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주의 시간-32화 (3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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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굴 찾았다는 건가요?"

"그 외지인을 찾았습니다. 지금 바로 조직과 대치 중에 있습니다."

'드디어!'

병사의 이야기를 들은 로우드 또한 마음이 다급했다. 조사를 했던 기간까지 합하면 벌써 일주일이 넘게 아무런 진전이 없다.

아무래도 휠튼 남작도 진전이 없을 것을 알고 로우드 자신에게 일을 시킨 듯 했다. 적당히 시간이 지나서도 해내지 못하면 아마 견책을 하거나 임무에 실패한 것을 핑계로 옆으로 끌어들이려 했을 것이다. 초조함에 기다린 일주일.

드디어 낚시 줄에 물고기들이 걸렸다. 그것도 아주 대어로 말이다.

로우드는 즉시 대기하는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모든 준비야 이미 갖추어져 있었다. 일주일이 넘는 기간동안 로우드가 놀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조사기간 동안 찾은 조직의 본거지로 병사들의 3분의 1을 보냈다. 혹시나 있을 잔당들을 처리하게 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나머지 남은 3분의 2의 병사들을 이끌고 헹튼 여관 쪽으로 길을 나섰다. 이들의 역할은 조직원들이 도망가지 못하게 반이 막고 반은 조직원들 처리로 투입이 되는 것이다. 가족들에게 보복을 할만큼 악랄할 조직인지라 날이 있는 무기의 사용도 허가시켰다.

병사들과 함께 달려가서 본 행튼 여관의 광경은 난장판이었다.

병사들 3분의 1을 본거지에 보낼 필요도 없었다. 얼핏 보기에도 조직원의 90%이상이 이 작은 골목에 다 모여있었다.

"우왁. 죽어버려!"

"뒤져라!"

조직원으로 보이는 이들의 별별 욕설과 괴성이 모두 한사람을 향해있었다. 조사에서 조직원들을 상대로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인물인 듯 했다. 괴성만이 그 인물에게 향하는 것이 아니었다.

조직원이 든 흉기들은 장식이 아니었다. 그 흉기들 또한 사내를 향해 가고 있었다.

꽤나 격렬한 싸움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홀로 맞서고 있는 사내 또한 침착하게 대응을 하고 있지만 부상이 심각한 듯 보였다. 높은 실력으로 겨우겨우 위태롭게 버티고 있는 것이 보였다.

'지금 처리해야 해. 길어지면 안돼.'

사내와의 전투로 조직원들은 로우드와 함께 병사들이 온 것을 몰랐다. 로우드는 조용히 병사들에게 작전데로 포위하라 지시를 내리고 빠르게 달려갔다.

'어서 가야 해.'

로우드는 다급했다.

실력으로 겨우겨우 위태롭게 사내가 버티고 있지만 언제 쓰러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목표인 사람이 처리되면 조직들이 눈치를 채고 도망을 가기 시작할 것이다. 어서 처리해야 했다.

'챙.'

홀로 맞서는 사내의 뒤로 조직원들의 칼이 박히려는 찰나. 로우드가 자신이 가진 검으로 조직원의 검을 쳐냈다.

놀라서 뒤를 본 사내는 로우드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의 의미였다. 자신이 칼에 부상을 입을 뻔한 일을 로우드가 막아줬다는 걸 알아차린 것이다. 눈치가 빠른 사내다.

병사들도 이번에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보복이 올 수 도 있으므로 필사적 이었다.

잠시의 소강상태도 없이 전투는 빠르게 끝이 났다.

모두가 필사적이었으니 말이다.

모든 전투가 끝나고 로우드는 사내에게 말을 걸었다.

"부상이 심하지 않소?"

누구인지 혹은 사정을 듣기전에 먼저 사내의 부상이 심해 보였다. 그런 로우드의 이야기를 들은 사내는 조용히 로우드다가와 귓속말을 건냈다.

"나를 좀 조용한 곳으로 데려가."

전생에 용병일로 우직하지만 눈치가 빠른편인 로우드는 사내의 뜻을 알아차렸다. 사내는 부상을 당한 상태다. 그렇지만 병사들은 조직을 없애는데 사내가 일조를 한 것에 상관없이 절차상 사내를 데리고 가야한다. 자초지종을 조사해야 하는 것이다. 아마 그런 일이 있은 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할 사내는 부상이 악화될 것이다.

사내는 그 점을 염려한 것이다. 사내 덕에 범죄 소탕을 잘 처리하게 된 로우드는 일단 병사들을 뒤로 물렸다. 그리고는 마저 남은 조직원들을 압송해서 부대에 끌고가라고 명령했다.

몇몇 병사들이 나서서 끌고 가야한다고 했었다. 그렇지만 이번 소탕으로 가족이 보복당하지 않게 됨을 아는 병사들의 대부분은 막지 않았다.

병사들의 협조 덕에 사내와 로우드는 생각보다 쉽게 빠져나올 수 있었다.

조용히 있던 사내는 안전한 곳에 와서야 로우드에게 말을 했다.

"고마워. 덕분에 목숨을 살렸군."

로우드가 살펴본 그 사내는 자신의 또래로 보였다. 나이는 20정도 약간 빨간빛이 감도는 머리카락에 잡티하나 없는 피부였다. 턱선도 날카롭고 얇은데다가 콧대도 오똑한 것이 여자도 질투가 날만큼 아름다운 사내였다.

그런 사내가 조직들과 맞설만한 실력을 가졌다는 게 대단해 보였다.

거기다가 이 사내 덕분에 일도 쉽게 끝났으니 로우드는 자연스레 사내에게 호감이 갔다.

"감사의 인사는 나중에. 일단 몸부터 살핍시다."

사내는 무엇 때문인지 거절을 했다. 로우드가 보기에 부상이 심한데도 말이다.

"아니 내 몸은 내가 잘 알아. 치료는 내가 하지."

"그래도 같이 가서 처리를 하는 것이.."

"아냐. 덕분에 목숨을 구했어.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답례다."

사내는 답례랍시고 품에서 책을 한권 건넸다. 로우드는 무언가 확인하기 이전에 사내의 상태가 계속 걱정되었다. 괜찮다고 하지만 보통 부상이 아니지 않은가.

자신의 집에서라도 쉬고 가라 함에도 불구하고 사내는 막무가내였다. 어느 정도 휴식을 취해서 조금이나마 나아졌는지 사내는 떠나간다 했다.

무언가 깊은 인연을 느낀 로우드가 사내에게 말했다.

"내 이름은 로우드. 당신의 이름은 뭐지?"

"로데스. 죽지 않는 다는 의미야."

그러면서 사내는 자신이 말한데로 부상당한 몸을 이끌고 사라져갔다. 로우드는 한참을 있다 생각했다.

'뜻 까지 궁금하지는 않은데.'

자신의 쉰 소리에 피식 웃음을 지으면서 로우드도 병사들이 있는 막사로 돌아갔다. 범죄자 소탕령이 끝나가니 이제는 처리를 해야하는 것이다.

**

범죄자 소탕령이 끝나고 로우드는 오히려 진행을 할 때보다 끝마칠 때가 바빴다. 몇 년간 영지에서 이어진 소탕령이 끝난 것이다. 자연스레 보고해야할 것은 산더미처럼 있었다. 일의 과정이나 처리한 조직원까지 빠짐없이 보고를 해야 했다.

보고서를 마치고나서 제일 먼저 만난 것은 바로 휠튼 남작. 무엇이 그리 궁금한지 보고서를 올리자마자 로우드를 찾았다.

영주관에 로우드가 들어서자마자 남작은 로우드에게 다짜고짜 말했다.

"운이 좋군."

'역시 생각데로인가.'

로우드는 남작의 말을 듣자마자 깨달았다. 자신이 계속 남작의 곁에서 일을 하려고 하지 않으니 확실히 자신에게 심술을 부리려고 그런 것이다. 그런데 자신은 그 일을 맡은지 한달도 되지 않아서 처리했다. 그러니 저런 말을 하는 것이겠지.

"영주님의 염려덕에 잘 해결할 수 있었사옵니다."

"그렇겠지."

가끔보면 참 뻔뻔한 휠튼 남작이다. 아니 능글맞다고 해야 할까.

"설명을 해보게. 범죄자 소탕령에 대해서 말야."

로우드는 범죄소탕령 과정을 설명했다. 단지 사내에 대한 부분은 약간 축소를 해서 이야기를 했다.

그래야 일부 보복당한 병사들의 공이 올라가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공을 올리기 위해서 라기 보다는 병사들을 챙기려고 그런 것이다. 로우드의 설명을 다들은 남작은 짧게 답했다.

"흥미롭군."

그게 다였다. 로우드가 얼마되지 않지만 일주일이 넘는 기간동안 고생한 것 치고는 허무한 일이다. 약간 어색하게 로우드가 서 있자 남작이 말했다.

"수고했어. 이만 가게. 지휘는 여기까지면 돼."

상이나 공에 대한 치하는 없었다.

군주의 시간 31편 - 운수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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