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로우드의 병사들은 야간 작전이기 때문에 가끔 다리를 삐끗하는 부상자들이나 나올 뿐, 전투로 인한 사상자도 없이 꾸준히 적군을 괴롭힐 수 있었다.
그렇게 매일같이 기습작전을 수행하며 적의 진로를 방해한지 일주일.
'한계다.'
로우드는 자신의 체력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알았다. 너무 지친 것이다.
이번 작전의 핵심은 로우드다.
로우드가 없으면 진행이 안 되는 전투란 말이다.
야간의 적을 찾을 수도 마법을 날릴 수도 없다.
로우드 없이 기습을 하려다가는 적군의 알람마법을 혹여나 피하지 못해서 걸려서 사살당할 것이다.
적의 마법사가 얼마 있지 않아서, 운이 좋아 알람 마법이 없는 지대를 지나간다고 하더라도 한명에서 두명이나 사살하면 퇴각해야 할 것이다.
그만큼 이번 기습은 로우드가 중요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병사들은 매일같이 교대를 했었지만 로우드가 할 수가 없었다. 적군의 병사들처럼 하루도 쉬지 않고 작전을 수행한 것이다.
오러 연공법과 마나 수련으로 버텨왔지만 일주일만에 체력적 한계에 봉착했다.
이제는 물러날 때가 온 것이다. 본진에 합류를 해서 작전을 수행해야만 했다.
"부관."
"넵!"
"퇴각한다. 준비하라!"
로우드는 결국에 퇴각을 명령했다.
일주일간 계속된 작전에 전의 매복 작전으로 사단인원의 반 이상을 날렸다. 코엔 요새로 오는 적군의 사단이 하나 더 있긴 하지만 그건 나머지 타격대와 본대가 잘 했을 것이라 로우드는 믿었다. 뭐니 뭐니 해도 자신들에겐 코엔요새가 있으니 말이다.
'요새에서 본대와 합류하자.'
로우드는 그런 본대를 믿고 요새로 부대의 방향을 틀었다.
"모두 요새로 돌아간다!"
**
로우드의 병사들이 수일에 걸쳐서 코엔 요새 앞에 도착했을 때.
펄럭이고 있었다. 그것도 새로 건 듯 고고하게.
아크란 제국의 깃발이!
"뭐야?"
어이가 없었다. 적의 병사들이 아무리 훈련이 잘 되어 있었다지만 자신들도 사단급 병력이 코엔 요새에 있었다.
아무리 정예라 할 만한 인원 1200명이 매복 작전을 위해서 빠져나갔다 하더라도 방벽이 있는 것이다.
수비하는 이들은 보통 공격하는 이들보다 3배는 유리하다. 그것이 성의 힘인 것이다. 그런데 아군의 것이라 믿었던 코엔 요새에 적국 아크란 제국의 깃발이 흔들리고 있었다.
많이 망가져있지만 여전히 굳건해 보이는 코엔 요새였다.
'어이가 없다.'
로우드로서는 어안이 벙벙할 일이었다.
일단은 물러서야했다. 이미 일어난 일은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다.
로우드의 병사들은 다시 숲으로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퇴각한다. 숲으로 물러서!"
코엔 요새 앞에 왔던 로우드의 대대가 물러서던 때. 코엔 요새에서 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적이다."
로우드의 대대를 요새를 지키던 병사들이 본 것이다.
"어서 보고해!"
"옙!"
빈란드 왕국의 코앤요새 사령관이 있던 자리.
전의 왕국 사령관보다는 훨씬 군인다운 사내가 대신해서 앉아있다.
"그래? 요새 밖에 있단 말이지?"
적의 감지를 뒤로하고 로우드의 대대는 숲으로 다시 돌아갔다.
챕터 9. 방어전을 끝내다.
"어떻게 한다?"
로우드는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잦은 보수가 있긴 했지만 그 튼튼한 요새를 끼고도 아군의 본대가 진 것이다. 오랜 기간 동안 아크란 제국과의 전쟁 없이 그저 몬스터와의 전투만 있던 코엔 요새의 지휘부 인선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문제였을 것이다.
아무리 병사들이 잘 훈련되고, 방어전이라는 이점이 있어도 지휘부가 지휘를 잘못하면 말짱 꽝이기 때문이다.
썩을 만큼 썩은 나라다. 그럼에도 버티고 있는 것이 용하지만.
거기다가 얼마 전에 자신의 부대원들이 상대했던 아크란 제국 사단 병력이 요새로 들어가는 것을 정찰하다가 목격했다.
요새를 차지한 적군이 1개 사단. 자신들에게 피해를 입은 사단이 약 5000명의 숫자를 유지하고 있다.
어느 정도 적군의 피해를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1만은 넘는 병사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300의 병사로 적들을 상대해온 로우드로서는 다시 1만은 원점이다. 아니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거기다가 상대들은 많이 망가졌지만 요새를 끼고 있다.
'곤란하군.'
이유야 어찌되었든 방어전을 할 것이라 생각했던 로우드는 곤란함을 느꼈다.
한참을 고민하고 있는 로우드에게 갑자기 부관이 달려왔다.
"부관 다리운! 보고드릴 것이 있습니다."
"뭔가?"
"아군을 찾았습니다."
로우드는 부관의 말을 듣고 궁금증이 일었다. 성도 잃었는데 갑작스레 어디서 아군이 튀어 나온단 말인가.
"아군이라고?"
"넵! 저희 외에 타격 대대가 3부대 있지 않습니까? 그 부대원들 중 하나가 정찰을 하다가 저희를 발견하고 왔습니다."
자신들과 같은 작전을 따로 수행했던 3개 대대. 그들이 다행히 살아있는 것이다. 아무래도 윗선에 끈은 없지만 정예인 부대였다. 무능한 수뇌부들 중에서 그나마 남은 쓸만한 지휘부인 것이다.
"아.."
'다행히 살아있었군.'
로우드는 내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명의 손이라도 부족한 이 때에 아군이 더 늘어난 것이기 때문이다.
로우드는 한시라도 빨리 타 부대원들과 합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찰 병사를 데려오게!"
"넵!"
로우드의 명령으로 부관이 달려간다. 그는 부관이 병사를 데려오자마자 자초지종(自初至終)을 들었다. 병사의 설명은 대략적으로 좋은 소식이었다.
아군의 대대 병력들은 바보들이 아니었다. 적군도 우리의 매복에 대해서 어느 정도 대응방안을 가지고 왔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솔직히 말하면 일단은 작전에 따른 매복 작전을 수행했다 한다.
그렇지만 적이 어느 정도 예상할 것을 아는데 어떻게 많은 수확을 낼 것이며, 피해없이 끝내겠는가. 그래서 아군 타격 대대원들은 3개 부대가 한번에 작전을 수행했다 한다.
그것도 단 한번.
로우드의 재촉에 주저주저하다가 정찰 병사가 말을 한 것이다. 아무래도 목숨을 사렸다는 거에 로우드가 벌을 내리든 할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귀족 계급으로서 로우드는 자작, 자신들의 사령관은 남작이다. 그러니 로우드가 마음만 먹으면 어느 정도는 처벌을 내리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잘했군.'
로우드는 잘했다 생각했다. 부상밖에 없는 자신의 대대원만큼은 아니지만 몸을 사렸으니 다른 타격대들도 몸을 사렸으니 사상자가 적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자신의 목숨은 누구나 아까운 것이다. 로우드는 타격대들이 잘했다고 생각했다.
지금으로선 이유야 어찌되었든 인원이 늘면 좋다. 로우드는 어서 다른 타격대와 합류하기로 결정했다.
"부관! 합류하도록 하세. 병사는 안내를 하도록."
"네, 넵!"
"부관 다리운! 알겠습니다."
로우드와 대대원들은 바삐 짐을 싸고 출발했다.
**
로우드의 부대원은 그날 바로 합류를 할 수 있었다. 다른 부대원들도 그리 멀리 있지 않았던 것이다.
"충성!"
"충성! 잘했네. 부대 상황 보고 좀 해주게나."
"네. 코엔 요새 타격대 상황보고! 총원 782. 부상자 387명 이상입니다."
"자세히 설명해주게. 부상자가 많군."
"산악 지대에서 작전 수행이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마의 숲 외곽이다 보니 몬스터들을 처리도 해야 하다 보니 오히려 매복 작전에서의 사상자보다 몬스터들이 낸 사상자가 더 많을 정도입니다."
여러 가지를 물어보며 들어본 타격대원의 설명은 이랬다.
로우드의 부대야 고블린 절벽이라는 적이 올만한 곳에 매복을 했었다. 대신에 로우드가 했던 일명 미친짓 작업으로 적의 척후대를 묶을 수 있었고 이를 기반으로 큰 전과를 올릴 수 있었다.
군주의 시간 54편 - 방어전을 끝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