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주의 시간-84화 (84/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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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논. 뭐하나."

"아, 영주님이 드시겠다면야 저로서 영광입니다. 하, 한잔 받으시지요."

"고맙소."

대화가 끝나고는 준비했던 잔을 자신이 가지고 다니는 천으로 살짝 닦더니 영주에게 손을 덜덜 떨면서 한잔 건내는 베논이다.

"하하. 이거 맛만 보고 다 가져가진 않을테니 걱정마시오."

"아니, 아닙니다. 아까워서 그런게 아니옵고, 긴장이 되어서."

"농입니다. 한번 마셔보겠소."

'꿀꺽.'

하고 들어가며 로우드의 입안으로 딸기주가 들어온다.

"오."

이건 생각이상의 맛이었다. 처음 맛봐서 그런 것인지 뭔가 달콤 쌉싸름 하기도 하고, 술맛도 적당한 것이 아주 좋은 술이었다.

안 그래도 쉽게 무르는 딸기인지라 보존 마법이 걸린 가방이라도 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우른과 상의하고 있었는데, 이런 맛있는 술이라니!

이것은 그냥 술로만 팔아도 딸기 이상의 가치를 내 줄 것이었다.

술에 일가견이 있는 로우드는 아니었지만, 그가 놀랄만큼 대단한 맛이었다.

"엄청나군요. 처음맛보는 술이오."

"영광입니다."

"또 다른 술도 있소?"

로우드는 내친김에 술을 만든 사내에게 물어봤다.

"저기, 그것이.. 포도로 만든 것도."

"아니 자네. 포도도 손을!"

옆에 있던 영지민이 로우드대신 화를 낸다. 아마 무슨 벌이라도 받을까 싶어 저렇게 나선 것일 터다.

"아아, 뭐라고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한번 맛볼 수 있겠습니까?"

"예. 예? 알겠습니다. 여기 있사옵니다."

술을 잘 만드는 것 만큼이나 주당인 것인지, 다른 술도 가지고 다니는 그였다.

'쪼르르르.'

아까보다는 덜 긴장한 손으로 로우드에게 새로운 잔에 포도로 만든 포도주를 건낸다.

"여기 있사옵니다."

"감사하오."

"아, 아니옵니다."

로우드가 그가 건낸 술을 맛본다.

아, 역시. 깊은 맛이 느껴지는 것이 예사 솜씨가 아니다. 이 사람은 술을 만드는데 무언가 재능을 가진 듯 싶었다. 이런 것은 우른과 상의해야 했다!

"이 술 내가 구입할 수 있겠소?"

"아니, 아니옵니다. 어찌 이런 걸 다 돈을 주고.."

영지민 베논이 대번에 놀라서 손사레를 친다.

"아니. 내가 술을 아주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아주 맛있소. 처음 맛보든 깊은 맛에 달콤한 맛까지 아주 일품이었지. 그래서 사려고 하는 것이니 오해 말게나."

"저, 그렇담 그냥 가지셔도 괜찮습니다. 영주님이 맛있게 드신다면야 저도 좋습니다."

"하하. 아닙니다. 여기 일단 가진돈이 이것밖에 없으니 이거라도 가지시오."

로우드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몇실버 가량 꺼내서 사내에게 건넸다.

"아, 아니. 괜찮습니다."

"아니오. 내가 주고싶어 그런 것이니 사양 마시오. 그럼 이만 가보겠소."

**

술을 챙기고 재빨리 영주 집무실로 온 로우드는 얼마전 상행에 돌아온 우른을 찾았다.

"로우드. 불렀다고 들어서 바로 왔어. 가죽건으로 바쁜데 무슨일이야. 매의 눈 용병단장 아주 드세더라. 네가 활 배우면서 고생하겠어."

레나타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었던 모양인 우른이었다.

"딸기랑 포도를 유통시킬 보존마법 가방 구해봤어?"

"아, 아니. 이거 원, 생각보다 구하기 힘들더라고, 이래저래 수소문도하고 정보길드에도 말했는데 잘 구하기 힘든가봐. 아무래도 보존마법 가방을 만드느니 마법무구를 만드는게 돈이 되니까 다들 마법무구만 만드나 보더라고."

"역시나 예상대로네."

"그렇지 뭐."

잠시의 둘의 침묵. 로우드가 미리 준비해 놓았던 잔에 딸기주를 따른다.

"자자. 이거 한번 먹어봐."

"뭔데 갑자기 꺼내는 거야?"

"내가 우른 네게 독이라도 주겠나. 한번 마셔봐. 그리고 뒤를 이야기 하자구."

"아아. 알았어. 재촉하지 말라고. 마셔보도록 하지."

우른이 이내 로우드가 따라준 기주를 마신다.

"오오. 이거 뭘로 만든거야?"

"딸기라더라."

"이런 맛이! 난생 처음맛보는 맛이야."

한잔 마시자마자 흥분하는 우른. 누가보면 한잔에 취해버렸다고 생각할런지도 모른다. 로우드는 딸기주의 감동이 다하기 전에 포도주를 다른 잔에 따라주며 말했다.

"이것도 먹어봐."

"음? 이것은 색이 또 다르군! 좋아."

이번엔 받자마자 냉큼 받아먹는 우른이다.

"오. 이건 또 색만큼이나 맛이 다르군. 아주 좋아. 뭔가 깊으면서도 아아. 이것을 뭐라 설명해야할지 모르겠군. 어쨌든 좋은 술이야!"

"역시 그렇지?"

"이것을 어디서 구한 것이야. 그리고 왜 보여주는 것이고."

로우드는 이제 제대로 설명해야할 때를 느꼈다.

"오늘 영지의 특산물 밭을 돌아다니다 영지민에게서 구한 것이지. 첫 번째 잔은 딸기. 두 번째 잔은 포도로 만든 술이야."

"딸기? 포도? 그럼 딸기주. 포도주가 되는 것이겠군. 아주 대박이야."

"술을 유통하는게 어때? 어차피 보존마법이 걸린 가방을 대량으로 구하기 힘들다면야, 술은 유통에 문제가 없잖아. 조금 신경을 쓴긴 해야하지만 과실에 비해서는 훨씬 나을것이라 생각이 들어."

전에야 세습귀족인 휠튼 남작이 가지고 있는 보존가방 덕분에 유통부분을 조금 해결할 수 있었다. 휠튼 남작이 자신에게 돈이 되니 우른쪽에 보존가방을 빌려줬었던 것이다. 이것도 물론 임대비를 챙긴 휠튼 남작이었다.

자신이 마법을 사용해서 보통이상의 마나를 머금은 딸기나 포도이기에 어느정도 유통기한이 올라갔다지만 그래봤자다.

참외에 비하면 포도나 딸기 모두 유통기한이 좀 더 떨어지기 때문이다. 마나를 머금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참외의 유통기한 정도가 한계다.

그래서 우른과 로우드 둘다 유통 문제로 고민을 했었던 것이고 말이다.

"오! 그렇지! 그 방법이 있었군. 거기다가 이 술맛도 이렇게 좋으니 아주 비싸게 팔 수 있을 거야. 새로운 특산물이라고! 그런데 이거 대량 생산할 수 있나?"

"한번 내일 그 영지민을 불러 물어보지."

다음날. 로우드는 우른과 함께 영지민 베논을 맞이했다.

술을 만들 수 있는지 묻기 위해서 였다.

그런 것도 모르고 무언가 벌이라도 내리지 않을지 엄청 긴장해 있는 그였다.

"베논이라고 했던가?"

"네. 네 영주님. 무슨일로 부르신것이온지?"

원래 귀족에게 뭔가 묻는것은 예가 아니지만 평민인 베논이 그것을 어찌 알겠는가. 알았다 하더라도 긴장이 심해서 물어봤으리라.

"아아. 긴장을 푸시게. 하나 물어볼게 있어서 이렇게 불렀소. 오늘 일 삯은 내가 친히 쳐줄테니 걱정하지 말게나."

"아, 감사하옵.. 아니 그렇게 챙겨주지 않으셔도."

"괜찮소. 내가 그리하는 것이니 말이오. 하나 묻겠소. 어제 나에게 준 그 술 있잖소?"

"딸기주와 포도주 말씀하시는 것이옵니까?"

"그렇소. 그것 대량 생산이 가능하겠소?"

"음... 대량생산이라하심은 어느정도를 말씀하시는 것이옵니까?"

"밭에있는 대부분을 말하오."

"헉. 많군요. 그렇지만 가능 할 것 같습니다. 그 술만드는 곳을 만들어주시고 제가 방법만 영지민들에게 말해주면야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잘만드는 것은 좀 어렵지만 만드는 것 자체는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한번에 많이 만들면 손이 덜가는 것도 좀 있긴 합니다. 그 포도를 으깨는 것도 그렇고.."

"아아. 설명을 바라는 것이 아니오. 일단 가능하다 이것이 중요하지. 내 일을 하나 맡기겠소."

"네? 소인에게 일을 맡기실만한 것이.. 소인은 능력이 부족하옵니다."

"당신이 제일 잘하는 것을 맡길 것이오. 이름이 어찌되오?"

군주의 시간 82편 - 새로운 특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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