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성주군이 진군을 시작한지 얼마 뒤.
"화, 화살이다!"
"마, 막앗!"
로우드 군측에서 성주측 병령에 화살비를 선사한다. 로우드가 데려온 병사들은 기본적으로 화살을 다루는 레인저 부대다. 당연히 첫 시작은 화살인 것이다.
"허. 저런!"
"저, 저런!"
순식간에 짜기라도 한 듯이 로우드 군의 화살을 보고 성주들이 놀란다. 저들 모두가 화살부대라고는 생각지 못한 것이다. 이들이 놀라든 말든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어떻게 합니까?"
"진군해야죠! 어차피 궁수부대라면 접근전에서는 창병들에 상대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진군!"
계속되는 지휘부의 오판 속에 진행되는 진군.
순식간에 200여명이나 성주측의 병사들이 진군을 계속한다.
그리고 시작되는 양측 병사들의 부딪침!
"크아악."
"악."
압도적인 전장이었다!
로우드군의 완전한 압도! 도무지 상대가 되지 않았다. 분명 자신들의 병사들이 창을 들어서 기본적인 사살가능 거리도 넓을 터인데,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다.
그것도 궁수 부대로 생각되는 부대에 말이다.
"허."
"이.. 이것 아무래도 슈모덴 성주님의 지원병이 오는 곳으로 피신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퇴, 퇴각!"
순식간에 겁을 먹고 퇴각 명령을 내리는 성주들.
오판은 물론이고 겁먹는 것 조차 빠르다. 전혀 전투를 진행할 줄 모르는 이들인 것이다.
일방적인 로우드군의 우세로 진행이 되던 전투가 이제는 학살이 되었다.
본디 맞서는 부대보다는 퇴각하는 부대가 희생이 더크게 나타나는 법이다.
한창 붙어있을 때에 퇴각 명령을 내리니 어찌하겠는가?
뒤돌아서 가는 성주측 병사들의 죽음만 더해지는 것이다.
"가, 가지요."
"이럇! 그럽시다."
어느세 말을 탄 휴모뎀, 크람스 성주들이 말을타고 도망가기 시작한다. 자신들의 병사들도 버리고 말이다.
기사랄 것도 없이 마나유저인 상급병사들을 호위병으로 쓰는 성주들의 호위병들 조차 성주를 따라서 도망간다.
몇십의 군마가 버리고 간 곳에 남은 것은 성주측 병사들의 시체와 조금 남은 패잔병들.
어느세 패잔병들인 성주측 병사의 수는 채 500이 되지 않는다. 순식간에 반이나 되는 인원이 죽어 나간 것이다.
"항복하라! 항복하면 목숨은 살려주겠다!"
지휘부가 도망간 것을 본 로우드는 전과 같이 항복을 하면 살려주겠다는 외침을 계속했다.
어차피 같은 자국민들인데다가, 구지 끝까지 갈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원한을 더더욱 키울 필요는 없는 것이다.
"항복!"
"살려주세요!"
순식간에 항복하는 400여명의 병사들.
로우드는 이들의 수습을 500의 병사들에게 맡기고 자신은 나머지 1200병사들과 함께 도망간 적 지휘부들의 뒤를 추적했다.
"한번에 몰아쳐서 성 두 개를 먹어야 하네."
"알겠습니다. 제가 휴모뎀 성을 먹지요."
"그렇담 내가 크람스 성으로 향하겠네. 아 그리고 영주 한가지 명심할 점은 이번엔 성을 버리지 말고 적 슈모덴 남작측이 온다고 하더라도 최대한 방비하면서 버티도록 하게나. 그렇다면 저쪽에서 협상을 먼저 제의할 테니까."
전쟁의 후까지 염려하는 첼로스가 로우드에게 충언을 남긴다.
"알겠습니다. 그럼 나중에 뵙지요! 2, 3, 4 리세트 영지 대대는 나를 따른다!"
"나머지 영지병들은 나를 따르도록 한다. 500의 병사들은 8대대장이 맡도록!"
그렇게 크람스 성과 휴모뎀 성으로 각 600의 병사를 이끌고 진격한다.
며칠 지나지 않아서 도착한 두 성은 완전히 비어있었다.
빈집털이를 하려고 나선이들이 오히려 빈집 털이를 당한 것이었다.
**
휴모뎀 성은 무혈입성(無血入城)이었다. 완전히 비어있는 성이었던 것이다. 성주민들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병력들이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시작된 수색.
"없습니다!"
그런데 로우드가 도착한 휴모뎀성의 어디에도 휴모뎀 성주가 없었다. 아무리 찾아보아도 말이다. 식솔들마저 없을 정도이니 말을 다한 것이다.
이들은 이미 성을버리고 내뺀 것이다.
"버렸군."
로우드는 기사 첼로스가 자신에게 말한 바를 깨달았다. 어차피 성을 무혈입성 할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다.
'성을 버리고 슈모덴 남작 병사 측에 붙는 것을 예상한 것이겠지.'
이제 성을 차지했으니 첼로스의 말대로 남은 것은 방어다. 로우드는 수색 중지를 명령하고 방어를 위한 방어전 준비를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
"헉. 헉."
"이럴수가. 완전히 당했습니다 그려! 레작 성주가 배신한 것은 아닐까요?"
"모르겠습니다. 일단은 어서 슈모덴 남작님 병력으로 가야할 것 같습니다."
기사 첼로스의 예상대로 자신의 병력을 버리고 퇴각한 성주들은 슈모덴 남작의 병력과 합류를 하려 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성은 버리고 말이다. 거기다가 리세트 영지를 차지하고는 슈모덴 남작과 나눠먹는 것이 싫어서 먼저 행동을 해놓고는 지고 나서는 하는 행동이 더하다.
뻔뻔하게 이렇게 슈모덴 남작 측으로 퇴각을 하니 말이다. 제대로 안하무인(眼下無人)이다.
이틀이 좀 지나서 성주들은 1000여명의 슈모덴 남작 병사들과 합류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슈모덴 남작의 장자 크라든 슈모덴이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인가?"
오만한 눈빛을 가진 슈모덴 남작의 장자였다. 평상시 장자로서 슈모덴 남작의 보살핌을 심하게 받자보니 성격이 완전히 오만방자한 이의 표본이 된 것이다.
그런 눈으로 성주들에게 퇴각 이유를 묻는다.
"완전히 당했습니다! 적들이 어떻게 한 것인지 생각보다 많은 병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무려 3천가까이는 되는 것 같았습니다. 거기다 레작성이 배신을 한 것인지는 몰라도 오지도 않았을뿐더러, 저희는 상황을 알아보려고 먼저 출병을 했는데 이렇게 매복에 당했습니다."
완전히 거짓된 보고를 하는 크람스 성주였다. 자신이 살기위해서 상대측의 병사들을 부풀려 말하고, 레작성에서 배신을 한 것 같다는 거짓 정보까지 흘린다. 전장에서는 바보일지 몰라도 이렇게 정치에 관해서는 관록이 있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허, 참. 그러기에 기다려야하지 않았나?"
오만방자하긴 해도 아직까지 경험이 부족한 크라든은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믿어버린다. 자신만 있었으면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는 태도다.
부하나 상사나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그만큼 18대 귀족들이 썩어서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죄, 죄송합니다."
"선처를 부탁드립니다."
거짓으로 부풀려 말했으나 어찌되었든 병사와 성을 잃은 성주들. 일단은 용서를 빌어야했다.
"됐네. 그것은 아버지가 처리하시겠지. 내 잘 말해보겠네. 어찌되었든 잃은 성은 다시 차지해야지!"
"가, 감사합니다."
"꼭, 꼭 부탁드립니다."
자신보다 나이많은 성주들이 자신에게 고개숙이는 것을 보면서 어깨가 으쓱해지는 크라든이다. 이런 것을 즐기기 위해 아버지에게도 선처를 바라겠다 말한 것이다.
실제로 할 생각은 없지만 말이다.
"레작성은 배신했을 지도 모른다 이것이지?"
"그렇습니다."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됐네. 아직까지 오지 않은 것을 보면 배신이거나 당한 것이겠지. 그것도 확실히 말야. 그렇게 무능한 성주라면 필요가 없네. 오러익스퍼터라고 들었는데 허당이었군."
"그렇지요!"
"무능한 이었습니다! 이렇게 저희를 끌어들인데다가 함정에 빠지게 만들었으니 말이지요."
자기 식대로 판단을 한 크라든이다. 거기에 더하는 두 성주들. 자신의 실책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이렇게 안간힘을 써가며 레작성주를 깍아내린다.
군주의 시간 92편 - 망할 방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