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로우드가 왕도에 들어섰을 때, 백성들은 준비한 꽃가루를 뿌리며,
"로우드 만세. 국왕전하 만세."
"아크란 제국을 물리쳐주셔서 감사합니다."
등 큰 환대를 백성들로부터 받을 수 있었다.
전쟁의 영웅이 된 것이다. 행진을 끝마친 로우드.
그날 바로 귀족 작위를 받을 때도 만나지 못했던 국왕을 만날 수 있었다.
무릎을 꿇고 예를 다한다.
"소신 로우드 리세트. 국왕 전하를 뵈어 영광이옵니다."
"일어나게."
작게 읊조린 국왕 스웨드의 말을 듣고 로우드가 일어선다.
"빈란드 왕국을 지켜주어 고맙네. 중간에 간계가 있어 바로 그대의 공을 치하 할 수 없었네. 이 점 짐이 미안하군."
'간계라.'
그때서야 로우드는 확실히 알았다. 안그래도 나르그 백작이 대승을 한 장군으로서 수도에 간다는 소식을 요새에서 듣고는 로우드의 병사들은 난리가 났다.
자신들이 전쟁을 이끌고 끝냈기 때문이다. 그것도 직접 말이다.
수고했다는 치하도 없었다. 그런데 자신들에게 특진이라던가 포상도 없이 성만 지키던 나르그 백작이 장군으로 입성하니 열불이 안 뻗치겠는가?
인원만 많았으면 반란이라도 할 기세였다.
그때를 생각하며 로우드는 나르그 백작이 중간에 수작을 벌였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아니옵니다. 전하. 소신은 그저 적군을 막아낸 것으로 충분합니다."
"허허. 과연 충성스러운 신하일세. 그렇지만 속마음은 그러지 않지 않은가?"
떠보는 국왕 스웨드다.
"아니옵니다."
"허허."
그저 웃음 짓는 국왕 스웨드. 국왕도 알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 얼마나 잘못 된 것인지를 말이다.
열심히 노력해도 그에 따른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 그것은 아주 잘못된 사회적인 문제다.
현명한 왕에 속하는 스웨드는 그런 때에 일어난 역사적 사건들을 알고 있다.
바로 국민들의 봉기나, 발란, 그리고 시위까지 여러 가지 형태로 문제에 대한 불만이 드러난다. 그리고 자신이 다스리는 왕국 빈란드 또한 지금의 상태에선 언제 그런 문제가 일어날지 모르는 상태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다스리고 있는 나라는 썩었다.
그래서 그것을 그나마 청렴하고 충성스러운 신하들과 함께 노력하고 있는 때. 로우드가 혜성과 같이 등장했다.
그것도 자신 휘하의 중앙귀족으로서 전쟁에 큰 공을 세우고 돌아온 것이다.
공을 세우고 자신의 밑에서 작위를 받은 이상 로우드는 자신에게 귀속된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국왕 스웨드는 아무런 대가도 없이 로우드를 다룰 생각이 없다. 자신이 할 수 있는한 최대의 대우를 해줄 것이다.
그런 마음을 국왕 스웨드는 전했다.
"짐이 힘이 없다. 알고있는가?"
국왕의 말에 로우드가 어찌 그렇소 하고 대답하겠는가.
"아니옵니다. 국왕전하는 저희 왕국의 모든 것을 가지신 분. 가장 힘 있으신 분이옵니다."
"정말 그리 생각하나? 그대의 말처럼 그랬으면 좋겠군."
한숨이 나오는 국왕 스웨드다. 말을 잇는다.
"짐은 그대를 이용할 생각일세."
'뭐라고?'
안 그래도 휠튼 남작의 심술에 이용당해서 짜증이 났던 로우드다. 그게 싫어서 자신이 실력을 키워서 이렇게 귀족 작위를 얻은게 아닌가 말이다!
로우드는 당황을 했다.
그리고 그 표정을 고스란히 읽은 국왕이 말한다.
"짐은 그대를 공짜로 부려먹을 생각이 없네. 그대에게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주겠네."
"아니옵니다. 소신은 그리하지 않으셔도 충성을.."
"됐네. 나도 국왕이지만 대가없는 충성은 바라지도 않아. 아니 우리 사이에 무슨 정이 있어 그러겠나. 짐은, 그저 짐에게 힘이 될 사람이 필요하네. 도와줄 수 있겠나?"
'기회다.'
로우드는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국왕이 자신에게 대가를 줄 터이니 충성을 받치라한다.
누군가에게 얽메이는 것이 싫어서 귀족이 된 로우드다.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최대한 얽메이지 않으려고 신분 상승을 한 것이다.
국왕에게의 충성. 반대로 이야기하면 국왕에게만 충성하면, 다른 이들에게는 대부분 얽매일 필요가 없지 않은가?
물론 국왕에게 충성하던 일을 하다보면, 이리저리 치이는 것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휠튼 남작이 자신에게 하듯이 하는 이들은 적을 것이다. 많이 힘이 없어졌다지만 그래도 국가에서 1인자인 권력의 핵심 국왕이 뒤를 봐주기 때문이다.
로우드는 바로 결정했다.
"소신 로우드. 국왕전하에게 충성을 받치겠사옵니다."
국왕 스웨드의 설득에 로우드가 완전히 넘어갔다.
"짐은 그대에게 먼저 귀족 작위의 승작과 영지를 만들어 줄 생각일세. 18대 세습귀족에서 19대 세습귀족으로서 지금의 국가의 틀을 깰 것이야. 지난 아크란 제국과의 전투에서 그대의 공이 없었으면 하지 못했겠지. 그렇지만 지금은 가능해. 귀족파의 핵심 중 하나였던 나르그 백작이 그대의 공을 빼앗았던 것에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고, 명분은 나에게 넘어왔네.
한번 노력해서 해보겠네. 그대 확실히 나를 위해 일해 줄 수 있겠는가?
"그렇사옵니다."
"믿겠네. 그대에게 이런 특혜를 주는 것은 짐으로서도 도박일세. 많이도 바라지 않네. 18대 세습귀족의 썩은 권위와 부패를 척결하는데 도움을 주게나."
국왕은 자신의 입장에서 말을 했다.
'똑같지 뭐.'
로우드가 보기에 썩은 18대 세습귀족이나 자기 자신에게 권력을 집중시켜서 강한 왕권을 만들려는 국왕이나 모두 거기서 거기이다. 그 나물에 그 밥이란 말이다.
어찌되든 좋다. 자신은 지난번 유가 요새에서 이렐리안과의 사건 이후 최대한 마음이 내키는대로 살고자 결심했다.
국왕이 뒤를 봐준다는데 무엇이 두려우랴. 자신도 용병 일을 하던 때처럼 받은 만큼 충성을 받치면 될 일이다.
"그대의 공에대해서 그리고 그 공에 대한 치하에 대해서 회의가 진행될 것일세. 내 최선을 다해 보겠네. 그 두가지를 주기 위해서 말이야. 앞으로 짐이 잘 부탁하네."
"소신 충성을 다 받쳐 모시겠사오니 염려하지 마시옵소서."
"그래. 가보게나. 얼마 뒤에 보도록하지. 그때까지 궁에서 머물도록 하게나. 좋은 시간 보내도록하고."
"신경써주셔서 감사하옵니다. 소신 이만 물러나옵니다."
"가게."
손을 휘휘 저으며 국왕 스웨드가 로우드를 보낸다.
'쿵'
굳게 닫히는 국왕의 알현실.
'좋은 시간을 보내라?'
궁에서 좋은 시간을 보낼게 무엇 있겠는가. 그저 쉰소리려니하고 로우드는 시종의 안내를 받아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날 밤.
'똑똑.'
로우드의 방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상하군?'
자신에게 찾아올 사람이 없다. 적어도 궁전내에 말이다. 로우드는 일단 들여야겠지하고 말을했다.
"들어오게."
그리고 들어서는 한 사람의 인영.
"헙."
로우드는 숨을 삼킬 수 밖에 없었다. 예상치 못한 공격을 당한 것이다.
한 아리따운 여인이 투명하게 비치는 속옷만을 입고 반라의 몸으로 방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뭐, 뭔가?"
당황한 로우드가 평상시 답지않게 말을 더듬는다.
"국왕 전하께오서 보내셨사옵니다."
그런 로우드의 말에 자신을 보낸 이유를 말하는 여인.
"마음대로 하시옵소서."
피를 끓게하는 여인의 말이었다. 거기다가 몸의 선까지 얼마나 아름다운가. 적당히 풍만한 가슴에 잘록한 허리. 그리고 풍만한 둔부까지.
어디하나 흠 잡을 곳이 없는 아름다운 몸을 가진 여인이었다.
'허어.'
안그래도 로우드도 군대에서 전투만 하며 보내느라 굶주렸다. 아무리 평상시 성욕을 안보이는 로우드라지만 그도 남자는 남자인 것이다.
그런 그에게 마음대로 하라는 여인이 생겼다. 거기다가 국왕이 고르고 골라 보내어 아름답기 까지하다.
다 만들어진 떡을 먹지 않으면 그게 사내인가. 로우드는 그때부터 자신이 당황했던 것도 잊고 리드를 해 나갔다.
군주의 시간 66편 - 영지를 받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