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주의 시간-47화 (47/228)

(1)

"이대로 훈련을 진행하지."

"네?"

"이대로 하잔 말이네. 두 번 말하는 건 내 성격에 맞지 않아. 살펴보게."

"알겠습니다."

한참을 부관이 로우드가 건낸 훈련표를 쳐다 보았다.

수련. 휴식. 수련. 오직 수련의 반복뿐인 훈련표다. 원래 하던 것도 있는데다가 훈련의 강도가 너무 강하기 때문에 부관은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

"이대로 진행하는 겁니까?"

"말하지 않았나. 그렇게 하네. 문제가 있나?"

"아닙니다. 훈련 자체는 체계적으로 잘 짜여있습니다. 그렇지만 너무 강도가 높아서 다들 힘들어 할지도 모릅니다."

"최정예 부대라고 하지 않았나? 살려면 어쩔 수 없어."

"그렇지만.. 이게 계속되면 부대원들의 반발도."

"나도 같이 할 걸세."

"네? 대대장님이 어찌 저희들하고 같이.."

"못할게 뭔가? 난 매일 같이 이렇게 수련해 왔네. 다들 따라서 오게."

'x됐다.'

부관은 속으로 욕을 삼키며 대답했다.

"그렇게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날부터 제 3궁수부대는 바빠졌다. 보통은 몬스터들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알아서 수련을 하도록 두었었다. 살기위해서는 어느 정도는 수련을 필요로 하기에 다들 잘 하는 분위기인 것이다.

그러고는 일정 수준이 넘어서면 다들 하지 수련을 제대로 하지 않는 부작용이 있지만 말이다.

이런 부작용과 게으름이 로우드의 새로 짠 훈련덕에 사라지게 됐다.

병사들이 부관의 설명에 처음엔 반발을 했다.

"아니 이걸 어떻게 합니까!"

"사람이 하는 거 맞습니까?"

"저희도 병사라지만 좀 쉬어야죠!"

별의 별 말이 다 나왔다. 그렇지만 부관의 한마디에 모두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대대장님도 같이 하신단다."

"아.."

"젠장."

"어쩐지 뭔가 있어 보이더라니."

부대의 제일 상급자가 같이 한다는데 어떻게 하겠는가? 못한다고 꾀병 부릴 수 도 없다. 대대장이 같이 하기 때문이다.

그날부터 로우드가 맡은 제 3궁수부대는 곡소리가 났다.

로우드의 훈련을 따라가기 위해서다.

'뎅. 뎅. 뎅.'

"기상! 기상! 제 3궁수대대 모두 기상한다!"

종소리가 울린다. 새벽 5시기상.

"아악. 더 자고 싶다!!

기상 시간조차도 다른 부대보다 빠르다.

먼저 일어나 기다리고 있던 로우드가 외친다.

"출발하자!"

"넵!"

"으어어어어!"

그래도 군기는 잡혀있는지라 목소리 하나는 우렁차다. 비록 몸은 아직 못 따라가지만 말이다.

"하나. 둘! 왼발 왼발!"

모래주머니를 차고 로우드의 구령에 따라서 이어지는 구보.

"헉. 헉."

병사들의 입에서 단내가 난다. 로우드야 매일 같이 이런 일을 했으니 익숙하다. 그렇지만 병사들이 언제 이런 것을 해봤겠는가. 아주 죽어 나간다.

"검술 훈련 실시!"

그 다음은 검술 수련. 로우드가 보기에 단검은 근접전이 이루어질 때 이점을 아주 포기하는 것이다. 어차피 요새의 레인저 임무라고 해봐야 마의 숲 외곽에서 작전을 진행한다.

어마어마한 실력자들이 아닌 한 마의 숲 내부에서의 작전 진행은 어차피 힘들다는 소리다. 그런데 레인저는 곧 단검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부대원들이 단검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것을 로우드는 확 뜯어 고쳤다. 사령관에게 사정사정해서 병사용 검들을 얻어왔다.

"오른쪽 사선 베기 100회! 시작!"

"합! 1회!"

"다시 왼쪽 사선 베기 100회!"

"얍!"

병사들이 열심히 기합을 지르면서 내지르는 검이 다 로우드의 덕이다. 휘두르는 병사들이야 이런 검 안 얻어왔으면 하겠지만 말이다.

지금은 힘들더라도 실전에 가면 다 뼈가되고 살이 된다. 나중에는 자신의 검술도 가르칠 생각이 있는 로우드다.

이런 로우드의 생각도 모른 채로 병사들이 검을 휘두르다 보니 어느새 오전의 훈련시간이 지나간다.

"오전 훈련 종료!"

로우드의 외침. 그렇게 끝나는 오전의 훈련.

그때는 왁자지껄한 점심시간이 지나간다. 로우드도 간부 급식소까지 가기는 귀찮은지라 병사들과 함께한다. 빵과 고기스프 그리고 고기 조금. 지금의 식사가 귀족들에 비하면 많이 부족한 식사지만 용병 일을 오래한 로우드에게 이 정도만 해도 진수성찬이다.

'나도 전생보단 많이 나아졌군.'

의뢰를 오래하다 보면 육포만 먹을 때도 많기 때문이다. 사소한 것에서 신분 상승에 대한 보람을 느끼는 로우드다.

식사가 종료되고는 오후의 훈련 시간 시작.

이때부터는 상황이 역전된다. 오전에야 검을 가르치기 때문에 로우드가 지도를 해야 하지만 오후 시간부터는 로우드가 배워야 하는 것이다.

이때는 로우드가 구박 아닌 구박을 듣는다. 상급병사들 사이에서는 자신을 훈련으로 괴롭히는(?) 로우드를 공식적으로 괴롭힐 수 있는 시간이기에 최고로 인기 있는 시간이다.

일반 병사들은 자신이 가진 활을 쏘고 로우드도 옆에서 상급병사들한테 활을 배운다.

"시위를 잡는 법은 지난번에 배워 아시지 않습니까?"

"수정하겠네."

"병사들도 3일이면 배우는 것입니다."

3일이면 자세를 잡는다는 건 거짓말이다. 3일 만에 활 쏘는 자세를 완전히 터득하면 궁수부대는 아무나 다 할 것이다. 원래 보병의 창보다 익히기 어려운 것이 궁술이다.

상급 병사들은 조금만 로우드가 잘못을 해도 엄하게 트집을 잡는다. 훈련을 하면서 쌓인 것을 로우드의 잘못된 자세로 푸는 것이다.

"활대를 좀 더 당기십쇼!"

"알겠네."

다 로우드가 같이 훈련을 하면서 병사들과 친근하게 지내기에 가능한 일이다. 로우드도 힘들 병사들의 내심을 알기에 알면서 당하는 것이고 말이다.

부하들의 따뜻한 갈굼(?)덕에 로우드의 화살 쏘는 실력은 나날이 일치 일취월창하고 있다.

해가 질 시간쯤이 되면 모든 훈련은 종료된다.

활이야 쏘고 싶어도 보이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야간훈련도 할 법하지만 그 정도를 매일하면 오러 연공법도 모르는 병사들에게는 무리다. 그 뒤로는 검을 휘두르든 뭘 하든 자기 자유다.

이때도 로우드의 훈련은 계속 된다.

저녁을 먹고 나서는 새벽에 잠시하고 하지 못한 오러 연공법을 시행한다. 새벽에 하는 것이 가장 좋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병사들이 강해져야 자신도 강해지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렇게 하루에 2회로 나눠서 하고 있다.

"그 다음은 마법수련."

오러 연공법이 끝나고 나서는 3서클 '아크 마법서'를 본다. 아직 마법서에 있는 것 조차 다 익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단 파이어 볼을 제외하고는 3서클 마법을 대부분 쓰지 못한다고 보면 된다. 몇 개 익힌 게 있긴 하지만 아직은 익숙하지 않다. 연습이 없기에 이론적으로만 익숙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영창 시간이 충분 하면야 사용할 수 있지만 말이다.

일정대로 마법서 익히기 까지 끝나면 로우드는 마나 수련에 들어간다. 심장에 마나 서클의 마나를 늘리기 위해서다.

그렇게 로우드는 귀족이 되어서 군부대에 와서도 끊임없이 수련을 해 나간다. 검에 마법에 궁술까지도 말이다.

남들은 귀족이 되면 어느 정도는 쉴 터인대 타의든 자의든 계속 발전할 수 밖에 없는 로우드다.

그렇게 귀족이자 대대장으로서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챕터 6. 전쟁이 터지다.

"오늘 훈련도 끝이 났군!"

로우드가 병사들과 함께 훈련한지도 어느덧 100여일 쯤. 부대원들과의 훈련이 끝이 난 로우드는 보람참을 느끼며 저녁 식사를 마치고 대대장실에 들어선다.

로우드의 대대장실 안. 무언가 평상시와는 다름을 느끼며 마법 수련을 시작하는 로우드.

깨달음도 혹은 심신의 변화도 없었지만 오늘은 오러 연공법 보다는 마법 수련이 자신을 부르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마나 수련.

군주의 시간 46편 - 전쟁이 터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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