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주의 시간-44화 (44/228)

군주의 시간 42편 - 선택지(1)

'좀이 쑤시는군.'

그래서 로우드는 며칠간을 오러 연공법만 하고 기다렸다. 마법진도 그릴 수는 없었다. 혹여나 자신이 마검사인 것이 알려지면 안 되기 때문이다. 구명절초는 목숨의 위기 때나 공개하는 것이다. 몸에 좀이 날 정도로 답답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매일같이 수련만 하던 로우드가 숙소에서 갑갑하게 지낸지 5일. 전에 보았던 행정관이 로우드를 찾아왔다.

"로우드님. 조사가 끝났습니다."

이렇게 예의있게 구는 것을 보면 조사 결과에 문제는 없었다. 로우드는 떳떳하기 때문에 담담하게 결과를 물어봤다.

"어떻게 됐습니까?"

"신상명세에 대해서 써주신 것에 대해서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나왔습니다. 이제 신분 상승 시험을 받으실 수 있으십니다. 원하시는 시험이 어떻게 되십니까?"

조사를 해서 이미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행정관이지만 절차상 묻는 듯 했다.

"검술입니다."

자기 자신이 생각했던 대로 로우드는 말했다.

"네.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쪽으로."

행정관의 안내를 따라 로우드는 길을 나섰다.

로우드가 아직까지도 왕궁에 들어가지 않은 것에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귀족 작위를 받음에도 불구하고 귀빈숙소라지만 병사들이나 있는 곳에서 지낸 것에 대해서 말이다.

최하급 작위는 아니라지만 하급 귀족도 말 그대로 하급 귀족이다. 귀족의 계급 중에서는 중급도 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세습귀족이 아닌 한 그리 높게 쳐지지 않는다.

거기다 로우드는 아직 귀족이 아니다. 그러니 왕성에서 시험을 보기 이전에 이런 곳에서 시험을 받는 것이다.

아마 조사를 하는 기간 동안 시험에 대해서도 준비를 해두었을 것이다. 검술을 시험하기위해서 기사를 준비했겠지.

"도착했습니다."

5분가량 행정관을 따라가서 보니 로우드의 생각대로 기사로 보이는 이가 준비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크지 않은 연무장에는 기사 외에도 몇몇 사람들이 있었다. 로우드가 궁금한 눈을 하고 있자 행정관이 말했다.

"공증인 분들입니다. 로우드님의 경지에 대해서 기록하기 위해섭니다."

"알겠습니다."

"귀족이 되실분 이신데 말을 놓으시지요."

행정관이 시험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이렇게 공손하게 구는 이유가 있다. 로우드가 시험을 보기 이전에 조사를 한 것도 있지만 귀족 작위를 받으려는 자들이 실력이 없는데 보겠는가?

대부분은 시험을 보기이전에 이미 준비를 다 마친 이들이다. 구할 이상의 합격률을 보이는 것이다. 물론 귀족 작위 자체는 중급에서 최하급까지 나뉘지만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행정관이 미리 존칭을 사용하는 것이다. 상대가 원하는데 너무 예의를 지키는 것도 과례다. 로우드는 행정관이 원하는 대로 해주었다.

"알았소."

"그럼 마저 모시겠습니다."

연무장의 앞까지 행정관이 로우드를 수행했다. 아마 연무장까지는 기사들의 전유물이기 때문에 행정관이 오르지는 못하는가 싶었다.

로우드가 안내를 받아 올라서자, 기다리던 기사가 말을 건넸다.

"왕궁 근위대 기사 케르넨. 로우드님의 귀족 작위 시험을 치르도록 하겠습니다. 준비되셨습니까?"

"네. 되었습니다."

의례적인 말이 오가고 시험 대련을 시작한다.

"시작하겠습니다."

'챙'

맑고 경쾌한 음. 서로의 검을 뽑는 소리가 조용한 연무장에 울린다.

'위이이잉.'

전투라면 바로 오러 블레이드를 꺼내지 않을 것이다. 상대의 허점부터 노리겠지.

시험을 위한 대련이다. 그러기에 자신의 경지를 드러내는 오러 블레이드를 시작하자마자 사용한다.

서로의 검에서 마나로 구체화 된 오러가 빛을 번뜩인다.

오러 블레이드를 꺼낸 상태로의 대련은 길지 않다. 아니 길지 못한다.

서로의 마나 량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오러 블레이드를 꺼낼 수 있는지에 대한 시험은 이미 시전 함으로서 끝이 났다. 이젠 대련이다.

기사 케르넨과 로우드는 자신의 마나가 더 소모되기 이전에 맞부딪치기로 생각했다.

"갑니다."

잠시간 서로의 눈인사가 지나가고 검을 부딪친다.

'지이이잉. 지잉'

오러블레이드를 두르고 싸우는 것이기에 철끼리의 부딪침은 없다. 철의 부딪침 같은 경쾌한 소리는 없지만 이런 긴박감 넘치는 대련을 보고 긴장하지 않은 이들은 없을 것이다.

공증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두 사람의 대련이 이어진다.

1분. 2분

그리고 10분 정도. 로우드와 기사 케르넨의 경합이 끝이 났다.

"짝짝짝짝."

공증인들이 박수를 친다. 몇 년이나 한번 있을까 말까한 귀족 작위 시험덕분에 자신들이 눈이 호강했기 때문이다. 오러 블레이드를 두른 기사들의 대련은 전쟁이 아닌 한 보기 힘든 것이다. 그만큼이나 고급인력들의 싸움이고 말이다.

잠시 숨을 고른 후, 시험을 담당한 기사 케르넨이 말한다.

"검술 실력은 저와 비슷하다 생각합니다. 오러의 등급은 소드 익스퍼트 초급에서 중급사이입니다."

오러의 등급은 맞지만 검술 자체에 대해서는 로우드는 전부 실력을 드러내지 않았다. 영리하게도 검술 실력조차도 모든 것을 드러내지 않은 로우드다. 자작에 오를 정도의 실력만을 보인 것이다.

공증인들의 잠시간의 상의가 지나간다. 아마도 어떤 계급의 귀족이 되는지에 대한 지침을 찾아보고 있을 것이다. 이내 상의가 끝나고 공증인이 말한다.

"귀족 작위 심사 결과를 말씀드립니다. 로우드님은 절차를 거치고 귀족이 되실 것입니다."

공증인들은 로우드의 실력에 대해서 공증한다. 그렇지만 정식으로 귀족 작위를 수여하는 것은 대 귀족이나 국왕만 할 수 있기에 합격 여부만을 일단 말한 것이다.

며칠 뒤.

로우드는 왕궁에 입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국왕을 만날 수 는 없었다. 대신 귀족 작위를 수여하는 것은 근위기사단장이다. 왕의 검을 들고 대리인으로서 온 것이다.

하긴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하급귀족의 작위를 내릴 때마다 국왕이 하게 되면 국왕은 할 일이 너무 많으리라.

귀족 작위 수여식이 시작되었다.

"로우드 경은 빈란드 왕국의 귀족으로서 국왕전하를 위해 충성을 다할 것을 맹세하는가."

"맹세합니다."

로우드는 이미 왕궁에 들어서기 전에 행정관으로부터 수여식에 필요한 예의를 배웠기에 예의에 관해선 문제 될 점이 없었다.

연습한대로 한단계 한단계 수여식이 이루어져가고,

"빈란드 왕국의 영광이신 국왕전하의 뜻을 받들어, 로우드 경에게 리세트(reset)라는 성과 함께 자작의 작위를 수여한다."

'드디어!'

터져 나오는 안에서의 감동을 뒤로하고 로우드는 답했다.

"충심을 다하여, 국왕 전하를 모시겠습니다."

로우드의 말을 끝으로 모든 수여식의 과정이 끝이 났다.

"수고했네."

로우드보다 상급 귀족인 근위기사단장이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감사합니다."

"이제 며칠 있으면 군복무로 근무할 곳을 배정 받을 것이네. 그리고 이것은 궁왕전하께서 하사하신 검이네. 식사나 한번 하겠나?"

"죄송합니다. 제가 아직은 귀족으로서 적응을 못하여서 힘들 것 같습니다."

솔직한 답이었다. 처음 하는 귀족 작위 수여식에 피곤함을 느낀 로우드는 예의는 아니지만 근위기사단장의 식사 초청을 거절했다. 마침 검을 받아서 기분도 좋았다. 어서 가서 보고 싶은 것이다. 마법사이기도 하지만 로우드도 천생 검사다.

국왕수여식에 대한 예의만을 준비하느라 귀족끼리의 예의를 배우지 못한 로우드가 실수를 한 것이다. 이 때의 일을 군부대에 넘어가서야 로우드는 크게 후회한다.

"그래 그런가. 섭섭하군. 며칠만 기다리면 배정받을 곳이 정해질 것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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