다.
군주의 시간 97편 - 새로운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