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주의 시간-96화 (96/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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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바보다. 이 크라든은 말이다. 어째 붙는 적군마다 운좋게 무능하거나, 평상시 유능하다하더라도 로우드의 꾐에 걸려드는 적들이다.

"그렇습니다!"

"적군의 병력이 얼마되지 않아 보이니 며칠이면 될 것입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지원병들을 요청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나마 상황을 보아하니 로우드 군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것을 염려한 휴모뎀 성주가 딴에는 충언을 올린다. 자신의 성을 되찾으려는 것이니 제대로 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허! 날 못믿는 겐가! 지원병은 무슨."

바보같은 크라든은 그런 휴모뎀 성주의 말은 듣지도 않고 고집을 부린다. 로우드가 봐줘서 그런 것임을 모르고 아직까진 자신의 병사들이 많으니 우세하다 믿는 것이다.

차라리 로우드가 전력을 다해서 공격했다면 희생이 많아서 지원을 요청했겠지만 어중간하게 피해를 보고 온지라 지원은 생각지도 않는 크라든 이었다.

"단, 내일은 쉬도록 하고 데려온 공병부대로 충차라도 만들도록 하지!"

그나마 자신도 로우드군에 비해서 피해가 많은 것은 인식하긴 했는지. 데려온 공병 부대를 활용하기로 한 크라든이다. 하루를 만들면 적어도 한 개 많을 경우 두 개의 충차가 제작 될 테니 말이다.

"오! 충차라면 믿을만 하지요."

아직도 정신을 못차린 이들이다.

그렇게 크라든 휘하 슈모덴 군이 첫날에 바보같은 전투를 진행한 후, 막사를 만들고 다음날에는 충차를 만들기 시작한다.

충차라고 해봐야 별 것 없다. 긴 통나무의 앞을 뾰쪽하게 다듬고 성을 뚫으려고 굴려 보내는 것이다.

시간이 조금 있다면 앞부분에 쇳물이라도 붓고해서 제대로 된 것을 만들겠지만, 하루만에 급조한 것이 질이 좋아야 얼마나 좋겠는가. 이들 공병부대는 인간들의 부대인 것이다. 드워프가 만드는 것이 아닌 한 그 정도가 최선이다.

그렇게 삼일째 되는 날, 충차를 동원한 슈모덴군의 부대가 다시 공격을 시작했다.

"전진!"

"와아아아!"

슈모덴 군의 병사들도 충차가 보이기에 내려갔던 사기가 조금은 올라간 것인지 용기를 내서 진군을 시작한다.

'드르르륵' 소리를 내면서 충차가 전진한다.

'저것은 좀 막아야 겠군.'

성벽위에서 충차를 보던 로우드는 충차 만큼은 막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자신들의 병사들이 우월하다고 하더라도 혹여나 희생이 있음이 싫기 때문이다.

로우드는 조용히 품에서 단검을 꺼내들었다. 기사 첼로스가 눈치챈만큼 제대로 조사를 하면 자신이 마법사인 것을 언젠가는 들키겠지만, 최대한 들키는 시기를 뒤로 미루기위해서 가보(?)를 꺼내 든 것이다.

충차가 성문으로 거의 다가왔을 때, 로우드가 외친다.

"파이어! 볼!"

'펑. 크지지직.'

로우드의 파이어 볼에 적중당한 충차는 그대로 깨질듯 쪼개지더니 불타기 시작한다. 충차 옆에 있는 병사들이 당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와아아아!"

로우드의 가보의 활약을 본 로우드 군의 사기가 올라간다.

그와는 다르게 당황하는 적군들. 마법사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마법사가!"

"소신이 듣기에 가보인가 무언가가 있다고 합니다. 제대로 믿음이 가지는 않았지만 저렇게 쏘아대는 것을 보면..."

오러 익스퍼터인 로우드가 20대에 마법사이기라고 까지는 믿지를 못하는 이들이다. 그것은 상식이니까 말이다.

로우드가 다시 삶을 살면서 원래 알던 것을 금방 도달해서 그렇지 원래 로우드의 나이에 4서클마법사이자 소드익스퍼트 중급의 경지는 대단한 것이기 때문에 상상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냥 중급 익스퍼터만 되도 로우드 20대 초반인 로우드 나이에는 대단한 것이다.

그나마 가보인가 뭔가를 주워들은 휴모뎀 성주가 헛소리를 했을 뿐이다.

"허 참, 이렇게 되면 안되겠군! 일단 후퇴를 명한다!"

그렇게 충차를 위시해서 기세등등하게 전진을 했던 슈모덴 병사들은 고작 로우드의 파이어 볼 한방에 놀라서 후퇴를 한다. 이래저래 엉망인 부대다.

"어찌해야하나."

크라든은 제딴에는 진지하게 지금의 상황을 넘길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루가 가고 다음날, 지휘막사에 있는 크라든에게 병사가 들어와서 보고한다.

"사령관님! 적군의 부대가 또 출현했습니다."

로우드의 전령을 받은 기사 첼로스가 로우드의 명령대로 크람스 성을 버리고 휴모뎀 성으로 온 것이다.

"적의 병력이라고?"

그런 것도 모르고 대번에 지원병이라 생각하고 놀라는 크라든이다. 설마하니 성을 버리고 왔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로우드 군의 지원병이 오게 됨으로서 그나마 남은 병사의 수라는 유리함이 사라지니 겁을 먹게되는 크라든이다.

"일단 후퇴한다! 그리고 아버지 슈모덴 남작님에게 지원병을 요청해라!"

"네, 넵!"

포기는 참 빠른 그였다.

첼로스의 군사를 보자마자 바로 내빼는 것이다.

그렇게 약간의 겁을 주는 것만으로 상대를 물리친 첼로스의 군은 로우드의 환영 하에 휴모뎀 성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

"아주 수고하셨습니다."

로우드가 오랜만에 본 기사 첼로스에게 칭찬의 인사를 건낸다

"허허. 수고랄꺼까지야. 군대를 보자마자 혼비백산(魂飛魄散)해서 도망가는 꼴이라니. 내 밑의 지휘관이었으면 목을 쳤을 것이네. 아주 기본이 안 됐어."

"어찌됐든 기사 첼로스님이 작전을 제대로 구상해주셨기에 이런 성과를 올린게 아니겠습니까. 정말 대단한 지모이십니다!"

"이렇게까지 잘 될줄은 몰랐네. 허허. 로우드 영주는 영주일을 맡으면서 말만 늘었구먼. 어찌됐든 기분은 좋군."

잠깐의 안부인사가 지나가고 이제 본론으로 들어갈 때다.

"이제 어떻게 진행이 될 것 같습니까?"

"확실하진 않지만, 내 생각엔 적들이 지원병을 이끌고 다시 올 것이네. 성 3개가 사라지는 것은 슈모덴 남작으로서도 뼈아픈 일이거든. 아무리 여러성이 아직 남아있는 데다가 이 곳 성들이 작은 성들이라고 할지라도 말일세."

"그렇겠지요."

"아마 적어도 자신의 최고 심복이라도 보낼 것이네. 심할 경우 슈모덴 남작이 직접와서 협상을 하려고 들겠지. 병사를 끌고 오려고 하진 않을 것이야. 자신도 여유 병사들이 많지 않을테니. 분명히 높은 확률로 협상을 하려 할 걸세."

아직 이런것에는 부족한 로우드가 기사 첼로스에게 묻는다.

"어느 식으로 나올 것 같습니까?"

"뭐, 나도 전장 경험이 많지 정치 경험은 적지 않나. 그렇지만 한창 전장에서 싸우고 나서 협상을 하는 것을 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핑계들을 만들어서 협상을 하려고 한다네. 영주도 당하면 아주 어이가 없을 게야. 저쪽의 지휘관이 바보라고 할지라도 슈모덴 남작까지 무시하지는 말게. 나이가 있으니 완전히 바보는 아닐테니 말야. 어찌되었는 이 왕국의 최상급 권력자 중 하나네."

"네. 그렇지요."

"일단 내 생각에 저쪽이 무조건 성주가 남은 두 개의 성은 차지하려고 할 것이야.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말이야. 나중에 성주를 바꾸든 어쩌든 간에 원래 있던 성주들을 이용해서 나올 걸세. 그게 그들의 방법이니 말이야."

답답함을 느낀 로우드가 물었다. 많은 희생을 만들거나 해서 얻은 성은 아니지만 이왕 얻은 3개의 성인데 차지하고 싶은 것이다.

작은 성이라고 할지라도 영지가 늘어나는 것은 좋은 것이니 말이다.

발전이야 지금까지 시킨 것처럼 시키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찌해야겠습니까?"

"아쉬운 영주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내줘야지. 아무리 그래도 레작 성까지는 뺏지 못할 것이네. 그건 핑계를 대려고 해도 레작성주가 죽어서 댈수가 없거든. 선전포고문도 있고 말이야. 그것이 레작성 하나는 챙겨 줄 걸세."

군주의 시간 94편 - 망할 방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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