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신의 휘하에 있는 상단인원들을 죽이는 것이 화합인가?
선전포고다. 그것도 대놓고 말이다.
"짜증나는군. 전령을 가둬라."
"넵!"
어차피 예상을 하고 있었긴 하지만, 짜증이 왈칵 밀려오는 로우드였다. 처리해버려야 했다.
로우드는 자신이 하려던 일을 마치고 가기로 했다. 바로 이렐리안 방문이다.
근래에 노천광산에 도발까지 이어져서 준비를 하느라 방문을 하지 못했었다. 마침 이제는 자신도 지친터라 마지막 설득을 해보려던 차에 이런 도발문을 담고 전령이 왔다.
마지막 설득을 위한 방문을 하려던 차에 짜증이 나니 안 그래도 보려고 했던 이렐리안한테라도 풀고 가려는 것이다. 괜한 이렐리안만 엄하게 당하게 생겼다.
감옥안의 이렐리안은 항상 같은 상태였다.
"마지막 통보를 하러 왔다."
"악적. 안보여서 죽은 줄 알았다."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힘이 빠진 목소리였다. 식사도 제대로 챙겨주고 감옥 내에서야 나름 자유롭게 움직였다지만, 그래봤자 감옥 안이다.
일년을 가까이 이렇게 있으니 그녀도 힘이 빠진 듯 했다.
"두가지만 약속하면 풀어주겠다."
"뭐지?"
"항상 같다. 첫째, 내가 마법을 쓴다는 것을 절대 말하지 말 것. 그리고 두 번째 나에대한 충성 맹세다."
"내, 내가 네놈과 같은 악적에게 그런 맹세를 할 것 같으냐!"
아직까지는 그래도 독기가 남아있는 이렐리안이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로우드로서도 한계다. 부하들이 아무리 자신의 말을 듣는다지만 이런 포로를 계속 살려두는 것도 그렇고 자기 자신조차도 조금씩 지치기 때문이었다. 응답없는 요청이란 짜증을 줄 뿐이다.
"나도 이제 한계다. 그리고 이것은 마지막 통보다. 아무리 네가 마음에 들었다지만, 여기까지지. 잘 생각해봐라. 아크란 제국에서도 널 버렸다. 죽음을 택하든 전향을 택하든 말이다."
"나, 나쁜놈. 흑."
맘이 많이 약해진 것인지 이렐리안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제 달래거나 할 시간도 없다. 출발해야할 때이기 때문이다. 여기까지와서 이렐리안을 본 것도 괜한 로우드의 억지스런 행동이었다.
이상하게 한번 보고 가야할 것 같았기에 그랬을 뿐이다.
"잘 생각해봐라."
마지막 한마디를 남기고 로우드가 새롭게 시작될 전장으로 출발했다.
**
서실 레작성이하 영주들이 보낸 전령이 도착하기도 전.
로우드의 부대는 이미 레작성 주변의 숲에 잠복해 있었다. 어디서나 있는 덜 개발된 몬스터의 숲에 말이다.
마의 숲 주변이라고 하지만 로우드가 마의 숲 주변 대부분의 몬스터를 토벌한 이상 이곳에는 토박이(?) 몬스터들 밖에 없었다.
고블린이나 오크같은 하급 몬스터들 말이다. 어차피 이쪽의 성주들은 자기 욕심만 채울 뿐 영지 밖의 몬스터 숲을 제대로 토벌하지도 않는지라 들킬 염려도 없었다.
"여기쯤이겠군."
그곳에 영주 로우드가 도착했다. 자신의 부대가 남긴 부대만의 표식을 나무에서 보고 알아챘다. 대충 은거지가 이쯤이라는 것을 말이다.
"부관 다리운."
"예."
조용한 목소리로 부관 다리운이 풀숲에서 나타난다. 그들도 레작성에서 로우드의 영지쪽으로 떠나던 전령을 보고 언제쯤 오겠구나하고 대략적으로 예상을 했던 것이다.
"판단하기에 저들은 500씩 병력을 세 성 중 가운데에 있는 휴모뎀 성으로 모두 모아서 한번에 출발할 것 같다."
"중앙에서 모이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니 말입니까?"
"그렇다. 그러니 우린 먼저 선공을 취해야겠지."
"이번 작전은 어떻게 진행하시겠습니까?"
"성이라고 해봐야 어차피 오랫동안 제대로 된 전투도 겪어보지 못한 성이다. 기껏해야 하급몬스터들을 막는데나 쓰인 성이지. 그나마도 우리 영지에서 막아냈었으니 말할 것도 없지."
"그러시다면?"
"정면 돌파다. 저런 성에 상시마법 방어진이 있을 리 없다. 우리가 지나갔을 때 보았을 때도 기껏해야 해자도없는 나무로 된 성문 아니었나? 내가 파이어 볼로 성문을 부숴버리면 그대로 돌진한다."
"알겠습니다."
"선 활 공격, 후 근접전이다."
"넵."
무엇하나 준비할 필요도 없었다. 자신들은 대대 병력으로 사단을 처치한 전과를 올린 부대다. 실전경험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거기다 이번엔 드워프들이 만든 장비들까지 걸쳤다. 자신들이나 이런 장비를 걸치고있는 부대일 것이다.
그에 비해 자신들이 상대할 병력들은 수야 2배가 넘는다고 하지만, 실전경험도 없는 부대다. 성주들이야 정예니 어쩌니 하지만 기껏해야 실전 경험이라고는 하급몬스터들이나 상대해본 이들인 것이다. 인간을 상대로 한 경우는 전무하다. 이미 몇십 년째 영주전이 없으니 말이다.
이런 이유가 로우드가 별달리 공성 무기같은 준비가 없이도 자신만만한 이유다.
이제 새로운 전투가 시작될 때다!
**
200의 병사가 순식간에 모여서 대열을 정비한다.
로우드의 기사 후보들이다.
200의 인원이 순식간에 성 앞에 나타나니 레작성의 성벽위에서 고함이 들린다.
"적이다!"
"뿌우우우웅."
적이 왔다는 신호를 울린다. 어차피 알려져도 상관없다.
이번 작전은 정면 돌파니까!
시작은 로우드의 마법!
"파이어! 볼!"
'퍼버벙.'
시전되자 마자 날아든 파이어 볼 3방이 성문에 작렬한다!
전보다 더욱 크고 강해졌다.
영주일을 하면서 로우드도 놀기만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매일같이 플렌트를 난사하고 시간만 나면 마나 수련을 하니 가능한 일이다. 거기다가 로우드가 마나 쌓는 속도가 워낙 빠르기도 하고 말이다.
"크지지직."
그런 파이어 볼은 성문에 작렬하자마자 성문을 작살내는 효과를 보여줬다.
단 3방의 파이어 볼로 말이다.
"전진."
조금의 흥분도 없이 로우드가 부대에게 명령한다.
"전진한다!"
"와아아아아."
기사후보생 부하들이 오히려 흥분해서는 소리를 지르며 나선다. 모두 자신만만 하다.
부딪치기 전 기선 제압을 위한 한발.
"사격 발사."
성문에 막 돌입한 일 열의 로우드 부하들이 화살을 발사한다.
'쉬쉬쉬쉭.'
"아악."
"크악. 활이다!"
성문과 성벽사이의 일직선으로 된 길로 오던 적의 병사들은 그대로 화살밥이 될 뿐이다.
갑작스런 로우드의 마법에 당황을 한대다가, 성문부터 막으려고 왔던 적들의 병사들로서는 제대로 된 방패도 준비하지 못했다.
로우드의 영지병사들이 장비가 좋은 것이지, 보통 이 시대에 영지병들의 장비라고 해봐야 창병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장비를 갖추거나 중장비를 갖춘 병사들은 고작해야 빈란드 왕국에 있어서 왕국중앙군이나, 세습귀족들의 병사들이 다이다.
그러기에 로우드의 기사후보들이 날린 화살에 순식간에 상대의 첫 진형이 무너진 것이다.
목표한 바를 이루었으니 이제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할 때.
"돌진한다."
로우드의 짧은 명령.
"알겠습니다."
'채챙.'
모두 활을 등에 메고는 순식간에 옆구리에 찬 검들을 꺼내든다. 매우 재빠른 동작.
기사 후보들의 그동안의 고된 훈련을 보여 주는 일면이다.'이제는 나가야겠군.'
로우드 자신이 나서야할 때다. 어찌됐든 이 병사들 사이에서 지휘관이며 가장 강한 이는 자신이니까 말이다.
"다리운 가지!"
"알겠습니다."
다리운과 로우드 모두 몸에 마나를 불어 넣고 선봉으로 나선다. 병사들은 알아서 잘 따라올 터.
병사들을 믿고 둘은 앞으로 나선다. 세세한 지휘를 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자신들의 부대원들은 훈련이 잘 되었으니 말이다.
'채엥.'
"큭.'
군주의 시간 89편 - 도발이 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