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의 시간 77편 - 오크 특산물(1)
노하우를 공개한 무두장이에게는 후한 보수도 약속한 로우드다. 장인으로서 노하우를 공짜로 공개할 리는 없기에 한 조치다.
로우드의 생각으로 후에 더욱 많은 무두장이들이 영지로 들어오면 따로 따로 15명 단위로 숫자를 나눠 작업장을 만들 생각이다.
용병들처럼 서로 경쟁을하고 등급을 나눠 차등된 대가를 지불하도록 하는 것이다. 일종의 성과급제다.
용병일을 한 로우드는 등급과 그에따른 보수에 익숙하기 때문에, 이런 방식을 넣었다. 처음에는 우른도 이해하지 못했었지만 로우드가 용병과 빗대어 설명하고 자율적으로 하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게 함으로서 나중에는 찬성을 했다.
그렇게 리세트 영지의 공방과 작업장의 이중시스템이 잘 굴러가게 되었다.
"에힝, 너희들 어제 가르쳐준 것을 아직도 못하고 있는 거냐."
로우드가 공방에 잠시 들러보니 드워프의 소리가 쩌렁 쩌렁 울린다. 로우드가 공방을 짓는 동안 알게 된 저 드워프의 이름은 '프레핸드'와 '글루치온'. 드워프식의 이름이란다.
어쨌든 드워프 프레핸드는 공방에서 인간 무두장이들의 교육을 하고 있는 듯했다. 무언가 마음에 안들어서 인지 저렇게 소리를 치고 있다.
중재아닌 중재를 하러 다가가는 로우드.
"뭐가 마음에 안드시는 것이 있습니까?"
장인들의 교육에 끼는 것은 안 좋지만, 혹여나 불만이 있는 것이라면 해결을 해줘야 하기에 로우드가 중간에 끼는 것이다.
"아니, 공방은 좋아. 그런데 여기 이 놈들이 어제 가르쳐준 것을 익히지도 못했잖아!"
배움을 받고 있는 무두장이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모두 기죽어 있었다. 로우드에게 혹여나 혼날까 생각하는 듯 했다.
'허 참, 기술을 무슨 하루만에 배워.'
검술과는 다른 것이지만 무언가 기술을 하루만에 배우는 건 말도 안되는 것이다. 그것은 천재들이나 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무두장이들이 일반인들에 비해서 가죽을 잘 다루고 무언가를 만든다고 하지만 하루 만에 익힌 사람들은 없다. 그렇다면 이들의 나이는 가장인 20-30대가 아니라 10대였을 것이다.
"저기 프레핸드님."
"뭐냐?"
로우드는 뭔가 설명이 필요하다 싶어서 말을 걸었다. 무두장이들은 아무래도 기가죽어있어 말을 하지 못할테니 자신이 대신해야 했다.
"저희는 인간입니다."
"아니 그것을 누가 몰라?"
괄괄한 대답. 한숨을 쉬고 로우드가 말한다.
"저희는 드워프들처럼 불의신 헤파스의 축복을 받지 못했습니다. 하나 배우는데도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드워프들처럼 타고나지 않았단 말입니다."
"험험.."
그때서야 자신이 실수를 한 것을 깨달았는지 헛기침을 하는 프레핸드다.
이런식으로 돌아가선 안 되겠다고 로우드는 생각이 들었다.
"프레핸드님, 여러 가지를 가르쳐주시는 것은 감사합니다. 그렇지만 저희 인간들이 체득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교육시간을 조금 줄이고, 인간들에게 체득화할 시간을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늘어는 시간에 공방에서 프레핸드님은 작업도 할 수 있을 것이고, 무두장이들은 무두장이대로 연습을해서 실력이 늘 것 같습니다. 어떻습니까?"
영주가 되고는 어디서 나온 실력인지 말이 점점 늘어나는 로우드다.
"흠. 뭐 나야 좋긴하지만.."
드워프 프레핸드도 만족하는 듯 하다. 자기가 작업할 시간이 늘어나니 장인의 종족 드워프로서 마음에 드는 것이다.
"그럼 그렇게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무두장이 분들, 가서 연습을 더욱 하시고 익히신다음 다음 단계로 가도록하지요. 충분히 잘 하실거라 믿습니다. 고생들 하셨습니다."
어느 정도 협상을 마쳤다 생각한 로우드는 주변에 있는 인간 무두장이들에게 말했다.
그런 로우드의 말이 내심 반가운 것인지, 무두장이들도 감사합니다하며 좋은 눈짓을 보내고 나간다.
자신들도 좋은 기술을 배우는 것이야 좋지만 따라갈 수가 없으니 힘들었던 것이다.
그렇게 공방과 무두장이들의 작은 소요가 일단락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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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로우드의 수도 없는 중재와 작은 시행착오들을 겪어가며 공방을 굴린지 한달이 되었다. 재료야 미리 토벌해 놓은 오크들과 몬스터들의 가죽들이 있었기에 충분했다.
그 한달간 조금씩이라도 훈련겸 기사 후보들과 더욱 가죽을 모았고 말이다. 오히려 넘쳐나는 재료보다 사람손이 모자랄 정도다.
"아잉. 영주님 낮부터 이러시면."
오랜만에 세렌과 좋은 시간을 보내는 로우드.
아직까진 이렐리안은 별 소식도 없고, 기사후보들이나 병사들은 기사 첼로스가 열심히 나서서 훈련을 시키고 있다. 재무관리는 우른이 하고 있고 말이다. 모두 유능하고 든든한 사람들이다.
그러기에 딱히 훈련을 나갈 때가 아니면 할 일이 딱히 없는 로우드다. 수련시간을 빼고는 말이다. 그래서 이렇게 시간이 조금 남으면 세렌을 찾는 로우드다.
그도 혈기왕성한 남자인 것이다.
집무실에서 세렌과 한참 좋은 시간을 보내는 로우드.
그때 '똑똑'하고 문에서 소리가 들린다.
옷을 대충 정리하고는 로우드가 말한다.
"누군가?"
"나야 우른."
"들어와."
로우드의 말에 금세 들어오는 우른. 손에 무언가를 하나 들고 왔다.
"공방 드워프들이야 표준화 하기가 난해해서 아직은 보여줄 것이 없고, 이제 막 무두장에서 만들어 진 것이 있어서 이렇게 가져왔어."
우른의 말대로 드워프들의 공방에서는 생각보다 많이 생산이 되고 있지 않았다. 이들이 조금만 예술성을 포기하고 실용적으로 나가서 가죽 제품들을 표준화 시키면 금방 만들 것 같은데.
그놈의 심미안이 뭐고 예술성이 무엇인지 아직도 고집을 부리는 로우드다. 조금씩 설득이 되는 것 같기는 한데,
아직은 한 두달은 더 걸려야 표준화된 제품이 나올 것이라 생각이 드는 로우드다.
그래서 별 수확없이 이렐리안이나 드워프들을 설득하며 한달이 지나고 있는 이 때. 드디어 공방에서나마 수확이 생긴 것이다.
"줘보겠어?"
일단은 자신도 용병 생활을 하면서 가죽 갑옷을 사용했기 때문에 일반인 보다는 가죽 갑옷에 대해서 잘 알고있다. 그래서 한번 보려는 것이다.
냉큼 우른이 건낸 가죽갑옷을 보고 살펴 봤다.
'툭툭'
약간의 단단한 듯한 느낌. 그렇다고 눌러보면 생각보다는 부드럽다.
무게도 들어볼 때 보니 적당하다. 아주 상등품 이었다.
"좋은데?"
"역시 그렇지? 드워프들의 기술 하나만 적용하더라도 무두장이들이 상급 제품이 된다고 아주 난리더라고. 저들이 까다롭긴 해도 밥값은 하는 것 같아."
로우드의 칭찬에 우른이 신나서 이야기한다.
"장인의 종족이니까."
"그렇지. 장인의 종족."
"그런데 얼마에 팔꺼지?"
"6골드 어때? 어차피 오크 가죽들 가격도 제대로 무두질이 된 것은 몇십 실버나 한다고, 거기다가 기본적으로 다들 용병들이나 영지병들이 사용하는 무구니까 가격이 조금 차이는 있다고 하더라도 4-5골드 사이잖아. 6골드면 당장에 용병들 사이에서 유행할 것 같은데?"
"음.. 6골드라."
잠시 생각이 드는 로우드. 상품의 제품이긴 하지만 자신들이 시장을 잠식하고 있지 못하다. 가죽 갑옷 시장에 신규로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재료도 자신들이 구하고, 만들기도 대량으로 자신들이 만드는 터라 6골드를 하지 않아도 이득은 남을 것이다.
"우른, 그건 상인으로서의 눈이고 용병이었던 내가 보기엔 아무리 여벌의 목숨이라지만 4-5골드의 기존 것들을 살 것 같거든? 1골드는 큰 것이니까 말야. 용병이 돈을 많이 벌어도 가죽 갑옷만 사는게 아니잖아. 검도 있고 여러 가지로 사야할 것이 많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