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주의 시간-37화 (37/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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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이 방법은 자신이 가진 밑천을 다 보여주는 것이다.

'바보같은 짓.'

혼자밖에 남지 않은 이 세상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로우드가 베일리프 직을 수행할 당시 미래를 보는 약간의 정보를 보여준 것으로도 상급자인 휠튼 남작이 얼마나 괴롭혔던가. 로우드는 그런 실수를 다시 하지 않기로 생각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보여주는 것은 목숨이 위험할 때면 족하다. 언젠가 구명절초로서 자신을 구할 것이라 생각하는 로우드다.

'검술만 보이자.'

자신이 가진 든 것을 다 보일 생각이 없는 로우드가 눈을 돌린 것이 검술이다. 현재의 로우드의 실력은 소드 유저 상급이다. 아직까지 귀족이 되기에는 낮은 실력이다.

그렇지만 얼마 전에 범죄자 소탕 때, 로데스를 구하면서 '발튼 검술서'를 얻었다. 소드유저 상급에서 한 단계만 올라가면 오러 블레이드를 얻는다. 그렇다는 말은 하급 them 익스퍼터는 된다는 뜻.

검술 실력만으로 기사로서 최하급이 아닌 하급 귀족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거기다가 이미 로우드는 새로 얻은 '발튼 검술서'에서 더 높은 경지로 올라갈만한 실마리를 얻었다.

운수 좋은 날에 미리아는 잃었을지언정 아무 것도 얻지 못한 것은 아닌 것이다.

로우드는 자신이 가진 방법 중에서 가장 빠른 신분상승 방법인 검술을 통한 신분 상승을 일단 추구하기로 했다.

당분간은 마법보다는 검술에 치중하기로 한 것이다.

결정을 내리니 필요로 하는 것은 하나다.

'수련이 필요해.'

로우드는 수련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어찌되었든 신분이 위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실력 상승도 필요로 하는 것이다.

**

실력 상승을 위해서 로우드가 생각한 방법은 전생에서 가장 많이 했던 일이다.

그것은 바로 용병.

로우드가 다른 무엇보다도 용병 일을 택한 이유는 실전 때문이다.

검술이든 마법이든 가장 빠른 실력 상승의 방법은 실전이다. 용병이 하는 일이 뭔가?

바로 실전에 부족한 사람들을 위해서 의뢰를 받고 수행을 하는 일이다. 다시 말하면 상단 사람들은 실전에 약하므로 호위 용병을 고용한다.

몬스터 처리 의외를 맡기는 사람은? 자신이 처리하는 것 보다는 용병에게 돈을 주고 처리하는 것이 좋기 때문에 맡기는 것이다.

어떠한 일이든 용병 의뢰는 대부분 실전을 수반한다. 상단 호위, 몬스터 토벌 모두가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로우드가 실전이 많은 용병 일을 시작한 것이다.

신중히 결정을 내렸으면, 빠르게 실행해야 하는 법.

로우드가 지금 있는 곳은 휠튼 영지의 동쪽에 위치한 훼린 후작령이다.

로우드가 베일리프 직을 그만두면서 혹시나 휠튼 남작이 쫓아올까 염려를 했다. 그래서 로우드는 휠튼 남작과 사이가 안 좋은 것으로 알려진 휠튼 남작 옆에 있는 영지 훼린 후작령으로 몸을 피했다.

'의뢰 이전에 용병등록부터.'

로우드는 용병으로서 등록을 하기 위해 용병길드를 향해갔다.

훼린 후작령에선 길게 생활해 본 바가 없기 때문에 로우드는 한참을 길을 헤매고 나서야 용병길드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용병길드의 간판은 언제나 투박하게 단 4글자만 박혀있다.

'용병 길드'

간판이 허접하다고 용병길드를 우습게보면 안 된다.

용병길드는 초기에 용병들의 권익을 위해서 만든 단체이다.

용병이란 쉽게 말해 무력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의뢰를 받고 자신의 무력으로 해결을 해주는 해결사다.

그런 용병이다 보니 자연스레 험한 일을 하게 된다. 타 직업들에 비해서 위험성이 높은 일을 맡는 것이다.

험한 일을 맡는 이유는 하나다. 바로 돈 때문이다.

그런데 용병길드가 생기기 이전에 용병들은 이런 돈을 떼이는 일이 비일비재(非一非再)했다.

거기에다가 전쟁에라도 용병으로 뛰게 되면 잘 써먹다가 돈을 지급할 때가 되기만 하면 화살 받이로 쓰기까지 하는 것이다.

목숨을 걸고 일을 하는데 대우까지 못 받으니 얼마나 미치겠는가.

그에 따라서 용병들이 들고 일어섰다. 자신들의 권익을 보호받기 위해서다.

위험한 일을 하는 것은 좋다. 자신들도 위험을 알고 하는 것이니 말이다.

그렇지만 대가를 받지 못하는 것은 죽어도 싫다. 들고 일어섰다.

"우리에게 정당한 대가를!"

일하는 것에 대한 대가는 받아내야 겠다는 구호를 들고 용병들 모두가 모였다.

그렇게 탄생 한 것이 지금의 용병 길드다.

이런 사연을 가진 용병 길드 덕분에 지금의 용병들에 대한 대우는 많이 좋아졌다.

그러니 로우드도 용병 의뢰를 받기 이전에 용병 길드에 가입하려는 것이다.

로우드는 문을 벌컥 열고 용병 길드에 들어섰다. 로우드는 중앙에 있는 카운터에 가서 자신의 용무를 말했다.

"용병 길드에 가입하러 왔습니다."

카운터에 있던 사내는 앳된 얼굴의 로우드를 흘끗 보곤 말했다.

"여긴 애송이들이 올 곳이 아니야."

사내는 로우드가 큰 체격을 가진 것은 아니기에 얼핏 보고 애송이로 판단한 듯 했다.

'빠직'

로우드의 얼굴에 핏대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카운터나 보고 있는 용병이 자신에게 애송이라 하다니. 어이가 없었다.

전생의 로우드가 용병으로 보낸 시간이 20년이 넘는다.

그런 자신이 보기에 오히려 이 앞의 용병이 애송이인 것이다.

'한번 밟아야겠군.'

용병은 실력으로 말한다. 오랫동안 용병 일을 하지 않았지만 로우드도 이것을 알고 있다.

어차피 처음부터 높은 등급을 얻으려면 실력도 보여줘야 할 참이다.

로우드는 속으로 급히 한 번에 높을 계급을 받을 계획을 짰다.

로우드는 카운터의 사내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너도 용병이면 따라와."

평상시와 다르게 크게 말한 것은 일부러 큰 소리로 시선을 끈 것이다. 자신의 실력에 대해 알려질수록 몸값은 올라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크게 소리친 로우드의 말을 듣고 용병길드 내에서 대기하던 용병들의 시선이 쏠렸다.

그런 시선을 무시하고 로우드는 용병길드 밖으로 걸음을 향했다.

뒤의 카운터에 있는 사내는 무조건 올 것이다.

겁많은 용병에게 무언가 맡길 의뢰주는 없다. 용병길드에서 결투 신청이 있는데 도망을 가는 것은 자신의 몸 값을 떨어트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로우드가 용병길드 앞 공터에서 조금 기다리니, 사내가 씩씩대면서 다가왔다.

"너 이 자식! 내가 버르장 머리를.."

사내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로우드는 대뜸 말했다.

"뽑아."

왔으면 싸우자는 소리다. 어차피 용병끼리 예의는 필요 없기 때문에 짧게 내용만 말하면 되었다.

"오랜만에 구경거리다!"

"앞이야! 모여!"

용병길드 내에 있던 용병들도 어느새 우르르 몰려나와 자리를 잡고들 섰다. 구경을 하려는 것이다.

'챙'

로우드를 애송이로 생각했던 사내는 로우드의 반말에 빈정이 상한 것인지 검을 뽑고 냅다 로우드를 향해 달려 왔다.

로우드의 생각대로 사내의 자세는 엉성했다. 기껏해야 하급용병인 것이다. 하긴 상급 이상의 용병이 돈 안되는 카운터나 보고 앉아 있을 리는 없다.

'건방지군.'

로우드는 그렇게 생각하며 사내에 맞섰다. 검을 뽑을 필요도 없었다. 이런 하급용병에게는 말이다.

검을 뽑고 달려오는 사내에게 냅다 꽂혀지는 로우드의 발차기.

로우드의 발차기에 순식간에 머리를 가격당한 사내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퍽퍽 퍽'

뒤이어 이어지는 로우드의 연타.

"크아아악. 그만. 그만. 내가 졌다고!"

악소리를 내는 카운터 용병.

"말이 짧아."

군주의 시간 36편 - 목적있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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