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하. 대대장님이 역시 최고시라니까."
"왜 아니겠는가? 이렇게 적진 앞에서 고기도 잡아먹고 맘껏 먹으며 놀줄은 상상도 못했어."
로우드의 부대원들이 그를 칭송하며 고기며 보급품이며 열심히 먹는다.
그들도 전투를 수행하느라 많은 피로를 느꼈었다. 안 그래도 요새에 돌입하자마자 전투를 벌일까봐 몸이 힘들기만 했다. 그런데 그런 마음을 안다는 듯이 대대장이 잔치상을 열어주니 얼마나 좋겠는가?
모두들 술은 없지만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두런 두런 음식을 입에 담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는 성벽 위.
"이이.. 저, 저런 나쁜 것들!"
안그래도 보급품 문제로 머리를 싸메고 있었던 이렐리안은 머리에 현기증이 날만큼 짜증이 났다. 누구는 배고파서 굶어가고 있는데 저 앞에서 고기까지 먹으며 보란 듯이 놀리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지켜보는 성벽 위 병사들도 한껏 짜증이 났다. 거기다 아군의 병사였다가 포로로 잡힌 듯한 병사들도 배가 고픈 듯 군침을 삼키고 있었다.
로우드의 병사들이 위장을 한것이라 생각하기 이전에 본능적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아크란 제국군이었다.
한참 진행되었던 로우드 군의 잔치가 지나가고, 잔치를 주관하던 로우드가 성 앞에 서서 마나를 한껏 담고 외쳤다.
"어이! 거기 계.
집.
애!"
"저, 저 녀석이! 뭐라는 것이야!"
성벽위에서 로우드의 군대가 하는 꼴을 가만 보며 화를 삭히고 있던 이렐리안은 로우드의 말에 이성을 잃는 것 같았다. 간단한 도발이었지만 이쪽은 배도 고픈데다가, 패배해서 사기도 떨어져 있다. 안 그래도 지휘가 잘 안되어서 짜증이 나는데 계집애라며 자신을 도발하니 화가 안나겠는가?
평상시 침착하던 이렐리안은 대번에 화가 났다. 응수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뭐냐! 적의 사령관이나 되어서 놀리러 온 것이냐!"
로우드가 크게 답한다.
"응!"
'쩍'
로우드의 대답에 적이고, 아군이고 입을 쩍 벌린다. 당황스러운 것이다. 로우드의 평상시 답지 않은 모습이 말이다. 그러나 막상 놀림을 당하고 있는 이렐리안은 더더욱 화가 났다.
"장난하지 말고, 용건을 말해라!"
'이 정도면 적당히 도발 되었겠지?'
사실 목표 이상으로 적을 화나게 한 것을 모르는 로우드다. 어쨌든 작전대로 진행하려면 답을 해야 했다.
"나와의 결투로 매듭을 짓자! 어떤가? 자신의 실력에 자부심 있는 기사라면, 응하지 않겠는가?"
로우드의 말을 들은 이렐리안은 뭔가 이상하다 생각했다. 결투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자신들이 훨씬 유리하지 않은가. 자신들은 요새에 의지해서 방어만 하고 있으면 된다.
로우드의 도박에 많이 화가 많이 났지만 아직까지 어느 정도 이성의 끈을 붙들고 있는 이렐리안다.
"내가 왜 그렇게 하는가! 우리가 이 방벽을 지키고 있으면 알아서 병사들이 물러날 텐데 말이지?"
'역시나.'
여기까지도 로우드는 예상을 했다. 그리곤 준비된 답안을 이야기 했다.
"결투를 성립한다면 우리가 잡은 포로들을 무조건 적으로 넘겨주마! 계.
집.
애 실력 없는 겁쟁이가 아니라면 나서라. 아니면 계.
집.
애여서 실력에 부족함을 느끼나? 하하. 그러려면 차라리 집에서 애나 돌보라고!"
저급한 로우드의 도발.
"이이이익!"
순간 이렐리안은 이성의 끈을 놓았다. 안 그래도 여기사라고 평상시 무시를 당하는 이렐리안다. 20대에 소드 익스퍼트 중급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자신들보다 못한 남자 동료 기사들이 무시를 한다.
거기다가 적군은 포로로 삼은 아군까지 걸었다. 이런 때에 안 나선다면 아마 평생 자신은 기사로서 활동할 수 없을 것이다. 상대가 결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아니 꼭 받아들이지 않아도 될 상황이라 하더라도 이성을 놓친 이렐리안은 결투를 받아 들였으리라.
"좋다! 대신에 결투로 승패를 결정하지는 않겠다. 단, 결투는 나가겠다. 그래도 포로를 돌려주겠는가?"
가까스로 남은 이성으로 로우드에게 협상을 거는 이렐리안다.
'제법인 걸?'
약점을 공략했음에도 그나마 남은 이성의 끈을 잡고 협상을 거는 이렐리안이 내심 대견해 보였다. 그래도 상대는 적! 일단 승부를 봐야했다. 어차피 포로로 들어간 아군들 또한 로우드의 대대원들이다. 그것도 오러 연공법을 배운 병사들 말이다.
"좋아! 나와서 결투를 하자!"
병사들이 들어가기만 하면 되는 로우드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리고는 아군의 인솔 하에 포로들을 인도했다.
그리고는 시작된 결투!
**
화를 바짝 내면서 나온 아크란 제국의 기사 이렐리안.
"아크란 제국의 기사 이렐리안. 결투를 받아들인다."
그나마 남은 이성의 끈으로 예를 지켰다. 그에 반해서 로우드는,
"계집애. 네가 만약 날 이기면 보급품도 좀 주도록 할게. 배고프지?"
결투가 시작되면서도 도발을 걸었다.
"이익!"
이렐리안은 한 가닥 남은 이성조차 잃어 버렸다. 이것도 다 결투에 있어서 상대의 이성을 잃게 만들기 위한 로우드의 계책이다.
경험이 부족한 이렐리안은 당했을 뿐이고 말이다.
'지이이잉'
이렐리안의 검에서 쏟아 나오는 오러 블레이드!
이성을 잃은 그녀가 처음부터 강하게 나오는 것이다.
그녀가 크게 검을 휘두르며 왔다. 화가 크게 난 만큼 속전속결로 끝내려는 것이다.
그런 그녀의 검을 로우드는 이리저리 피하기만 했다.
자신의 경험과 기교로 한참을 피해 다니는 로우드. 그리고 그 뒤를 바짝 쫓는 이렐리안.
"기사가 맞느냐!"
한참을 실랑이를 벌인 이렐리안이 자신의 몸놀림으로는 잡지 못함을 느끼며 멈춰 섰다. 처음부터 도발만 하더니 이제는 자신의 검을 피하기만 하는 것이다.
"응."
말이 짧은 로우드. 사실 로우드도 내심 긴장을 하고 있었다. 저 여기사의 실력이 생각보다 뛰어났기 때문이다. 그도 그 동안의 모든 전투 경험을 발판 삼아 겨우 겨우 피하고 있었다.
표정만 여유로운 것이다.
두 명의 지휘관이 한참을 결투를 하고 있을 때!
'피융'
하늘을 가르는 폭죽하나.
가만히 결투를 지켜보고 있던 로우드의 병사들이 와 하면서 달려 나간다.
바로 유다 요새의 성문을 향해서!
사실 로우드가 이렇게 시간을 끌면서 버틴 이유는 다 이 작전을 위해서였다. 위장한 아군의 병사들이 적군의 성문을 차지할 시간을 벌기 위해 대결을 질질 끈 것이었다.
아무리 오러 연공법을 익힌 병사들이라 하더라도 기사가 병사들과 보조를 맞추고 수비를 하면 성문을 차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로우드의 병사들이 순식간에 성문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 상황을 본 이렐리안!
"네 놈 날 속인 것이냐?"
그녀가 화가 나서 소리친다.
"전쟁은 원래 비열하다고. 끝낼 때야, 아가씨. 그리스."
로우드가 대답하며 마법을 시전 한다.
"응?"
갑작스런 마법 시동어에 놀라는 이렐리안. 갑작스러운 마법에 대비할 새도 없이 당한다.
바닥으로 넘어진 것이다!
일대 일의 결투에서 넘어진 것은 치명적인 것.
넘어져서 자세를 잡으려 할 때는 이미 로우드의 검이 이렐리안의 목을 향해있었다.
"끝이야."
"이, 이렇게 야비할 수가. 아티펙트를 결투에 쓴 것이냐! 네가 그러고도 기사가!"
용병 출신인 로우드는 그런 말에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다. 어차피 죽고 죽이는 전투인 것이다.
이렐리안의 말을 무시하고 로우드는 부관을 부른다.
"부관. 포로를 잡아 놓게. 오러 익스퍼트니 이상한 짓을 할 경우 사살해도 좋다."
"알겠습니다."
다리운이 아닌 다른 대대의 부관을 시켜서 이렐리안을 잡아놓는 로우드였다.
군주의 시간 60편 - 유가요새 공략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