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채엥.'
"큭.'
검을 뽑은 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로우드의 검이 병사의 목을 가른다.
길게 뿜어지는 핏줄기.
전투는 이제 시작이다.
"으악."
"마, 막앗!"
선봉에 선 다리운과 로우드가 적을 가른다. 병사들의 고함도 목숨을 건 저항도 소용 없었다.
한번의 검이 지나가면 하나의 인영이 쓰러진다. 마치 나무에서 떨어지는 낙엽처럼 한순간에 바스러진다.
그 순간. 갑작스레 쩌렁 쩌렁한 소리가 로우드의 두귀로 들린다.
"이 놈들! 어디서 온 놈들이냐!"
마나를 실은 목소리. 소드익스퍼터란 소리다.
"영주님! 레작 성주인 것 같습니다."
"병사들에게는 미리 지시한 대로 하라고 그래. 오러연공법 익혔다고 괜히 호승심 내지 말고말야."
"알겠습니다. 모두 영주님이 지시한대로 행동한다!"
이곳 작은 성에서 익스퍼터라고 해봐야 레작성의 성주밖에 없다. 다른 이들이 이미 오러 익스퍼터였다면 다른 곳의 성주를 맡고 있었을 테니 말이다.
로우드는 병사들에게 미리 말을 해 주었다. 익스퍼터가 등장하면 무조건 피하라고 말이다.
병사들이 마나유저라지만 오러 익스퍼터에게는 아직 무리다.
충분히 희생자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미리 로우드가 익스퍼트를 보면 피하라고 지시를 내린 것이다.
"레작 성주! 여기 리세트 영지의 영주 나 로우드 리세트가 있다!"
로우드도 질 수 없다는 듯이 기세를 담아서 외쳤다.
"오냐!"
그도 전장의 피를 보면서, 흥분을 한 것인지 지지 않고 받아쳤다.
순식간에 서로에게 다가서는 둘. 둘다 오러익스퍼터이다보니 몸놀림이 보통 이상이다.
금방 시작되는 부딪침!
'시작하자마자 끝내야 한다.'
로우드는 자신이 빠지고 나면 자신의 병사들에게서 혹시 모를 희생이 생길까 걱정이 됐다. 아무리 마나유저들인 기사후보생들이라지만 전장의 상황이란 혹시 모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강한 전력인 자신이 적장을 죽이고 해결을 해야 했다.
'지이이잉.'
'지잉'
로우드가 결심을 한만큼 검에 오러가 맺힌다. 레작성의 성주도 지지않겠다는 듯 오러를 일으킨다.
둘 모두 속전속결(速戰速決)로 결론을 내린 것이다.
검끼리의 부딪침은 없다. 그렇지만 누구보다 치열하다.
자신의 검이 누군가 먼저 상대의 몸에 닿는 순간 적어도 중상이다.
몇 번의 부딪침 뒤에 로우드는 깨달았다.
'내가 위군.'
상대는 전장의 경험도 없다. 검술? 자신이 위다.
부딪침뒤에 겪어본 바는 상대는 익스퍼터 하급이다. 자신은 중급.
경지의 수준 자체가 다른 것이다.
결론을 내렸으니 이제는 끝을 내야할 때. 시간을 끌 필요가 없다.
"끝이다."
"헛소리다! 애송이!"
'지이잉.'
로우드의 검의 오러가 더욱 두꺼워진다. 로우드가 전력을 다했기에 순식간에 레작 성주보다 더 오러가 두꺼워진 것이다.
"헛."
"잠자는 호랑이를 건드리긴. 잘가라."
한순간에 공간을 가르는 로우드의 검이 휘둘러진다.
레작 성주가 오러에서부터 밀리기 때문이다.
"크악."
비명을 지르는 것과 동시에 레작 성주의 배가 갈린다.
승냥이 중 하나가 죽은 것이다.
그 뒤로는 순식간이었다.
지휘관이 죽은데다가 전력도 압도적이다. 수가 중요한 게 아니다.
경험이 더욱 중요하고 기세가 다르다.
레작 성주가 죽고는 병사들끼리는 일방적이었다.
그리곤 로우드는 병사들에게 항복을 종용했다.
"모두 항복하라! 너희 성주 레작이 죽었다. 무기를 버리면 살려주도록 하겠다!"
"항복하라!"
병사들이 검을 놀리면서도 미리 지시받은대로 항복을 종용한다.
영지병사들이 저항을 해서 무얼 얻을게 있다고 계속 진행을 하겠는가.
"살려주시오!"
순식간에 무기들을 떨구며 목숨을 구걸한다.
지휘부가 무너지기 시작하자 하나 둘, 병사들이 항복을 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로우드는 순식간에 레작성을 차지할 수 있었다.
세 승냥이 중 하나를 처리한 것이다.
나머지도 정리해야할 때가 왔다.
**
남은 뚱뚱한 승냥이 둘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상하군요."
"그러게요. 레작 성주가 도착할 때가 훨씬 지났는데.."
"당한 것일까요?"
"모르겠습니다. 전령이고 뭐고 없었으니."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인지라 레작성주가 휴모뎀성에 전령을 보내지 못한 듯 했다.
"어찌되었든 혹시 몰라서 우리 쪽 정찰병들을 보냈습니다. 시간상 곧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휴모뎀 성주의 예상대로 얼마 뒤 전령이 들어왔다.
"휴모뎀 성주님. 레작성을 살펴보고 왔습니다."
"그래. 어찌되었나?"
"그것이.. 리세트 영주의 깃발이 성벽위에 휘날리고 있었습니다."
"뭐라고!"
"그게 사실인가!"
옆에서 가만이 있던 크람스 성주도 나서서 묻는다.
"네. 제가 몇 번이고 확인해 보았습니다."
"허. 전력을 다 동원한 것인가?"
"그러게 말입니다. 선전포고를 받자마자 전력을 다해서 레작성을 칠 줄은.."
그들은 완전히 오판을 하고 있었다.
선전포고를 받자마자 로우드가 전 병력을 다 이끌어서 레작성을 쳤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긴 전쟁경험도 없는데다가, 병법서라고 해봤자 이론으로만 익힌 이들이 어떻게 예상을 했으랴?
로우드가 단 200의 병사로 레작성을 하루만에 차지할 수 있다고 말이다.
그들의 상식으론 모든 전력을 동원해서 순식간에 차지했다고 밖에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
"그렇담. 리세트 영지는 빈집이겠군?"
"그렇지요."
"그럼 우리가 빈집을 털어버리는 것이 어떤가! 바로 리세트 영지로 쳐들어 가는 것이야!"
어차피 레작성주도 이득 때문에 뭉친것이지 무슨 의리가 있는 것이 아니다.
가서 성을 탈환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차라리 두명이서 천의 병력을 이끌고 리세트 영지를 차지하면 세명이서 나누는 것보다 얻을 것이 많은 것이다.
생각하기에 상대 리세트 영지가 빈집인데다가, 레작성을 차지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으니 점령작업을 진행하느라 바쁠 것이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이때가 기회다!
리세트 영지는 빈집이나 다름없는 최소의 병력밖에 없을테니 어서가서 치면 되는 것이다.
둘은 완전한 오판으로 그런 결론을 내렸다.
"그렇담. 슈모덴 남작님으로부터 병력이 오기전에 가는게 어떻습니까?"
"옳지요! 자 당장에 출병을 준비시킵시다."
무릎까지 탁치며 동조하는 크람스 성주다.
그렇게 완전한 오판 속에 그들의 리세트 영지행 출병이 결정되었다.
죽음으로 가는 길인 줄도 모르고 말이다.
챕터 10. 영지전 시작.
"다리운. 이곳의 방어를 맡아주게. 200명이면 충분히 가능할거야."
"알겠습니다."
로우드가 판단하기에 이곳 레작성의 방어는 200명의 기사후보들로 충분하다.
전에 500명이나 되는 평사를 레작성에서 유지한 것이 이상한 것이다. 작은 성이기 때문이다.
사실 성이라고는 하지만 인원 200명이던 고른마을 10개정도 인원인 2000명 정도밖에 살지 않는 영지다.
2000명 인원에 500명 상주병력이라는 것은 꽤나 이상한 구조로 성이 돌아갔다는 이야기다.
아마도 마의숲의 몬스터를 막아야한다는 명목하에 병사들을 최대한 꾸리고, 거기다 슈모덴 남작휘하 병사들도 지원받았을 터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500명이나 되는 병력을 가지고 있지는 못했을 것이다. 어찌되었든 로우드는 그런 레작성이기에 다리운 휘하 200명에게 안심하고 레작성 방어를 맡길 수 있었다.
군주의 시간 90편 - 영지전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