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주의 시간-93화 (93/228)

(1)

어차피 여차하면 퇴각하라고 명령도 해두었다. 자신의 병력의 장점은 게릴라전이지 성 방어전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보겠네."

"다녀오십쇼."

로우드는 일단은, 다른 두 곳의 성에서 병력이 레작성으로 오지 않는 것으로 보아, 자신의 영지에 돌아가야 함을 느꼈다.

기사 첼로스가 있긴하다지만 직접 보는 것이 안심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리운에게 레작성 방어를 맡긴 것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렇게 마법이든 오러든 가능한 한 모든 것을 사용해서 리세트 영지를 양한 발걸음을 재촉했다.

**

"상황이 어찌됩니까?"

도착하자마자 성벽위로 향한 로우드가 기사 첼로스에게 물었다. 영지전 중이기에 수뇌부들이 성벽위의 막사 내에서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디 지휘를 위해서 성벽위에는 자그마한 회의실 정도 크기의 막사가 있다. 비상시 숙소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빠른 지휘를 위해서다.

"정찰병들의 말로는 약 천 여명의 군대가 이쪽으로 오고 있다고 하네."

"뻔하군요."

역시나 예상대로 레작성 이하 2개의 성이 더 연합해서 리세트 영지를 노리려고한다는 것이 확실해졌다. 갑작스래 휴모뎀, 크람스 성을 제외하고 천여명의 병력이 튀어나올리 없기 때문이다.

"음. 내 생각엔, 저쪽은 레작성으로 저희가 모든 병력을 돌렸다고 판단 이곳을 빈집으로 생각한 것 같네."

경험많은 첼로스는 상대들의 머릿속까지 꿰뚫어 보고 있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이 듭니다. 어찌할까요?"

로우드는 자신도 경험이 이래저래 많긴하지만 전장에서 여러해를 보낸 기사 첼로스에게 조언을 구했다.

"내 생각엔 나가서 싸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네."

'공격을?'

이런 의견은 의문이다. 로우드로서는 방비를 철저히 해서 막으려는 쪽으로 의견을 낼 것이라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의문은 풀어야하는 것이 정석.

"나가서요?"

"그렇지. 이쪽 동쪽 성벽으로는 방비가 그렇게 대단하지 않아. 마의숲이 둘러쌓인 곳이 북,서,남쪽이기에 서쪽은 인간들의 영지인지라 방비가 철저히 되어있지 않더군. 거기다 대 몬스터용 위주로 성벽을 꾸려서인지 생각보다는 인간병사들을 막기에 좋지 못하게 되어있어. 아무래도 몬스터들은 충차같은 공성병기를 쓰지 않으니까 말이야."

"그렇지요."

"그렇다면 어차피 실전의 경험, 훈련도, 장비들까지 모두 우월하네. 망설일게 무언가? 시간 끌것없이 한번에 저쪽 병력을 처치하고 나머지 성 2개까지 먹어버리세. 음.. 그리고 아마도 내 생각이지만 성은 1개만 차지하게 될 걸세."

이 또한 새로운 의문. 오늘 기사 첼로스와 전쟁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많은 의문이 생긴다.

성 세 개를 차지할 것인데 한 개만 들어온다? 무언가 이상한 계산식이다.

"하나만 말입니까?"

"두고보면 알 것이네. 어쨌든 앞에 올 병력부터 처리하도록 하자고. 반나절 거리라고 하니 우리도 병력을 이끌고 유리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 알아서 보일 걸세. 저쪽은 아무리 봐도 승냥이 떼라 우리 병력이 많으면 단번에 뒤로 빠질 것이거든. 차라리 도망칠 것도 못하게 맞부딪쳐 버리는 것이 확실하네."

확신에 찬 어조의 기사 첼로스다.

"음. 그게 맞는 것 같군요. 그렇게 하지요. 전군 준비는 되어있나요?"

"미리 해두었네."

미리 병사들에게 출군 준비를 시킨 첼로스가 월권을 하는 듯 하지만, 상황 상 맞는 판단이기도 한데다가 자신이 기사 첼로스를 신용하기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로우드다.

그렇게 기사 첼로스의 판단 하에 로우드 군은 방어전이 아닌 역으로 공격태세를 갖추고 출병했다. 승냥이 떼의 남은 두 마리를 처리할 때가 온 것이다.

**

로우드가 첼로스와 함께 군을 이끌고 나아간 다음날. 로우드군은 휴모뎀과 크람스의 성주 군을 맞이할 수 있었다.

반나절이면 만날것이라 생각했는데, 상대들이 여유가 있다고 생각한 것인지 늑장을 부리면서 진군을 한 듯 했다.

자신들이야 그 사이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으니 좋지만 말이다.

"왔군."

"그렇군요. 생각보다 늦었습니다."

"정찰대도 안 보내는 것으로 보아서는 완전히 여유만만일세. 경험이 없어, 경험이.. 저 밑에 있는 병사들만 불쌍하군."

"준비할까요?"

뭔가 상하관계가 바뀐 것 같기는 하다. 영주는 로우드인데 군을 이끄는 중심은 첼로스가 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우드로서는 상관 없었다. 기사 첼로스는 익스퍼트 상급의 몸. 어디가서나 인정을 받을 만한 경지다. 이 빈란드 왕국에서 소드마스터라고 해봐야 열명이 채 되지 않는다.

이런 실정이니 소드익스퍼터 상급이면 기사로서 상위 100인안에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 작은 영지에서 소일이나 하며 쓰일 인재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 인재니 대우를 해줘야 함이 옳다. 그래서 로우드도 자신의 수하지만 일정의 예를 다하는 것이고 말이다.

"전군 준비!"

다리운이 하던 역할을 로우드가 한다. 마나를 불어넣어 외치고, 명령을 위한 깃발이 올라간다.

영지병들이 단번에 풀어져있던 자세를 바로하고 준비태세를 갖춘다.

총 병사 1700여명. 광산 방어와 레작성 방어를 맡은 기사 후보생들 300명과 최소한의 방어를 위한 영지병 100여명을 제외한 로우드군의 전 인원이다.

정찰에 의해 파악된 상대의 병력은 각 500씩 천여명.

실전에서의 경험도, 장비도, 훈련도도 이쪽이 우위다. 거기다 숫자까지 말이다.

항상 적은 숫자로 많은 병사들과 전투를 하던 로우드로서는 처음으로 하는 완전히 유리한 전투다.

오죽하면 위치한 언덕에서 고지마저 차지했다. 지형까지 유리하단 소리다.

"진군!"

드디어 떨어진 로우드의 진군 명령. 공격 깃발이 떨어지고 로우드군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1700의 병사들이 일사불란(一絲不亂)하게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

"저, 저게 무엇이야!"

"어찌 저리 병력이!"

로우드군이 보이기 시작하고부터 상대측 휴모뎀 성주와 크람스 성주는 난리가 났다.

자신들이 예상하기에 빈집이라고 생각했던 적군의 병력들이 갑작스레 자신들 앞에 나타나 있었기 때문이다.

"어찌할까요?"

간이 콩알보다도 작은 크람스 성주가 큰 몸으로 덜덜 떨면서 휴모뎀 성주에게 말한다.

"음.. 적의 병력이 많긴합니다만. 우리는 정예병입니다. 아마 저쪽에서 농노고 뭐고 없는 인원 다 끌어모아서 미친척 온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담.. 저것들 훈련이 안 됐을 거라 이말입니까?"

철저히 자기 중심적으로들 생각하는 인원들이다. 하기야 레작성의 성주는 익스퍼터로 자기능력으로 올라왔다지만 이들은 조상들이 일구어 놓은 상단의 재산으로 성주를 맡은 인물들이다. 도무지 병과를 다루는 전장과는 거리가 먼 인물들이란 소리다.

그저 되지도 않는 지식으로 판단을 한다.

"그렇다면, 숫자만 채운것이니 공격해도 되겠군요!"

"그렇습니다! 전군 공격!"

잘못된 오판인지도 모른채 공격명령을 내리는 휴모뎀 영주다. 로우드 군의 진군에 뒤질세라 성주들의 병력이 진군하기 시작한다.

대다수가 창병으로 이루어진 성주들의 병력. 제대로 된 궁수 부대 조차도 200여명 정도가 다이다. 그동안 리세트 영지에서 마의 숲 몬스터들을 방어해주었기에 몬스터들과 상대할 일이 거의 없어 병력 구성이 이런 것이다.

하기야 궁수부대 보다는 창병부대가 훈련 시키기도 운영하기도 좋다. 가격이 싸게 먹히기 때문이다.

이들이야, 몬스터 토벌보다는 병력을 위시한 성의 통제와 자신들의 체면치레를 위해서 병사들을 유지한 성주들이다. 이들 생각처럼 정예 병력이 아닌 것이다.

군주의 시간 91편 - 영지전 시작.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