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의 시간 41편 - 선택지(1)
로우드가 얻으려는 귀족의 작위는 자작. 최하급인 남작과 실무관 급들 위의 작위이다.
백작, 후작, 공작까지 로우드 위에 작위는 많겠지만 어차피 소수다.
일단은 지금의 실력으로 자작이 되는 걸로도 만족한다.
"어찌 한다."
자작이 되기 위한 실력을 충족한 지금의 로우드는 두 가지의 선택지내에서 고민을 하고 있다.
선택지는 두 가지다.
왕성 출신의 귀족이 될 것인가 아니면 귀족가의 귀족이 될 것인가.
각기 장점과 단점이 있기에 로우드가 깊게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쪽의 방법을 사용하든 로우드가 자작이 되는 것은 맞다. 그렇지만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향후의 방향이 달라진다.
먼저 세습귀족가의 자작이 되는 방법.
이것은 바로 귀족이 될 수 있지만 자신에게 귀족의 작위를 내려준 대영주인 세습귀족에게 자신이 종속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평생이라.."
귀족의 작위를 버리지 않는 한 평생을 귀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딱히 귀족에 인맥이랄 것도 없는 로우드는 부리기 쉬운 먹잇감일 것이다.
휠튼 남작처럼 굴지 말라는 법이 없다.
거기다가 더 이상 시달리는 것은 휠튼 남작만으로 충분했다. 대영주라면 아주 신물이 나는 로우드인 것이다.
그런데 두 번째 방법인 왕국 직속의 귀족이 되는 것도 문제가 있다.
일단 자작이 되는 것은 맞다. 단승이지만 왕국 직속이라는 특성상 그렇게 까지 귀속이 되지 않는다. 단지 전쟁이 일어났을 때 국가를 위해 봉사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이 놈의 것이 처음 귀족의 작위를 받을 때가 문제인 것이다.
능력으로 귀족을 받을 경우에 3년간 군대에 복무해야 한다.
"얽매임은 싫지."
아무리 규칙적으로 수련을 하는 로우드라지만 아무래도 억지로 규율이 잡힌 곳에서 생활하기에는 고민이 되는 것이다.
방법에 따라 각기 있는 장단점. 이것이 로우드가 혼자말까지하며 고민을 하고 있는 이유다.
꽉 막힌 3년이냐. 재수 없으면 평생 시달림이냐.
이쪽도 저쪽도 반갑지는 않다.
그렇지만 크게 시달리지 않기 위해선 어서 선택해야 했다.
**
선택의 시간은 길되 선택된 결과의 실행은 빨라야 하는 법.
몇 달간 머무른 집을 정리하며 로우드는 결론을 내렸다.
바로 왕성 출신의 귀족이 되기로 말이다.
여러모로 로우드는 생각했다. 귀족 출신의 작위를 얻으면 아무래도 휠튼 남작도 18대 세습귀족이므로 여러 가지로 자신에게 충동질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 심술이 갑자기 사라질 리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세습 대귀족들 자체가 탐욕스런 인물들이 많으므로 자신을 심하게 부려먹을 확률도 높다.
신분 상승을 놓고 여러 가지로 고민하니 결국에 남는 것은 왕성 출신의 귀족.
3년간의 군대에서의 얽매임은 물론 싫다.
그렇지만 이것은 확실히 정해진 것이 아닌가. 자신이 버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거기다가 귀족으로 가니 어느 정도의 직위는 얻을 것이라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직위가 높아진 책임자는 책임을 지기에 편한 부분도 있는 것이다.
확실히 결정을 내린 로우드는 동쪽의 왕성을 향했다.
왕성을 가야만 신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한이 정해진 것은 아니므로 로우드는 왕성을 가면서도 마지막 용병 의뢰들을 맡으며 나아갔다.
오크 학살!
자신을 괴롭힌 것은 확실히 처리하는 로우드다.
의뢰를 하면서 가다보니 여정이 조금 길어졌다. 그렇게 왕성으로의 여정이 시작된 지 어언 한달. 드디어 빈란드 왕국의 중심 왕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전생에서도 와본 적이 없던 곳이 이곳 왕도다.
의뢰를 받은 바가 없다보니 딱히 오지 않은 것이다.
몬스터로부터 안전한 국가의 중심에 있다 보니 몬스터 의뢰도 없고, 귀족들은 왕도에선 자신들의 기사들로 호위를 한다. 그나마 있는 고객들인 상인들도 치안이 좋은 왕성에선 구지 호위무사를 두지 않는 편이니 인연이 없던 것이다.
거대한 성벽을 한참을 바라보고 있으니 어느새 로우드가 신분 검사를 받을 때가 되었다.
왕성이다 보니 들어가기 위해선 줄을 서서 검사를 받아야 하는 것이기에 어쩔 수 없었다.
늘어진 줄에 질린 듯한 경비병이 로우드에게 말을 걸었다.
"이름."
"로우드."
"말이 짧구먼."
괜시리 작은 핀잔을 한다. 로우드가 이를 무시하자 이내 한숨을 쉬고 용건을 계속한다.
"용건은?"
"귀족 작위입니다."
일단은 존대를 해준다.
"어?"
듣고 놀란 병사.
"귀. 족. 승. 작.
입니다."
한 글자, 한 글자 끊어서 로우드가 말해준다.
"네?"
경비병은 놀란 듯 했다. 갑자기 귀족의 작위를 얻겠다니 말이다. 예상치도 못한 젊은 사내가 말이다.
이는 몇 년에나 한번 있는 일인지라 병사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보, 보고를 해야하니 기다려 주십쇼."
갑자기 절도 있는 태도로 로우드를 대하는 병사였다. 말은 더듬거렸지만.
'기다려보자.'
어느 정도는 이런 일이 생길 것이라 내심 예상 했던 로우드는 여유 있게 기다렸다. 주변에서 로우드의 말을 듣고 조금씩 웅성 거리는 것은 신경 쓸 바가 아니었다.
그렇게 차 한잔 마실 시간 정도를 있으니, 보고를 하러갔던 병사가 상급자인 듯한 인물과 함께 돌아왔다.
"여깁니다."
"자네는 볼 일을 보도록 하게."
"넵! 충성!"
병사는 볼 일을 다본 듯 급히 사라졌다. 아무래도 하던 일을 하려는 것이겠지.
로우드가 가만 쳐다보고 있자, 새로운 상급자가 말을 건넸다.
"로우드이십니까?"
"네."
"용무가 귀족 작위라고 들었습니다. 맞습니까?"
"네."
"잠시 조사를 해야 합니다. 동의하십니까?"
"그러도록 하죠."
"저를 따라와 주십쇼."
단승이지만 한나라의 귀족이 되는 자리다. 이 것은 작은 일이 아니다. 왕성의 작위를 얻겠다는 것은 실력으로 얻겠다는 것인데, 문제는 실력을 떠나서 외적인 부분에 있다는 것이다. 바로 로우드가 제국에서 보낸 스파이 일 수도 있기 때문에 이렇게 조심스럽게 대하는 것이다.
설명에 대해서 교육을 받은 듯 상급자는 이런 저런 말을 설명해주면서 로우드에게 안내를 해 갔다.
로우드도 이런 부분은 내심 이해를 하는지라 앞의 사내의 말을 따를 수 밖에 없었다.
로우드가 사내를 따라서 간 곳은 생각보다는 단조로운 건물이었다.
이곳에서 조사가 이루어지는 듯 했다.
두 명의 병사가 지키고 있는 건물 안에는 행정관인 듯한 사람이 있었다.
"어서오십쇼."
로우드가 귀족이 될 지도 모르기 때문에 다들 예의를 지키는 듯 했다.
"네. 안녕하십니까?"
"일단 조사가 이루어지기 전까지 이곳에서 며칠 머무르셔야합니다. 혹여 수고스러우시더라도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괜찮습니다."
"여기 이 종이에 써있는 대로 모두 써주십쇼."
'인적사항'
아무래도 로우드가 이 곳에 자신에 대한 것을 쓰면 국가에서 조사를 하는 듯 했다. 귀족이 되기 위해 왔으면 따라야 했다.
로우드는 자신의 이름부터 시작해서 나이 출신 대략적인 삶에 대한 이야기까지 썼다.
"호위병!"
모든 걸 작성하고 행정관을 쳐다보자, 병사를 불렀다.
"넵!"
"여기 이 분을 귀빈 숙소에 안내하도록 하게나."
"알겠습니다!"
로우드는 건물 문 앞에 서있던 호위병의 안내를 받아 숙소에 머무를 수 있었다. 어느 정도 격식을 갖춘 숙소인지라 평상시에 로우드가 머무르던 여관보다 오히려 좋았다. 아주 고급스러운 건물인 것이다.
자신에 대한 조사에다가 숙소에서는 여럿의 병사한테서 감시를 당하는데 검술 수련같은 것을 할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