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주의 시간-64화 (64/228)

(1)

적 기사의 말대로 곧 적들이 올 것이다.

로우드의 연대가 한 활약은 코엔 요새 방어전, 적의 보급로 격퇴, 유가 요새 함락으로 총 세 가지다.

방어를 한 것만으로도 훈장을 받아 마땅한데 적의 요새까지 공격하여 격침시킨 큰 전과를 올린 로우드다.

그렇지만 지금의 문제는 당장에 전투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적군이 공격을 나간 사이에 빈집을 턴 것은 아주 좋다. 거기다가 유다 요새가 보급로를 맡고있을 것을 노려, 보급도 끊었으니 전쟁자체가 길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밥도 먹지않고 전쟁을 수행할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런 점이 오히려 위험으로 다가온다. 보급로가 중요한 것 만큼이나 적은 어떻게 해서든 유가요새를 탈환하면서 아군의 병사들을 죽이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답답하군.'

로우드는 한참을 요새에 대해서 고민하다가, 이렐리안이 있는 감옥으로 갔다.

이렐리안이 놀리기만 하면 반응이 바로오니 놀리는 맛이 있어서 그걸로 라도 기분을 풀려고 하는 것이다.

이래저래 사람들에게 시달리다가 전쟁까지 하게 되니 성격이 조금은 괴팍해진 로우드다.

"또, 또 뭐냐!"

매일같이 로우드에게 놀림을 받은 이렐리안은 로우드가 오면 당황스러움을 느낀다. 자신에게 끝까지 그런 짓을 안 한 것은 좋지만 매일 같이 와서 취조도 아닌 도발만 하다가니 어찌해야할지 대응을 못하겠는 것이다.

"그냥. 뭐 얻을 거 없나 하고?"

이렐리안 앞에서는 평상시의 말투도 변하는 로우드다. 분명 휠튼 자작의 영향이 아주, 아주 클 것이다.

"없다! 다 말했잖나! 이 곳 요새에서 얻을 것은 없다고!"

"흐음.."

"정말이란 말이다. 너희들이 가질 건 이 성 말고는 아무것도 없어! 헙!"

'쪼옥.'

이제는 재미가 들린 로우드가 기습적으로 뽀뽀를 한다. 성격이 많이 변한 로우드다.

"가볼게."

한껏 놀리면서 어느 정도 기분을 푼 로우드는 이렐리안이 갇혀 있는 감옥안을 나선다.

"네, 네놈 언젠가 죽여 버릴거야!"

뒤에서 이렐리안의 저주가 들리는 건 착각이 아닐 것이다.

'아무것도 없다라. 성 하나.'

로우드는 이렐리안의 말을 듣고 생각이 났다. 그렇다. 자신들이 이곳에 있어보아야 얻을 것은 아무도 없다.

로우드가 처음에 이 곳까지 원정을 온 이유는 하나.

이미 공격을 받고 있는 왕국의 요새에 지원을 가봐야 소수로는 별 수 없으니, 잘 할 수 있는 게릴라 전이라도 해서 이렇게 아크란 제국의 유다 요새까지 빈집털이로 차지한 것이다.

일단 일차적인 목표는 완료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아군의 목표를 달성했기에 그 결과로서 적군이 쳐들어오고 있는 상황.

'반대로 생각해보면. 적도 같지.'

적군도 당장에 성을 차지했다고 해서 보급이 단번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니, 적도 당장에 얻을 것은 성 밖에 없다.

이딴 성 지금의 로우드 입장에서는 있으나 마나한 것이다. 적에게는 보급을 위한 중요한 거점일지 몰라도 말이다. 일단 성만 놓고 보면 그렇다.

'내가 못 가지면, 적도 못 가져야지.'

로우드 자신이 성을 가져도 쓸모가 없다. 그렇다면 적군도 쓸모가 없어야 했다.

적군의 쓸모는 바로 보급을 위한 거점으로서의 유다 요새. 그렇다면 아주 이것을 엉망진창으로 부숴 버리면 되지 않겠는가. 로우드는 당장에 부관을 불렀다.

"부관!"

"넵! 부관 다리운!"

언제나 로우드의 주변에서 대기하는 부관이 금방 로우드의 방향으로 온다.

"적군이 올 만한 곳이 남문이지? 그렇지 않나?"

"그렇습니다."

"다들 레인저 출신이니까 기본적인 함정은 설치 가능하겠지? 재료도 숲이 주변이니 충분하고 말야."

"그렇습니다만, 어디에 쓰시려는 것입니까? 어차피 대규모의 적이 올것이라 예상되는지라 함정 한 두 개 설치한다고 많은 피해를 주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나도 알고있네. 그냥 심술 좀 부려보자는 것이야."

"시, 심술 말입니까?"

로우드가 명령을 내릴때마라 부관 다리운은 당황스럽다. 항상 전략 교본에 있는 전술보다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짓을 하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이곳 유다 요새까지 쉽게 함락했다지만 아직도 적응이 안되는 부관이다.

"부숴버리게."

"어디를 말씀이십니까?"

"이 유다 요새말이네."

"네?"

"적군이 쳐들어 올 방향인 남문은 그나마 정상적으로 보이게 만들어놓놔. 안으로는 나머지 방향의 벽돌들을 날라서 성문을 아주 막아. 우린 어차피 이미 그전에 빠져나왔을 테니까 말야. 물론 안쪽의 벽돌들을 사용해서 겉은 멀쩡하게 만들고 말야."

"저기 그러면 방어가 안되지 않습니까?"

부관 다리운이 조심스레 묻는다.

"우리가 언제 방어를 했나. 제일 잘하는거 하지. 바로 게릴라전 말야. 어차피 이 병력으로 적 병력 못막잖나."

"아, 알겠습니다. 함정은 성 안쪽에 덕지 덕지 바르겠습니다. 그리고 우물엔 독도풀지요."

부관이 이번엔 로우드에게 한수 가르쳐준다.

"오오. 거기까진 생각 못했군! 그것도 실행하게."

이제는 아주 죽이 잘 맞는 부관 다리운과 로우드다.

그렇게 해서 로우드의 병사들은 일부 정찰을 나간 병사들을 제외하고는 당장에 전투대신 노가다를 시작했다.

성벽 안쪽을 구성하고 있는 벽돌들을 날라서 성문 자체를 막아 버렸다. 적들이 성안에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내실이 튼튼하지 못한 성이라 방어용으로 당분간 사용하지 못하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성벽에 있는 벽돌을 가져다가 성문을 막는 것이니 주변에서 돌을 구해올 필요도 없다. 작업은 금방 이루어진다. 본래 만드는 것은 어려워도 부수는 것은 쉬운 법이니 말이다.

"파이어! 볼!"

"어이 거기도 불질러!"

로우드의 가보가 활약하고, 병사들의 횃불이 함께한다!

그렇게 요새안 건물들은 순식간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아주 잘 타는구만! 안 그런가, 부관?"

"그렇습니다!"

안쪽에 있는 주요 건물들은 죄다 불태워 버린다. 건물들이 크게 타오르는 모습이 아주 장관이다.

그리고는 파이어 볼을 동원해서 안쪽의 성벽들에 죄다 난사를 가한다. 성벽의 내구력을 안쪽에서부터 공격해서 확 낮추려는 의도다.

그리고 다음은 함정 깔기. 태우고 나서 폐허로만 남은 요새 안을 레인저들이 덕지덕지 함정을 쳐 바른다.

부숴진 요새라고 하더라도 아직까지 아크란 제국입장에서 유다 요새의 지형 상 거점인지라 함정을 무시하고 지나갈 수는 없다. 다 해체해야 하는 것이다.

아군이 도망을 가는데 어느 정도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을 해 줄 것이다.

"마무리하겠습니다."

부관이 마무리 작업을 하겠다고 보고한다.

"그러게나."

그리고는 요새안 몇 개있는 우물들이 전부 독에 전염된다. 아마 한동안 이 곳의 식수원 해결이 큰 문제일 것이다. 로우드와 병사들이야 미리 물을 떠놓은 대다가, 소수의 인원이기 때문에 숲에 있는 강의 지류들을 통해서도 식수를 확보할 수 있다.

그렇지만 적어도 1-2만은 올 것이라 예상되는 적군들이 그것이 가능하겠는가?

적군은 이곳을 차지한다 하더라도 얻는 것이 없다. 유다 요새가 있는 곳이 전략적 요충지인지라 버릴 수도 없고 고생만 할 것이다.

모든 것이 파괴되고 폐허만 남은 유다 요새. 로우드가 유다 요새에서의 마지막 명령을 내린다.

"잘했다! 이제 다시 게릴라 전이다!"

"우오오오!"

언제나 로우드는 작전에 대한 설명을 잊지않는다. 가장 자신있는 것 만을 하는 로우드와 병사들이다.

성문은 모두 파괴되었기 때문에, 급조해 놓은 사다리들을 통해 병사들이 내려간다.

군주의 시간 62편 - 요새를 버리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