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쫓을 필요도 없다.'
속으로 적에게 답을 하고는 로우드가 적을 향해 달려간다.
선공이 최선이다! 언제나 실행하는 전투에서의 로우드의 철칙!
'쉬식. 쉭'
검의 휘두름에서 마치 뱀이 기는 듯한 소리가 나며 적의 목숨을 앗아간다.
언제나 한 번에 한명.
예외는 없다.
적의 척후대를 향해 로우드가 나아간다. 피의 길을 그리면서.
"막아!"
"막으라고!"
적 척후대 지휘관의 목소리가 들린다. 당황한 것이다. 홀홀단신으로 로우드가 자신의 진형으로 달려오는 것에 대해서.
적에게 둘러 쌓이지 않게 원을 돌며 적을 주살해 나간다.
하나. 또 하나.
로우드의 검에 목숨을 잃어가는 수가 늘어가는 만큼 곁으로 모여드는 적들도 늘어난다.
어느덧 모인 숫자는 50여명. 로우드 하나를 잡기위해 뭉쳐있다.
'이 정도면 됐다!'
이제 병사들이 말한 집의 가보(?)를 꺼낼 때가 됐다.
병사들이 철썩같이 가보라고 믿고 있는 것.
마법!
소드익스퍼트인 로우드가 마법사인 것을 아군이 어찌 알았으랴.
아군이 모르는데 적군도 알 리가 없다.
로우드가 목숨을 걸고 적군을 모은 이유!
바로 밀집된 병사에 마법한 방을 날리기 위해서다.
미리 메모라이즈 했던 마법을 로우드는 날렸다.
"파이어 볼!"
한 번에 생성되는 3방의 파이어 볼. 얼마전 이룩한 4클래스의 힘이다!
"마.. 마법이다!"
"피. 피햇."
마법을 본 적군들이 놀란다.
갑작스러운 마법에 놀라는 적군들의 머리위로 파이어볼들이 떨어진다.
'퍼버벙.'
'펑.'
폭음이 들리며 적군 사이에 내리 꽂혀진 파이어 볼.
초토화.
단 한번의 로우드의 마법에 적군 80여명이 사라졌다.
'아직 조금만 더!'
적에게 완전한 타격을 줘야 했다. 200여명 중에 80명쯤 사라져 봐야 반도 안된다.
마법에 허둥지둥 놀라는 적군들.
더는 모이지도 않는다. 이번의 파이어볼로 소모된 마나량은 3분의 1. 4서클이라 하더라도 한번에 3서클 마법을 3개 불러내면 그만큼 마나소모가 큰 것이다.
"막아! 막으라고!"
당황한 적군의 간부들이 외친다.
병사 수를 줄이는 것은 무리다. 마법을 보고나서 자신을 병사들이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마법 본디 평민들에게 공포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지휘부!'
지휘부라도 죽여야했다. 다행히 척후병 부대의 간부들이어서 그런지 200여명이나 통솔함에도 불구하고 익스퍼터의 실력자가 없는 것 같았다.
있었다면 이미 자신을 막으러 뛰어왔겠지!
'마지막 기회!'
뛰어간다. 조금이라도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
한 걸음. 두 걸음 가까워지는 로우드의 발걸음.
검을 휘두르며 다가간 마지막 한계치. 더 이상은 자신도 무리다.
"파이어 볼."
다시 시전 된 집안의 가보(?) 파이어 볼!
"막아!"
"막으라고!"
마법이 말로 막아지면 마법이겠는가.
적을 향해 곧바로 쏟아진다.
'퍼버벙.'
"아악."
"크아아악."
적군의 지휘부로 날린 파이어 볼.
처음에 80여명 정도를 죽인 것에 비해서는 많은 수는 죽이지 못했다.
고작 20여명 남짓 될까?
그렇지만 숫자에 관계없이 적의 지휘부를 죽인 것은 큰 수확이다.
비록 큰 지위의 간부들은 아니지만 실무진을 죽인다는 건 그만큼 정신적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니까 말이다.
'도망갈 때!'
적이 당황했을 때 도망치기 시작해야 한다.
로우드는 급히 신형을 뒤로 돌리고 달리기 시작했다.
"쫓아! 마나가 없을거다. 쫓아가서 죽여!"
'젠장.'
쉬운일이 없다. 몽땅 쓸어버렸을 것이라 생각한 간부들이 하나 쯤은 남았나 보다.
겁에 질렸던 적군이 마나가 없을 것이라는 말에 힘을내서 쫓아 온다.
그때부터는 밀고 밀리는 추격전.
'쉬쉬슁.'
'쉭.'
"아아악!"
"매복이다!"
혼란스러워 하는 적들! 로우드가 도망가는 때를 맞춰 기다리던 로우드의 병사들이 활을 쏴주었다.
"도망간다!"
대답 따위는 필요 없다. 적이 화살에 혼란시킨 때 로우드와 병사들은 급히 어둠속으로 사라져갔다.
**
다음날 아침. 소식을 듣고 적의 지휘관이 척후대로 왔다.
"젠장할!!!!!!!!!!!!!!!!"
척후대의 꼴을 본 사령관이 외친다.
로우드의 병사들이 두고간 자리. 아크란 제국의 척후병들이 패잔병마냥 있다. 떨어져 있는 사기에 침울한 얼굴들. 들어보지 않아도 어제의 전투가 척후병들에게 얼마나 크게 사기를 떨어트렸는지 알 수 있다.
무려 100명. 100명의 병사가 하룻밤 사이에 죽었다. 그것도 한명에 의해서 말이다.
"부관. 어찌된일인가?"
뒤에 어두운 얼굴로 있던 부관이 어젯밤의 일을 사색이 된 채로 말한다. 기습. 한번씩 휘둘러지는 검. 그리곤 마법 파이어 볼.
"한명이란 말이지. 한명. 고작 한명."
한명에 당한 것이 그리도 분한지 사령관은 한명이란 말을 계속 읊조린다. 그럴만하다 하룻밤 사이에 병사들 100명이 당했다. 아니 병사들 만이라면 다행인데 부관들마저 당했다.
자신이 이번 전쟁을 위해서 잘 단련시킨 부하들이고 믿기에 맡긴 척후대 부관들이다. 그런 부관들이 죽은 것이다.
병사를 보충해도 소용없단 소리다. 기사급들이 나서지 않는 한 말이다.
그런데 어디 그게 쉽겠는가?
사령관인 자신이라 해도 귀족들인 기사들을 함부로 야간근무를 시킬 수 없다. 계급 사회의 부조리인 것이다.
사기가 떨어진 병사들을 본진의 병사들과 합칠 수도 없다. 척후대의 병사들이 본대에까지 사기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진퇴양난이다. 쉽게 생격 했던 코엔요새 공략전. 침략군의 여러 사단 중 하나지만 사단 홀로 요새를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그런데 지금 와서는 어려움을 느꼈다. 난 놈이 있다. 적군에 난 놈이 말이다.
"어렵군."
고민에 빠진 아크란 제국의 사령관 이었다.
적군의 사령관이 고민에 빠져있을 때 로우드와 병사들은 급히 대대에 복귀를 서두르고 있었다.
매복 작전을 마무리 해야 하기 때문이다. 4일에 걸쳐서 로우드는 본대로 복귀할 수 있었다.
이제 마지막 작전을 실행해야 했다.
대대의 작전을 말이다.
전쟁에 이기기 위해선 꼭 성공시켜야 했다.
다시 마음을 잡으며 로우드는 마지막 점검을 했다.
적은 쉼 없이 다가오고 있다!
챕터 8. 매복을 하다.
고블린이 출몰이 잦아서 고블린 절벽이라고 불렀던 곳. 일단의 무리들이 두런 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대장님의 가보는 정말 대답했지! 린케 너도 봤지 않았어?"
로우드를 따라갔던 10인의 병사들 중 하나다.
"그럼. 포민 말이 맞아. 그 뭐냐 파이어 뭐시기.."
"파이어볼! 파이어볼 말야, 이 놈아!"
"어. 어. 그거, 파이어 볼. 그 불덩이가 대대장님이 사용할 때마다 두 방씩 이따시 만하게 나타나는데 말여."
팔까지 최대한 크게 벌려가며 설명한다. 자기도 설명하면서 흥분하고 있는 것이다.
"오오. 그래 계속 말해봐."
"적진해 한방 쏘는 순간 쾅!"
"쾅?"
"100도 넘는 병사들이 사라지더구먼. 진짜 대단하더만. 그게 우리한테 꽂히면.. 어휴 상상만 해도."
몸까지 부르르 떨면서 설명하는 포민이다. 그때의 로우드의 마법이, 살면서 마법을 처음 접한 그에겐 많이 무서웠던 것이다.
"오오오!"
"오! 더 말해봐!"
듣고 있는 병사들은 그저 신기하다. 그때 뒤편에서 부관의 소리가 들린다.
"정숙! 대대장님이 모이라고 명령하셨다."
로우드의 활약상을 같이 따라간 병사들에게서 몇 번이나 들은 로우드의 병사들은 군기가 팍 잡혀있다. 적진에 홀로 뛰어들다니!
그 얼마나 대단한가.
적진에 뛰어드는 사나이의 로망 같은 것을 실제로 목숨 걸고 한 것이다.
군주의 시간 51편 - 매복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