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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운."
"넵."
로우드의 불음에 냉큼 대답하는 다리운.
"토벌이 시작된 지 얼마나 됐지?"
"약 한달 되었습니다."
어느새 오크 토벌전을 로우드가 기사 후보들과 진행한지 한달이 되었다. 이틀에 하나꼴로 부족을 멸족시켰다고 해도 주변에 워낙 몬스터들이 많았다.
때문에 이제 막 영지 주변을 정리하는데도 이 정도 시간이나 걸린것이다. 그만큼 주변에 몬스터들이 많았다.
10부족 이상 토벌했는데도 아직도 끝이 안 보인다. 정말 주변만 처리했을 뿐이다.
'정말 이 영지가 어떻게 지금까지 있는 것인지..'
오크들을 토별하면서 전 영주가 왜 죽었는지도 이해가 가는 로우드다. 해도 해도 너무하는 영지다.
이런 영지를 건네준 왕 스웨드와 18대 세습귀족들에 원한을 쌓아가고 있는 로우드다.
원한은 원한이고 보고는 보고다.
이를 빠득 간 로우드가 부관에게 묻는다.
"수거한 가죽은?"
"대략 1800여개는 됩니다. 정확히는 상한 것들도 있고 초반에 제대로 손질을 받지 못한 것도 있는지라 양은 좀 줄어들긴 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쳐도 1500개는 되는 것 같습니다."
"많군. 수고했네. 일단 주변을 정리했으니 영지로 돌아가지. 기사 후보들도 많이 지친데다가, 우른도 돌아 왔을테니 말야. 수고했어."
"감사합니다."
한달간 1800마리 분의 가죽을 얻었다는 것은 대단한 수확이다. 이걸 가공하지 않고 팔기만 해도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돈이 벌릴 정도니 말이다.
참으로 몬스터가 많은 곧이다. 로우드의 영지는.
"모두 철수!"
로우드의 짧은 외침.
"우와."
"드디어 끝난건가?"
많이 지쳐있던 기사후보생 병사들이 로우드의 말에 환호를 한다. 아무리 레인저 출신이라지만 한달간의 산에서의 생활은 지치는 것이다.
그렇게 한달간의 오크 토벌이 끝나가고 로우드는 영지로 돌아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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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지로 돌아와 창고에 오크 가죽을 넣고 보관할 것을 명한 로우드는 토벌 후 수확에 대한 정리를 하고 우른을 기다렸다.
그리고 며칠 후. 기다리던 우른이 찾아왔다.
'벌컥' 문이 열리고 우른이 뛰어 들어 온다. 무엇이 그리 기쁜지 기본적인 노크도 하지 않는 것이다.
"로우드!"
"수고했어. 마중나가고 싶었지만 이래저래 일이 많은지라."
못내 일을 시키고 마중조차 나가지 못한게 신경쓰이던 로우드다.
"아니 괜찮아. 언제나올지 알고."
"그런데 뭐가 그렇게 신난거야?"
상인다운 뚱뚱한 몸을 가지게 된 우른이 급히 들어오는 것에 궁금증을 느끼는 로우드다.
"이번에, 대박을 쳤어!"
"대박?"
"응."
요점부터 말하지 않는 말투는 언제나와 같은 우른이었다. 답답함에 로우드가 묻는다.
"아니 차분히 말해봐. 요점부터 말야."
"이번에! 정보길드에서 무두장이들을 14명쯤 구했지. 아마 수는 더욱 많아질 거야. 정보길드를 통해서 보니, 귀족들이 운영하는 상단이 제대로 가격도 쳐주지않고 후려쳐서 그런지 생활고에 시달리는 장인들이 많더라고."
역시 썩어있는 18대 귀족과 그 밑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의 검은 손은 어디에나 뻗쳐 있었다.
왕국이 탄생한 300년이란 긴 시간동안 권력을 휘어 잡고 있었으니 말로해서 오죽하랴. 아주 작은 이득만 되어도 이렇게 손길을 뻗치고 있는 것이다. 장인들인 무두장이들의 돈까지 뺏고있으니 갑부가 서민들의 주머니마저 노리고 있는 꼴이다.
주변이 바다로 되어있어서 보호를 받고 위로는 마의 숲과 아르란 제국에 접경지가 있다고는 하나, 방어하기가 유리한 측면이 있다. 나라의 사면 중에 북쪽의 한 면만 막으면 되는 것이다.
마의 숲 주변 영지들이야 힘들긴 하다지만, 이상하게 몬스터들이 마의숲 주변만 공격할 뿐 한번에 오는 일이 없어서 마의 숲과 영지의 경계가 어느 정도는 유지 된다. 위험한 것은 위험한 것이지만 말이다.
그래서 이렇게 나라가 썩어가면서도 유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 우리에겐 다행이군."
어찌되었든 이렇게 썩어있는 나라의 사정이 당장에 장인들이 필요한 로우드에게는 이득이 됐다. 제대로 된 삯만 치루면 넘어오는 무두장이들이 많은 것이다.
'잘했군.'
우른의 이번 일처리에 만족을 느끼는 로우드다.
"이걸로 만족하지 말라고. 중요한게 더 있어!"
만족하는 로우드에 우른이 다시 소리친다.
"뭐지?"
'아직인건가?'
우른이 저렇게까지 하면 뭔가 하나가 더 있다.
"그건 바로! 들여보내."
로우드의 말에 대답도 하지 않고 우른이 뒤쪽으로 소리친다.
영주 집무실의 문이 열리고 1명이 한손에는 쇠사슬을 들고는 들어온다.
그리고 그 뒤로 따라오는 땅딸막하고 사람보다는 작은 인간 둘.
아니 인간이 아니다. 작은 몸에 땅딸만가하면서도 옆으로는 큰 몸.
그리고 얼굴에 있는 굵은 수염들과 고집스러워 보이는 입매와 눈동자들까지.
그건 인간이 아니라 드워프였다!
장인의 부족 드워프 말이다.
챕터 4. 오크 특산물
잠시의 놀람을 멈추고 로우드는 우른과 대화를 시작했다. 자초지종을 알아야 일을 진행하는 것이다. 우른에게 일단 물어야 했다.
"드워프?"
"그래! 드워프지!"
"아니 어떻게?"
엘프만큼이나 보기 희귀한 것이 드워프다. 인간들 사이에서 이렇게 노예로 거래가 되니 더욱 몸을 숨기니 말이다.
그런데 그런 희귀한 종족 드워프를 우른이 나간 지 한달 만에 구해왔으니 놀란 것이다.
혹여나 드워프가 노예시장에 나온다고 하더라도 18대 세습귀족들이 선점해서 구입했을 터인데 용케도 구해왔다.
"기사 첼로스가 구했어."
이건 또 무슨 말인가?
"기사 첼로스가?"
"응. 이번 일을 거의 끝내고 들어오고 있는데 저 드워프 둘이 마의 숲 몬스터들에 둘러 쌓여 있더라고. 기사 첼로스가 얼른 구하고 이렇게 데려왔지."
"허, 참."
잠자코 있던 드워프들이 소리친다.
"인간! 우리를 구해준 것은 고맙다. 그렇지만 우린 노예가 아니다."
"맞다. 우리 둘은 쇠모루 부족의 일원. 몬스터들에게 기습을 당해서 위험에 처했긴 하지만 긍지 높은 부족원들이다. 너희에게 은혜를 갚을 용의는 있다."
신뢰와 장인의 부족 드워프. 호탕한 성격만큼이나 은원에 대해서 철저하기로 잘 알려져 있다.
아마 우른은 상인의 생각으로서 우연히 보게 된 드워프들을 보자마자 노예로 삼은 것 같다.
'방법이 잘못됐군.'
용병으로 오랜 세월을 살아온 로우드인지라 정치에 관해서는 잘 모른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대가를 주고 자발적으로 하게 하는 것과 강제로 시키는 것에 대한 차이점은 안다.
그것은 용병으로서 항상 대가를 받고 일을 했기 때문에 뼈에 새겨진 것이다.
영지를 위해서 드워프를 데려온 것은 좋지만 이것은 제대로 된 문제가 아니었다. 이런 쪽에 오히려 로우드의 성격상 정공법을 택한다.
로우드도 정치관련은 못하더라도 전생(前生)에서 용병 생활을 하며 자신의 몸 값이나, 서로와의 대가 혹은 은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겪었던지라 이런 대화는 자신 있었다.
"풀어줘 우른."
"어? 그렇지만 어떻게 구한 드워프인데."
우른이 로우드의 말에 망설인다. 고개를 저으며 말하는 로우드.
"드워프는 은혜를 알아. 그리고 원한도 기억하지."
로우드의 말에 드워프가 바로 답한다.
"맞다! 인간 너의 말이 맞다. 네가 아무래도 이 인간의 상관인거 같은데 말이 통하겠군."
"일단 나의 부하가 실례를 저지른 것에 대해서 사과하오."
로우드가 드워프에게 사과를 한다.
우른의 말대로 그냥 노예로 삼으면 편한 것도 있겠지만 혹여라도 마의 숲 주변 드워프 부족이면 침략을 올 수도 있다.
안 그래도 몬스터들로 머리가 아픈데 드워프까지 합세시켜 주변을 적으로 만들면 피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