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의 시간 43편 - 선택지(1)
"알겠습니다.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로우드는 행정관의 안내를 받아 갔다.
"머무실 곳이 있으십니까?"
"아니. 없네. 그렇지만 전에 숙소는 답답하더군."
"뭐 저희가 실수한 거라도.."
"아니. 아니네. 오해하지 말게. 그냥 내가 답답해서니까. 여관에 머무를 테니 며칠 뒤 그쪽으로 와줬으면 하네."
"알겠습니다."
"귀찮게 해서 미안하군."
내심 괜히 수고스럽게 했다 생각한 로우드는 50실버 가량을 넘겼다. 평민에겐 큰 돈이다. 숙소에서 편의를 봐준 것도 있고 해서 준 것이다. 여관 앞까지 안내를 해줬고 말이다.
"이러시지 않으셔도 되는데.."
"다시 줄텐가?"
"아니 아닙니다."
돈 앞에선 나이도 계급도 무색한 것이다. 특히나 평민에게는 말이다. 행정관은 손까지 흔들며 다시 돌려주는 것을 거부했다.
"장난일세. 며칠 간 편의를 봐준 것에 대한 내 성의니 받으시게나."
"감사합니다."
"그럼 며칠 뒤에 보지."
"네. 며칠 뒤에 뵙겠습니다."
"들어가 볼까나."
여관에 들어서니 종업원이 반긴다. 행정관이 좋은 곳으로 잘 안내를 해준듯했다.
"안녕하십니까."
"며칠 머무를 계획이네."
"어디로 하시겠습니까."
잠시 생각을 하던 로우드는 여관에 들어가 특실을 빌렸다. 누군가 축하해줄 사람은 없지만 자기 혼자서라도 기분을 내려고 하는 것이다. 뭐니 뭐니 해도 귀족이 된 것이 아닌가.
자축할 만한 일인 것이다. 그렇게 로우드는 왕성에서의 부름이 있을 때까지 여관에서 시간을 죽이며 보냈다.
물론 그 사이에 대장간을 찾아 들러 그동안 쓰던 무기들에 대해서 수리도 했다. 아무리 받은 검이 있더라도 그동안의 정도 있는 것이다. 로우드가 아껴 쓰던 습관이 베어있어서 그런 것도 있다.
며칠을 검을 손보며 보내고 있자 안내를 해줬던 행정관이 찾아왔다.
"로우드 자작님. 안내해 드리러 왔사옵니다."
행정관의 극 존칭을 며칠 만에 들으며 로우드는 자신이 귀족이 된 것을 확실히 실감했다.
"안내하게."
"넵!"
전에 안내되었던 왕실의 한 곳. 로우드는 그 곳에서 자신에게 작위를 수여해주었던 근위기사단장을 만날 수 있었다.
로우드도 귀족이 되었으니 허리까지 숙일 필요는 없었다. 가볍게 목례를 하고 근위기사단장의 말을 기다렸다.
"오랜만일세. 로우드 자작이 갈 곳이 결정이 나서 불렀네."
"기다렸습니다. 어디로 되었습니까?"
"나르그 백작령. 코엔 요새일세.
"네?"
로우드가 놀라서 물은 이유가 있다.
나르그 백작령의 코엔 요새.
유명한 곳이다. 바로 계속 되는 전투로 말이다.
서쪽으로는 마의 숲이 동쪽으로는 제국과 국경을 마주한 곳이다. 물론 제국에서의 국지전이 자주 발발 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몬스터.
용병들 사이에서도 코엔 요새는 큰돈을 주는 의뢰라 하더라도 가기 꺼려하는 곳이다. 그만큼이나 많이 쳐들어 오는 것이다.
다른 곳을 두고도 코엔 요새에 몬스터들이 더욱 빈도 높게 온다. 그 이유는 마법사들까지 동원해서 조사했지만 이유는 모른다. 무언가 불가사의한 이유로 그러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곳에 로우드 자신이 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귀족이 돼도. 윗배가 없으면 안 되는군.'
아무래도 자신이 귀족들과의 선이 없기 때문에 그런 것이리라. 한숨이 나왔지만 어쩔 수 없었다. 출발하는 수밖에는 말이다.
21세의 로우드. 귀족이 되고 국경으로 배정을 받다.
귀족으로서의 첫 행보다.
챕터 6. 발령을 받다.
귀족이 되었다지만 수행원들 같은 것은 없다. 단승 귀족에 아직은 자리도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가의 중앙에 위치한 수도를 벗어나 북쪽으로 향해갔다.
코엔 요새에 가기 위해서다.
"에휴. 한숨만 느는군."
말 그대로 나오는 게 한숨이다. 도착지가 코엔 요새니 말이다.
로우드는 그렇게 빈란드 왕국의 위로, 위로 향했다. 자신이 아는 귀족이 없다는 것에 한탄하면서 말이다.
가는 길에 자신의 작위를 보이고 다른 귀족들과 친분이라도 쌓으면 될 터인데 그런 요령까지는 없는 로우드다. 아무리 전생의 경험이 있다지만 과묵한 천성이 어디 가지는 못하는 것이다.
그렇게 귀족으로서 마차도 없이 올라 간지가 한달.
로우드는 코엔 요새에 도달할 수 있었다.
'내가 이제 머물 곳인가.'
하늘을 찌를 듯한 높이의 오각형 요새. 딱 봐도 치열한 전쟁을 치루는 듯 성 곳곳이 전쟁의 흉터가 남아 있다. 최근에 보수한 듯한 흔적도 있고 말이다.
저래 보여도 빈란드 왕국이 유지 되는 동안 몬스터의 침입과 제국으로부터의 침략을 막아낸 든든한 요새다.
로우드가 한참을 쳐다보고 있자 성 위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용무가 무엇인가!"
"배정을 받아서 왔다."
"어디서 반말이냐!"
성을 지키는 병사는 혼자서 달랑 온 로우드이기 때문에 귀족이라고는 생각을 못한 듯 했다.
"이번에 대대장으로 배속 받은 귀족이다. 예를 다해라."
로우드는 일부러 목소리에 어느 정도의 마나를 담아 말했다.
그런 것에 놀란 것인지 병사들이 있는 성벽위에서 부산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잠시만 기다리십쇼!"
로우드가 기다리고 있자 요새의 성문에 있는 작은 쪽문이 살짝 열린다.
"확인 절차를 거치겠습니다."
요새 같은 곳에서는 이것이 당연한 절차인지라 로우드는 순순히 따르기로 맘먹었다.
그리곤 자신이 근위기사단장에게서 받아온 발령장을 확인하러 온 병사에게 넘겼다.
"헙!"
'대대장 발령증' 로우드가 건넨 발령장의 첫 머리다. 국왕의 인정이 또렷하게 박혀 있는 것에 놀랐을 것이다.
로우드에게 급하게 인사를 건넨 병사는 그에게 양해를 구하고 다시 쪽문으로 들어갔다. 확인을 확실히 하려는 것이다.
얼마 뒤 부산스러운 소리가 들리며 아까보다 많은 병사들이 쪽문에서 쏟아져 나왔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로우드가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병사들은 알아서 기었다. 로우드도 이런 것이 마음에 들었다. 신분 상승을 꿈꾼 이유가 무언가. 다 이런 대우 때문이다.
그런 신분의 특권을 음미하며 로우드는 병사들에게 말을 건넸다.
"안내하게."
"넵!"
"어서 문 열어!"
로우드가 보채지 않아도 병사들이 알아서 호들갑이다. 요새의 작은 쪽문을 지나 로우드는 요새 중앙에 있는 건물로 안내를 받아갔다.
지나가면서 흘끗 보기에 막사, 창고, 급식소등 요새의 모든 시설이 군사적인 이유만을 위해서 지어진 곳이었다.
"다 왔습니다!"
건물 내부까지 안내를 하던 병사는 하나의 문 앞에 서서 말했다.
'사령관 실'
이곳 요새의 사령관이 있는 곳인 듯 했다.
로우드가 들어서자 약간은 얍삽해 보이는 사내가 있다. 내심 이런 곳의 요새 사령관이라 하면 단단한 체격의 사내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차라리 휠튼 남작을 사령관 자리에 앉혀 놓으면 더 어울릴 듯 했다.
그렇지만 외모가 무엇이 대수랴. 요새를 알아서 잘 지키고 있으면 되는 것이다.
"자네가 새로 배정받은 대대장인가."
"그렇습니다."
"나이도 젊은 것 같은데 대단하군."
"과찬이십니다."
"됐고, 궁수부대 대대장에 빈자리가 있네. 활을 사용할 줄 아나?"
"아닙니다. 검만 사용할 줄 압니다."
"뭐 지휘관이니 상관없겠지. 필요하면 배우도록하고"
"알겠습니다."
"그래 이제 자네는 코엔 요새 제 3 궁수부대의 대대장으로 배치 받았음을 확인했네. 이만 가보게나. 부관!"
"넵!"
"신임 대대장을 안내하게. 제 3 궁수대대네."
사령관과의 만남은 짧았다.
군주의 시간 44편 - 발령을 받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