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주의 시간-97화 (97/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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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허무하군요. 성주 세명의 직인이 다 찍혀있는데도 하나밖에 얻지 못할 거라 예상이 되는 것은 말이지요."

로우드는 약간은 허무함을 느끼면서 실소를 하면서 말했다.

"그 맘 이해하네. 하지만 어떻게 하겠는가. 힘이없으니 말일세. 자네는 아직 신생귀족일세."

"그렇지요. 신생귀족. 힘이 없으니까..."

"노력하세."

"네! 노력할 것입니다. 첼로스님의 마음을 바꾸었듯이 노력하다 보면 언제고 제대로 된 영지가 되겠지요."

"그걸세. 그런 마음 하나 믿고 내가 이렇게 자네 휘하로 오지 않았는가."

"하하하. 감사합니다."

서로를 생각하는 대화 속에 로우드 군의 휴모뎀 성에서의 하루가 지나 가고있었다.

그리고 며칠 후,

"못난 놈! 장자가 되어서 그런 성과밖에 내지 못하느냐."

"죄송합니다."

슈모덴 남작이 지원을 부탁한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와서 꾸중을 하는 것이다.

그런 남작의 꾸중에 속으로는 로우드에 대한 이를 바득 바득 갈면서 죄송하다고 말하는 크라든이다. 처음으로 이렇게 남작에게 혼나는 크라든은 자신의 화를 주체할 수 없었다.

그러기에 괜히 로우드에 대한 원한을 키워 가고 있었다.

"일단 적군이 적어도 천여명이라 이것이지! 그럼 네가 가진 500에 내가 급히 데려온 천명을 더해봐야 1500아니냐. 아무리 허접한 휴모뎀 성이라 할지라도 적어도 2천은 필요할 텐데. 허 참. 레작 성주의 보고를 듣고 쉽게 생각한 일이 이렇게 까지 되나. 수지가 안 맞는군. 수지가.."

생각했던 대로 일이 풀리지 않자, 열이나는 슈모덴 남작이다. 어쨌든 이미 벌어진 일 수습을 해야 했다.

그 때 분위기 파악도 못한 장자 크라든이 슈모덴 남작에게 말한다.

"마의 숲 주변 정예병들이라도 끌어들여서 처리하면 되지 않습니까? 아니면 다른 성주들에게서 병력을 더 가져오거나요."

"허. 네가 그렇게 무능한지 처음 알았구나! 정예들을 이끌고 오면 다른 성들은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 고작 저기 작은 리세트 영지하나 차지하자고 다른 영지들을 피해를 만들자는 것이야? 다른 성들도 몬스터로부터 방어를 해야 할 것 아니냐. 거기다가 다른 성주들이 아무리 내 휘하라지만 공짜로 병사들을 주겠느냐. 다 비용이 들어간단 말이다. 쯔쯧. 둘째만도 못한 놈!"

"아, 아버지. 거기서 둘째는 왜 나오는 것입니까!"

씩씩대며 말하는 크라든이다.

"되었다. 이건은 그만 이야기 하자. 어쨌든 협상을 해야겠어 협상을. 전력에 우위에 있는 것은 우리니까 말야. 넌 이만 나가 보도록 해라."

"후.. 네. 알겠습니다."

슈모덴 남작이 고민을 하기위해서 축객령을 내리고, 아직도 성이 풀리지 않았는지 씩씩대며 나가는 장자 크라든 이었다.

"저 녀석은, 용기있는 것은 좋은데 머리가 약간 부족하단 말이야. 둘째만큼 똑똑했음 좋았을 터인데.."

그래도 부모라고 크라든의 오만한 성격을 용기있는 것이라 해석하는 슈모덴남작이었다. 자식에 대한 안타까움은 거기까지 이제는 앞으로의 협상을 생각해야 했다.

서부에 얼마 없는 귀족들의 이익을 대변한다 생각하는 귀족파 슈모덴 남작이다. 자신의 협상에서 20대의 리세트 영주에게 질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불리하지만 최대한 자신의 이득을 뽑아낼 생각을 하는 슈모덴 남작이었다.

챕터 12. 미운 놈 떡 하나 뺏자.

로우드와 첼로스가 성벽위에서 대화를 나눈다.

"오는군요."

"생각보다 빠르군."

로우드가 있는 휴모뎀 성으로 슈모덴 남작의 병사들이 다시 온다. 병사 수는 약 1500여명.

첼로스의 병사까지와서 천여명이 지키고 있는 로우드로서는 꿀릴 것이 없었다.

병사와 무기의 질부터 시작해서 약하든 강하든 성벽까지 끼고 있기 때문이다.

"역시나 첼로스님 예상대로 많은 병사를 끌고 오진 않았군요."

"그렇겠지. 협상을 할테니까 말야."

"일단 어떻게 할까요?"

"급한 것은 저쪽. 어차피 척을 지지 않았나. 협상을 할 때 하더라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여야지."

"저쪽에서 공격을 하려하지 않을 텐데요."

"선수를 치지. 내가 나가겠네."

"아."

기사 첼로스의 말은 자신이 나가서 일기토를 신청하겠다는 말이다. 어차피 협상이 진행 될 것이라는 것은 양측 모두가 알고 있다.

협상은 기세 싸움. 혹은 명분의 싸움이다. 저쪽이야 어차피 어떤 명분이든 억지를 부려서 가져왔을 것이다.

그렇다면 로우드 측이 해야 할 것은 하나. 바로 기세를 잡아 오는 것이다.

그러기위해서 기사 첼로스는 적군 측이 준비를 하고 협상을 시도하기 이전에 일기토를 나가겠다는 뜻인 것이다. 적군에게서 기선을 잡기 위해서다.

"다녀오십쇼."

로우드의 허락의 표시.

"내 다녀오지."

"잘 하시겠지만, 무리는 마십쇼."

"허허. 나이는 먹었어도 약하진 않으이."

재빨리 뒤돌아서 성벽 밑으로 나서는 기사 첼로스.

"이랴."

하는 말을 재촉하는 소리가 성벽밑에서 들리며, 성문이 그에 맞춰 열린다.

젊은 날의 패기가 아직 남은 것인지 적진에 홀로 가는 것이다.

적당히 거리를 뒀다 생각한 것인지 기사 첼로스가 말을 멈추고는 외친다.

"나 로우드 영지의 기사 첼로스. 일기토를 신청한다!"

소드익스퍼트 상급의 경지 기사 첼로스다. 그가 마나를 불어넣고 말을 전했으니 그 기세가 작을리는 없다.

"저 놈이 누구냐!"

로우드의 적 측인 슈모덴 남작측으로서는 순간 당황했다.

적당히 막사를 짓고 협상 테이블을 만들어서 협상만 하면 되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일기토라는 변수가 생겼기 때문이다.

일기토라는 것은 기사들이 명예를 걸고 싸우는 것. 이것을 거절하는 것은 귀족들 사이에서 바보취급 받기 딱 좋은 일이다.

별것 아닌 듯 해도 명예를 걸고 다투는 일이기 때문이다.

거절은 곧 치욕이다.

그러기에 이렇게 상대측에서 일기토를 제안할 경우 받을 수밖에 없다.

'당했군.'

슈모덴 남작 쪽에서야 받을 수 밖에 없으니 당한 것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어쨌든 이쪽도 일기토를 할 사람을 보내야 한다. 이왕이면 이길 사람으로 말이다.

기사 첼로스라는 이는 어디서 들어본 바가 없었다. 아주 오래전에나 전장에서 활약하던 기사이기 때문이다.

"머리를 쓴 것은 좋다만 뜻대로 되는지 보자. 기사 지멘 나서주게."

슈모덴 남작은 기사 첼로스가 어디서 나온지는 모르겠으나, 유명하지도 않기에 아주 얕잡아 보았다.

신생영지인 로우드의 영지에서 나온 기사가 얼마나 대단하겠느냐 생각한 것이다. 그러기에 자신의 호위무사 중에서 오러 익스퍼트 중급의 실력을 가진 지멘을 지목했다.

기껏해야 첼로스를 소드 익스퍼터 하급으로 보고, 중급의 실력자를 내보낸 것이다. 상급의 실력자라고 해봐야 둘밖에 없지만 말이다.

어찌됐든 혹시라도 하급을 보내면 연륜에서 당할지도 모를 것이라 나름 계산해서 중급인 지멘을 내보낸 것이다.

"알겠습니다. 바로 가지요. 이랴!"

아직 말에서 내리지도 않았던 슈모덴남작 측의 기사 지멘은 남작의 명령을 받자마자 말을 이끌고 나갔다.

일기토를 빠르게 끝내고는 공을 세우려고 하는 것이다.

"나 슈모덴 남작님의 충실한 기사 지멘이 나가겠다!"

첼로스에게 뒤질세라 온몸의 마나를 다해서 외치는 기사 지멘이었다.

기사 첼로스로서는 적당히 마나를 담아 외친 것도 모르고 말이다.

군주의 시간 95편 - 미운 놈 떡 하나 뺏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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