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직은 끝낼 때가 아니다.
"아악. 죄송합니다. 그.. 그만."
순식간에 사내는 패배를 인정했다.
"허.."
두 사람의 대결을 보면서 막 한참 내기를 걸던 용병들은 놀라서 가만히 있었다.
이렇게 일찍 대련이 끝날 줄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잠시의 소강상태 후. 로우드는 다시 용병길드로 들어갔다.
'시원하군.'
원래 폭력적인 성격인 로우드는 아니지만 요즘 들어 마음 속에 쌓인게 많은지라 잠시의 싸움 후에 시원함을 느꼈다.
거기다 자신의 실력을 전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보여 줬으니 알아서 잘 대우를 할 것이다.
제대로 맞은 사내가 절뚝거리면서 들어온 것을 본 로우드는 처음 와서 했던 대사를 다시 했다.
"용병 길드에 가입하러 왔습니다."
성격이 조금은 심술 궂어진 로우드다. 휠튼 남작의 영향을 조금 받은 듯 했다. 로우드 자신은 이런 말을 들으면 심하게 거부하겠지만 말이다.
"네. 일단 여기에 신청서부터 작성하시면 됩니다."
로우드의 실력에 호되게 당한 사내는 아까와는 확연히 다른 태도였다.
신청서에 간단한 신상 명세를 써서 넘겼다. 어차피 이런 것은 형식적인 것이다. 가짜로 꾸며서 내도 될 정도다. 용병은 실력이 모든 것을 말해주니 말이다.
로우드의 신청서를 받은 사내가 말했다.
"저기 그럼 등급은 어떻게.."
사내가 말을 하기도 전에 로우드는 물었다.
"네 등급이 어떻게 되지?"
머뭇거리던 사내가 말했다.
"얼마 전에 C등급이 되었습니다."
로우드가 짧게 답했다.
"그럼 B."
사내가 당황해서 허둥지둥 말했다.
"저기 그렇지만 그것은 안 될 말씀입니다. 실력이 있으시다 지만 어느 정도 의뢰를 맡으셔야 B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적어도 열건 정도는 하셔야.."
"널 10번 손봐주면 된다는 말인가?"
확실하다. 로우드는 휠튼 남작에게서 심술만큼은 제대로 배워왔다.
한참을 로우드가 실랑이를 벌이고 있으니 위층에서 누군가가 불렀다.
"어이 거기 신입용병. 이쪽으로 오게나."
'웅성 웅성'
길드 내에 있는 용병들의 웅성거리 와중에 한마디는 제대로 들었다.
"길드 마스터다."
아마 이 지역의 길드 마스터인 듯 했다. 한참을 실랑이를 벌이는 것을 보고 왔겠지.
애시 당초 로우드는 이것을 노렸다.
적당히 실력을 보여주고 소란을 피우면 간부쯤 되는 이가 올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길드 마스터가 나온 것은 생각보다 의외지만 말이다. 어찌됐든 잘 됐다.
마스터를 따라 2층으로 온 로우드는 자신의 용병 등급에 대해서 그때부터는 조용히 일을 진행했다.
"자네도 알다시피 한 번에 비급을 얻는 것은 무리야."
"알고 있소. 꼭 의뢰만이 아니라 실력을 보여주면 되는 것이 아니요?"
로우드는 검을 뽑아들고 마나를 불어 넣었다.
오러 블레이드처럼 확연하게 빛이 나지는 않지만 소드 유저만 되어도 어느 정도 검에서 은은한 빛이 보인다.
일부러 적당한 실력을 보여주었다.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은 실력으로 말이다.
자신의 검술 실력을 소드 유저 중급정도로 길드마스터에게 보여준 것이다.
"B급인 것을 인정하겠네."
로우드의 실력 전부를 보여준 것은 아니지만 길드 마스터는 인정 할 수밖에 없었다.
로우드가 의뢰를 맡아서 해결한 것은 아니지만 그 정도면 실력은 충분했다.
처음 생각한 목표대로 로우드는 B급의 등급을 받을 수 있었다.
용병 등급이 높을수록 자신이 원하는 의뢰를 쉽게 맡을 수 있기 때문에 로우드도 이렇게 까지 한 것이다.
조용히 일을 처리한 로우드는 일층으로 내려가서 다시 사내에게 말을 걸었다.
"의뢰를 보여줘."
로우드의 말에 사내가 허둥지둥 답했다.
"네? 네. 저기 등급은 어떻게.."
짧은 로우드의 말.
"B다."
"아.."
일순간 사내는 탄성을 뱉었다. 단번에 자신보다 높은 등급을 얻었으니 부러운 것이다.
잠시 멍해 하던 사내는 로우드에게 의뢰 목록을 넘겼다.
'어디보자.'
호위의뢰에서부터 찬찬히 살펴보던 로우드는 한 가지 의뢰를 선택했다.
로우드는 실력 향상에 도움도 안 되고 시간만 버리는 호위 의뢰 같은 것 보다는 실전과 가까운 몬스터 토벌 의뢰를 하려고 마음을 먹었었다.
그리고는 돈을 버는 대로 천천히 빈란드 왕국의 서쪽으로 이동하여 마의 숲 쪽에 정착해서 몬스터를 전문으로 처리하는 용병으로 활동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이것으로 하지."
"네. 이것으로 처리 하겠습니다."
목표를 위해서 처음 선택한 의뢰는 훼린 후작령 주변 '오크 부족 처리'
전생에 오크에 당한 기억에 오크 처리부터 시작했음이 틀림없다.
의외로 뒷끝 있다.
**
"빠르게 처리하며 서쪽으로."
다음날부터 로우드의 의뢰를 위한 일처리는 바로 시작 되었다.
"꾸웨웨엑!"
"기다렸다! 이 놈의 망할 오크자식들!"
전생에서부터 마음에 쌓아왔던 오크부족 처리에서부터 시작된 의뢰.
오크관련 의뢰는 보이는 대로 잡았다. 싸그리 말이다.
이 세계에서 몬스터 중에서는 가장 많은 개체수를 가진 오크들이니 의뢰는 어디든 많았다.
그는 서서히 서쪽으로 전진해가며 홀로 할 수 있는 모든 의뢰를 처리해갔다.
그렇게 로우드는 실력 향상을 위해서 몬스터 사냥 전문 용병이 되었다.
한건, 한건 의뢰를 처리해가며 로우드가 마법 숲에 도착했을 때 용병들 사이에서 얻은 별명.
'오크 학살자'
원한이라도 진 듯이 미친 듯이 오크들만 학살한다고 붙은 별명이다.
어느새 도착한 빈란드 왕국 서쪽의 마의 숲 지류.
로우드의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
챕터 2. 수련에 집중하다.
로우드는 몬스터 의뢰를 집중적으로 해결하면서 올라왔다. 특히 오크들을 처리하면서 말이다.
마의 숲 언저리 국경지대의 영지. 제르아르 남작의 영지로 크기 자체는 별로 크지 않다. 멀리 있는 이곳으로 온 이유는 하나다.
영지가 서쪽으로 마의 숲 과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의 숲. 한마디로 몬스터들의 천국이다.
인간으로 인한 개발은 당연히 이루어지지 않았을 뿐더러, 몬스터만큼 탐욕을 가졌다는 인간들도 가는 것조차 꺼려하는 곳이다.
그만큼이나 몬스터들이 꽉 채운 콩나물 시루마냥 모여 있는 곳이다. 매우 위험하다. 인간에게는 세상에서 제일 위험한 곳 중 하나라고 생각하면 된다.
작게 소수의 인원들이 지나갈 만한 터도 있다는 소문은 있긴 하지만 헛소문이라 로우드는 생각한다. 어마어마한 실력자가 아닌 한 대부분은 죽는다. 이런 곳에 자리 잡은 제르아르 남작의 영지.
제르아르 남작이 그나마 방비를 열심히 하기에 안전하다 알려진 곳이다. 서쪽으론 방비를 동쪽으론 농업을 장려하기에 내실이 튼튼한 영지다. 영주 자체도 18대 세습 귀족치고는 탐욕스러움 없이 영지를 잘 이끌고 있다.
이곳 영지가 로우드가 새로 자리를 잡으려는 터이다.
"새로 시작해 보자."
용병 신분이기에 간단한 절차를 거치고 영지에 들어갔다. 이곳 자체가 서쪽으로는 몬스터가 들끓기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러 온 용병들이 많다.
그렇기에 금방 들어설 수 있는 것이다.
간단한 절차를 거친 로우드는 오자마자 영지를 들어가서는 행정관을 찾아갔다.
"용병 로우드. 땅을 분양받고 싶어서 왔습니다."
행정관은 로우드를 험한 의뢰들을 하고는 안정을 찾아서 온 용병이라고 생각했는지, 로우드를 보지도 않고 답했다. 서쪽에서 의뢰를 수행하다가 다친 용병들이 주로 이 곳에 그대로 정착해서 농사를 짓기 때문에 행정관은 로우드도 그렇다고 생각을 하는 듯 했다.
"지금 현재 농지들은 없소."
"숲 외곽 쪽으로 구매하려고 합니다."
"뭐?"
군주의 시간 37편 - 수련에 집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